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코코넛 사세요

1878년 / 글섬 옮김

by 글섬

작품 배경


〈신선한 코코넛 사세요(Coco, coco, coco frais!)〉는 모파상이 1878년 9월 14일에 '기 드 발몽(Guy de Valmont)'이라는 필명으로 《모자이크(La Mosaïque)》 지에 발표했던 소설이다. 이 소설은 19세기 말에 코코넛을 들고 다니며 판매하는 상인에 얽힌 이야기이다.




피에르(Pierre)는 올리비에(Ollivier) 삼촌의 부음을 접했다. 삼촌은 7월의 작렬하는 태양을 차단하기 위해 덧문을 전부 닫아 어둠에 잠긴 커다란 그의 방에서 천천히 마지막 숨을 향해 치닫던 중에, 창밖 거리에서 한여름 질식할 것 같은 열기를 가르고 “코코넛 있어요~! 신선한 코코넛~!”이라는 코코넛 장수의 외침이 들리자, 입술은 미소 짓듯 달싹거리고 눈가에는 순간적인 즐거움이 감돌더니 이내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삼촌의 유언장을 공개하는 자리에 참석한 피에르는 삼촌이 자신에게 남긴 황당한 유산을 확인하게 되었다. 삼촌은 비서의 책상 서랍에 보관된 자필 문서와, 엽총 구입비 5백 프랑, 피에르가 제일 처음 만나는 코코넛 장수에게 삼촌을 대신해서 전해줄 백 프랑을 조카인 피에르에게 남긴다고 유언했다. 그리고 피에르에게 전달된 삼촌의 자필 문서에는 기상천외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삼촌의 문서에 따르면, 예로부터 인간은 미신의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람들은 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별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었으며, 혜성이나 윤년, 금요일, 숫자 13 등에 따른 악운을 믿었다. 사람마다 자신만 믿는 악운의 상징이 존재했으며, 삼촌 역시 그러했다. 삼촌은 코코넛 장수가 자신의 삶의 저주의 마법사라고 믿었다. 삶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코코넛 장수가 등장했던 것이다.


삼촌이 태어나는 날에 코코넛 장수가 창밖에서 온종일 고함을 쳐댔고, 8세 때는 하녀와 함께 샹제리제(Champs-Élysées) 대로를 걷던 중에 등 뒤에서 코코넛 장수의 소리가 들렸다. 그때 하녀는 멀리 지나가는 군대를 바라보느라 정신이 팔렸고, 삼촌은 코코넛 장수를 보려고 돌아섰다. 바로 그 순간, 말 두 필이 이끄는 화려한 마차가 섬광처럼 그들에게 한순간에 다가왔고, 놀란 마부가 비키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하녀도 그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커다란 충돌이 느껴지며 몸이 붕 뜨더니 뒤집히는 듯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코코넛 장수의 품안이었다. 하녀는 코가 부러졌다.


16세 때, 생애 처음으로 엽총을 구입해 첫 사냥을 나가기 전날이었다. 삼촌은 류머티즘으로 인해 걸음이 느린 어머니에게 팔을 내준 채 천천히 역마차 사무소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이들 모자의 등 뒤에서 “코코넛 있어요~! 신선한 코코넛~!”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소리는 모자가 걸어가는 내내 그들을 따라 이어졌는데, “신선한 코코넛!”하고 외치는 소리가 마치 첫 사냥을 앞두고 엽총이며 사냥 슈트며 모든 걸 번쩍번쩍 새롭게 구비한 그의 모습을 놀리는 것 같았다. 역마차에 오른 뒤에도 코코넛 장수의 외침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다음 날 그는 사냥터에서 단 한 마리의 짐승도 잡지 못했다. 대신에 그는 달리던 개를 토끼로 착각해 죽였고, 어린 암탉을 자고새로 착각해 사살했다. 울타리에 앉아 있던 작은 새도 그가 방아쇠를 당기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이런 끔찍한 악몽이 밤까지 계속되었다.


25세의 어느 날 아침에 삼촌은 어느 늙은 코코넛 장수를 보았다. 주름살이 가득한 코코넛 장수는 등이 몹시 구부러지고 지팡이에 겨우 의지한 채 걸음걸이도 몹시 불편해 보였다. 삼촌의 눈에는 이 늙은 코코넛 장수가 마치 세상의 모든 코코넛 장수들의 수장인 냥 신성해 보이기까지 했다. 삼촌은 이 늙은 코코넛 장수에게 20수를 지불하고 코코넛 한 잔을 마셨다. 그러자 늙은 코코넛 장수는 진중한 목소리로 그에게, “이 한 잔으로 행운이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바로 그날 그는 평생 그에게 행복을 주었던 아내를 만났다. 마침내 삼촌이 코코넛 장수의 저주를 막을 방법을 터득했던 순간이었다.


혁명이 발발하자 그는 공직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와 명망을 지녔던 그는 알고 지내던 장관에게 방문 목적을 밝히고 접견을 요청했다. 매우 호의적인 분위기로 접견 날짜가 잡혔다. 장관을 접견하기로 약속된 날은 한여름이었다. 그는 밝은 색 바지와 장갑, 부츠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여름 끔찍한 열기로 달궈진 거리에는 대형 살수차가 동원되어 물을 뿌리는 바람에 군데군데 진흙탕이 생겼고, 청소부들은 흙탕물을 하수도로 밀어 넣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오로지 장관과의 접견만을 생각하며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횡단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때 예의 그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코코넛 있어요, 코코넛!” 그 순간,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미끄러져 진흙탕에 주저앉고 말았다. 밝은 색 바지와 하얀 색 셔츠가 온통 진흙으로 얼룩졌건만 코코넛 외침은 계속 이어졌다. 결국 그는 그를 보고 웃어대는 구경꾼들을 피해 집까지 내달려야 했고, 약속된 접견 시간은 훌쩍 지나버렸다.


그리하여 삼촌은 자필 문서 말미에서 피에르에게 만일 자신이 임종하는 순간에 코코넛 장수의 외침이 들렸다면 코코넛 장수를 찾아가달라고, 그러면 행복하게 세상을 떠날 거라고 청했다.


다음 날 피에르는 샹제리제에서 매우 늙고 곤궁해 보이는 코코넛 장수를 만났다. 피에르가 삼촌의 유언대로 코코넛 장수에게 백 프랑을 건네자, 코코넛 장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을 떨면서 “아이쿠 이렇게 감사할 때가! 행운이 있을 겁니다, 젊은이!”라고 말했다.



▶ 〈Coco, coco, coco frais!〉 원문 번역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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