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파리생활정경 제6권
〈뉘싱겐 상사(La Maison Nucingen)〉는 1837년에 집필된 단편소설로, 1837년 10월부터 11월까지 《프레스(La Presse)》 지에 연재소설로 처음 발표된 후 1838년 《베르데(Werdet)》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인간희극』의 「파리생활 정경」으로 분류되는 이 소설의 원제는 〈대은행가(La Haute Banque)〉였는데, 뉘싱겐(Nucingen)이 속해 있던 금융시장에 절대적인 패권을 쥐고 있던 당시 은행가들의 권력을 지칭하는 의미로 발자크가 직접 붙였던 제목이었다.
뉘싱겐 남작은 〈고리오 영감(Le Père Goriot)〉에서 처음 등장한 후, 〈회개한 멜모스(Melmoth réconcilié)〉에서는 그의 회계원을 통해 언급된다. 〈뉘싱겐 상사〉를 구상하기 시작했을 때 발자크는 아직 〈회개한 멜모스〉의 집필을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였다. 실제로 발자크는 두 소설 모두, 전례 없는 산업화 시대에 맹위를 떨쳤던 주식 투기라는 동일한 주제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했다. 당시엔 광적인 주식 투자 열기로 인해 위험한 투자를 감행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얻게 되거나 완전히 파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뉘싱겐은 현실에 가까운 인물인 반면에, 「철학 연구」로 분류되는 멜모스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파우스트(Faust)의 전설을 재현하는 인물이다.
이 소설은 워털루(Waterloo) 전투 당시의 대단했던 주식 투기에 대한 정황 설명과 함께 로스차일드(Rothschild) 가가 유럽에서 대대적인 수익을 축적해가는 양상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외젠 드 라스티냑(Eugène de Rastignac)은 1819년 〈고리오 영감〉에서 위대한 은행가 뉘싱겐(Nucingen)의 아내 델핀 드 뉘싱겐(Delphine de Nucingen)의 정부가 되었다. 〈뉘싱겐 상사〉가 집필되기 시작한 1833년에 그는 델핀과 헤어졌지만 그녀의 남편과는 계속 함께 일하며 밀매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얼마 후 그는 프랑스 귀족원 의원이라는 직함을 열망할 만한 지위에 오른다.
파리의 한 유명한 레스토랑의 칸막이로 구분된 별실에서 한 남자가 식사를 하고 있다. 그는 바로 옆 칸막이 너머에서 훌륭한 식사를 하느라 흥분한 앙도슈 피노(Andoche Finot)와 에밀 블롱데(Émile Blondet), 쿠튀르(Couture), 장 자크 빅시우(Jean-Jacques Bixiou) 등, 네 명의 저널리스트들이 떠들어대는 대화를 엿듣고 있다. 이들은 라스티냑(Rastignac)의 놀라운 성공에 대해 얘기 나누는 중이었다. 라스티냑은 파리의 유명한 은행인 뉘싱겐 상사에서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빅시우는 뉘싱겐 남작이 세 번째 지불 정지를 철회하기 위해 벌인 사악한 음모에 대해 설명한다. 빅시우는 그가 채권자들에게 휴지 조각에 불과한 쓸모없는 종이를 배상하려고 시도하는 동안 그에게서 주의를 돌려줄 공범자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에 적격인 인물이 바로 라스티냑이다. 라스티냑은 “1820년부터는 뉘싱겐 남작처럼 정직이란 외모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는 세상을 온갖 종류의 부패와 잔인함의 혼합체라고 여겼다. 그가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런 경우엔 대중을 비난했다. 그는 인간이란 상황이 정해진 대로 옳거나 그르게 행동할 뿐, 그 어떤 미덕도 믿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처세술은 페르라쉐즈(Père-Lachaise) 공동묘지에서 선량하고 가난한 한 남자를 묻었던 그 한순간에 얻어진 것이었다. 바로 고리오 영감이었다. 그는 딸들과 그 남편들로 인해 황폐화된 채 죽은 돌핀의 아버지이자 진정한 애정과 우리 사회에 배반당한 얼간이였다. 라스티냑은 바로 그때 그 공동묘지에서, 미덕, 정직, 훌륭한 예절이라는 옷을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이 세상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기심으로 무장했다. 그는 뉘싱겐 남작이 똑같은 갑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를 존경했다.” 그때부터 그는 뉘싱겐 남작과 손잡고 갖가지 부정한 일들을 해치웠다.
뉘싱겐은 돈이란 어마어마하게 많을 때에만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일테면 유가증권의 가격을 오르게 한 다음, 그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게 만든 뒤에 다시 매입하는, 이런 복잡한 작업에 기꺼이 뛰어드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해당 파리 지구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이용했다. 라스티냑도 이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고객들로 하여금 파산이 임박했음을 믿게 해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터무니없이 엄청난 금리로 투기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말하자면 뉘싱겐은 “이름만 빌려주는 사람들”을 장기판의 졸처럼 전진시켜 파산을 왜곡시키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또한 거대한 자본의 머리에 버티고 선 채, 처음에 그가 과대평가하게 만들었다가 떨어뜨린 주식을 매우 낮은 가격에 다시 사들였다.
뉘싱겐은 첫 번째 주식 결산을 통해 고급 호텔을 인수하고, 대규모 광산의 주식으로는 합자회사의 기상천외한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두 번째 주식 결산으로는 재투자해서 세 번째 주식 결산을 도모했다. 뉘싱겐은 무수히 많은 “이름만 빌려주는 사람들”을 이용했다. 이들은 모두 뉘싱겐과 손발을 맞춰 막대한 부를 형성했다. 이들 중에 특히 외젠 드 라스티냑은 수완이 매우 뛰어났다. 이런 뉘싱겐도 교활한 페르디낭 뒤 티예(Ferdinand du Tillet)의 돈을 상당히 잃게 만든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예는 그를 존경해 그의 수완들을 전수받는다.
이 소설에서 발자크는 주식 과열 시기에 적용되었던 실제 금융 기술 조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 20세기 말에 벌어졌던 주가 폭락을 노린 주식 투매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발자크는 실존 인물인 프랑스 은행가 라피트(Laffitte)와 프랑스 유대인 은행가 풀드(Fould)의 실례를 모티브 삼았다. 풀드는 1799년과 1810년, 두 번 파산했는데도 1825년부터 재기에 성공해 대은행가들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두 번, 세 번 연속으로 시도되는 뉘싱겐의 작전들로 인해 아찔하고 정신이 혼미해지며 도취되고 나면, 기조(Guizot)의 슬로건인 “부자가 되십시오!”라는 말에 동조하게 된다.
단편소설 〈뉘싱겐 상사〉는 돈의 인간이 거장의 솜씨로 처리하는 세 번의 주식 결산 과정을 이야기한다. 발자크 문학에서 뉘싱겐은 켈레르 형제나 페르디낭 뒤 티예와 더불어 은행의 힘을 표상한다. 〈현대사의 이면〉(1848)에서 그들과는 달리 몽주노는 공정한 상사를 운영한다. 당대 경제계의 거물들인 우브라르(Ouvrard, 프랑스 사업가), 로스차일드, 혹은 풀드 같은 실제 인물들이 뉘싱겐의 모델이었다고 한다.
곱세크 같은 수전노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돈이라는 물질의 힘을 보여준다면, 뉘싱겐은 사회 전체에 끼치는 돈의 영향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벼락부자 뉘싱겐은 파리의 상인구역인 쇼세 당탱(Chaussée d’Antin) 가에 사치스러운 저택을 소유하고 있다. 예외적 존재인 그는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신처럼 군림하며, 천재성을 타고난 현대적 개인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을 장악하는 능력과 총명함을 지닌 뉘싱겐도 정염의 포로가 되며, 창녀 에스테르 반 곱세크를 조종하는 보트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게 큰 대가를 치르면서, 뉘싱겐은 “늙은이들에게도 사랑의 감정이 얼마나 강렬하게 되살아날 수 있는가”를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복하고 자족적인 남편 역할을 기꺼이 떠맡는다. 다만 그의 부부생활에는 외젠 드 라스티냑이 끼어드는데, 그 젊은이가 “델핀의 온갖 변덕들을 받아주면서” 그 은행가의 “부부생활의 협력자” 역할을 맡는다. 〈뉘싱겐 상사〉에서 그 부부의 비밀을 알고 있는 빅시우가 발설하는 말에 따르면, “뉘싱겐 남작은 아내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가들과 대자본가들에 있어서 여자란 부수적인 존재일 뿐이다.” 뉘싱겐은 거의 모든 대사업에는 어김없이 끼어들며, 귀족 구역인 생제르맹의 폐쇄적인 몇몇 살롱들을 제외하고는 도처에서 환영받는다. 프랑스의 국회의원이며 중신(重臣)인 뉘싱겐은 『인간희극』에서 20번도 넘게 재등장한다.
▶ 참고 사이트 : 〈ABC북 맛보기 사전〉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상기 참고 사이트의 내용을 제 임의대로 압축해 줄거리 형태로 요약하거나 발췌한 것입니다.
▶ 볼드 처리된 문장은 상기 사이트의 저자가 원작을 번역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