1878년 / 글섬 옮김
〈라레 중위의 결혼(Le Mariage du lieutenant Laré)〉은 모파상이 1878년 5월 25일에 기 드 발몽(Guy de Valmont)이라는 필명으로 《모자이크(La Mosaïque)》 지에 발표했던 소설이다. 이 소설은 1870년에 발발했던 보불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불 전쟁이 한창인 1871년, 전쟁에서 여러 공훈을 세워 훈장을 수여받은 바 있는 라레 중위는 블랭빌(Blainville)에서 전멸 위기에 처한 프랑스군을 구조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지략이 뛰어나고 용맹한 그는 삼백 명의 병사를 이끌고 한밤에 블랭빌로 떠난다. 눈발을 헤치고 블랭빌 성 인근 마을에 도착한 라레 중위는 정찰대를 꾸려 먼저 마을을 정찰한다. 어둠 속에서 정찰하던 중에 라레 중위는 한 노인과 그 딸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딸은 눈발이 강해서 블랭빌에 도착하지 못하고 길을 잃을 거라고 걱정하고, 노인은 분명 블랭빌에 아직 프랑스군이 버티고 있을 테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확언한다. 중위가 정찰대에게 무언가를 지시하자 정찰대가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사라진다. 잠시 후, 날카로운 여인의 비명이 밤의 정적을 가르더니 정찰대가 노인과 그 딸을 데리고 온다. 중위가 노인에게 이름과 직업을 묻자 노인은 롱페(Ronfé) 성의 소믈리에로, 이름은 피에르 베르나르(Pierre Bernard)라고 답한다. 중위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냐고 묻자 노인은 오늘밤에 12명의 프러시아 창기병이 민간인인 경비원들을 사살하고 정원사의 목을 매다는 걸 보고 딸이 위험할까 봐 두려워 블랭빌로 도망가던 중이었다고 답한다. 중위가 블랭빌로 가는 이유를 묻자 노인은 블랭빌에는 프랑스군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중위는 노인에게 블랭빌로 가는 길을 안내해달라고 지시한다.
중위는 노인과 딸을 데리고 정찰대와 함께 본진으로 돌아온다. 부대는 중위와 노인을 선두로 진군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 갑자기 노인의 딸이 걸음을 멈추더니 털썩 주저앉고야 만다. 추위에 떨며 이미 먼 길을 걸어 온 그녀는 기진맥진한 나머지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 노인은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딸아이에게 덮어주고는 눈물을 흘리며 중위에게 그들 부녀가 프랑스군의 진군을 방해하니 그들을 버려두고 가시기를 청한다. 중위가 무언가 지시하자 몇몇 병사들이 사라졌다가 가지를 꺾어 들고 나타난다. 그리고 눈 깜짝 할 새에 들것이 완성된다. 그런 다음, 중위가 병사들을 향해 “한 여인이 추위로 죽어가고 있다. 누가 이 여인에게 외투를 벗어주겠는가?”라고 외치자 200개의 외투가 그녀 앞에 쌓인다. 그러자 이번에는 중위가 “그럼 이제 누가 이 여인을 운반해주겠는가?”라고 외치자 모든 병사들이 손을 든다. 그리하여 노인의 딸은 여러 겹의 외투를 덮고, 병사들이 번갈아 운반해주는 들것에 누워 부대와 함께 여왕처럼 따뜻하게 행군한다.
한 시간 뒤, 중위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커다란 그림자를 발견하고 행군을 멈춘다. 12명의 창기병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부대는 숨을 죽이고 때를 기다린다. 우왕좌왕하던 창기병들은 마침내 프랑스군 코앞까지 다다르더니 어스름 달빛 속에서 숨죽이고 있는 수백 명의 프랑스군을 발견한다. 다음 순간, 천둥 같은 폭발음이 터지며 12명의 창기병들은 말과 함께 쓰러진다.
노인의 안내를 받으며 오랫동안 행군한 끝에 이윽고 블랭빌 성에 도착한다. 수하가 이루어진 뒤, 성에서 장교 한 사람이 나온다. 그는 들것을 가리키며 들것에 실려 온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 그러자 그녀가 겹겹이 쌓인 병사들의 외투를 걷고 얼굴을 드러내더니 그 장교에게 밝은 미소로 “저예요, 장교님”이라고 인사한다.
다음 날 아침, 카렐(Carrel) 장군이 도착하고, 오전 9시경에 프러시아군의 공격이 감행된다. 정오 무렵이 되자 프러시아군이 일시 후퇴한다. 그날 저녁, 피로에 지친 라레 중위를 찾아 막사에 들어선 카렐 장군은 중위와 함께 있던 노인을 보더니 반색한다. 장군이 노인에게 자기가 말했던 최고의 장교 중에 한 사람이 바로 이 라레 중위라고 소개하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고지요.”라고 공감을 표한다. 장군은 라레 중위에게 노인을 롱페-케디삭(Ronfé-Quédissac) 백작이라고 소개한다. 노인은 중위의 손을 잡고는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해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다.
일 년 뒤, 라레 대위는 롱페-케디삭 백작의 딸과 결혼한다. 그녀는 60만 프랑의 지참금을 지녔으며, 그 해에 결혼식을 올린 신부들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 〈Le Mariage du lieutenant Laré〉 원문 번역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