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지방생활정경 제6권
〈유명한 고디사르(L’Illustre Gaudissart)〉는 1833년에 처음 출판된 소설로, 1843년에 원본보다 분량을 줄여서 『인간희극』 제6권에 편입된다. 〈시골의 뮤즈(La Muse du département)〉와 더불어 〈시골에 온 파리 사람들(Parisiens en province)〉이라는 소제목의 연작 중 하나이다.
우스꽝스런 풍자문의 형태를 띠고 있는 이 짧은 소설은 7월의 군주제를 대표하는 인물에 대해 그에 합당한 특성을 부여하고 있다. 펠릭스 고디사르(Félix Gaudissart)는 발자크가 그 열광적인 물질주의를 개탄하며 자주 조롱하는 근대 사회처럼 지나치게 활기차고 유혹적이며 유능하다. 고디사르는 자신이 흥분하는 목적도 알지 못한 채 그저 생산을 위해 생산한다. 그는 필요한 모든 지식을 갖추고, 도처를 돌아다니고, 모든 것을 체험하지만, 그 모든 것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파산한 세자르 비로토(César Birotteau)를 그가 구해낼 때 처음 그가 보여준 뛰어난 성과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상업과 판매에 대해서만 탁월한 재능이 있다.
발자크는 이 소설에 화가 도미에(Daumier)가 그린 삽화를 싣고 있다. 무엇이든 팔 수 있지는 인물의 캐리커처이다. 그는 자신보다 영리한 사람을 상대로 바람을 잡다가 결국 그 자신이 구매하게 된다. 투르(Tours) 인근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한 노인이 고디사르에게 오래전부터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게 된 포도주를 팔아먹는다.
유쾌하고 신랄한 어조로 서술되는 흥미로운 도입부에서 발자크는 모더니티 문명을 조망한다. 요컨대 빠른 속도로 유동하고 변화하는 근대적 풍경을 관찰하는 그의 시선은 ‘경탄’과 동시에 ‘의혹’에 사로잡혀 있다. 발자크는 1830년대가 “물질적 발전과 정신적 개발을 접합시키는 대전환의 시대”임을 날카롭게 포착하면서, 그런 변화를 표상하는 사회적 징표인 ‘외판원’(Commis voyageur)의 활력과 능력에 경탄한다. ‘외판원’이라는 단어의 수식어 Voyageur가 의미하듯(여행하고 이동하는), ‘프랑스 지방 곳곳으로 이동하면서 마케팅’을 하는 그는 속도와 활력, 유통과 유동으로 요약되는 자본주의적 근대사회의 특성을 구현하는 새로운 전형이다. “파리에서 태어난 사상을 지방으로 전파시키는 외판원은 마치 사물과 인간들을 실어 나르는 합승마차와도 같지 않은가? (중략) 이 인간 발화물은 모든 걸 아는 척하고, 속고 속이는 인간이다. (중략) 따지고 보면 파리 사람도 시골 사람도 아닌 그는 지방을 수도로 연결시키는 고리가 아니겠는가?”
1831년, 36살의 고디사르는 뭐든지 아는 척하며 똑똑한 체하는 세일즈맨 외판원이다. 당당하고 활기찬 성격, 유창한 달변과 비즈니스 능력, 그리고 태동하는 자본주의의 선구자이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내는 1830년대의 역동적인 외판원으로서 온갖 악덕에 익숙한 그는 자신이 모든 이들의 친구라고 주장한다. 남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고, 타인의 습관이나 관심사, 혹은 재정 상태를 추측하는 게 그의 일이다. 외판원으로서 탁월한 능력을 지닌 그는 그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물건까지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발자크에 따르면, “말을 한다는 건 그 자체로 사람들이 당신의 말을 듣게 만드는 유혹이다.” 그렇기에 구변 좋은 이 판매원은 그의 희생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 순박한 시골 사람들에게 허황된 일을 떠벌여 재고품을 사게 하거나 쓸모없는 보험을 사게 만들어 그들을 속여 먹는 게 그의 장기이다. 고디사르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며, 그 누구보다 우월하기에 누구든 속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아내 제니(Jenny)에게 끊임없이 허풍을 떨어댄다.
고디사르가 등장하는 부분에서 발자크는 중요한 근대성의 양상 중 하나인 ‘정신의 상품화’ 현상에 대해 지적한다. “특히, 1830년(7월 혁명) 이후, 정신은 가치 있는 상품이 되었다.” 정신 활동의 결과들을 재빨리 상품으로 전환시키는 이런 현상은 근대사회의 중요한 변화 양상으로서 자본주의 시스템의 부정적 측면으로 흔히 지적되는 ‘물신숭배’(Fétichisme)와 소외적 ‘사물화’(Réification) 현상을 지적하는 것이다. 사용가치보다는 교환가치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본의 위력은 인간의 정신마저도 사물과 상품으로 바꾸어 버리며 이윤을 추구한다. 그래서 본래는 ‘아르티클-파리’(Article-Paris) 사에서 생산하는 모자 외판원이었던 고디사르도 이젠 정신 활동의 산물인 신문과 잡지, 그리고 제조업과는 달리 자본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보험업으로 주업종을 바꾼다. “1830년 8월 이후 그는 모자 판매와 아르티클-파리를 떠났다. 파리 사업계에서 더 차원 높은 영역으로 투신하기 위해, 제조업 물건들의 장사는 그만두기로 했다. (중략) 모두가 알다시피, 7월 혁명 이후 수많은 낡은 사상들이 복구되었으며, 능란한 사업가들은 그런 사상들을 쇄신시켜서 팔아먹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제 외판원 고디사르가 판매 커미션을 챙기게 되는 주품목은 두 개의 정치신문인 《글로브(Le Globe)》(생시몽주의 기관지)와 《무브망(Le Mouvement)》(중도 좌파 성향의 입헌왕정파 기관지)과, 당시 새로운 시장성을 지닌 출판물로 부상하던 어린이들을 위한 잡지 《주르날 데 장팡(Journal des Enfants)》의 정기구독자들, 그리고 보험회사인 《아쉬랑스 데 카피토(Assurance des Capitaux)》에서 고객들의 자본을 유치하고, 생명보험과 정기보험 계약자들을 모집하는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투르(Tours) 근처의 부브레(Vouvray)에서 참패를 당한다. 발자크의 말에 따르면, 투르 지방 사람들은 태생이 느긋하고 영리하며, 아무도 침범하지 않는 그곳에서 프랑스 정원의 사랑스러움과 포도밭에서 영그는 포도를 즐기며 살아간다. 염색업자 베르니에(Vernier)는 고디사르의 허황된 장삿속을 단박에 간파하고는, 그의 미심쩍은 보험 상품을 그 지역에서 괴짜로 소문난 마르가리티스(Margaritis)에게 권해보라고 보낸다. 마르가리티스는 오로지 그의 농원에서 생산된 포도주 두 통을 팔아먹으려는 편집증에 사로잡혀 종잡을 수 없는 비이성적인 언어를 늘어놓는데, 고디사르는 이 광인을 부브레의 유력 인사라고 믿는다. 이런 아이러니컬한 착각 덕분에 고디사르의 박식한 담론은 거침없이 발화된다. 그리하여 이 작품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판원 고디사르와 광인 마르가리티스 사이의 독백 같은 대화는 응수와 반어의 연속으로 빈번하게 전환되며, 결론 없는 말장난, 의미 없는 메시지로서 허공을 가른다. 고디사르는 마르가리티스에게 ‘글로브’의 정기구독 마케팅을 하면서 유창한 정치적 담론으로 당대의 이념적 지평들을 두루 포착해낸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는 이제 멈추어야만 할 겁니다. 크리스트가 신 앞에서 인간들의 평등을 선포하러 오신 그 날부터 말이죠. 하지만 그 평등이란 게 지금까지는 가장 통탄스러운 환상에 불과하지 않았던가요? 그런데, 생시몽이 크리스트의 보충자로 등장한 거지요.”
그러나 고디사르는 보험을 팔아먹기는커녕 오히려 마르가리티스에게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와인을 구입하겠다고 설득당하고 만다. 덕분에 마을 전체가 박장대소한다. 그리하여 고디사르가 자신의 상대방이 한낱 광인이었음을 비로소 깨닫는 순간, 그의 낭패감과 분노는 극에 달한다. 고디사르는 격노해 권총을 꺼내며 베르니에에게 결투를 청한다. 그러나 베르니에는 고디사르의 권총이 총구가 너무 커서 명중시키기 어렵다고 충고하며 서로의 명예를 위해 서로 조용히 돌아가자고 말한다. 두 사람은 맞서서 서로 죽일 듯이 으르렁대지만, 결국엔 고디사르가 베르니의 멋들어진 속임수에 속아 넘어갔다는 걸 인정하고, 가장 저렴한 ‘주르날 데 장팡’의 정기구독 20건을 계약하는 것으로 마감한다.
프랑스의 산업혁명은 대혁명기에 취해진 여러 법적, 제도적인 정지(整地) 작업을 통한 전근대적인 사회 경제 제도들의 철폐와, 이어 제1제정기의 시의적절한 제도적 정비를 토대로 삼아 전개된다. 근대자본주의를 특징짓는 산업자본의 형성은 바로 이 산업혁명의 결실인 것이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경제 질서는 큰 변화를 겪는다. 세상은 이제 빠르게 자본 중심의 사회로 이동한다. 세상은 자본을 축적한 자들, 즉 부르주아들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된다. 따라서 산업사회는 곧 부르주아지의 사회인 것이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세상은 이처럼 혈통 중심의 낡은 귀족 사회에서 돈 중심의 새로운 부르주아지의 사회로 변화한다. 발자크는 『인간희극』에서 이와 같은 변화, 즉 근대자본주의의 확립과 돈의 힘, 부르주아지 계급의 부상, 그리고 그로 인한 전통 귀족 계급의 세력 약화 등 당시의 사회 경제적인 구조 변화를 누구보다도 먼저 포착하여 분석해 보여주고 있다.
산업혁명은 생산과 시장의 발달을 촉진하여 시장중심의 경제를 성립시키는 데도 기여한다. 공업화로 공장제 공업이 발달하면서 상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도시화로 도시 인구의 증가와 함께 사람들은 일상의 소비를 가내 수공품보다는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상품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된다. 이에 따라, 대량생산된 제품의 소비가 증가할수록 제조업자들은 자신의 제품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고디사르의 직업을 가만할 때, 발자크는 산업혁명에 의해 야기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그 새로운 접촉 방식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외판원은 과거에는 사람들이 몰랐던 직업으로 현시대의 풍속이 만들어낸 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외판원은 마차가 물건과 사람을 실어 나르듯 생각들을 실어 나른다. 외판원은 그처럼 생각을 이동시키고 생각들을 서로 충돌케 한다. 외판원은 광원 속에서 빛을 발하는 책임을 맡아 우둔한 사람들 사이로 그 빛을 비춘다. 외판원은 대량생산되는 물건과 신제품들에서부터 신문 잡지 서적에 이르기까지 곳곳으로 여행을 하면서 판매를 하는 근대 자본주의의 태동과 함께 생겨난 직업이다. 그는 판촉을 위해 기업 등 생산자가 생산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돌아다닌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외판원 또한 광고의 한 형태이다. 그러기에 외판원은 살아있는 광고 전단인 것이다. 또한 외판원은 태동하는 자본주를 알리는 사자로서 자본주의 사회 안에 준동하는 온갖 역동성과 발전상을 보여준다.
그런데 발자크에게 외판원은 훨씬 더 고상한 직업이다. 생각들을 전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취급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들을 소비자들에게 설명하여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그 정보들을 충분히 습득해야 한다. 이를테면 그가 취급하는 상품이 서적일 경우 그 서적이 다루는 분야의 지식을, 신문일 경우 그 신문이 지향하는 정치적 관점과 사상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지식을 습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습득된 그 정보와 생각들과 사상들은 파리를 비롯하여 지방 도시와 시골의 무지한 사람들을 깨우치는 역할도 수행한다. 또한 그가 전하는 생각들은 현지인들의 그것들과 서로 충돌하면서 논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 시기에 외판원은 문명과 진보 그리고 새로운 개가의 전도자로 간주되었다. 그런 외판원은 1844년 경 파리에만 6만 명이 있었으며 그들 역시 그 유명한 고디사르에 버금가는 능력 있는 외판원들이었다. 시대가 만들어낸 그와 같은 고디사르들을 엠마뉘엘 파유타즈(Emmanuel Faillettaz)는 이렇게 평가한다. “고디사르는 그의 시대의 흔적을 뚜렷이 지닌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그는 그의 시대의 물질적, 정신적 측면의 큰 변화에 매료된다. 영리한 그는 경제생활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요구들에 즉각 적응한다.”
고디사르는 처음에는 모자 외판원이었다. 사람을 한번 붙잡았다 하면 끈끈이처럼 달라붙어 온갖 감언이설로 자신의 상업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야마는 그의 끈질김과 재주와 기술은 곧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 파리의 도매상들이 함께 일하자며 그에게 몰려들었다. 그는 이미 스물두 살에 그의 강력한 상업적인 자력을 보여줌으로써 그 분야의 전형이 되었다. 명성과 신용으로 그에게 쏟아지는 찬사를 보고 친구 피노(Finot)의 아버지는 아들의 그런 친구를 ‘유명한 고디사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기에 이후로는 모두가 그를 그렇게 불렀다. 외판원으로서 그는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았으며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그는 삶이 마치 저널리스트 같기도 하여 “파리 사업계의 살아있는 문예란”이기도 했다.
포피노(Popinot)가 생크-디아망(Cinq-Diamants) 거리에 세자르 비로토 가게의 분점을 차려 머릿기름의 출시를 위해 고디사르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그는 이미 “외판원의 왕”이 되어 있었다. 아주 긴요하게 포피노의 법관 삼촌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던 고디사르는 포피노의 요청에 쾌히 응한다. 그는 포피노의 “광고 전단 배포를 자신이 책임지겠으며 광고 문안 작성은 어릴 적 친구인 피노에게 맡기겠다”고 약속한다. 그리하여 ‘살아있는 광고 전단’인 고디사르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광고 전단을 배포하고 광고 포스터를 붙이는 등 포피노가 생산하는 머릿기름의 홍보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포피노가 고디사르와의 사업적 동맹조약에 대해 득의양양하게 이야기하자 고디사르의 유명세와 광고 효과와 판매 촉진의 위력에 대해 익히 알고 있던 세자르 비로토는 이미 백만장자가 되어버린 것처럼 한껏 고무된다. ““우리에겐 그 유명한 고디사르가 있어. 우린 이미 백만장자가 된 거야!”라고 향수 화장품 상인은 그의 가게 계산대 점원의 손을 잡으면서 소리쳤다.”
고디사르는 이처럼 ‘살아있는 광고 전단’으로 그 자신이 곧 광고이다.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광고 벽보를 붙이고 광고 전단을 배포함으로써 고디사르라는 광고는 엄청난 광고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공장제 생산에 의한 상품의 대량생산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접촉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는데 발자크는 그 새로운 변화 양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새로운 접촉 방식인 광고의 잠재적인 위력에 대해서도 예리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특히 〈유명한 고디사르〉는 그 점에 대해 증거가 되어주는 작품이며, 고디사르라는 인물은 작가의 그 통찰을 알려주는 메신저이다.
▶ 발췌 논문 :
1. 발자크의 작품 속의 광고 - 〈세자르 비로토〉, 〈유명한 고디사르〉를 중심으로,
김중현, 프랑스학회
2. 〈발자크의 ‘근대적 인간’〉, 〈유명한 고디사르 L'Illustre Gaudissart〉,
임헌(서울대), 한국프랑스학회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상기 논문의 내용을 제 임의대로 압축해 줄거리 형태로 요약한 것입니다.
▶ 볼드 처리된 문장은 역자가 원작을 번역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