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야기

1881년 / 글섬 옮김

by 글섬

작품 배경


〈개 이야기(Histoire d'un chien)〉는 1881년 6월 2일자 《르 골루아(Le Gaulois)》 지에 처음 발표된 소설이다.



최근 언론에서는 동물 보호소를 설립해달라는 동물 보호 협회의 요구에 일제히 부응했다. 이는 주인 없는 떠돌이 개들에게 올가미를 씌우는 당국의 현 정책 대신 이들에게 먹이와 임시 거처를 제공해주는 일종의 수용소이자 피난처가 될 예정이다. 이 사안에 대해 언론에서는 동물의 충직함과 지능, 헌신을 상기시키며 동물의 놀라운 통찰력에 대해 언급했다.


나는 잃어버린 개 이야기를 하려 한다. 특별히 지능이 높은 개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개 이야기로, 온전히 실화이다.


파리 교외의 센느(Seine) 강변에 어느 부유한 부르주아 가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우아한 저택과 넓은 정원, 여러 필의 말과 여러 대의 마차를 보유하고 여러 하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이들 중에 프랑수아(François)라는 마부가 있었다. 그는 친절하지만 다소 서투르고 어리숙한, 남들 말에 잘 속는 시골 출신 젊은이였다.


어느 날 저녁 그가 주인집으로 돌아오는데 개 한 마리가 그를 졸졸 따라왔다. 처음에 프랑수아는 그 개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개가 너무나 고집스럽게 그의 뒤를 따르자 그는 혹시 자기가 알고 있던 개인지 살펴보았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개였다. 배에 커다란 젖들이 늘어져 있는, 지독히도 야윈 암캐였다. 개는 꼬리를 뒷다리 사이에 숨기고 두 귀는 머리에 찰싹 붙인 채, 굶주리고 애처로운 표정으로 그의 뒤에서 종종걸음을 쳤다. 그가 걸음을 멈추면 따라서 멈추고, 그가 다시 걸어가면 개도 따라서 걸어왔다.


그는 이 비쩍 마른 개를 쫓아버리고 싶어서 “가라, 가! 훠이! 저리 가!”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개는 몇 발자국 도망치다 멈춰 서더니 그가 돌아설 때까지 기다렸다. 그가 다시 걸음을 내딛자 개도 다시 그를 쫓아왔다.


그는 돌을 집어 드는 척했다. 그러자 개는 좀 더 멀찍이 도망쳤다. 하지만 그가 등을 돌리자마자 되돌아왔다. 연민을 느낀 프랑수아는 개를 불러보았다. 개는 수줍게 다가와 늑골을 드러내면서 등을 둥글게 말았다. 프랑수아는 개의 비참한 몰골이 안쓰러워 개를 쓰다듬어 주었다. 개는 곧바로 꼬리를 흔들더니 그의 앞을 마구 뛰어다녔다.


프랑수아는 마구간의 밀짚 위에 개집을 마련해주었다. 그런 다음 빵을 얻으러 부엌으로 달려갔다. 개는 프랑수아가 가져다준 빵을 배불리 먹고는 동그랗게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주인집에서는 프랑수아가 개를 기르도록 허락해주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개는 집안에 끊임없는 문제를 일으켰다. 그 개는 암캐들 중에서 유난히 문란한 개였던 것이다. 일 년 내내 그 고장의 모든 수캐들이 밤낮으로 그 개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그렇게 몰려든 수캐들은 저택의 정원을 둘러친 생 울타리에 있는 온갖 출입구를 통해 교묘히 드나들었고, 꽃들을 뽑아버리고 화단 여기저기에 구멍을 파놓아 정원사를 화나게 했다. 뿐만 아니라, 수캐들은 마구간 주변에 진을 치고 앉아 밤새도록 울부짖었고, 낮이면 집 안까지 들어왔다. 주인집 식구들은 불시에 수캐들과 마주쳤고, 주인집 아이들은 발바리, 사냥개, 불도그, 뉴펀들랜드 등 온갖 종류의 개들을 피해 도망 다녔다.


어쨌거나 프랑수아는 그 암캐에게 코코트(Cocote)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코코트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코코트는 놀라운 번식력으로 온갖 종자를 망라하는 새끼들을 줄줄이 낳았다. 4개월마다 프랑수아는 꼬물대는 새끼들을 강물에 던지러 가곤 했다.


코코트는 몸집이 커졌다. 비쩍 야위었던 코코트는 이제는 너무나 살이 쪄버려 걷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프랑수아는 코코트가 참 착한 녀석인데 너무 문란한 게 문제라고 말하곤 했다.


정원사는 매일 불평했다. 요리사도 마찬가지였다. 개들이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화단을 망치거나 음식을 훔쳐 먹었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집주인은 프랑수아에게 코코트를 쫓아내라고 명령했다. 프랑수아는 눈물을 흘렸지만 복종해야 했다. 그는 코코트를 맡아줄 사람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코코트를 원하지 않았다. 결국 프랑수아는 코코트를 내다 버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어느 짐마차꾼에게 부탁해 코코트를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에 내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코코트는 다시 돌아와 마구간의 개집에서 평온하게 잠들었다.


화가 난 주인은 프랑수아를 불러 내일 아침까지 책임지고 코코트를 물에 집어던지지 않으면 프랑수아를 내쫓겠다고 말했다. 코코트를 몹시 사랑했던 프랑수아는 처음엔 차라리 마부 일을 그만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코코트를 매달고 다니는 이상 그 어떤 일자리도 얻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니 코코트를 강물에 내던질 수밖에 없었다. 프랑수아는 10수를 주고 그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까도 생각해봤지만, 다른 사람이 코코트를 처리하면 코코트가 마지막 순간에 너무 고통 받을 것 같았다. 코코트는 분명히 그 사람이 자기를 죽일 생각이라는 걸 모두 간파할 테니 말이다. 결국 고민 끝에 프랑수아는 날이 밝으면 자신이 직접 코코트를 강물에 집어던지기로 단호히 결심했다.


프랑수아는 잠들지 못했다. 그가 새벽에 튼튼한 밧줄을 들고 코코트에게 가자 주인을 본 코코트는 몸을 흔들며 주인을 반겼다. 프랑수아는 주저앉아 코코트를 무릎 위에 올린 다음 오랫동안 주둥이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 다음 마음을 다잡고 일어나 코코트에게 “가자”라고 말했다. 코코트는 산책을 나가는 줄 알고 꼬리를 흔들었다.


그는 코코트를 데리고 강둑으로 올라갔다. 그는 수심이 깊어 보이는 지점을 눈여겨 본 뒤, 밧줄의 한쪽 끝을 코코트의 목줄에 붙들어 맸다. 그리고 다른 쪽 끝에는 커다란 돌멩이 하나를 묶었다. 잠시 후, 그는 코코트를 품에 안고 마치 이별하는 사람에게 하듯 격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그는 코코트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부드럽게 흔들어주었다. 코코트는 기분이 좋은 듯 가르랑댔다. 그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그렇게 계속 코코트를 품에 안고 흔들어주며 열 번을 던지려다 실패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독하게 마음을 다잡고, 있는 힘을 다해, 가능한 한 멀리 코코트를 던져버렸다.


처음에 코코트는 헤엄을 치려 들었다. 하지만 무거운 돌멩이 때문에 계속해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코코트는 발버둥을 치다가, 처음엔 머리가 사라지고, 버둥대던 뒷다리마저 뒤이어 사라지더니 몸 전체가 물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수면에 기포가 일었다. 프랑수아는 물밑 진흙 바닥에서 고통으로 몸을 비트는 코코트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프랑수아는 하마터면 백치가 될 뻔했다. 그는 한 달 동안 심하게 앓았다. 그는 코코트에 대한 기억에 시달렸고, 코코트의 짖는 소리가 끝없이 환청으로 들렸다. 그가 코코트를 강물에 던진 게 4월 말경이었는데, 6월경에야 마침내 상태가 호전되었다. 6월 중순경에 프랑수아는 주인집 식구들과 함께 루앙(Rouen) 근처에 있는 주인의 사유지로 여름을 보내러 갔다.


날이 무척 더운 어느 날 아침, 프랑수아는 센느 강으로 물놀이를 하러 갔다. 물속에서 놀고 있을 때, 문득 어디선가 악취가 나서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짐승의 썩은 시체가 강물에 떠내려 오는 걸 발견했다. 그는 털 색깔에 놀라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목에 썩은 밧줄이 조여져 있었다. 다름 아닌 코코트였다. 파리에서 무려 240킬로미터나 떨어진 그곳까지 떠내려 왔던 것이다.


프랑수아는 벌떡 일어났다. 이 기적 같은 코코트의 복수에 정신이 나가버린 그는 무시무시한 공포에 휩싸인 채 정신없이 옷을 다시 입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는 온종일 이렇게 혼이 나간 상태로 아무데나 떠돌아다녔다. 해가 지자 길을 찾으려 애를 썼지만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뒤로 그는 개라면 절대로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온전히 실화이다. 이렇게 죽은 개를 다시 만나는 기이한 만남이 아니라, 6주나 지난 뒤 24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예전에 기르던 개를 발견한다면, 나라면 분명히 전혀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길거리에 갈 곳 없이 떠도는 가련한 동물들은 매일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 보호 협회의 요구대로 동물 보호소가 설립된다면, 강변으로 떠내려 오는 네 발 달린 짐승의 시체가 이제 다소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Histoire d'un chien〉 원문 번역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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