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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이야기

by 글섬

통증으로 깊은 잠에서 끌어 올려진다. 처음 느끼는 통증이다. 일단 부정하고 램 수면의 달콤함을 다시 소원하려 애써 보지만 세상만사 각기 저 나름의 자의식 충만이다. 가슴 부위에서 상부로 이어지는 제법 또렷한 통증이다. 여긴 식도염? 급기야 눈을 감은 채 몸을 일으킨다. 앉은 채 존다. 지난 한 주는 쓰나미 같았다.


나의 하루는 일정하다. 이 일관성에 맞춰 직장을 구했을 정도로 어제의 복사판이다. 술은 두어 달에 한 번쯤, 그것도 반주 정도로 마신다. 삼시 세 끼 거의 정확한 시간에 섭취한다. 딱히 채식주의자는 아니어도 육식보다 식물성 식단, 그것도 생식을 선호한다. 야식은 전혀 없고 폭식은 피로가 충분히 차오른 주말에 두세 끼씩 해준다. 다음 한 주를 버텨내기 위한 포석이다. 운동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20년째다. 장기 여행을 떠나는 주엔 당연히 못하지만, 매일 2만보 가까이 걷는 여행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 기간 역시 제외랄 수 없다. 응, 맞다. 더도 덜도 아닌 수도 생활 그 잡체다.


아침에 일어나 식도염을 검색한다. 당연히 아는 바 그대로이다. 딱 하나,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

흠.. 이거라면 병명이 뭐든 일가견 있다.


거꾸로일 수 있다. 애초에 내겐 과로가 소화불량으로 직통하는 기능이 있다. 몸 말고 인간관계로 인한 고단함에는 더욱더 직방이다. 내 몸의 기본 옵션이 기능성을 극대화해 간밤의 결과물을 일구는 그림. 매우 개연성 있다.


예민함은 나의 힘이다. 과민함이 웬수 같았던 시기를 지나 완연히 어른이 된 후부터는 이 예민함도 특유의 소심함도 소중했다. 그 반대가 놓치는 것들에 비하면 소화불량쯤으로 퉁치고 얻어지는 것들의 힘을 나는 안다. 그런 힘이 필수인 사람이라 주어진 기능이다.


하지만 시간.

시간은 거대한 소멸점을 향한 통치자다. 이제 하나씩 내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식도락은 너무하다.


아이가 독립하고 사는 재미도 독립했다. 아침에 눈을 떴기에 하루를 살아낸다. 하루를 살아낸 대가로 안온한 집으로 돌아올 권리를 취득한다. 주중에 너무 바빠 끼니마다 강제 소식을 당하고 주말만 학수고대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주말이면 버티느라 소진한 힘을 하필 식도락으로 메웠다. 마라 같은 건 취향이 아니다. 주로 연어나 수육 같은 보양식이었기에 과식해도 괜찮다는 암묵적 합의를 본 줄 알았다.


내 몸은 늘 그렇듯 내 생각과 다르다. 이번엔 좀 많이 달랐나 보다.


건강을 생각하지 말자. 소진되었을 에너지 따위도 잊자. 뭐든 너무 염두에 두어 생긴 일이다. 내 껀데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게 있다. 생각.


뇌를 비워야 할 시간이다. 잇츠 타임 투 렛 잇 고.

렛잇고렛잇고 목청껏 노래할 때부터 알아봤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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