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루공 마카르 총서 제10권

by 글섬

작품 배경


〈살림(Pot-Bouille)〉은 『루공-마카르 총서』의 제10권으로, 1882년 1월 24일부터 4월 14일까지 《르 골루아(Le Gaulois)》 지에 연재되었다. 이후 같은 해에 《조르주 샤르팡티에(Georges Charpentier)》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1877년에 발표된 〈목로주점〉과 그 이듬해 발표된 〈나나〉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지극히 부정적이었다. 그들은 쓰레기 같은 소재를 다루고 당시로 볼 때는 외설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하여 졸라를 가차 없이 비난하였다. 이에 대한 졸라의 반격에 해당하는 작품이 바로 〈살림〉이다. 노동자에 대한 소설인 〈목로주점〉과 짝을 이루는 소설을 쓰고 싶어 했던 졸라는 〈살림〉을 통해 희극적 방식으로 성과 돈에 관계된 부르주아들의 파렴치함을 이야기한다. 〈쟁탈전〉의 주제인 돈과 육체가 이 작품에서는 상류층이 아닌 중산층 부르주아를 중심으로 다루어졌다. 줄거리는 1861년 11월부터 1863년 12월까지 진행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르주아지의 도덕의 모순들을 주제로 다루고자 결심한 졸라는 파리의 현대화 계획의 한 중간에 있는 제2구의 슈와죌(Choiseul) 가에 새로 건축된 화려한 부르주아 건물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는다.


〈살림〉을 쓰기 바로 전인, 1881년 2월 28일 《르 피가로(Le Figaro)》 지에 실린 기사에서 졸라는 부르주아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부르주아지란 말로 나는 특히 그 모호하고 그토록 수가 많은 계급을 의미한다. 그들은 민중에서부터 그 세계의 부자들과 똑똑한 사람들까지를 이른다. 그들은 직장인들, 소매상인들, 적은 연금생활자들, 평범한 상황들 속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과 자신의 욕망들을 조금이나마 만족시키고자 열렬히 투쟁하는 자들을 이른다. 민중이 파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면 삶에 대해 가장 악착같은 이 부르주아지도 3분의 1을 이룬다.” 이렇게 규정된 부르주아지라는 사회계급을 다룬 소설이 바로 〈살림〉이다.


이 작품의 ‘포부이으(pot-bouille)’라는 원제는 ‘집에서 끓여 먹는 찌개’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현대 프랑스에서는 좀체 쓰이지 않는 단어이다. 당시 메당 그룹의 일원이었던 폴 알렉시스(Paul Alexis)가 쓴 〈에밀 졸라, 친구의 기록〉에 따르면, “포부이으는 부르주아 계층의 찌개, 가정의 일상사, 매일 먹는 음식, 번듯한 모양의 수상쩍고 거짓스런 음식을 말한다. ‘우리야말로 명예요 도덕이요 바른 가정의 표상이다’라고 말하는 부르주아들에게 졸라는 ‘아니다, 당신들은 그 모든 허울 뒤에 숨은 거짓이다. 당신들의 찌개냄비에서 끓고 있는 것은 가정생활의 모든 썩은 것들과 도덕의 타락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주인공 옥타브 무레(Octave Mouret)의 부모는 각각 루공가와 마카르가의 후손이지만, 〈살림〉에서는 그러한 유전인자의 복합체로서가 아니라, 단지 파리에 올라와 여인과 사업을 수단으로 성공을 꿈꾸는 야심만만한 청년으로 그려질 뿐이며 그의 부모에 대한 언급이나 가정적 배경도 극도로 축소되어 거의 아무 의미도 지니지 못한다.


졸라는 인간의 추악한 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정장 차림을 하고 파티에 나가듯이 소설을 쓴다는 것은 영원한 코메디라고 통렬히 비판한다. 이러한 졸라의 모습은 〈살림〉에 등장하는 소설가의 형상 속에 담겨 있다. 슈와죌 가의 아파트 주민들 중 유일하게 화자의 비판의 시각에서 제외되는 이 인물은 그 대신 다른 인물들(특히 문지기 구르(Gourd) 씨)로부터 비아냥거림을 받는다. 구르 씨는 그를 두고 쓰레기 같은 글을 써서 돈더미에 올라앉았다고 손가락질하지만, 주민 중 유일하게 가족과의 단란한 행복을 누리며 이웃과 상종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이 작가는 바로 졸라 자신의 모습이다.



1장


파리 제 2구의 슈와죌 거리에 있는, 오스만의 도시계획의 산물인 신축 건물의 임대인들은 아래부터 위로, 가장 돈이 많은 사람들부터 가장 가난한 사람들로 분류된다. 부르주아들의 신분상승효과와 차별화의 형상화인 이 아파트를 통해 졸라가 공격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돈 위에 세워진 사회적 위계의 이미지이다. 집이라는 공간은 프티 부르주아지(petite bourgeoisie)의 본질적인 악의 상징, 즉 사회에서의 힘의 상징인 재산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일 뿐이다. 캉파르동(Campardon)이 처음 파리로 올라온 옥타브에게 이 건물을 구경시키면서 매번 말하는 것이 바로 이 주민들의 재산과 사회적 위상이다. 2층에 사는 건물주의 아들인 오귀스트 바브르(Auguste Vabre)는 1층에 주단가게를 가지고 있고, 이층의 안마당 쪽에는 주인집 작은 아들내외가, 길가 쪽에는 집주인 바브르(Vabre) 영감이 지금은 고등법원 판사인 사위와 함께 살고 있다. 3층에는 작가 가족이, 4층에는 건축가 캉파르동과 회계원 조스랑(Josserand) 가족이 살고 있으며, 4층까지 깔려 있는 붉은 양탄자 대신 회색 천이 깔려 있는 5층에는 부자는 아니지만 교양 있는 프티 부르주아 계층 피숑(Pichon) 가족과 옥타브(Octave)가 살고 있다. 요컨대 피숑 부부와 옥타브는 그 건물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지붕 밑에 하녀들의 방들이 있고, 가난한 노동자 계급에 빌려준 방들이 있다. 판사인 뒤베리에(Duveyrier) 가족은 회계원인 조스랑 가족을 초대하지만 조스랑 가족의 초대에는 응하지 않는다. 사무원 피숑 네는 이 두 집 어디에서도 초대받지 못한다. 이러한 소설의 배경은 거의 등장인물처럼 간주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중요성을 갖는다. 조스랑 가족과 피숑 가족이 프티 부르주아지를 대표한다면, 돈 많은 대 부르주아지(grande bourgeoisie)는 바브르 가족과 뒤베리에 가족이다.


1861년 11월, 옥타브는 고향인 플라상을 떠나 파리 슈와죌 가의 신축 아파트에 도착한다. 같은 고향 출신의 건축가 캉파르동의 안내로, 층마다 수도와 가스가 들어오는 현대적인 건물이 소개된다. 캉파르동 역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그의 방 하나를 옥타브에게 빌려주었다. 말하자면 옥타브가 캉파르동 집의 하숙생이 된 것이다. 캉파르동 부인을 만난 옥타브는 해묵은 호기심으로 플라상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보지만 부인은 별다른 표정 변화도 대꾸도 없다. 플라상 시절에 캉파르동은 가난하지만 늘씬한 미녀 가스파린(Gasparine)에게 홀딱 반해서 열을 올리다가, 지참금 3만 프랑을 지닌 말라깽이 로즈(Rose)와 느닷없이 결혼해버렸다. 울며불며 한바탕 난리가 나고, 사이가 틀어지고, 버림받은 가스파린은 바느질품 파는 아주머니를 찾아 파리로 가출해버렸다.


캉파르동은 플라상 인근의 큰 포목점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옥타브를 옷감 상점인 ‘부인상회(Au Bonheur des Dames)’로 데려가 사장에게 소개한다. 사장인 에두엥(Hédoin) 부인은 점원을 한 명 찾고 있었는데, 옥타브를 고용한다. 놀랍게도 그 상점엔 가스파린이 수석 여점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캉파르동은 에두엥 부인이 머리가 좋은 여자라고 옥타브에게 말해준다. 침착하고 말이 적고 항상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를 보고 옥타브의 마음이 흔들린다. 상점을 둘러보던 옥타브는 공교롭게도 건물 계단에서 캉파르동과 가스파린이 입을 맞추는 현장을 목격한다.


옥타브는 캉파르동과 함께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 저녁을 먹고 난 뒤 저녁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방이 있는 5층으로 올라가다가 4층에 사는 조스랑 부인과 두 딸과 마주친다. 두 딸 중 언니는 새침한 태도로 옆으로 비켜 지나갔고, 동생은 환한 촛불빛 속에서 웃으면서 그를 바라본다. 옥타브는 에두앵 부인과 조스랑 양의 얼굴을 번갈아 떠올리며 잠을 뒤척인다.


2장


조스랑 부인은 현관문을 닫으며 참았던 울화가 폭발한다. 작은 딸 베르트(Berthe)가 이번에도 혼삿길을 놓친 참이다. 무도회에서 베르트는 그녀에게 거칠게 입을 맞추는 남자를 와락 밀어내버린 것이다. 조스랑 부인은 “남자가 거칠게 나올 땐 사랑한다는 뜻”인데 베르트가 맹추 같이 굴어 혼사만 망쳤다며 부아를 낸다. 베르트는 너무 황망해 그만 눈물이 난다.


곤궁한 생활을 하는 조스랑 부인은 딸들의 결혼에 몰두한다. 조스랑 부인은 딸들을 앞세워 부르주아들의 사교모임에 다닌다. 그녀는 자신의 옷값을 줄여가며 마치 많은 연금을 받는 집안인 것처럼 딸들을 부잣집 딸 티가 나게 예쁘게 치장시킨다. 그녀는 딸들에게 재산이 없으니 다른 걸로 남자를 잡아야 한다면서 신랑감 낚는 방법을 설교한다. 그녀는 궁핍한 살림을 하면서도 그것을 감추고, 딸들의 신랑감을 찾기 위해 화요일마다 화려한 야회를 연다. 요컨대 딸의 결혼을 통해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새로운 상황을 획득하고자 노력하는 프티 부르조아지에 속한다. 조스랑 부인은 마차 값을 아끼기 위해서 딸들과 진흙 속을 걷고, 먹는 것도 배불리 먹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의 유일한 목적은 외양을 치장하면서 체면을 유지하는 것이다. 베르트는 자신의 혼사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어머니의 명령들을 그대로 이행한다. 남편으로 누가 되건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녀로 하여금 높은 사회적 위치에 도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남편을 잡는 것이다.


첫째 딸인 오르탕스(Hortense)의 경우 조스랑 부인은 장래성 없어 보이는 구혼자들을 퇴짜 놓은 후에 마흔 살이 된 변호사인 베르디에(Verdier)를 대단히 유능하여 장차 크게 출세할 인물이라고 판단하고 남편감으로 정한다. 그가 15년 전부터 동거하던 여자가 있고, 그 여자가 그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정식 부인으로 통하는 정도인데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부인과는 달리 진실한 인물인 조스랑 씨는 그런 딸이 걱정스럽다. 그는 그런 결혼은 생각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런데 그녀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여기서 졸라는 부르주아들의 결혼을 조롱하기 위해서 그들 결혼의 저속함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한다.


3장


가난한 조스랑 가족은 부유한 오라비 바슐라르(Bachelard)에게서 몇 푼이라도 받아내기 위해 정기적으로 그를 저녁식사에 초대하면서 공을 들인다. 매매중개업을 하는 바슐라르는 밖에선 주색잡기로 8만 프랑을 탕진해버리면서도 친척 간에는 지독한 구두쇠였다. 조스랑 부인은 바슐라르를 대접하는 날이면 같은 건물에 사는 몇몇 이웃도 초대해 함께 대접하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은 3층에 사는 쥐죄르(Juzeur) 부인과 청년 엑토르 트뤼블로(Hector Trublot)가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트뤼블로는 부자인 아버지가 한몫 마련해주길 기다리며 증권중개사무실에 다니는 청년이었다. 베르트와 오르탕스가 외삼촌 바슐라르의 양편에 앉아 몇 푼이라도 얻어내기 위해 공을 들이는 동안 트뤼블로(Trublot)는 손님들 뒤로 분주히 오가는 하녀 아델(Adèle)을 지켜보고 있다. 쥐죄르 부인은 결혼한 지 열흘 만에 남편이 사라져버린 뒤 외롭게 혼자 살아온 서른 살 여인으로, 그녀의 집에는 늘 사제만 들락거렸다.


잠시 후 캉파르동과 옥타브도 손님으로 들어오고, 바브르(Vabre) 씨네 식구들도 들어온다. 바브르 씨의 맏아들 오귀스트는 33세의 주단가게 주인으로, 밤낮 두통에 시달려 눈살을 찌푸리고 다니는 뚱한 총각이다. 기침병과 울화병으로 골골하는 28살의 둘째 아들 테오필(Théophile)에게는 이미 발레리(Valérie)라는 젊은 아내가 있었다. 옥타브는 발레리를 눈여겨본다. 조스랑 부인은 주단가게를 염두에 두고 오귀스트를 사윗감으로 낙점했고, 베르트는 남편이 누가 되든 아무래도 상관없다.


4장


그 다음날부터 옥타브는 발레리에게 열을 올리지만 발레리는 살림살이 이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캉파르동네 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들어보니, 발레리의 남편 테오필은 늘 아픈데다 성 불능이었다. 발레리는 아이가 없으면 시아버지 바브르 영감의 유산 가운데 자기 몫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워서 푸줏간 총각과 내통해 아들을 낳았다. 캉파르동은 옥타브의 귀에 대고 발레리에 대해 “한마디로, 히스테리기가 있는 여자”라고 일축한다.


옥타브가 발레리를 그의 방으로 끌어들이자면 문제가 하나 있었다. 같은 층에 사는 피숑(Pichon) 네 집 부엌과 식당 사이에 복도가 자리 잡고 있어서 그 집 식구들이 종종 문을 열어놓아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옥타브는 피숑 부인과 친해지기로 했다. 친분이 생기면 혹시 뜻하지 않게 발레리를 보게 되더라도 눈감아줄 거라는 판단이었다. 마리 피숑(Marie Pichon)은 18개월짜리 어린 딸을 돌보며 무미건조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옥타브가 혼자서 유모차를 안으로 들이지 못해 쩔쩔매는 그녀에게 성큼 다가와 유모차를 번쩍 들어 도와주자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이후 옥타브는 책을 좋아하는 마리를 위해 캉파르동 네에서 책을 빌려다준다. 이런 저런 계기로 마리가 옥타브에게 속내 이야기를 털어 놓게 되면서 옥타브는 차츰 마리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한 번도 그녀에게 사랑의 말도, 입맞춤도 해준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마리는 소설 속 사랑이야기에 심취한다. 그래서 옥타브는 재미 삼아 마리를 상대로 사랑놀이를 해보기로 작심한다.


어느 날 옥타브는 아무도 없이 혼자서 발작을 일으킨 발레리에 놀라 도움을 청하러 온 하녀를 따라 발레리의 집에 들어간다. 그러나 발작 증세가 사라진 뒤에 옥타브를 보고도 발레리는 지극히 태연하기만 하다. 옥타브가 거칠게 그녀를 껴안자 그녀는 질겁한다. 요컨대 발레리는 히스테리 환자이긴 하지만 적어도 색을 밝히는 여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남자에 대한 경멸과 싫증에 짓눌려 녹초가 돼버린 상태였다.


발레리에게 질력이 난 옥타브는 책을 핑계 삼아 마리를 찾아간다. 마리는 독서가 일으킨 갖가지 몽상에 잔뜩 흥분해서 갑자기 옥타브의 귓전에 입을 맞춘다. 옥타브는 갑작스런 욕망으로 그녀를 식탁 옆에 쓰러뜨린다.


5장


옥타브는 파리에 온 지 다섯 달인데, 기껏해야 마리나 발레리 같은 여자한테 시간 낭비한 자기 자신에게 부아가 치밀었다. 그는 여자를 통해 출세해야만 했다.


피숑 부부를 제외한 아파트 주민들이 뒤베리에 씨 집의 연회 겸 연주회에 초대되었다. 연회에 참석한 여인들을 둘러보던 옥타브는 에두앵 부인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알고 보니 에두앵 부인은 뒤베리에 부인과 기숙학교 동창이었다. 야회복 차림의 그녀는 넘치는 건강미와 차분한 아름다움을 구현하고 있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옥타브가 에두앵 부인이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 데려다주겠다고 자처하지만 그녀는 한사코 마다한다. 낙심한 옥타브는 위층 계단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마리에게 정답게 입을 맞춘다.


한편, 집으로 돌아온 조스랑 가족은 축제 분위기였다. 마침내 베르트가 이번 연회를 계기로 오귀스트를 낚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조스랑 부인은 베르트에게 새삼스레 애틋한 모정이 복받쳐 온갖 애정으로 딸아이의 잠자리를 보살펴준다. 그러나 조스랑 씨는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다. 조스랑 부인이 오귀스트에게 지참금 5만 프랑을 약속했던 것이다. 그러나 조스랑 부인은 부자 오라비 바슐라르가 있으니 걱정 없다고 큰소리친다.


6장


옥타브는 언젠가는 에두앵 부인을 차지해서 행운을 잡으리라고 확신하고 그녀를 정복하기 위해 천천히 작전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유혹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그는 절망하지 않고, 여주인의 애인이 될 날을 기다리며 그때까지 견뎌내기 위해 마리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


어느 날 옥타브는 옥상으로 올라가던 길에 지붕 밑에 하녀들의 방에서 트뤼블로를 발견한다. 알고 보니 트뤼블로는 뒤베리에 가정의 하녀인 쥘리(Julie)를 농락하고 있었다. 부르주아들에게 착취당하는 이 건물의 불쌍한 하녀들은 모두 저속하고 순진할 정도로 바보스러우며 손버릇이 나쁘다. 트뤼블로가 농락하는 하녀 쥘리의 서랍을 열어 보니 뒤베리에 부인에게서 훔친 물건들인, 모자, 보석, 레이스 달린 속치마들이 있다. 하녀들은 서로 주인에 대한 온갖 욕들을 하며 돈에 좌우된다. 하녀들은 서로 미워하고 서로 정탐하며 서로를 비방한다. 그녀들은 여주인들과 그녀들을 농락하는 남자 주인들을 증오한다.


건물의 충실한 문지기인 구르 씨는 하녀들을 감시한다. 뿐만 아니라 집안사람들 전체가 그의 감시대상이다. 문지기는 건물의 좋은 평판에 해가 되는 모든 것을 쫒아버리는 데 열을 올린다. 그는 건물의 가난한 하인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낀다. 그는 건물주인 바브르 씨가 하녀 방 하나를 한 노동자에게 세주면서 정숙한 건물에 더러움을 들여놓았다고 바브르 씨에게 화를 낸다. 그는 부르주아들의 집에 올라가는 매춘부들은 내버려두는 반면, 노동자의 부인이 그녀의 남편과 방으로 올라가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유형들의 가난한 여성들은 건물의 부르주아적인 엄숙함, 위엄을 실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7장


조스랑 부부는 베르트의 지참금을 마련하기 위해 거의 매일 바슐라르를 저녁식사에 초대한다. 영악한 바슐라르는 조스랑 부부가 베르트 앞으로 들어놓은 보험금 5만 프랑에 대해 묻는다. 그 보험금은 이미 14년 전부터 돈이 없어 납입하지 못했기에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그러나 바슐라르는 그런 건 상관없고 그 보험금 얘기를 신랑 집에다 하고 지참금은 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지불하겠다고 하라고 귀띔한다. 정직한 조스랑 씨는 그건 사기라며 절대로 그렇게 못한다고 펄쩍 뛰지만, 조스랑 부인은 묘수라고 생각한다.


조스랑 씨는 뒤베리에 판사를 찾아가 의논한다. 바브르 일가는 뒤베리에 판사의 처가붙이였다. 아내와 사이가 나쁜 뒤베리에는 이런 방식으로 바브르 족속들을 속여 넘기게 되어 고소했다. 그는 지참금을 한꺼번에 지불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함께 공증인 사무실을 찾아가 바슐라르가 5만 프랑에 대해 6개월마다 후불로 지불한다는 우스꽝스런 제안을 기재한 계약서에 서명한다.


8장


베르트와 오귀스트의 혼인 미사가 거행되는 날이다. 옷장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한 테오필이 발레리의 부정을 의심해 주먹으로 위협하며 씩씩거린다. 그는 전날에 옥타브와 발레리가 성당 앞에서 쑥덕거리는 걸 봤다며 옥타브를 지목한다. 사실 발레리는 애인들의 집에 가기 위해서 규칙적으로 생 로슈(Saint-Roch) 성당 뒤로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성당에서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테오필은 옥타브에게 편지를 제시하며 시비를 걸었다. 옥타브는 자신의 글씨가 아니라고 부정했다. 당황한 테오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허둥댔다. 좌중은 그의 얘기에만 정신이 팔려 수군댔다. 피로연에서도 테오필은 발레리의 팔목을 비틀며 누가 보낸 편지냐고 추궁하며 소란을 피워댔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한쪽 방에서 발레리가 끔찍한 경련을 일으켰다. 다른 쪽에선 쉬쉬 하며 무도회가 이어졌다.


결국 조스랑 부인이 나서서 테오필을 나무랐다. 모두가 결혼식 날에 이런 불미스런 일을 물고 늘어지는 그를 내심 비난하며 어떻게든 이 일을 수습해야겠다고 공감하는 와중에 트뤼블로가 그 편지가 하녀 앞으로 온 거라고 하더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좌중이 이구동성으로 이를 기정사실화해버린 바람에 테오필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9장


어느 날 옥타브가 캉파르동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 가스파린이 방문한다. 캉파르동 부인과 가스파린은 나란히 소파에 앉아 정겹게 담소를 나누었다.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 늦은 밤에 가스파린이 돌아갈 때 로즈는 자주 놀러 오라며 배웅했다.


한편, 상점에서 일한 지 넉 달이 지났건만 에두앵 부인의 감정 표현에는 진전이 없었다. 그녀는 늘 냉정하면서도 부드러운 표정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녀는 현대식 대형 매장에 대한 옥타브의 꿈에 감복되어, 남편이 가게에 없을 때면 옥타브에게 이런저런 자문을 구하곤 했다. 결국 옥타브는 뛰어난 장사 수완으로 그녀를 감동시켜 높은 매상고로 그녀의 마음이 느슨해졌을 때를 공략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어느 날 에두앵 씨가 잡자기 병이 나서 온천 요양을 떠나게 되었다. 옥타브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여주인은 여전히 꼿꼿하기만 했고, 옥타브는 절망하지 않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렸다.


그 무렵, 캉파르동 집에 저녁식사 때마다 놀러 오던 가스파린에게 로즈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결국 로즈는 가스파린을 그들의 집에 와서 살게 했다. 남편은 이런 결정에 놀라지만, 이 두 여성의 우정에 깊이 감명 받는다. 평화가 이 집에 지배한다. 모두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두 여성은 떼어낼 수 없는 관계가 된다.


마리는 아이를 가졌다. 피숑 부부는 원치 않는 임신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티격태격 말다툼을 했다. 옥타브는 죄책감에 피숑 부부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부부에게 통 크게 근사한 저녁을 사주고는 마리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버렸다.


옥타브는 에두앵 부인에게 주변 상점을 매입해 매장을 확장하자고 제안한다. 이를 논의하다가 옥타브는 적당한 틈을 타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에두앵 부인은 몹시 차분하고 냉정한 태도로 그럴 마음이 손톱만큼도 없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그러자 옥타브는 순간적으로 분별력을 잃고 발끈해서는 가게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고 나가버린다.


저녁에 옥타브가 캉파르동 집에 들어가다가 캉파르동과 가스파린이 응접실 곁방에서 열렬히 입을 맞추고 있는 장면을 뜻하지 않게 목격한다. 이 일로 인해 당황한 옥타브는 더 이상 캉파르동 집에서 저녁식사를 할 수 없게 된다. 가스파린은 로즈가 원하자, 집안일에 몰두하기 위해서 자신의 일을 그만두기까지 한다. 캉파르동씨와 가스파린은 좁은 침대에서 힘들게 자고, 로즈는 부부 침대에서 혼자 편히 자면서 디킨스(Dickens)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즐긴다. 가스파린은 마치 로즈가 건물 안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가스파린은 로즈의 딸 앙젤(Angèle)이 마치 자기 딸인 것처럼, 딸의 교육 때문에 걱정하는 집 안의 안주인으로 행동한다.


그날 밤에 옥타브는 씁쓸한 마음에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이제 막 주단가게 문을 닫고 있는 베르트와 마주친다. 베르트는 옥타브가 가게를 그만두었다는 걸 알고 주단가게에서 일하자고 제의한다. 옥타브는 내심 베르트를 노리고 제안을 수락한다.


10장


주단가게에서 일하다보니 옥타브는 뒤베리에 부부와 가까워지게 되었다. 유서 깊은 국회의원 집안 출신인 45살의 알퐁스 뒤베리에(Alphonse Duveyrier)는 대 부르조아지에 속한다. 그의 아버지는 고등법원 의장이었고, 그도 고등법원 고문이다. 그의 부인인 클로틸드 바브르(Clotilde Vabre)는 그들이 사는 건물 소유주의 딸이다. 뒤베리에 가정은 허위와 위선의 극치를 이룬다. 돈 많은 법관인 그에게는 부인 외에 늘 여자가 있어야 한다. 그는 그런 여자들 집으로 한 주에 한 번, 마치 회사원이 사무실에 가듯 규칙적으로 가곤 한다. 뒤베리에 부인은 그를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의 혼외관계를 묵인하고, 남편과의 관계를 불쾌한 고역으로 생각한다. 그는 졸라에게는 위선적인 대 부르주아의 전형이다. 그는 잃어버린 이상들에 대해 한탄하고 모든 도덕적 무질서가 기본적인 가치를 상실한 가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가 도덕, 덕성, 결혼에 대하여 내뱉는 말들은 그의 행동들과 전적으로 모순된다. 그는 가정의 중요성과 종교의 존중에 대해 설교하지만, 실상 그는 자신의 집에서 하녀와 사랑을 나누고 정부인 클라리스(Clarisse)와 부정한 관계를 유지한다.


11장


어느 날 갑자기 바브르 영감이 쓰러지는 바람에 온 동네가 그의 유산을 두고 쑥덕공론이 벌어졌다. 바브르 영감의 자식들이 상속에 대한 상념으로 신경이 잔뜩 곤두선 채 죽어가는 노인의 발치에 모여 있었다. 노인에게는 유언장도 따로 없었기에 온 가족이 속만 태웠다. 이윽고 아무런 유언도 남기기 못하고 노인이 숨을 거두었다.


장례식을 마치고 가족들이 모여 가구를 모조리 뒤졌지만 이렇다 할 재산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실 노인은 광적인 증권투기로 푼돈까지 모조리 날려버렸다. 텅 빈 금고 앞에서 가족들은 망연자실해 있었다. 그나마 남은 건 대략 30만 프랑으로 추산되는 건물뿐이라 가족들은 건물을 팔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뒤베리에는 공증인을 매수해 사기를 쳐서 제 가격 이하로 자신에게 낙찰시켜 처가의 재산을 훔친다. 이로 인해 가족들 간에 한바탕 난리법석이 벌어지고 서로 등을 돌린다.


12장


결혼한 지 이제 겨우 석 달 된 베르트와 오귀스트 사이에는 점차 불화가 깊어지고 있었다. 오귀스트와 베르트는 결혼식 때부터 서로에 대한 반감이 생긴다. 이런 반감은 그들의 가정 속에 자리 잡는다. 베르트는 오귀스트와 결혼하기 전에는 금발머리의 예쁜 처녀였는데 결혼하자 그녀는 살이 찌고 외모가 그녀의 어머니를 닮아가기 시작한다. 그녀는 남편의 인색함에 질력을 내며 계산하지 않고 돈을 쓰고 거짓말을 해대며 남편과 불화한다. 옥타브는 그런 상황을 이용해서 그녀를 정복하고자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오귀스트와 친구로 지내면서 그의 속내이야기들을 들어준다. 그 결과, 오귀스트의 탄탄한 신망을 얻는다.


어느 날, 베르트와 오귀스트가 돈 문제로 심하게 다툰다. 잔뜩 독이 오른 베르트는 남편에게 복수하는 마음으로 옥타브를 안는다.


13장


어느 날 밤 옥타브는 자신의 집에서 베르트를 껴안고 있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린다. 뒤늦게 집으로 돌아간 베르트는 하녀 라셸(Rachel)에게 발각된다. 베르트는 함구의 대가로 라셸에게 20프랑과 비단드레스를 주지만 대가가 충분치 않았던 라셸은 입을 삐죽 내민다.


옥타브와의 밀애가 계속되면서 베르트는 씀씀이가 커지고 변덕이 심해져만 간다. 그럴수록 오귀스트는 더욱 인색해져 간다. 어느 날 라셸이 외박을 청해 나가자 베르트와 옥타브는 하녀의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약속한다. 옥타브는 라셸의 방에서 베르트를 기다리다가 트뤼블로와 마주친다. 트뤼블로는 아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시각, 아델은 뒤베리에에게 붙잡혀 있었다. 아델은 경제적으로 핍박받을 뿐 아니라, 건물 부르조아 남성들의 성노리개였던 것이다.


어느 날 에두앵 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옥타브는 후회막급이다. 라셸은 옥타브와 베르트의 밀회가 계속되는데도 자신에게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며 괘씸히 여긴다.


14장


어느 날 오귀스트와 라셸이 무언가 얘기를 나누고, 오귀스트가 갑자기 집을 비운다. 그날 저녁, 베르트와의 한밤중 밀애를 기다리며 마리의 집에서 시간을 때우던 옥타브는 순간적인 열정을 이기지 못하고 마리를 다시 안는다. 관계를 마친 뒤 마리는 옥타브에게 이젠 베르트가 있으니 다시는 이러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즈음 하녀들의 입방아를 통해 대부분의 주민들이 그들의 관계를 알고 있던 터였다.


이윽고 한밤중에 베르트가 옥타브의 방으로 올라오고, 잠시 후 오귀스트가 들이닥친다. 두 남녀가 쩔쩔매는 사이, 오귀스트는 방문 자물쇠를 부수고 쳐들어온다. 두 남자가 엉겨 붙어 싸우는 동안 베르트는 속옷 바람으로 달아난다. 경황이 없던 그녀는 엉겁결에 캉파르동의 집으로 뛰어든다. 캉파르동은 베르트의 간통 사실을 알고는 한바탕 설교를 늘어놓더니 친정으로 가시라며 내보낸다.


내쫓긴 베르트가 깜깜한 계단에 한참동안 대책 없이 떨고 있을 때 마리가 그녀를 조용히 불러들인다. 마리는 오귀스트가 베르트의 옷과 신발을 챙겨 내려갔고, 옥타브는 욕설을 퍼부으며 방안에 틀어박혔다고 전해준다.


15장


하룻밤 사이에 소문이 파다해진다. 상속문제로 단단히 사이가 틀어져 서로 말도 건네지 않고 지냈던 테오필과 발레리가 오귀스트를 위로하러 온다. 테오필 부부는 베르트의 부재를 이용해 오귀스트 가게에서 돕는 척하면서 결국 계산대에 자리 잡는다. 오귀스트는 옥타브와 결투를 결심하고 테오필과 뒤베리에에게 증인을 부탁하기로 한다. 그러나 뒤베리에는 집에 없었다. 요즘 그는 정부인 클라리스의 집에서 지내는 터였다. 오귀스트는 바슐라르와 트뤼블로와 함께 클라리스의 집을 찾느라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용기가 꺾이고 만다. 결국 뒤베리에를 대동하고 옥타브에게서 사과를 받아내기로 중론을 모은다.


한편, 바람이나 쐬러 나갔던 옥타브는 상복 차림으로 가게문 앞에 서 있는 에두앵 부인을 보고 인사를 하려고 멈추어 섰다. 그녀는 태연하게 옥타브에게 다시 가게로 들어오라고 제안했다. 내일 당장 출근하겠다고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온 집안이 그를 준엄한 시선으로 쏘아보았다. 그가 방에 들어서는 순간 뒤베리에와 바슐라르가 들이닥쳐 온갖 훈계를 늘어놓았다. 그러자 옥타브는 가능한 한 빨리 이 집에서 나가겠다고 말했고, 두 남자는 이 정도면 잘 마무리됐다며 물러갔다.


16장


마리가 베르트를 친정으로 데리고 갔다. 베르트는 아델을 통해 오귀스트가 진정된 상황을 전해 듣고는 안심했다. 언니인 오르탕스는 베르디에와 15년째 동거중인 여자가 얼마 전 버림받을 찰나에 때맞춰 아이를 낳는 바람에 혼사가 깨졌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오귀스트가 방문한다. 조스랑 씨는 비로소 베르트의 간통 사실을 알고 낯빛이 창백해진다. 위선적인 조스랑 부인은 베르트의 간통사건을 잘 받아들인다. 그녀의 눈에는 남편이 남편으로서 사회적인 역할을 완수하지 못할 때에 부인은 간통할 권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녀의 딸이 사랑을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의 유일한 책임이 있는 사람은 그녀의 사위라고 비난한다. 오귀스트는 다시는 창녀 같은 딸을 짐짝처럼 자신에게 넘겨주지 말라고 고함을 치고는 나가버린다. 약이 잔뜩 오른 조스랑 부인은 뜬금없이 돈이 없어 무시당하는 거라며 무능한 남편을 비난한다. 진실한 조스랑 씨는 충격이 너무 심해 샘솟듯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부아가 치민 조르랑 부인은 베르트와 오르탕스를 상대로 차례로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고, 딸들도 참지 않고 모두 엄마 탓이라며 대거리했다. 결국 조스랑 씨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다. 쓰러지면서 머리를 의자에 들이 받쳐 피가 흐른다.


17장


몇 달이 지나 봄이 왔다. 그 사이 옥타브는 에두앵 부인과 결혼식을 올렸다. 베르트 사건으로 여자가 두려워진 옥타브는 에두앵 부인을 남자처럼 대했고, 그러자 매우 친밀해졌다. 아무런 사심 없이 오직 업무에만 전념하는 그의 모습에 에두앵 부인은 점점 더 호감을 느꼈다. 어느 날 에두앵 부인은 옥타브의 제안대로 주단가게를 사들여 매장을 확장하기로 했다며 차분하게 결혼 얘기를 꺼냈다.


그 사이 주민들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오귀스트와 베르트 사이의 말썽을 단순히 지참금 문제로 빚어진 싸움으로 규정지었다. 뒤베리에는 조스랑 부부와 오귀스트 사이에 중재를 자청했고, 그즈음 주단가게의 자금 압박이 심해진 오귀스트는 조스랑 부부가 지참금 5만 프랑을 지급한다면 베르트를 다시 받아주기로 합의했다.


조스랑 부인은 다시금 바슐라르를 초대해 애걸복걸했다. 그러나 바슐라르는 파산했다며 버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스랑 씨가 끝내 숨졌다. 장인의 장례식을 계기로 오귀스트는 베르트를 조건 없이 다시 받아들인다.


뒤베리에는 정부인 클라리스에게 쫓겨난다. 아내 클로틸드는 그 사실을 듣고 심한 역겨움을 느낀다. 아내의 역겨움에 놀란 뒤베르에는 자살을 결심하고 화장실에 틀어박혀 총구를 입안에 넣고 쏘지만 총알이 빗나가는 바람에 왼쪽 턱을 뚫고 지나간다. 격분한 클로틸드는 자살할 거면 나가서 하라고 소리친다.


구르 씨는 피숑 부인 마리의 순산 소식을 전하며 3층의 작가 선생이 쓴 소설이 하도 지저분해서 경찰이 다녀갔다는 소식도 전한다. 그가 쓴 소설에 뒤베리에 얘기도 등장한다고 하자 주민들은 입을 모아 소설가를 비난한다.


베르트에게 해고당한 라셸이 건물 큰 계단 위에서 모든 부르주아 여성들에 대하여 경멸이 섞인 분노를 뱉어낸다. 자신은 하녀에 불과하지만 자신은 정숙하고, 매춘부 같은 건물 안의 부르주아 부인들 중에서 자신만한 여자는 한 명도 없다며 구역질난다고 고함을 질러댄다.


18장


아델은 스스로도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이미 9개월이었다. 당연히 태아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점점 배가 불러지는 그녀를, 조스랑 부인은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며 자신이 잘 먹여서 그런 것처럼 자랑한다.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아델은 자신이 저주받았다고 믿었고, 임신한 사실을 고백하면 경찰들이 자기를 잡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임신 사실을 감추는 데 급급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산통이 왔다. 격심한 진통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다가 새벽 세 시에 양수가 터졌다. 지독한 경련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해산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온몸이 빠개지는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을 끝으로 그녀의 양 허벅지 사이로 아이가 굴러 나왔다. 아델은 예전에 피숑 부인이 아이를 낳을 때 일손을 도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탯줄을 잘랐다. 그리고는 그대로 쓰러져 아침까지 잠이 들었다가 깬 아델은 갓난아이를 낡은 내의로 돌돌 싸서는 슈와죌 골목에 버리고 올라왔다. 다행히도 그 사이에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았다. 생전 처음으로 이번만은 행운이 아델 편이었던 것이다.


그날 저녁 뒤베리에 집에서 열린 만찬 분위기는 정겨웠다. 바브르 형제 내외, 조스랑 부인, 오르탕스, 트뤼블로, 캉파르동과 가스파린이 참석했다. 남자들은 5월 선거 때 파리를 온통 휩쓴 야당 후보들의 압승에 대해 토론했다. 잠시 후 이제는 옥타브 무레의 부인이 된 무레 부인이 들어왔다. 옥타브도 곧 참석한다는 말에 오귀스트가 일어나려 하지만, 베르트는 그러면 더 우스운 꼴이 되니 자제하라고 눈치를 주었다. 이윽고 옥타브가 당도하자 모두가 그와 호의적인 인사를 주고받는다. 뒤베리에는 상처가 나은 뒤로 턱뼈가 비뚤어져 거북스런 모습이었고 음성은 두 음 가량 내려갔다. 그러나 그는 곧 부장판사로 임명되고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을 예정이었다. 그는 한 해 전 영아살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뒤베리에는 처녀가 애를 낳은 것도 부족해 아이를 반으로 잘라 모자상자 속에 깊숙이 넣어두었던 여자에게 5년형을 구형했다고 자화자찬하면서 “파리를 온통 휩쓸어버릴 기세로 발호하는 퇴폐풍조에 맞서서 방파제를 세워야 할 때”라고 소리친다.


시계가 자정을 울리자 손님들이 한 둘 일어나 돌아간다. 옥타브는 슈와죌 가에서 겪은 2년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제 그는 파리를 정복했다. 옥타브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깍듯한 신사의 태도로 에두앵 부인의 드레스 자락이 계단의 쇠막대에 끼이지 않게 해주려 몸을 굽히며 아내의 뒤를 따른다.



분석


이 작품을 통해 졸라는 정작 위험한 것은 문학 속의 외설이 아니라 가짜 미덕, 위장된 정숙함이라고 역설한다. 〈살림〉 속에 등장하는 캉파르동, 쥐죄르 부인, 뒤베리에 판사 등이야말로 이러한 위선을 남김없이 체현하는 인물들이다. 또한 졸라는 당시의 여성들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이 탐독하는 몇몇 작가(디킨즈, 상드, 라마르틴, 월터 스코트 등)의 책들을 희화함으로써 낭만주의, 이상주의 작가들에 대한 경멸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살림〉의 부르주아들의 아파트는 어느 정도 돈이 있는 부르주아들만이 사는 곳으로 건물에는 소규모 수공업자나 노동자는 없다. 아파트 꼭대기층에 유일하게 목공이 살고 있을 뿐이지만 그는 문지기 구르의 핍박 속에서 그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밀려난다. 오직 하녀들만이 하층민으로 거주하는 셈이다. 하녀들은 뒷계단을 사용한다. 이 계단들은 닫혀진 문으로 중앙계단과 분리되어 있다. 사회계층 사이의 철저한 분리는 바로 이런 아파트의 공간적 분리에서 그대로 반영된다.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하는 계층, 즉 서민과 그들의 침입에서 자신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뤼블로는 옥타브에게 이곳의 복도가 오염되어 있다고 말하는데 목공이 만드는 양파수프 냄새를 말하는 것이다. 이 냄새는 〈목로주점〉의 노동자 공동거주 아파트를 오염시키는 비참한 서민의 냄새이기도 하다. 문지기 구르 씨 부부의 지대한 관심은 목공이나 제화여공 같은 노동자들이 이곳을 오염시키지 못하도록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목로주점〉에 교묘하게 내재된 사회통념(노동자들은 성적으로 문란하고 방탕하다고 보는 담론)은 여기에서는 구르를 통해 부르주아들의 당당한 담론으로 자리 잡는다. 구르에게서 방탕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정직하고 성실한 아파트 분위기를 해친다고 비난받으며 결국 쫓겨나고 마는 이 목공은 오히려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불륜관계를 가지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구르에 의해 아내를 자신의 꼭대기 방으로 데리고 들어 갈 수 없었던 목공의 분노 어린 성토나 여주인 베르트의 불륜을 폭로하는 하녀 라셀의 거친 욕설은 공허한 외침이 되고 만다. 더군다나 하녀들까지도 주인 앞에서 공개적으로 주인의 욕을 하는 라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느끼는 것을 볼 때, 부르주아들의 견제세력이 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극단적으로 심하게 사치를 부린 이 아파트는 구트 도르의 노동자 공동거주 아파트와는 너무나 다른 별천지로 보이는 곳이다. 그러나 이 아파트가 과시하는 부는 가짜 부이다. 입구 문은 인조대리석이며, 난간은 오래된 은처럼 보이게 한 모조품이다. 캉파르동의 아파트도 그럴 듯한 효과를 내기 위해 인조나무로 치장한 것이다. 도덕적 면이나 물질적 면에서 모두 외양만이 중요하다. 그러나 장중하고 엄숙한 중앙계단은 하녀들이 주인들을 험담하는 안마당과 이들 주민들(부르주아들)이 밤마다 하녀를 방문하기 위해 몰래 사용하는 뒷계단에 의해 위선적인 외양뿐임이 폭로된다. 이 아파트는 새로운 인류의 창조적인 관념도 이상도 없는 그저 돈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짓고 차별화를 만끽하는 속물들의 세계일 뿐이다. 여기서 일어나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 결혼관은 더욱 적나라하게 이들의 이중성을 폭로한다.

부르주아 가정에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신성함을 잃었다. 가정 내에서 돈에 관한 문제들이 중심에 있다. 부부간의 관계는 왜곡되었다. 졸라는 엄격한 시선으로 부르주아 가정 안을 들여다본다. 소설의 초안에서부터 졸라는 이 작품을 쓰는 유일한 목표는 겉으로만 도덕 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이 부패한 계급의 가면을 벗기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작가가 고발하는 이 세계에는 가족의 이미지와 가족에 의해 획득된 가치들은 타락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부르주아들의 위선을 강조하여 드러낸다. 그들은 진실과 진정성을 무시한다. 그들의 가정에는 겉치레와 체면, 속빈 광채들만 있다.

〈살림〉의 남녀관계는 모두 비정상적인 관계이다. 판사 뒤베리에는 아름답지만 성을 혐오하는 아내와 가학적인 정부 클라리스에 매여 있고, 트뤼블로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부르주아 여성보다 아무 것도 요구하지 못하는 하녀들의 방을 기웃거리고, 바슐라르는 온갖 지저분한 난봉을 피우고 다니며, 발레리는 밖에서 남자들과의 밀회를 즐기고, 오귀스트와 금전 결혼을 한 베르트는 옥타브와 불륜의 관계이다가 옥타브가 떠나자 다른 사람을 애인으로 삼으며, 캉파르동은 아픈 아내 로즈 대신 사촌인 가스파린과 동침하고 있으며, 조스랑의 아들 레옹은 젊고 예쁜 아내와 자신의 출세를 도와주는 연상의 과부와 함께 살고 있으며, 하인들과 하녀들 역시 주인들과 마찬가지로 어지러운 불륜의 관계 속에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연애의 즐거움도 결혼의 행복도 없다. 이들의 육체 역시 허약하거나 비정상적인 면모를 보인다. 발레리는 오래전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발작을 일으키며, 그녀의 남편 테오필은 항상 병약하고, 오귀스트는 심한 만성두통에 시달리며, 캉파르동의 아내 로즈 역시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린다. 구르의 아내 역시 몸이 아파 걸을 수 없다. 부르주아들의 돈과, 돈과의 결합을 통한 신분상승과 차별화의 욕망은 건강하고 활기찬 새로운 세상의 신인류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보여주지 않으며 조로의 모습만을 보여준다.

자본주의가 꽃을 피우면서 부르주아는 그야말로 굶주린 인간처럼 정욕과 탐욕에 빠져 향락을 즐겼다. 당시 프랑스 노동자들은 파리 코뮌(1871) 이후 노동자 지도자들을 포함해 너무나 많은 이들이 희생당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표면에 나서기보다 숨죽이고 있는 편이라서 부르주아들을 견제하고 비난할 만한 세력이 되지 못했다. 부르주아들은 이런 하층계급에 대해 한층 높은 도덕성을 보여주어야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이들의 생활과 문화는 육욕적 향락이라는 야비한 방향으로 발전된다. 이들 벼락부자들에게는 여성은 오직 향락의 대상일 뿐이었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투쟁에서 동지로서의 여성을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은 다시 부르주아 계급의 남자들을 위한 사치품으로 전락되었다. 이런 에로틱한 관능에 대한 욕망은 여성의 지위가 사회 속에서 실제로는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던 까닭에 즉시 받아들여졌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여성에게 요구하고 기대한 것은 모두 창가의 향락이었다. 〈나나〉는 노동자 계층에서, 〈살림〉의 베르트는 부르주아 계층에서 이런 향락의 대상들이었다.

졸라는 부르주아들이 수치스러운 일에 직면할 때마다 찾아가 의지하는 모뒤(Mauduit) 신부를 무능력하고, 위선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인물로 묘사한다. 이렇게 하여 모든 정신적 지주를 상실한 부패한 부르주아들을 강조하여 표현하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이미지들과 부르주아 집의 이미지를 병립시키면서 그는 둘 모두에 대한 자신의 경멸을 드러낸다. 신부들은 정도를 상실한다. 그들은 슈와죌 거리의 건물 전체, 서양 사회 전체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 이 사회의 원칙들은 사라져가고, 부패하고 위선적인 슈와죌 거리의 건물 전체는 그것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치를 상실한다. 이렇게 신부는 그 건물의 부르주아들에 대하여 어떤 힘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그들의 진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들과 공모자일 뿐이다.

〈목로주점〉의 구트 도르의 노동자 공동 거주 아파트의 악취 나는 계단이 모든 악취가 뒤섞이는 해로운 환경에서 서로 서로 오염되고 전염이 되는 과정을 상징하고 있다면, 〈살림〉의 부르주아지 아파트는 부르주아지의 이념과 현실간의 심각한 간격이 위선에 의해서 감추어지고 빈틈없이 은폐되어가는 과정을 상징한다. 졸라는 아파트라는 공간을 통해 바로 이런 위선을 탁월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정갈하고 준엄해 보이는 중앙계단은 하녀나 노동자가 출입하는 뒷계단과 하녀들만의 공간인 안마당과도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그러나 너무나 다른 세상인 안마당의 모습은 이들 부르주아들의 위선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이들의 운명, 출구 없는 미로, 죽음과 전락의 운명을 반영하고 있다. 출구 없는 공간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부르주아 아파트를 통해 부르주아들 역시 같은 운명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출구 없이 닫힌 세계에서 떠날 수 없는 이들의 운명은 죽음이거나 전락뿐이다. 〈목로주점〉의 노동자들이 알코올이라는 인공낙원의 생명수를 택하면서 점차 동물적으로 변모되어가면서 광인으로 끝난다면, 이 아파트의 부르주아들은 사랑 없는 욕정에 갇힌 동물, 돈의 지배에 삼켜진 희생자들이다. 졸라는 악취를 전염시키는 우물의 이미지와 악취의 결정판인 험담이라는 똑같은 비유를 사용함으로써 이 두 세계가 동전의 앞과 뒤처럼 같은 죽음과 전락의 운명임을 보여준다. 이들 부르주아지의 아파트는 그토록 구별 짓기를 원했지만 결국 모든 것이 똑같아지는 무화로 인한 부르주아지의 전락을 보여준다. 매일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될 것 같은 이곳에 두려움을 느끼고 떠나는 유일한 인물은 이곳 주민이 아닌 옥타브뿐이다.



▶ 참고 문헌 : 〈살림〉, 에밀 졸라 저, 임희근 역, 창작과 비평사

▶ 발췌(분석) 논문 :

1. 〈에밀 졸라와 페미니즘 : 반항하는 여성〉, 서영민(전북대)

2. 〈제 2 제정하의 부르주아지의 욕망과 두려움〉(에밀 졸라의 『목로주점』과 『살림』을 중심으로),

조성애(연세대)

3. 〈에밀 졸라의 가정요리(Pot-Bouille)에 묘사된 부르조아들의 삶〉, 손경애(덕성여대)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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