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사생활정경 제15권
〈메시지(Le Message)〉는 1832년에 《르뷔 데 되 몽드(Revue des deux Mondes)》 지에 발표된 단편 소설이다.
1833년 《마담 들로네(Mame-Delaunay)》에서 출판된 초판에는 두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당시엔 〈메시지〉가 아니라 〈충고(Le Conseil)〉라는 제목으로 〈위대한 브르테슈(La Grande Bretèche)〉와 함께 엮어 출간되었던 이 소설은 1834년에 《베쉐(Béchet)》 판에서는 따로 분리되어 출판된다. 이후 1842년 퓌른판에서는 『인간희극』의 「사생활 정경」으로 분류되어 출간되었다.
한 청년이 파리(Paris)에서 물랭(Moulins)까지 가는 합승마차에 오른다. 그는 돈이 부족해서 역마차의 지붕 위 좌석에 앉는다. 그의 옆자리에 한 젊은 신사가 앉는다. 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고, 둘 다 숫기 없는 순수한 청년들이었기에 서로 어색해 했지만, 나란히 앉아 가다 보니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된다. 대화가 이어지면서 서로 마음이 통하자 그들이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얘기까지 나오게 되는데, 알고 보니 두 사람 다 그들보다 나이 많은 유부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자 그들은 각자의 연인들을 향한 지극한 애정과 그녀들의 사랑스러움에 대해 경쟁하듯 이야기하며 남모르는 사랑으로 인한 고통까지 모두 털어놓게 된다.
그러던 중에 합승마차가 전복되어 옆자리에 앉았던 젊은 신사가 마차에 깔려 숨진다. 그는 숨을 거두기 직전에 함께 여행한 청년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고 그녀가 보냈던 편지들을 그녀에게 돌려주라고 부탁한다. 그녀의 이름은 줄리에트(Juliette)로, 몽페르장(Montpersan) 백작부인이었다.
그리하여 이 익명의 청년은 고인의 거처로 가서 그의 연인이 보냈다는 연서를 찾아서 들고는 몽페르장 백작의 저택에 도착해 백작 부부를 만난다. 백작은 추레하고 산만한 반면에 백작 부인은 우아하고 섬세해 보인다. 이윽고 줄리에트와 단둘이 대화할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줄리에트의 얼굴에 여실히 드러난 두려움을 보고 있자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결국 고인의 죽음을 차마 알리지 못하고 거짓말을 하지만 그녀는 진실을 간파해낸다.
“— 살아 있나요?
세상에, 이렇게 끔찍한 일이라니! 이런 일을 감당하기엔 난 너무 어렸기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얼이 빠진 듯한 이 불행한 여인을 그저 쳐다보았다.
— 선생님! 선생님! 그가 살아 있냐고요!
그녀가 외쳤다.
— 네, 부인.
— 정말이지요? 오! 진실을 말씀해주세요. 진실을 알고 싶어요. 네? 이렇게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고통스럽더라도 차라리 진실을 아는 편이 나아요.
이 말을 하는 그녀의 떨리는 음성 때문에 나는 그만 대답 대신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그녀는 희미한 비명을 지르며 무너지듯 나무에 기대섰다.”
그녀는 울면서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저녁식사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 한참 뒤에, 수척해진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를 사람들이 헛간에서 발견한다. 그녀의 남편은 아내의 부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식탐을 채우기에 급급했고, 그녀가 몸이 좋지 않다고 말하자 그걸로 그만이었다. 오히려 청년이 그녀의 절절한 절망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말수가 적고 몸가짐이 다소곳한 그녀에게서 고결한 영혼과 섬세한 감성이 느껴져, 이 세상에 몇 안 되는 사랑과 헌신의 고귀한 존재들 중 하나로 여겨졌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 무렵, 백작 부인은 청년을 따로 만나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를 얻지 못한다. 한밤중에 그녀는 청년의 방으로 조용히 들어와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고 청한다. 청년은 겨우 한 나절 사이에 부쩍 수척해진 그녀의 얼굴에 놀란다. 청년이 그녀의 편지들을 돌려주자 그녀는 그가 보냈던 편지들은 읽고 곧바로 태워버려서 그에 대해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오열한다. 그러자 청년은 죽은 신사가 잘라준 머리카락을 그녀에게 건네준다.
다음 날 청년은 백작 부인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날 저녁, 백작이 그를 마차에 태워 물랭까지 데려다준다. 물랭에 도착하자 백작은 파리에 사는 지인에게 갚아야 할 돈이 있는데, 청년이 그 돈을 지인에게 좀 전달해줄 수 있겠냐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편지와 함께 파리로 돌아가는 경비를 건네준다. 그 덕분에 청년은 파리로 돌아가는 경비 걱정 없이 파리로 돌아간다. 그는 “백작 부부가 서신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던 그 집에 도착해서야 줄리에트가 그에게 베풀어준 사려 깊은 묘책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녀는 청년의 곤궁한 처지를 눈치 채고 일부러 그런 부탁으로 호의를 표했던 것이다.
이 소설은 다소 혼란스러운 구성으로, 〈골짜기의 백합(Le Lys dans la vallée)〉과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발자크는 첫 구절에서, “나는 언제나, 젊은 남자와 그의 연인이, 마치 숲길에서 뱀을 만나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는 두 아이처럼, 두려움에 사로잡혀 서로의 마음으로 도피하는 이야기를 통해 순수하고 진실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충분히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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