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사생활정경 제17권
〈버림받은 여인(La Femme abandonnée)〉은 1832년 《파리 리뷰(La Revue de Paris)》 지에 발표된 단편 소설로, 1833년에 《마담 베쉐(Madame Béchet)》에서 「풍속 연구(Études de mœurs)」 파트의 「지방생활 정경(Scènes de la vie de province)」으로 분류되어 제2권에 실려 출간되었다. 1839년에 《샤르팡티에(Charpentier)》 출판사에서 재판되었고, 1842년에 《퓌른》 판에서는 아브랑테스(Abrantès) 공작부인에게 바치는 헌사와 함께 『인간희극』의 「사생활 정경(Scènes de la vie privée)」으로 분류되어 출간되었다.
1822년 봄, 젊은 파리지엥 가스통 드 뇌일(Gaston de Nueil)은 요양을 위해 바스노르망디주(Basse-Normandie) 시골로 보내진다. 그는 가족이 있는 바이외(Bayeux)에 머무른다. 그는 오래지 않아 이 시골생활이 몹시도 지루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보제앙(Beauséant) 자작부인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녀는 아주다 핀토(Ajuda-Pinto) 후작과의 불행한 모험을 체험한 뒤, 쿠르셀(Courcelles)의 바스노르망디 성으로 피신해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모든 초대를 거절하고 성에 틀어박혀 방문객을 제한하며 세상과 격리되어 지낸다. 이렇듯 특이한 그녀의 성격과 후작과의 모험에 대한 각종 억측들로 인해 그녀는 별난 사람으로 여겨진다. 가스통은 모든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 유명한 자작부인이 몹시도 궁금하다. 그는 그녀의 성 주변을 돌아보고 살펴보다가 결국 성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결심한다. 처음엔 하인이 나와 지금은 자작부인을 만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어느 상인 덕분에 결국 성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안으로 들어서자 가스통은 넋을 잃고 주눅들어버린다. 가스통으로서는 진정한 여성의 우아함을 대면한 것이다. 자작 부인은 가스통을 냉랭하게 대하지만, 그의 매력을 간파한다. 가스통은 그녀에게 한눈에 반해버린다. 그녀는 이 젊은 남자가 내비치는 순수한 사랑의 증표들을 우아하고 의연하게 버텨내고는 그를 피해 제네바(Genève)로 떠나버린다. 그러자 가스통이 제네바로 뒤쫓아 가 그곳에서 그녀와 다시 만난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9년 동안 열렬히 사랑한다. 자작부인은 버림받는 두려움조차 잊고 지낸다.
그러다가 가스통이 상속 문제를 해결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어 두 사람은 프랑스로 돌아온다. 가스통의 가족은, 특히 어머니는 자작부인을 보는 것조차 거부한다. 정숙함을 중시하는 그의 어머니는 따분하지만 유복한 젊은 처자를 가스통의 결혼상대로 정해 놓은 상태였다. 가스통은 이를 거부해야 마땅할 것이지만, 절망에 빠진 자작부인은 두 사람의 나이차를 두려워하며(가스통은 서른 살이고 그녀는 마흔 살이다) 그에게 그의 미래에 대해 잘 생각해보고 자유롭게 선택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의 진심은 가스통이 가족이 종용하는 결혼의 의무를 저버리고 그녀에게 돌아오기를 희망할 뿐이다. 불행하게도 가스통은 우유부단하게 머뭇거리기만 하다가 결국엔 그녀를 저버리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결정을 직접 알리지 않고 편지를 보내 알리는데, 자작부인은 이미 떠나고 없다.
얼마 후, 가스통은 결혼한다. 이로써 자작부인은 두 번 버려진 셈이다. 가스통은 결혼한 후에야 자신이 부르주아적 안위를 위해 열정을 희생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자작부인과 다시 시작하려 애를 쓰지만 허사이다. 그녀는 그의 편지를 읽지도 않고 되돌려 보낸다. 가스통이 돌연히 아내를 버리고 자작부인에게 다시금 간청하러 왔을 때 그녀는 심지어 창문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위협한다. 이 소식을 듣고 완전히 넋이 나가버린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스통은 자살한다. 화자는 그가 자신의 “입장”을 위해 사랑을 희생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소설은 단조로운 부르주아 삶의 평온함과 안락함을 사랑의 열정과 대조하고 있다.
『인간희극』에서 보제앙 자작부인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파리 사회에서의 그녀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 〈고리오 영감(Le Père Goriot)〉에서 이 인물은 “부유층”의 일부에 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초대 받아야 하는 살롱 그 자체이자 파리지엥의 기준이었다. 그녀의 친척인 외젠 드 라스티냑(Eugène de Rastignac)을 교묘하게 파리 사교계로 입문시켜 고리오 영감의 작은딸 델핀 드 뉘싱겐(Delphine de Nucingen)을 그에게 소개해주었던 사람도 바로 보제앙 자작부인이다. 델핀 드 뉘싱겐은 자작부인의 초대를 숱하게 거절했는데, 결국 자작부인의 마지막 송별 무도회가 열렸던 바로 그날 저녁에야 초대에 응했다. 자작부인은 후작에게 버림받은 모욕을 참을 수 없어 파리를 떠나기로 결심했는데, 파리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열었던 이 무도회에서 자작부인은 슬픔 속에서도 매혹적이었다.
이 소설을 통해 발자크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여자는 하루아침에 일시적인 열정에 굴하지 않는다. 사랑의 즐거움은 진귀한 꽃처럼 가장 세심하고 특별한 보살핌을 요한다.” 발자크는 가스통 드 뇌일이 일시적인 새로운 열정에 굴하여 오래된 열정을 한순간에 저버렸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 프랑스어판 위키피디아 번역
▶ 볼드 처리된 부분은 원작의 표현 그대로를 번역해 인용한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