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사생활정경 제16권
〈석류나무가 있는 집(La Grenadière)〉은 1832년에 《파리 리뷰(Revue de Paris)》에 발표된 단편 소설이다.
발자크는 초고에는 〈고아들(Les Orphelins)〉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가 1834년에 단행본으로 발행된 초판에는 〈석류나무가 있는 집〉이라는 제목으로 변경했다. 이 소설은 《마담 베쉐(Mme Béchet)》에서 「풍속 연구(Études de mœurs)」 파트의 「지방생활 정경(Scènes de la vie de province)」 시리즈로 분류되어 출간되었다가, 1842년 《퓌른(Furne)》 판에서야 『인간희극』의 「사생활 정경(Scènes de la vie privée)」으로 분류되어 출간되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두 명의 고아는 소설의 여주인공인 오거스타 빌렘상스(Augusta Willemsens) 부인의 두 아들이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우리는 이들의 운명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어머니가 죽으면서 소설이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큰아들 루이 가스통(Louis-Gaston)과 어린 동생 마리 가스통(Marie-Gaston)은 그저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이 소설의 배경은 생시르쉬르루아르(Saint-Cyr-sur-Loire)라는 마을로, “석류나무가 있는 집”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다. 발자크 자신이 1830년에 그의 연인 로르 드 베르니(Laure de Berny)와 함께 이곳에 머물렀다. 발자크는 이 집과 그 주변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로 소설을 시작한다.
“석류나무가 있는 집은 투르(Tours)의 다리 하류 쪽으로 약 1마일 떨어진 지점에 루아르(Loire)의 우안에 위치한 작은 집이다. 이곳에는 호수처럼 넓은 강을 따라 초록의 섬들이 산재하고, 강가의 암벽 위에 여러 채의 시골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하얀 석재로 지어진 집들은 하나 같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과일들이 무르익어가는 정원과 포도밭으로 둘러싸여 있다.(중략) 암벽 중턱에 위치해 교회에서 백 보 정도 떨어진 석류나무가 있는 집은 투렌(Touraine)에 남아있는 이삼백 년씩 된 아름다운 고택들 중 하나이다.”
석류나무가 있는 집은 낡은 집채에서부터 온갖 정성을 들여 가꾼 정원과 수수하면서도 운치가 있는 가구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행복과 소박함이 깃들어 있는 집이다. 이곳은 작은 포도밭과 과일 나무들이 있고, 아름다운 루아르 강이 흐르는 소박한 시골 낙원이다. 왕정이 복고된 해 봄에 빌렘상스 부인은 가정부와 두 아들을 데리고 이 집을 임대해 들어온다. 그녀는 상복을 입은 것처럼 단순하게 차려 입고 오로지 두 아들에게만 전념한다. 큰 아들 루이 가스통은 열 세 살이고, 작은 아들 마리 가스통은 여덟 살이다. 그런데 빌렘상스 부인은 얼굴에 병색이 완연하다. 그러나 여전히 아름답고 의연한 그녀는 아이들만큼은 자신의 고약한 건강상태를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 애를 쓴다.
빌렘상스 부인은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칩거생활을 하며 모든 편지를 태워버린다. 이중 몇 통의 편지는 인근에서 그녀를 흠모하는 남자들이 보낸 편지이다. 마을 사람들은 빌렘상스 부인에 대해, “받은 편지들을 죄다 태워버리는 게 그 부인의 습관이라더군. 마치 투렌느에서 보냈던 시간들에 대해서는 아주 사소한 것들조차도 그로 인해 마음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작심한 사람처럼 말이지.”라며 궁금해 하지만, 하루하루 그녀를 갉아먹는 정체불명의 고통으로 날로 쇠약해지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음으로써 그녀의 칩거생활을 존중해준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비밀스런 여인이 궁금하기만 하다. 저자는 그녀가 이곳으로 오기 전의 삶에 대해 암시적으로만 설명하고 있다. 그녀는 분명 어느 귀족과 결혼해 이곳에 숨어들어 아마도 가명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 불륜의 사랑이었던 걸까? 아니면 남편에게 버림 받았던 걸까? 그녀가 절망적인 순간에 “이제 곧 아비도 어미도 없이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던 그녀의 아이들은 그럼 누구의 자식인가? 이 집의 소유주 말에 따르면 임대 계약할 때 그녀가 서명한 이름은 브랑동(Brandon) 백작 부인이었다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그녀가 지금 남편과 소원해지고 그 어떤 병을 앓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들이 그녀에게 어디 아프냐고 물어봐도 그녀는 “그런 건 잊어버려야 해. 넌 알 필요가 없는 거야. 병명 같은 건 너는 몰라야 해.”라고 말하며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그녀의 죽음을 초래한 원인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실제로 그녀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죽기에 그 어떤 것도 전혀 짐작도 할 수가 없다.
죽기 전에 그녀는 큰아들의 교육에 각별히 심혈을 기울인다. 그녀는 큰아들에게 작은 아들 마리를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고 교육한다. 어머니와 두 아들 사이는 몹시도 친밀하고 애틋하다. 작은 아들 마리의 말로는, 이 아이들이 그녀 남편의 아이들이 아니며, 아이들의 아버지는 죽었다고 한다. 그녀는 죽기 전에 큰아들에게 그녀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 한 통을 써서 그녀의 남편에게 보내라고 지시한다. 자신의 시신을 합법적으로 매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녀는 그 편지에 아들들의 출생증명서도 동봉하며 이 문서들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가정부 아네트(Annette)에게 맡겨달라고 부탁한다. 또한 그녀는 “마리 빌렘상스(Marie Willemsens)”의 출생증명서도 함께 보내는데, 이건 그녀 자신의 출생증명서인 듯하다. 이 문서에 따르면 그녀의 이름은 레이디 브랑동(Lady Brandon)으로, 브랑동 경(Lord Brandon)의 아내이다. 그렇다면, 아들들의 성인 “가스통”은 무엇일까? 아이들의 아버지와 관련된 성인 걸까? 그러나 그 무엇도 전혀 알 수가 없다. 보아 하니 그녀가 큰아들 루이에게, 죽어가는 그녀를 대신해 루이가 편지에 썼던 내용들을 전부 잊어버려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던 것 같다. 마지막 성찬식이 열리고 그녀는 36세에 숨을 거둔다. 그녀의 무덤에는 “어거스타라는 이름으로 천국으로 간 불행한 여인”이라고 새겨진다.
결국 이 여인과 두 아들의 운명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두 젊은 부인의 회상록(Memoires de deux jeunes mariées)〉 제2부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골짜기의 백합(Le Lys dans la vallée)〉에서 펠릭스 드 방드네스(Félix de Vandenesse)가 죽음을 앞둔 모르소프(Mortsauf) 백작 부인을 만나러 가기 전에 여러 불행한 여인들의 사례를 되짚어볼 때에도 이 소설의 여주인공이 떠오른다.
〈여자 연구(Étude de femme)〉, 〈속(續) 여자 연구(Autre étude de femme)〉, 〈버림받은 여인(La Femme abandonnée)〉, 〈서른 살 여인(La Femme de trente ans)〉에서와 같이 이 소설에서도 발자크는 플로베르(Flaubert)의 〈부바르와 폐퀴셰(Bouvard et Pécuchet)〉가 수많은 학문들을 진지하게 연구할 때 보여주었던 예리함과 우아함, 그리고 소박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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