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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섬 Apr 02. 2023

눈은 예쁘다

미처 몰랐다. 눈이 그토록 예쁜 줄. 아니, 눈만 예쁜 줄.


마스크를 벗자 모르는 얼굴이다. 아니, 뚱한 얼굴이다. 눈은 늘 친절했다. 눈은 늘 예뻤다. 얼굴은 너무 많은 게 발산된다. 과도한 정보는 불친절을 수반한다. 뭐 그렇게까지 많은 걸 전달할 필요는 없는데.. 감당하기 버겁다. 눈만으론 그저 안타까움이었는데 얼굴은 짜증을 감추지 못한다. 눈은 다만 놀라움만 같았는데 턱끝으로 비난이 떨어진다. 얼굴은 너무 많다.


갑자기 너무 많아진 얼굴들에 눌려 터덜터덜 걸음이 느려지던 퇴근길에 벚꽃이 새삼스럽게 피어 깜짝 놀란다. 언제부터 거기서 그리 활짝 웃고 있었던 걸까. 분명 매일 출퇴근하던 길인데. 이미 며칠 전부터 피었던 게 확실한 벚꽃나무 아래 서서 생각한다.


처음부터 눈은 그리 예뻤다. 다만 눈에만 집중해줄 눈을 갖지 못했을 뿐.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마음에다 마스크를 씌워야겠다. 눈만 볼 수 있도록. 쓸데없이 많은 걸 표현하는 나머지 얼굴은 가리고 나 몰라라 예쁜 눈만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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