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쁨

루공 마카르 총서 제12권

by 글섬

작품 배경


〈삶의 기쁨(La Joie de vivre)〉은 1884년에 발표된 소설로, 『루공-마카르 총서』의 제12권이다. 1883년에 《질 블라스(Gil Blas)》 지에 연재되었고, 이후 1884년 2월에 《샤르팡티에(Charpentier)》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1863년부터 약 10년간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파리의 복부(Le ventre de Paris)〉에서 중심인물이었던 리자 마카르(Lisa Macquart)와 끄뉴(Quenu)의 딸 폴린(Pauline)이다.

폴린은 힘든 상황 속에서 온갖 궂은 일을 하면서도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 애써 즐거워하느냐고 묻는 노인에게 폴린은 이렇게 대답한다. “슬퍼질까 봐 두려워 저 자신을 잊으려고 애쓰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요. 거기에 온통 마음을 쓰면 나쁜 일도 참고 받아들일 수 있답니다.”



열 살 때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된 폴린은 아버지의 사촌인 샹토(Chanteau) 가에 들어가서 살게 된다. 폴린의 후견인 역할을 맡게 된 샹토 부부는 노르망디(Normandie)에서 10킬로 정도 떨어진 본느빌(Bonneville)이라는 작은 항구 도시에 살고 있다. “폴린은 첫 주부터 그 집에 기쁨을 안겨주었다. 예쁘고 건강한 소녀의 차분한 미소는 상토가의 험악한 분위기를 가라앉혀주었다.” 낙천적이고 다정다감한 폴린은 샹토 가에 팽배한 질병과 실의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샹토 가의 우울한 분위기는 특히 쇼펜하우어(Schopenhauer)에 심취한 19세 아들 라자르(Lazare) 때문인데, 라자르는 삶이란 허무한 것이라고 확신하며 비관주의와 허무주의에 심취해 이를 미완성 슬픔 교향곡에 표현하려 분투한다. 처음부터 샹토 부부는 근검절약이 몸에 밴 폴린의 태도에 감동받고, 폴린은 샹토 가족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형편이 어려운 샹토 부부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다부안(Davoine)과 동업하는데, 오히려 이 동업으로 인해 점점 더 곤궁해진다.


어느 날 샹토 부인의 죽은 친구의 딸이자 부유한 은행가의 딸인 루이즈(Louise)가 샹토가를 방문한다. 모든 집안의 관심이 루이즈에게 쏟아지자 폴린은 질투를 느끼고 집에서 기르는 개를 괴롭히며 화풀이를 한다. 폴린의 영향으로 라자르는 의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집을 떠난다. 폴린은 의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지만 선천적으로 이타적 성향이 강한 그녀였기에 질병과 가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심취하게 된다. 폴린은 지병인 통풍으로 고통 받는 샹토 씨를 매우 헌신적으로 돌본다. 샹토 부인은 폴린에게 교리문답을 비롯하여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들을 가르친다. 그러나 샹토 부인은 월경 같은 특정한 지식은 알려주지 않았는데, 폴린은 인체와 의학에 관심을 기울인다. 폴린은 샹토 부인이 특정 지식을 알려주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데, 여기서 졸라는 폴린이라는 인물을 통해 부르주아들의 괜한 수줍음에서 탈피한 여성 교육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졸라는 1868년 11월 29일에 《라 트리뷴(La Tribune)》 지에 기고한 글에서 “진실은 불처럼 모든 것을 정화한다.”라며 자신의 자연주의 작품에서는 진실을 밝히는 것을 목표로 했음을 분명히 한다.


폴린은 라자르와 사랑에 빠진다. 라자르는 해조류 분야의 약학 연구에 매진하기로 결심하고, 연구를 마칠 때까지 경제적 지원을 약속한 폴린 덕분에 동료와 함께 연구에 착수한다. 라자르와 폴린은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가 된다. 처음에 샹토 부인은 돈이 필요할 때마다 폴린과 상의하고 폴린의 유산을 빌려 썼는데, 차츰 폴린과 상의도 없이 임의대로 유산을 쓰기 시작한다. 폴린은 수전노에 가까울 만큼 검소한 성품이지만 사랑하는 샹토가를 위해 좀 더 관대해지기로 마음먹는다.


어느 날, 폴린의 친척인 사카르(Saccard)가 폴린의 유산을 관리할 목적으로 샹토 가를 방문하겠다고 알려온다. 샹토 부인은 폴린이 사카르의 방문을 요청했다고 의심하고 폴린을 괘씸하게 여기며 화를 낸다. 폴린의 유산 절반을 이미 탕진해버린 샹토 부인은 라자르와 폴린을 결혼시키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폴린과 라자르는 이미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니 더욱 문제없다며 결혼을 정당화시킨다. 샹토 부인은 라자르가 연구에 성공하면 폴린의 유산을 상환할 수 있으리라 낙관하고, 결코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폴린의 유산으로 연구를 진행해온 라자르는 해조류 관련 약학 연구에 실패하고, 실패한 후에도 계속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며 폴린에게서 자금을 차용한다. 선의로 가득한 폴린이지만 자신에 대한 샹토 부인의 감정이 악화되는 걸 감지한다. 뿐만 아니라 폴린은 라자르의 마음이 변하여 이제 루이즈를 사랑하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결국 폴린은 병에 걸려 끔찍한 고통을 겪는다. 폴린에게 진정한 연민을 느끼는 사람은 의사와 하녀 베로니크(Véronique)뿐이었다. 의사는 무뚝뚝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상환할 능력도 없는 샹토가가 폴린의 유산을 탕진하는 것을 비난하며 폴린에 대한 연민을 드러낸다. 폴린이 병이 나자 라자르는 깊은 연민을 느껴 폴린 곁에서 며칠씩 밤을 새우며 헌신적으로 간호하지만, 샹토 부인은 루이즈에게 폴린이 유산을 방만하게 관리해 샹토가에 불행을 유발한다고 비난한다. 샹토 씨와 루이즈는 폴린에게 호의적이었지만, 루이즈는 연적인 폴린이 샹토 부인의 미움을 받는 것을 내심 기쁘게 생각한다.


병세가 회복되어 가자 폴린은 라자르에게 이제 자신은 괜찮으니 루이즈와 산책이라도 나가라고 권하는데, 산책 중에 우연히 라자르와 루이즈가 입을 맞추는 모습을 목격하고 몹시 놀란다. 샹토 부인은 병에 걸리더니 폴린에 대한 편집증에 빠져 폴린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망상에 시달린다. 결국 병세가 악화된 샹토 부인은 끔찍한 고통 끝에 숨을 거둔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라자르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정신적인 혼란에 빠진다.


샹토가에 대한 사랑과 생의 기쁨을 끝까지 잃지 않는 폴린은 라자르와 파혼함으로써 그를 놓아주고, 라자르는 루이즈와 결혼한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라자르의 강박적인 행동이 심해지며 결혼생활은 불행해진다. 라자르는 강박증으로 인해 변변한 직업도 가질 수 없는데다, 루이즈에게조차 점점 무관심해지며 불행을 가중시킨다. 루이즈는 사산된 아이를 출산하는데, 폴린은 포기하지 않고 아기의 폐에 공기를 불어넣어 아기를 살려낸다. 그리고 18개월이 지나, 루이즈와 라자르는 여전히 서로 냉랭하기 짝이 없지만 그들의 아들 폴(Paul)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란다.


어느 날 태풍으로 본느빌이 황폐화되고, 하인 한 명이 자살한다. 샹토 씨는 통풍으로 끝없이 고통 받으면서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자살을 비난하며 슬픔과 불행 앞에서도 생을 위해 끝없이 분투하는 과정에 내재된 기쁨을 찬양한다.



분석


〈삶의 기쁨〉은 『루공-마카르 총서』 중에서 그 전형적인 흐름에서 가장 벗어난 작품으로, 그나마 〈쟁탈전(La curée)〉과 〈돈(L'argent)〉에 등장하는 아리스티드 사카르(Aristide Saccard)와, 〈살림(Pot-bouille)〉과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Au bonheur des dames)〉에 등장하는 옥타브 무레(Octave Mouret), 그리고 〈작품(L'œuvre)〉의 주인공 클로드 랑티에(Claude Lantier)와 〈사랑의 한 페이지(Une page d'amour)〉에 등장하는 랑보 씨(M. Rambaud)가 이 작품에 언급되는 정도가 『루공-마카르 총서』와의 연관성의 전부이다.

라자르와 폴린은 모두 졸라 자신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된 인물이다. 졸라 자신이 라자르처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 소설을 집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졸라는 고난 속에서도 폴린처럼 생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잃지 않았다.

폴린은 〈파스칼 박사(Le docteur Pascal)〉에 다시 등장하는데, 여전히 본느빌에 살면서 홀아비가 된 라자르가 미국으로 건너간 뒤 그의 아들 폴을 보살피며 살아간다고 언급된다.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영어판 위키피디아


매거진의 이전글여인들의 행복백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