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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섬 Jan 12. 2023

고마워요, 작가님

토닥토닥, 쓰담쓰담

     적응이 느리다. 아니, 느려졌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던 듯한데 이것도 나이 탓인지 모르겠다. (나이가 드니 죄다 나이 탓으로 돌릴  있어 편하다.)


     브런치 알림에 '라이킷'이 자꾸 떠오른다. 라이킷? 하루가 촘촘하게 돌아가는 나로선 글만 올려두고 또 다른 일로 빨려들어 그만 잊는다. 그런데 잊을 만하면 또 라이킷이 뜬다. 라이킷, 라이킷, 되뇌이며 하루가 지나간다. 그러다 갑자기, 아! 라이킷! 좋아요의 브런치 버전임을 그제야 터득한다.


     으이그, 으이그, 하며 브런치를 열어 라이킷을 찾는다. 내 눈은 장식품에 불과해(장식품은 맞는 거지?), 늘 그렇듯 한참을 못 찾는다. 드디어 클립 꽂힌 하트를 발견하고는 스스로 기특해져 공연히 씨익 웃는다. 거기까지다. 다시 하루에 쫓겨 뛰어다닌다. (정작 하루는 나 쫓는 데 관심 없을 텐데도)


     오늘 아침, 문득 라이킷이 궁금해졌다. 브런치를 열어 보니 며칠째 거의 모든 글에 라이킷을 누르고 있는 한 작가가 눈에 띈다. 그의 글을 본다. 섬세한 사람이다. 그러니 상처도 많겠다. 뒤적뒤적 그의 글을 본다. 몇 개나 읽었을까. 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딱히 잘 쓴 글이라고 생각지 않았는데도 읽다 보니 토닥토닥, 한다. (그렇다면 분명 잘 쓴 글이다.)


     SNS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떤 경로로든 일반인의 글을 접하기 어렵다. 취향이 고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나지 않았다. 어렵사리 짬이 나는 시간들을 모아모아 고집스럽게 책을 읽는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서가 아니다. 나로선 책이 곧 나이기 때문이다.


     이제 알겠다. 브런치는 토닥토닥, 쓰담쓰담의 장이란 걸. 갓 내린 커피 잔을 들고 씨익 웃는다. 브런치를 위해 하루를 재배열하며 가만히 말한다. 고마워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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