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시카 이야기

1881년 / 글섬 옮김

by 글섬

작품 배경


〈코르시카 이야기(Histoire corse)〉는 1881년 12월 1일자 《질 블라스(Gil Blas)》 지에 모프리뇌즈(Maufrigneuse)라는 가명으로 처음 발표된 소설이다.



헌병 둘이 코르트(Corte)에서 아작시오(Ajaccio)까지 코르시카 죄수를 호송하던 중에 살해되었다. 그러나 해마다 이 고질적인 범죄의 땅에서 수많은 헌병들이 이 섬의 잔인한 농부들에 의해 살해당하고, 벤데타(vendetta; 코르시카의 친족에 의한 피의 복수)를 피해 산으로 도피한다. 사법관들에 따르면, 지금도 산꼭대기에는 백오십에서 이백 명에 가까운 은신자들이 여전히 공포감을 느끼며 전설적인 코르시카 잡목숲의 바위와 덤불에 숨어 살고 있다고 한다.


몬테 도로(Monte d’Oro)를 거점으로 당국의 코앞인 아작시오까지 세력을 뻗치고 있는, 거의 공식적인 마적단 벨라코시아(Bellacoscia)에 대해선 말할 것도 없다. 코르시카는 프랑스의 주이다. 따라서 이는 프랑스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일인 셈이다. 그런데도 아무도 정의에 대한 이 도발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아프리카 식민지들의 불명확한 국경에서 벌어지는 미개한 원주민 도적의 기습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의견이 분분하던가!


나는 이 장엄한 섬을 여행하면서 경험했던 아주 단순하지만 아주 독특한 기억으로 인해 이 살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나는 복수에 집착하는 이 종족의 기질 자체를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아작시오에서 바스티아(Bastia)로 가는 길이었다. 먼저 해안을 따라 이동한 뒤 야생의 불모지인 니올로(Niolo) 계곡을 거쳐 내륙을 통해 이동하는 경로였다. 니올로 계곡은 제노바인(Génois)이나 무어인, 프랑스인 들이 코르시카를 침공할 때마다 코르시카 빨치산들이 피신하던 장소로, 이곳으로 피신하면 추격이 불가능해 난공불락의 장소였기 때문에 자유의 요새라고 불렸다. 내가 머무는 여관 주인들조차도 코르시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기에 나는 친구의 편지로 경로를 추천 받고 물어물어 찾아가야 했다.


나는 먼저 광대한 아작시오 만을 따라 간 뒤, 이내 계곡 속으로 길을 잡아 산을 향해 갔다. 군데군데 개천을 만났는데 물이 거의 말라 있었다. 물줄기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위 틈새로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긴 했다. 이 불모의 나라는 야생 그 자체였다. 인근 산들의 둥근 봉우리들은 작렬하는 태양 아래 웃자란 누런 풀들로 무성했다. 가끔씩 걸어서, 혹은 말을 타고 산을 오르는 주민을 만나곤 했는데, 다들 등에 소총을 메고 있었다. 그들은 사소한 모욕에도 상대를 죽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섬 전체가 향료 식물들의 날카로운 향기로 가득했다. 가파른 산들의 거대한 습곡 사이로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이따금 마주치는 가파른 경사에서는 산꼭대기에서 굴러 떨어진 돌무더기 같은 회색의 뭔가가 떨어져 내렸다. 그곳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마을로, 새 둥지처럼 거대한 산 위에 작은 마을이 거의 보이지 않게 매달려 있었다. 저 멀리로는 거대한 밤나무 숲이 덤불처럼 보였고, 이 나라 특유의 어마어마한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나는 바위와 잎사귀를 타고 가느다란 물줄기가 흐르는 샘물가에 앉아 미리 준비해온 점심거리를 꺼내 먹었다. 그런 다음 말을 빠르게 몰아 광대한 사곤(Sagone) 만을 돌아 카르제즈(Cargèse)를 통과했다. 피아나(Piana)를 지나자 갑자기 환상적인 장밋빛 화강암의 숲으로 들어섰다. 시간에 의해, 비와 바람에 의해, 소금기 묻은 바다 거품에 의해 침식된 경이적인 모습의 기둥과 봉우리들로 이뤄진 숲이었다. 기이한 형태의 바위들과, 간혹 오벨리스크처럼 수백 미터에 달하는 바위들, 버섯처럼 생기거나 식물처럼 잘려진 바위들, 나무줄기처럼 꼬인 바위들이 불그스름하거나 푸른빛 도는 잿빛의 온갖 기괴한 형태로 거대한 미로를 이루고 있었다. 어떤 바위는 웅크린 사자의 형상 같았고, 또 어떤 것은 수도자처럼 보였으며, 무시무시한 악마나 거대한 새의 형상까지, 악몽에서나 볼 법한 온갖 기괴하고 환상적인 동물들 모습의 바위들이 즐비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미로를 벗어나더니 쪽빛 바다 속에 붉은 화강암 벽으로 둘러싸인 포르토(Porto) 만이 나타났다.


음산한 오타(Ota) 골짜기를 힘들게 올라간 뒤, 해질 무렵에야 에비사(Évisa)에 도착했다. 친구의 편지로 추천 받았던 파올리 칼라브레티(Paoli Calabretti) 씨의 집 대문을 두드렸다.


큰 키에 약간 구부정한 그는 폐결핵 환자 특유의 침울한 분위기였다. 그는 내가 묵을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름답고도 음울한 방이었다. 그가 이따금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섞어 쓰며 코르시카어로 만나서 반갑다는 말을 비롯해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있을 때,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양에 그을린 피부와 크고 검은 눈, 날씬한 허리와 갈색 머리의 자그마한 여인이 치아를 드러내고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면서 프랑스어로 인사를 하더니 내가 들고 있던 모자와 여행 가방을 한 손으로 빼앗아 들고는 남편에게 저녁식사 때까지 손님에게 주변을 안내해주라고 말하며 활기차게 우리를 밖으로 몰아냈다.


나는 칼라브레티 씨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그는 걸음도 말도 느렸다. 기침을 자주 했는데, 기침할 때마다 “이 계곡의 서늘한 공기 탓이죠. 그게 제 가슴을 기습한 거죠.”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거대한 밤나무들 아래로 이어지는 외진 오솔길로 안내했다. 그러다 갑자기 멈춰 서더니 바로 여기서 그의 사촌 장 리날디(Jean Rinaldi)가 마티외 로리(Mathieu Lori)에게 살해되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도 장과 함께 현장에 있었는데, 마티외가 그들과 열 걸음 떨어진 곳에 나타나더니, 장을 향해 “장, 알베르타스(Albertacce)에 가지 마라. 안 그러면 내가 너를 죽일 거다. 난 경고했다.”라고 외쳤다. 칼라브레티와 장은 어떤 여자 때문에 폴리나 시나쿠피(Paulina Sinacoupi)를 뒤쫓아 가던 길이었다. 칼라브레티가 장의 팔을 붙잡으며 가지 말라고, 저 놈이 진짜 널 죽일 거라고 만류했다. 하지만 장은 마티외를 향해 “나는 갈 거다, 마티외. 내 길을 막을 자는 네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칼라브레티가 미처 총을 조준할 새도 없이 마티외가 총을 내려 장을 향해 발사했다. 장은 펄쩍 솟구치더니 칼라브레티를 향해 쓰러졌다. 그 바람에 칼라브레티의 총이 바닥으로 떨어져 저만치로 굴러가 버렸다. 장은 입을 크게 벌린 채 숨져 있었다.


나는 칼라브레티에게 그래서 마티외를 죽였냐고 물었다. 그는 오랫동안 기침을 하더니 마티외가 산으로 도망쳐 버렸다고, 그래서 이듬해에 그의 동생이 마티외를 죽였다고 대답했다. 그의 동생이 바로 그 유명한 살인범, 칼라브레티라고 했다. 자그마치 14명의 헌병을 살해한 그 유명한 살인자 칼라브레티 말이다. 그는 니올로 산속에서 니콜라스 모랄리(Nicolas Morali)와 함께 6일 동안 난전을 벌이다가 결국 굶어 죽었다.


이야기를 마친 칼라브레티는 체념한 어조로, “그게 이 나라 방식이죠.”라고 말했다. 자신의 폐결핵에 대해 “이 계곡의 서늘한 공기 탓이죠.”라고 말할 때와 똑같은 어조였다.


다음날 부부는 나를 붙잡기 위해 사냥을 계획했고, 그 다음날은 또 다른 일정을 제안했다. 나는 코르시카 살인자들에 대한 온갖 얘기며, 참수된 헌병들 얘기며, 갖은 벤데타 얘기들을 끝도 없이 들으며 날렵한 산골 주민들과 협곡 사이를 뛰어다녔다. 이야기를 마친 사람들은 한결같이 칼라브레티와 똑같은 말을 덧붙였다. “그게 바로 이 나라 방식이죠.”


결국 나는 그곳에 나흘간 머물렀다. 키가 무척이나 작고 젊고 매력적인 코르시카 여주인이 나를 오래되고 절친한 친구나 형제처럼 대해주었기에, 떠나기 전에 나는 그녀를 내 방으로 끌고 가서, 파리에 돌아가면 그녀를 위한 선물을 보내주고 싶으니 원하는 걸 말해달라고 청했다. 그녀는 한사코 사양했지만 나 역시 한사코 고집을 피운 덕에 결국 그녀는 “정히 그러시다면 작은 권총 한 자루를 보내주세요. 아주 작은 걸로.”라고 말했다. 나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그녀는 목소리를 낮춰 은밀한 어조로, 그걸로 제부를 죽일 거라고 말했다. 나는 질겁했다. 그러자 그녀는 한쪽 팔에 감겨 있던 붕대를 풀어 내게 팔을 내보였다. 군데군데 단검에 베인 상흔이 역력했다. 그녀는 내가 머물러 있던 내내 그 팔을 쓰지 못했었다. 그녀는 자기가 그 놈만큼 강하지 못했다면 그 놈은 자기를 죽였을 거라고 말했다. 남편은 그녀를 잘 알고 있는데다 몸까지 아프니 질투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그녀가 복수를 해야만 피가 진정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정숙한 여자인데 그 놈은 소문만 믿고 있다고, 그 놈은 남편을 질투하기 때문에 분명히 다시 시도할 거라고, 그때 그녀에게 권총이 있다면 그 놈을 반드시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권총을 보내주기로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나는 권총 손잡이에다 ‘당신의 복수를 위해’라고 새겼다.



▶ 〈Histoire corse〉 원문 번역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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