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베르 대령

풍속생활연구 - 사생활정경 제23권

by 글섬


작품 배경


1832년 《라르티스트(L'Artiste)》 지에 〈타협(La Transaction)〉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짤막한 소설은 1844년에 수정되고, 1847년에 증보되어 콘스티튀시오넬(Constitutionnel) 지에 새로이 연재된다.


『인간희극』의 「사생활 정경」으로 분류되는 이 소설은 발자크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이다. 발자크는 『인간희극』에 등장하는 가상의 가문의 문장들을 그려준 이다 뒤 샤르텔레(Ida du Chasteler)에게 이 소설을 헌정했다.


〈샤베르 대령(Le Colonel Chabert)〉은 발자크의 인물 군상 중에서 감동적인 인물로, 그 자체로 나폴레옹 1세(Napoléon Ier)의 근위대원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다.


샤베르 대령이라는 인물은 『인간희극』의 다른 작품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반면에(〈시골 총각의 살림살이(La Rabouilleuse)〉에서 필립 브리도(Philippe Bridau)가 아일라우(Eylau) 전투에서의 샤베르 대령의 영광스런 진격을 떠올리는 장면을 제외하고), 데르빌(Derville)을 비롯해 이 소설의 여러 중심인물들은 이전, 혹은 이후 작품들에 재등장한다. 샤베르 대령이 자신의 신분과 권리를 회복할 수 있도록 재정적, 법적으로 지원해주는 소송대리인 데르빌은 『인간희극』에서 중요한 법률적 인물로, 〈음모(Une ténébreuse affaire)〉에서 보르뎅(Bordin)의 후임으로 재등장한다. 데르빌은 샤베르 대령의 아내의 소송대리인이기도 하다. 그녀는 소송을 피하고 합의를 제안하자고 회유한다. 데르빌은 또한 〈곱세크(Gobseck)〉에서 그랑리외(Grandlieu) 자작부인의 재산을 복원시켜 명성을 얻은 인물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데르빌은 〈고리오 영감〉의 소송대리인이기도 하고, 〈창녀들의 영광과 비참(Splendeurs et misères des courtisanes)〉에서는 곱세크의 조카딸인 에스더 곱세크(Esther Gobseck)를 위해 곱세크의 유언집행자로 재등장한다.




일곱 명의 서기가 일하는 데르빌 소송대리인 사무실에 한 노인이 들어선다. 몹시도 낡은 옷을 걸친 추레한 그의 행색에 서기들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 노인은 이 사무실의 사장인 소송대리인 데르빌과 상담을 원한다고 말한다. 서기들은 자정까지 데르빌과의 상담은 불가능하다고 답한다. 사환이 노인에게 신원을 묻자 노인은 아일라우 전투에서 사망한 샤베르 대령이라고 답하고는 나간다. 샤베르 대령은 한밤중에 다시 사무실을 찾아온다. 그는 데르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이아생트 샤베르(Hyacinthe Chabert)는 나폴레옹의 이집트(Égypte) 원정에 참전해 황실근위대 대령으로 진급한다. 대령은 로즈 샤포텔(Rose Chapotel)과 결혼해 호화로운 사저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얼마 후 대령은 아일라우 전투에 참전하게 된다. 나폴레옹이 러시아의 차르 알렉산드르 1세와 대결한 아일라우 전투는 승리에도 불구하고, 상승(常勝)장군 나폴레옹의 전사에서 ‘하강의 전환점’으로 불릴 만큼 고전을 면치 못한 전투로 기록되고 있다. 차르의 군대를 추적하던 나폴레옹 군대는 폴란드와 러시아의 국경에 인접한 설원과 진창의 아일라우에서 수만의 병력을 잃으며 상처뿐인 승리를 거둔다. 러시아군의 돌격에 목숨을 잃을 뻔한 나폴레옹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주인공 샤베르는 파리로 귀환하기까지 온갖 불운을 겪는다. 황제의 근위대원이었던 그는 러시아군의 가격에 두개골이 절단되어 전장의 시체구덩이 속에 내버려지는 바람에 전사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그는 시체구덩이 속에서 겨우 살아나, 수년 동안 오디세우스적인 온갖 모험들을 겪은 뒤에야 구사일생으로 프랑스로 돌아온다.


그리하여 1817년에 샤베르는 아내 로즈를 다시 만나지만, 그녀는 이미 부유하고 유력한 귀족과 재혼해 두 아이를 두고, 이제는 페로(Ferraud) 백작부인이 된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로즈가 대령의 전 재산을 처분한 상태였다. 대령의 재산은 로즈와 국고, 파리의 구제원들에 배분되었는데, 나폴레옹이 세금의 일부를 로즈에게 되돌려준 덕분에 로즈는 왕정복고시대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여 높은 사회적 지위에 도달할 수 있었다. 로즈는 대령의 편지에 아예 답하지 않는다. 그녀는 대령이 살아있다고 하자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며 그의 존재를 부정한다. 따라서 샤베르로서는 극도의 궁핍함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의 불행한 처지는 1815년 나폴레옹이 몰락하고 왕정이 복고된 이후 반급(半給)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제국시대 군인들의 공통된 운명이었다.


데르빌은 거짓말 같은 노인의 사연에도 불구하고 대령의 사건을 수임하기로 한다. 샤베르는 자신의 재산과 신분과 아내를 되찾고 싶어 한다. 그러나 대령의 아내는 전 남편의 존재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녀는 남편의 실종으로 막대한 재산을 챙겼고, 그 재산 덕분에 공포정치(Terreur) 시대에 이주해온 페로 백작과 결혼했다. 백작은 돈 한 푼 없이 프랑스로 돌아와 1808년에 나폴레옹을 거부한다. 그러나 그는 상류 계급이었기에 왕정복고시대 이후에 신분을 회복했다.


로즈는 자신의 신분과 재산, 그리고 지금의 남편을 잃을까 봐 두렵다. 그러나 그녀는 데르빌의 사무실에서 샤베르를 직접 대면하고는 그가 사기꾼이 아니라는 걸 인정한다. 데르빌은 샤베르에게 재판을 벌이지 말고 합의하자고 권한다. 샤베르는 백작부인과 합의할 의사가 있었다. 그러나 로진이 샤베르에게 교태를 부리며 유혹하는 척하여 샤베르가 자신이 사기꾼이라고 인정하는 법적 서류에 서명하게 만든다. 나중에 샤베르는 속았다는 걸 깨닫고 로즈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샤베르는 자신의 위엄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로즈에게 더 이상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린다.


정직한 소송대리인 데르빌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샤베르는 모든 불명예스러운 합의를 포기하고 구제원으로 사라져버린다. 구제원에서 그는 익명으로 7번째 방의 164번으로 살아간다. 몇 년이 지난 뒤 데르빌은 한 남자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데, 반은 광인의 상태로 비참하게 죽어가는 그를 처음엔 누구인지 미처 알아보지 못한다. 이내 그가 샤베르라는 걸 알아본 데르빌은 “이 무슨 운명인가! 고아원 출신인 그가 이제는 양로원에서 죽어가고 있다니! 나폴레옹을 호위해 이집트와 유럽을 정복했던 그가 아닌가!”라고 탄식한다. 샤베르를 통해 마주했던 혐오스럽고 비참한 현실에 진저리가 난 데르빌은 파리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분석


뚜렷한 색채를 지니는 이 힘찬 이야기의 인기는 그 추동력이 되는 상징들의 힘으로 설명된다. 악덕과 대결하는 미덕, 정당한 법률의 무력함, 특히 나폴레옹 전설 등이 그러한 예이다. 실제로 〈시골 의사〉보다 일 년 앞서 나폴레옹에 대한 추억들이 이 작품의 페이지들마다 되살아난다. 그 역할은 나폴레옹 황제의 근위대 장교였던 샤베르와 제국 군대의 병사였던 베르지노를 통해서 이야기된다. 특히 아일라우 전투 묘사는 매우 놀라워서, 때로는 〈샤베르 대령〉을 〈군대생활 정경〉에 분류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군대생활 정경〉에 포함되는 작품은 단 두 권에 그치고 만다. 바로 〈올빼미당〉과, 군대 생활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사막에서의 정열〉(1830)이다. 편지들에서 자주 언급되듯이, 본래 발자크는 나폴레옹 제국의 영광을 노래하는 대작을 쓸 계획이었으며, 〈전투〉라는 제목까지 생각해두고 있었다. 그는 에슬링 전투를 이야기하는 작품을 쓰기 위해 1835년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구상은 결국 미완으로 그치고 말았다.


『인간희극』에서 군대생활과 관련된 장면들은 단편적이고 부차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예컨대 나폴레옹 궁정에서 탈레랑과 푸셰의 불충을 이야기하는 〈음모〉(1843)에 묘사되는 예나 전투(1806)나, 러시아에서 퇴각하는 나폴레옹 군대의 참상을 이야기하는 〈아듀〉(1830)의 베레지나 도하 작전(1812) 묘사 등이 그러하다.





▶ 프랑스어판 위키피디아 번역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리오 영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