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지방생활정경 제8권
〈노처녀(La Vieille Fille)〉는 에밀 드 지라르뎅(Émile de Girardin)이 출간한 《프레스(La Presse)》 지에 연재소설로 발표된 뒤, 1837년 《웨르데(Werdet)》에서 「풍속 연구(Études de mœurs)」 중 「지방생활 정경(Scènes de la vie de province)」에 편입되어 출판된다. 이후 1839년에 《샤르팡티에(Charpentier)》 판본으로 재출판되고, 1844년 《퓌른(Furne)》에서 〈골동품 진열실(Le Cabinet des Antiques)〉과 함께 「지방생활 정경」의 〈경쟁 관계(Les Rivalités)〉 연작으로 편입된다.
이 작품은 그르느레이 쉬르빌(Greneraye Surville)의 왕실 토목 기사였던 발자크의 매제 으젠 미디(Eugène Midy)에게 헌정된 것이다. 그러나 발자크는 1844년에 이 소설의 원고를 백작부인 기도보니-비스콘티(Guidoboni-Visconti)에게 선사했다.
지방 생활과 정치 및 금융 경쟁, 그리고 다양한 “사회공동체”에 대해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소설은 발자크의 소설 중에서 단연코 가장 풍자적인 작품이다.
1816년, 알랑송(Alençon)에 마흔 살의 뚱뚱하고 순진한 노처녀 로즈 코르몽(Rose Cormon)은 아직도 그녀의 신분에 합당한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훌륭한 부르주아 가문 출신의 그녀는 알랑송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 중 하나이다. 그녀는 삼촌과 함께 살고 있는데, 삼촌은 그녀의 후견인이기에 언젠가는 삼촌의 재산을 상속받을 터이다. 코르몽 집안은 대대로 치안 판사직과 주교직을 지낸 명문가로, 로즈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프랑스 삼부회의 대표자로 추대되었을 정도이다. 로즈와 그녀의 삼촌이 살고 있는 집은 마을 정중앙에 위치하며 아늑한 실내와 아름다운 외관을 갖춘, 건축적으로 매우 뛰어난 유물이다. 로즈는 집을 열성적으로 관리했고, 그녀의 구혼자들은 그녀의 집이 귀족이나 군수에 적합하다고 여긴다. 로즈에게는 구혼자가 많았지만 정치적으로 격변의 시기였던지라 그 어떤 권력자에게도 선뜻 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전쟁이 이어졌고, 로즈는 나이 들어갔다. 과년해지자 로즈는 나이가 많은 남자와도, 나이가 어린 남자와도 결혼할 수 없게 되었다. “결혼 계획이 무산될 때마다 이 불행한 여인은 점차 사람들을 경멸하게 되더니 결국엔 이성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냉혹하고 엄격해졌고, 보상심리로 스스로를 완벽하게 가꾸려 했다. “그녀는 남자들이 거부한 거친 다이아몬드를 신을 위해 깎고 다듬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로즈는 점점 더 늙고 뚱뚱해졌기에 급기야 이제 더는 결혼을 원치 않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로즈에게는 두 명의 구혼자가 있었는데, 한 사람은 앙시엥 레짐(Ancien Régime)의 격식을 여전히 준수하는, 나이 많고 잘 생긴 슈발리에 드 발루와(Chevalier de Valois)이고, 또 한 사람은 프랑스 혁명기의 총재정부(Directoire) 시절에 주식 투기업자였던 부스키에(Bousquier) 씨이다. 한 사람은 과격왕당파로 대단한 명문가 출신이고, 다른 한 사람은 뼛속까지 평민인 공화주의자이다. 두 사람은 모두 로즈 코르몽의 “은화로 가득한 아름다운 두툼한 손”을 열망하고 있었는데, 슈발리에는 혁명 이전에 누렸던 자신의 호화로운 생활을 되찾기 위해서였고, 부스키에는 자신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였다.
파리에 혁명이 발발하자 슈발리에는 알랑송으로 내려왔다. 무일푼인 그는 세탁소 꼭대기 층에 살면서 의상을 완벽하게 갖춰 입고는 뛰어난 사교술을 발휘해 상류층 사람들과 매일 외식을 하고 카드놀이를 하며 지낸다. 그의 매너는 흠잡을 데 없고 화술도 능란하다. 비록 그는 무일푼이었지만, 모두가 그가 어느 정도 수입이 있다고 여기게 만들었다. 그의 수입원은 카드놀이뿐이었는데, 얼마 후엔 그의 옛 전우가 그에게 진 빚을 갚았고, 정부 연금도 신청해 어느 정도 수입이 생기게 되었다. 발자크는 슈발리에에 대해 “세상 그 어떤 곳에서도 이렇듯 기생충 같은 인간이 이토록 온순한 모습으로 나타난 적이 없다.”고 설명한다.
부르키에도 나이가 많고, 파리에서 왔다. 나폴레옹 추종자였던 그는 혁명 덕분에 재산을 모았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몰락하자 정치적 기반을 잃고 가까스로 파산을 면할 처지가 되자 왕당파로 전향해 알랑송으로 내려왔다. 그는 돈 많은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알랑송으로 내려왔지만 청혼을 두 번 거절당했고, 로즈에게도 한 번 거절당했다. 그는 재정 능력과 사업수완이 뛰어나기로 소문나, 심지어는 시장이 될 거라는 소문도 있었다. 왕당파가 주도권을 잡았을 때 그는 왕당파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이에 몹시 실망한 그는 알랑송 자유당의 비밀 지도자가 되었다. 선거 때 그는 자유당의 보이지 않는 실세로 활약해 복구된 왕정에 상당한 해를 끼쳤다.
이들 두 구혼자 외에도 아무도 모르게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이 세 번째 구혼자는 전사한 군인의 아들인 아타나즈 그랑송(Athanase Granson)이다. 그는 비록 가난했지만 23살의 약간 천재적인 청년이다. 그는 로즈와 먼 친척 관계로, 어머니인 그랑송 부인과 함께 산다. 로즈는 그를 등기소에 취직시켜주었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어머니를 부양하고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 로즈와 결혼하고 싶어 했지만, 내심 진심으로 로즈를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가난하고 로즈보다 훨씬 어렸기에 로즈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다.
아타나즈를 제외한 두 구혼자는 로즈를 상대로 자신들의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정반대되는 현재를 구현하며 은밀한 투쟁에 돌입한다. 부스키에는 슈발리에가 그가 세 들어 사는 집의 여주인이자 세탁소 주인인 세자린(Césarine)과 비밀리에 결혼했다고 주장하며 슈발리에를 비방한다. 그러자 이를 복수하기 위해 슈발리에는 수잔느(Suzanne)를 이용한다.
어느 날 수잔느가 슈발리에를 찾아와 임신했다며, 파리로 갈 생각이니 돈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슈발리에는 그저 웃으며 그녀의 함정에 걸려들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수잔느에게, 부스키에에게도 같은 수작을 부리라고, 그래서 만일 부스키에가 돈을 주지 않으면 임산부 지원센터를 찾아가라고 종용한다. 슈발리에는 임산부 지원센터의 책임자가 로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로즈가 수잔느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 부스키에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슈발리에의 계략은 맞아떨어졌다. 부르키에는 수잔느에게 600프랑을 제안하지만 수잔느는 천 프랑을 요구한다. 결국 협상은 결렬되고, 수잔느는 임산부 지원센터를 찾아간다. 임산부 지원센터의 회계 담당자는 아타나즈의 어머니인 그랑송 부인이었다. 그랑송 부인은 아들이 로즈와 결혼하기를 바라고 수잔느가 부스키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린다. 그러나 수잔느가 정말 임신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수잔느는 이 사기극으로 평판이 나빠져 인생을 망치게 될까 우려했지만, 어쨌든 돈을 챙겨 파리로 떠난다.
로즈의 저택에서는 지역 명사들의 정기 모임으로 저녁 만찬이 한창이다. 슈발리에와 부스키에, 아타나즈 그랑송과 그랑송 부인도 참석해 있다. 세 남자 모두가 로즈와 결혼하기를 원하지만, 그들 중 단 한 사람, 아타나즈만은 그녀의 재산만이 아니라 그녀 자체를 아끼고 원한다. 그러나 로즈는 이를 눈치 채지 못한다. 노처녀 로즈는 외롭게 지낸 만큼 성적 욕구가 강해 그야말로 “피가 끓었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를 신뢰하기가 두렵다. 그녀는 남편을 원하지만, 어떻게 해야 남편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심할 정도로 무지하다. 로즈는 슈발리에와 많은 것을 의논하지만, 슈발리에가 애정이 가득한 눈길로 그녀를 응시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로즈로서는 그가 너무 늙고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로즈에게는 남자를 유혹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교태도 없었기에 그녀는 내내 뻣뻣하기만 하다.
저녁 만찬에서 로즈가 부스키에를 응시하는 시선이 특별했기에 모두가 부스키에가 다시 한 번 로즈에게 청혼했다면 이번엔 로즈가 청혼에 응했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하던 바로 그때, 온 마을에 수잔느와 부스키에의 추문이 퍼지고, 마침내 로즈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자 저녁식사 자리의 흥분은 고조된다. 이들의 추문을 로즈에게 알려주는 그랑송 부인과 아타나즈의 태도를 보고 슈발리에는 이들 모자가 로즈와의 결혼을 열망하고 있다는 걸 알아챈다.
수잔느와 부스키에의 추문이 논의된다. 하지만 로즈는 수잔느에게 많은 돈을 주고 싶어 할 뿐, “임신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라며 별다른 동요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랑송 부인은 부스키에의 추문을 강조하려 애쓰지만, 이는 로즈의 역량을 벗어나는 문제이다. 그랑송 부인은 로즈에게 부스키에가 아내를 얻을 때까지 다시는 만나지 마시라고 조언한다. 저녁 만찬이 끝난 뒤 슈발리에는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로즈와 결혼할 상대라는 소문을 퍼뜨릴 적시라고 판단한다. 그는 벌써부터 로즈와 결혼하면 얻게 될 수입을 계산하고 있다.
다음 날 아침, 로즈는 편지 한 통을 받는다.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며 몹시 흥분한다. 그 편지에는 전역한 러시아 군인 트루아빌(Troisville)이 알랑송으로 돌아오는 즉시 로즈의 집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마침내 로즈에게 합당한 구혼자가 등장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로즈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가 새로운 구혼자를 맞을 준비로 부산을 떨며 흥분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마침내 트루와빌이 도착한다. 그는 귀족 출신으로 이제 겨우 46세이며 매너 있고 사교적이다. 로즈는 삼촌에게 트루와빌의 결혼 여부를 물어봐달라고 조른다. 그러나 삼촌은 이전에 나눴던 대화에 대해 숙고하느라 트루와빌의 대답을 제대로 듣지 못한다. 삼촌은 로즈에게 아마 분명 미혼일 거라고, 기혼이라면 부인과 함께 오지 않았겠냐고 말한다.
어느 날 저녁, 알랑송의 지역 인사들이 로즈의 집에 모여 트루와빌과 저녁 만찬을 함께 하며 담소를 나누다가 슈발리에가 트루와빌에게 기혼이시냐고 묻는다. 트루와빌은 결혼 생활 16년째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로즈는 그만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버린다. 결국 파티가 황망히 끝나고, 이 사건은 온 마을에 알려진다.
로즈는 치욕을 지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결심한다. 부스키에와 슈발리에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서 그들은 둘 다 다음 날 아침에 로즈를 방문한다. 슈발리에가 치장하는 데 공을 들이는 사이에 부스키에가 먼저 도착한다. 로즈는 부스키에의 청혼을 즉시 받아들인다. 그녀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트루와빌에게 두 사람이 이미 6개월 전에 약혼한 사이라고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얼마 후 수잔느의 사기극이 탄로 나고, 로즈는 이를 계기로 임산부 지원센터의 규정을, 출산 후에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변경한다.
마침내 로즈는 부스키에와 결혼하고, 부스키에는 로즈의 돈을 자본금으로 많은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는 파리 패션을 들여오고 로즈의 저택을 현대식으로 개조한다. 아타나즈는 사랑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절망하여 혼자서 강변을 산책하다 강물 속으로 몸을 던진다.
2년 뒤 로즈의 삼촌이 사망하자 원래도 로즈에게 애정이 없었던 부스키에는 그녀에게 냉담해진다. 결혼생활에 대해 너무 많은 즐거움을 기대했던 로즈였기에 결혼의 환멸은 매섭기만 하다. 로즈는 슈발리에와 결혼했어야 했다고 후회한다. 소설의 종결부에 이르러서야 로즈는 기나긴 암시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아이를 얻으려면 백 년의 지옥을 거쳐야 했을 것”이라는 표현으로 부스키에가 성불능자였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이 짧고 예리한 소설은 이야기의 밀도와 사건의 빠른 전개로 차별화된다. 발자크는 소설의 뼈대인 알랑송이라는 도시와, 노처녀 로즈 코르몽의 집안에 대해 장황하고 세밀하게 묘사한 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간다. 주된 스토리 사이사이로 몇 가지 정치적 현안들이 장식처럼 제시된다. 로즈 코르몽에 대한 묘사는 『인간희극』에서 가장 뛰어난 묘사들 중 하나로 꼽힌다. 발자크는 이 소설에서 지방 도시의 사회생활과 재정적 관심과 정치적 이해관계의 그 미묘한 차이를 고려해 가장 섬세하고 독특한 분석을 제시한다.
▶ 프랑스어판 위키피디아를 제가 임의로 번역한 내용이며, 볼드 처리된 문장도 프랑스어판 위키피디아에 인용된 원문을 번역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