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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책임

by 글섬

페달을 밟을 때마다 조마조마했던 어젯밤 퇴근길만 해도 오늘 자차 출근은 어림없지 싶었다. 아침 운동길에 마주한 대로변은 놀랍도록 깨끗했다. 겨우 하룻밤 사이에 이토록 완벽한 제설이 가능한 나라는 아마도 분명 우리나라밖에 없지 싶다.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내가 잠든 사이 누군가는 캄캄한 밤을 밝히며 진창의 도로를 긁어내는 장면을 떠올리자 감사를 넘어 저절로 숙연해진다. 왼쪽, 오른쪽, 날이면 날마다 어지럽도록 시끄럽지만, 누군가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낸다. 가만가만 자기 일을 밀고 가는 분들이 곳곳을 지켜내고 있기에 그나마 평안한 오늘이다.


아침 운동을 갈 때만 해도 아파트 안팎이 얼룩덜룩했는데 돌아오는 길엔 보도가 시퍼런 배를 드러내고 있다. 연세도 많으신 분들인데, 그 애씀에 경비원 분들께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오늘 내가 이만큼 안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여러 곳에서 손길을 보태는 사람들의 단단한 책임을 생각하니 칼바람도 견딜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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