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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들의 영광과 비참

풍속생활연구 - 파리생활정경 제7권

by 글섬

작품 배경


〈창녀들의 영광과 비참(Splendeurs et misères des courtisanes)〉은 1838~1847년에 출판된 소설로 〈잃어버린 환상(Illusions perdues)〉의 속편에 해당한다. 제1부 〈여자가 사랑에 빠지면(Comment aiment les filles)〉, 제2부 〈나이든 남자가 사랑을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A combien l'amour revient aux vieillards)〉, 제3부 〈악행의 종말(Où mènent les mauvais chemins)〉, 제4부 〈보트랭의 최후의 화신(La dernière incarnation de Vautrin)〉 등, 총 4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범죄와 매춘의 세계를 심층 탐구함으로써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망하고 있다. 전반부는 악마적 인물인 탈옥수 돈 카를로스 에레라(Don Carlos Herrera)가 마지막 화신을 통해 사회적 속죄의 형태를 깨닫는 이야기이고, 후반부는 젊은 창녀 에스테르(Esther)가 강한 의지도 없이 그저 야망과 허영심만 가득해 이 소설의 비극을 초래하는 시인 뤼시앙 샤르동 드 뤼방프레(Lucien Chardon de Rubempré)에 대한 헌신적 사랑을 통해 속죄하는 이야기이다.


1835년 1월 고리오 영감(Père Goriot)의 원고에 이 소설에 대한 최초의 영감이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1838년까지 집필이 시작되지 않았다. 이 소설은 각 부마다 각각의 주제에 따라 ‘어뢰(La Torpille)’, ‘예술의 다리 너머(Par-dessus le pont des Arts)’, ‘백만장자 노인의 사랑(Les amours d'un vieux millionnaire)’, ‘에스테르 혹은 삵쾡이의 사랑(Esther ou les Amours d'un loup-cervier)’, ‘백만장자의 사랑의 아픔(Les peines de cœur d'un millionnaire) 등등, 다양한 제목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1844년 8월에 《드 포터(de Potter)》 지에 1부와 2부가 발표된 후, 3부는 1846년 7월 7일부터 29일까지 《레포크(L'Époque)》 지에 발표되는데, 이 3부는 1846년 8월에 『인간희극』의 최종판에 〈악행의 종말〉이라는 지금의 제목으로 실렸다가, 1847년에는 〈감옥의 참사(Un drame dans les prisons)〉라는 제목으로 변경되고 단독으로 분리되어 《수브랭(Souverain)》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마지막 4부 〈보트랭의 최후의 화신〉은 1847년 4월 13일부터 5월 17일까지 《프레스(La Presse)》 지에 발표되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제각각 출판되었던 이 소설들은 발자크가 사망한 후에야 『인간희극』의 「파리생활 정경」에 통합되어 1855년에 《우시오(Houssiaux)》에서 통합 출판되었다.


최초에 연재로 출판될 당시에는 제1부는 31개 장, 제2부는 26개 장, 제3부는 40개 장, 제4부는 17개 장으로 나뉘어 구성되었는데, 통합 단행본에는 각각 15개, 16개, 14개, 13개 장으로 구분되었다가, 최종판에는 이마저 아예 사라졌다.




제1부 여자가 사랑에 빠지면


뤼시앙이 자살을 결심하고 여동생 에브의 집을 떠나 자살할 장소를 물색하다가 스페인 사제 카를로스 에레라를 만나고, 카를로스가 뤼시앙의 복종을 대가로 에브와 데이비드에게 돈을 보내준 뒤 카를로스가 뤼시앙을 서기로 고용한 지 몇 달이 지난 1824년 어느 날 저녁, 파리 오페라에서 가면무도회가 열린다. 뤼시앙은 이 무도회에 참석하고, 그의 돋보이는 외모는 세간의 이목을 끈다. 도미노 가면을 쓴 한 남자가 뤼시앙의 뒤를 따르고 있다. 샤틀레(Chatelet)가 라스티냑(Rastignac)에게 뤼시앙에 대해 언급하자, 라스티냑이 뤼시앙을 조롱하는 순간, 뤼시앙의 뒤를 따르던 남자가 라스티냑에게 죽고 싶으냐고 위협한다. 그 순간, 라스티냑은 가면으로 가려진 그 남자의 정체를 알아보고 경악한다. 다름 아닌 보트랭(Vautrin)이었다. 보트랭은 라스티냑이 그 어디서도 자신을 본 적이 없었을 거라며 마스크를 벗는다. 보트랭의 얼굴은 달라져 있다. 라스티냑은 악마가 그의 눈을 제외한 모든 얼굴을 바꿔 놓았다고 생각한다. 보트랭은 라스티냑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발설하는 날에는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위협한다.


뤼시앙은 어떤 여인이 다가오는 걸 보더니 그녀에게 다가간다. 에스테르 반 곱세크(Esther Van Gobseck)로, 과거 창녀였던 그녀는 단연 돋보이는 매력적인 모습으로 무도회를 압도한다. 그러나, 뤼시앙과 에스테르가 지나가자 그녀의 손님이었던 빅시우(Bixiou)가 그녀를 알아보고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당황한 에스테르는 그 자리에서 실신해버린다.


랑글라드(Langlade) 가의 더럽고 음침한 여관에 실신한 에스테르를 엎은 뤼시앙이 들어선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카를로스 에레라가 여관에 나타난다. 그가 에스테르의 방문을 두드리지만 아무런 답이 없자 문을 밀고 들어간다. 방안에는 숯 가스가 자욱한 채 에스테르가 죽어가고 있다. 그녀는 가면무도회에서 당한 치욕에 충격을 받고 자살을 기도했던 것이다. 잠시 후 의식이 돌아온 에스테르의 눈에 신부가 보이자 그녀는 뤼시앙이 자신이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염려해 신부를 보냈다는 생각에 미소 짓는다. 에스테르는 뤼시앙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사연을 얘기한다. 카를로스는 에스테르에게 뤼시앙과의 관계는 그녀가 자신의 과거를 씻어낼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며, 남몰래 그녀를 수녀원으로 보내줄 테니 그곳에서 최소한의 교육을 받아 뤼시앙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한다. 그녀는 뤼시앙을 만나거나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수녀원으로 떠난다.


에스테르는 빼어난 외모 때문에 처음 수녀원에 도착했을 때엔 주위의 질투를 한 몸에 받는다. 하지만 이내 모두가 그녀의 다정한 성품에 매료되고,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우월감을 느껴 친절해진다. 에스테르는 모든 걸 매우 빠르게 익혀, 카를로스가 처음 방문했을 때 그를 깜짝 놀라게 한다.


수녀원에서 에스테르는 행복하게 지냈지만 몇 달이 지나자,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다. 의사는 그녀가 매우 위독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카를로스는 그녀가 뤼시앙에 대한 사랑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그녀에게 세례를 받으면 뤼시앙을 만날 수 있다고, 그녀가 뤼시앙을 위해 도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 뤼시앙과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뤼시앙은 카를로스와 생 쉴피스(Saint Sulpice) 부근에 살고 있다. 가면무도회 이후 15개월이 지나도록 에스테르를 만나지 못했다. 카를로스는 에스테르를 수녀원으로 보내버린 뒤, 뤼시앙에게 이제는 그의 신분에 적합한 여인을 만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뤼시앙은 카를로스가 에스테르를 수녀원으로 보냈다고 말하자 에스테르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야망과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다고 저항한다. 그러자 카를로스는 단지 교육을 위해 보냈을 뿐이라고 둘러댄다.


카를로스는 집 한 채를 장만해 에스테르를 그곳에서 살게 한다. 뤼시앙이 그녀를 만나러 한달음에 달려가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카를로스가 도착한다. 카를로스는 두 사람의 관계를 비밀로 해야만 뤼시앙이 귀족 가문과 결혼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에스테르에게 그 집에서 나오지 말고 늦은 밤에만 외출하라고 명한다. 카를로스는 에스테르에게 이를 거역할 시엔 죽음을 면치 못할 거라고 위협한다. 에스테르는 뤼시앙도 이에 동의했다는 말을 듣고 얼굴이 창백해진다. 그 집에는 카를로스가 고용한 유로프(Europe)와, 카를로스의 고모인 아지(Asie)가 에스테르와 함께 살며 그녀를 통제한다.


그리하여 뤼시앙은 에스테르와 행복한 날들을 보내며 4년의 시간이 흘러 1829년이 된다. 그의 소설과 시가 성공하여 그랑리유(Grandlieu) 공작부인의 딸 클로틸드 드 그랑리유(Clotilde de Grandlieu)와 뤼시앙과의 결혼이 진지하게 논의된다. 이 결혼이 성사되면 뤼시앙은 뤼방프레 후작 작위를 얻어 프랑스 외무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바로 이때, 밤 산책을 하던 아름다운 에스테르를 우연히 발견한 뉘싱겐(Nucingen) 남작이 그녀의 아름다움에 순식간에 매료되어 버린다. 뉘싱겐 남작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라스티냑과 뤼시앙에게 미지의 여인에게 푹 빠져버린 자신의 상사병을 토로한다. 뤼시앙은 그 여인이 에스테르라는 걸 눈치 채고, 이를 카를로스에게 전한다. 카를로스는 이 부유한 노인 남작에게 백만 프랑을 받고 에스테르를 팔아넘길 계획을 세운다. 뤼시앙과 클로틸드와의 결혼 조건으로 백만 프랑의 땅이 필요했던 것이다. 처음에 뤼시앙은 경악하지만 카를로스가 그들이 파산해 채권자들에게 쫓길 형편이라고 말하자 카를로스의 계획에 따르기로 결심한다.


보트랭의 진짜 이름은 자크 콜린(Jacques Collin)이다. 〈고리오 영감〉에서 체포된 후 탈주했다. 그는 사제의 신분을 사칭만 했던 게 아니라 외교 사절단을 이끌고 프랑스로 가는 길이었던 진짜 카를로스 에레라 신부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라스티냑과는 달리 뤼시앙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모든 일에서 보트랭의 공범자인 셈이다.


뤼시앙은 에스테르를 사랑하지만 귀족의 작위를 얻고 부자가 되고 싶었다. 따로 지시가 있을 때까지 다른 곳에서 은거하며 뤼시앙을 만나지 말라는 카를로스의 명령을 듣고 잔뜩 화가 난 에스테르에게 뤼시앙은 자신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니 며칠만 그렇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에스테르는 실신해버린다.


뉘싱겐은 에스테르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비밀경찰 콩탕송(Contenson)을 고용한다. 콩탕송은 영리한 코랑탱(Corentin)과 변장술에 능한 페이라드(Peyrade)에게 그녀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한다. 5일 후, 코랑탱은 뉘싱겐에게 그 미스터리한 여인이 뤼시앙의 정부로 추정된다고 보고한다.


카를로스와 뤼시앙은 에스테르를 대신할 여자를 구한다. 런던 출신의 이 아름다운 여자는 질투심에 휩싸여 연인을 죽이고 프랑스로 도망쳤으며, 성직자의 딸로, 교양 있고 프랑스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했다.


뉘싱겐은 3만 프랑의 비용을 지불하고 에스테르를 만난다. 그러나 뉘싱겐은 자신의 기억하는 검은 머리의 미녀와는 정반대되는 금발의 미녀를 보고 깜짝 놀란다.


어느 날 카를로스는 뤼시앙과 에스테르에게 이제 다시는 만나지 말라고 선언한다. 에스테르가 죽어버릴 거라고 소리치자 카를로스는 뤼시앙을 내보낸 뒤, 에스테르에게 이미 4년이나 뤼시앙과 행복을 누렸으니 이제는 돈 많은 노인 뉘싱겐의 정부가 되어 호강할 기회가 생긴 거라고 말한다. 그를 에스테르를 그날 저녁에 파리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제2부 나이든 남자가 사랑을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


뉘싱겐은 아지에게 10만 프랑을 더 지불하고 난 뒤에야 에스테르와 만나 얘기할 수 있었다. 뉘싱겐 남작은 에스테르를 그의 마차로 데리고 가서 그녀가 탈 마차와 갖가지 장신구들을 장만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뉘싱겐은 콩탕송에게 비밀 보장을 요구하는 대가로 현금 50만 프랑을 지불한다.


에스테르는 뤼시앙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살로써 사랑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녀는 뉘싱겐에게 40일 동안만 그저 부녀 관계로 지내주겠다고 약속한다. 사업가 기질이 다분한 뉘싱겐은 그가 에스테르를 위해 장만한 집으로 에스테르가 이사하는 날, 그날로 그들의 부녀 관계가 끝날 거라는 편지를 에스테르에게 보낸다. 에스테르는 뉘싱겐에게 부녀 관계로 남는다면 관계가 지속될 것이지만, 그 이상을 강요한다면 죽어버리겠다고 답장한다.


한편, 카를로스는 에스테르와의 하룻밤을 미끼로 뉘싱겐에게서 수천 프랑을 뜯어낸다. 뉘싱겐은 오로지 에스테르에 대한 사랑과 그녀를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막대한 비용을 기꺼이 감당한다. 카를로스는 에스테르에게 이제 그만 뤼시앙에 대한 희망을 버리라고 강요한다. 결국 에스테르는 뤼시앙의 출세를 위해서는 뉘싱겐의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뉘싱겐이 제공하는 호화로운 저택으로 이사하고 뉘싱겐이 제공하는 모든 호의를 받아들인다. 다시 창녀로 돌아갈 결심을 굳힌 것이다. 다만 그녀는 뉘싱겐에게 자신과 하룻밤을 지내게 되는 날에는 바로 그날부로 그녀의 생이 끝날 거라고 경고한다. 아지는 에스테르의 집에 계속 함께 살며 에스테르를 정복할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뉘싱겐을 꼬득여 돈을 더 받아낸다. 뉘싱겐은 에스테르를 호화로운 저택으로 이사시킨다.


코랑탱은 카를로스가 보트랭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어느 날, 코랑탱이 카를로스의 집을 방문한다. 뤼시앙은 카를로스가 스페인 여행을 떠나고 없다고 둘러댄다. 코랑탱은 뤼시앙에게 뤼시앙과 클로틸드의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뤼시앙과 에스테르의 관계, 그리고 뉘싱겐에 대한 음모를 함구해주는 대가로 10만 프랑을 요구한다. 뤼시앙은 그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클로틸드 말고도 결혼할 수 있는 귀족 집안은 얼마든지 있다고 답한다. 그러자 코랑탱과 페이라드는 그랑리유 공작에게 익명으로 뤼시앙에 대한 제보 편지를 보낸다.


뤼시앙은 아침 일찍 그랑리유 저택을 찾아갔지만 부재중이라는 답을 듣는다. 그랑리유 공작은 뤼시앙에 대한 익명의 편지를 받고 뤼시앙에 대해 좀 더 조사해보기로 작정하는데, 이를 위해 다름 아닌 코랑탱을 고용한다.


에스테르와 뤼시앙은 저녁 만찬을 열어 페이라드를 초대한다. 페이라드가 아름다운 여인들과 호화로운 저택에 홀려 만취해 곯아떨어진 사이에 카를로스는 그의 외동딸 리디아(Lydia)를 납치한다. 다음 날 오후 6시에야 잠에서 깬 페이라드는 그랑리유 공작에게 제보한 편지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그는 살해당하고 딸은 매춘부로 팔려갈 거라는 협박을 당한다.


콩탕송과 페이라드가 여러 사람을 고용해 리디아의 행방을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페이라드의 집에서 저녁 요리를 준비하는 요리사들 틈에 남몰래 아지가 끼어 있다. 그날 저녁, 리디아는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집으로 돌아온다.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아무리 물어봐도 리디아는 그저 이제는 망가지고 더렵혀져 가망이 없으니 수도원에 보내달라고만 간청한다. 분노하던 페이라드가 갑자기 숨을 헐떡이더니 그대로 절명한다. 코랑탱은 페이라드가 독살되었다고 확신해 경찰에 부검을 요청하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다. 코랑탱은 복수를 다짐한다.


뉘싱겐은 에스테르에게 막대한 연금과 재산을 제공하고, 에스테르는 뉘싱겐에서 받은 돈을 뤼시앙에게 제공한다. 어느 날, 몹시도 호화로운 파티가 열리고, 에스테르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파티에 등장한다. 그날 밤, 모두가 만취한 환락의 파티 끝에 뉘싱겐은 드디어 에스테르를 품에 안는다.


다음 날 뉘싱겐의 주식 중개인은 뉘싱겐에게 에스테르가 며칠 전에 그녀의 주식을 전매했으며, 그녀가 곱세크(Gobseck)의 유일한 상속자로 7백만 프랑을 상속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뉘싱겐이 이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 에스테르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에스테르가 숨을 거둔 뒤였다. 유로프는 에스테르의 베개 밑에서 그녀의 상속 재산인 7백만 프랑을 발견한다. 유로프는 아지에게 말해 그 돈을 보트랭에게 갖다 주려 하지만, 또 다른 하인 파카드(Paccard)는 유로프에게 그 돈을 들고 도망가자고 제안한다. 보트랭이 이층에서 에스테르의 모든 재산을 뤼시앙에게 남긴다는 유언장을 작성하고 있을 때 아지가 들어와 경찰이 도착했는데 유로프와 파카드가 돈을 들고 도망간 것 같다고 말한다.


뉘싱겐은 에스테르가 독살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파리 경시청으로 달려간다. 보트랭은 지붕으로 도망치는데, 콩탕송이 그를 쫓아오자 지붕에서 밀어버려 즉사시킨다.


한편, 뤼시앙은 클로틸드를 만나 뤼시앙 이외에는 그 누구와도 결코 결혼하지 않겠다는 절절한 클로틸드의 고백을 듣는 순간에 체포 영장을 들고 그를 체포하러 들이닥친 한 무리의 경찰과 마주한다. 뤼시앙이 절도와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는 말에 클로틸드는 실신한다. 뤼시앙은 순순히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다. 이즈음, 보트랭 역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다.



제3부 악행의 종말


이 사건은 카뮈조(Camusot) 판사에게 위임된다. 이 사건은 뤼시앙을 둘러싼 고위급 인사들과 관련된 사건으로, 소위 권력층과 밀착된 사건이다. 그러나 동시에, 악명 높은 탈옥수 자크 콜린(Jacques Collin), 일명 보트랭이라는 죄수를 다루는 사건이기에 카뮈조에게 커다란 영예를 안겨줄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강력한 심증에도 불구하고 카뮈조는 첫날 심문에서 콜린의 성직자 사칭에 대한 자백과 물증 확보에 실패한다. 다음 날 카뮈조는 콜린과 함께 감방에 있었던 도형수들과 대질 심문을 벌이기로 작정한다.


콜린과는 매우 다르게 뤼시앙은 카뮈조의 심문에 눈물을 흘리며 쉽게 굴복한다. 그는 콜린이 탈옥수라는 걸 인정한다. 바로 이때, 에스테르가 죽기 전에 부친 유서가 도착한다. 이 숭고한 창녀가 남긴 유서는 뤼시앙에게 그녀의 모든 것을 남긴다는 내용과 함께, 뤼시앙의 절도와 살인 혐의까지 벗겨준다. 그러나 콜린과 공모한 혐의는 인정되었기에 공판은 피해갈 수 없었고, 뤼시앙은 공판이라는 불명예를 감당하고 싶지 않다. 뤼시앙은 넥타이로 목을 매기로 결심한다.


그 동안에, 콜린은 아지에게 세리지 부인을 찾아가 뤼시앙의 소식을 전하라고 지시한다. 뤼시앙을 몹시도 사랑하는 세리지(Sérizy) 부인은 뤼시앙을 출옥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녀는 뤼시앙을 만나 생애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지만 에스테르와의 관계를 알게 된 후 질투심과 절망에 휩싸여 지냈다. 그러나 뤼시앙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광란 상태에서 남편에게 뤼시앙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는 뤼시앙을 구해준다면 앞으로는 오로지 남편만을 위해 살겠다고 약속했다.


세리지 부인의 노력이 거의 결실을 이룰 무렵, 뤼시앙은 에스테르의 유서를 생각하며 고통스러워한다. 그는 공판이 다가오자 콜린을 대면할 자신이 없어 콜린과 카뮈조 앞으로 유서를 쓰고 끝내 감옥에서 목을 맨다. 뤼시앙의 시신 앞에서 세리지 부인은 정신을 잃는다. 감옥에서 사회 고위급 인사가 자살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에 그의 자살은 은폐된다. 뤼시앙은 무죄가 선고되고, 사인은 동맥류 파열로 공표된다.



제4부 보트랭의 최후의 화신


콜린은 사랑하는 뤼시앙의 자살 소식을 듣자 새끼를 빼앗긴 어미 호랑이가 포효하듯 울부짖는다. 이제 그가 오랫동안 헌신해왔던 뤼시앙은 사라졌다. 뤼시앙은 젊은 보트랭이자 미래의 보트랭 그 자신이었다. 콜린이 그런 애착을 가져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 그는 코르시카 청년 테오도르 칼비(Théodore Calvi)와도 애착 관계를 형성했는데, 일종의 사랑과도 같은 감정이어서 주변에서는 두 사람을 도형수들이 멸시의 의미로 “제3의 성”이라 지칭하는 그런 관계라고 여길 정도였다. 뤼시앙은 테오도르를 대신하는 존재였다.


뤼시앙을 잃은 충격은 혹독했다. 콜린은 고통으로 얼이 빠져버렸다. 다음 날, 감옥 안마당을 산책하다가 그는 예전의 감방 동기들을 만난다. 카뮈조는 이들이 콜린의 실체를 증언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뤼시앙을 위해 죄수들의 돈을 훔쳤던 콜린을 알아본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콜린의 지배력은 지대해서 그들은 그를 밀고하지 않는다. 그들은 콜린에게 테오도르도 같은 감옥에 감금되어 있으며 이제 곧 단두대에 오르게 된다고 알려준다. 콜린은 테오도르를 구해내겠다고 단언한다. 그에게는 테오도르를 구해낼 방안이 있었다. 세리지 부인을 포함해 세 명의 상류 사회 부인들이 뤼시앙에게 보냈던 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이게 테오도르를 구해낼 협박 수단이 되어줄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권력층 인사들에게 있어 석연치 않은 청년과의 수상쩍은 관계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보다 더한 타협 수단이 또 있겠는가.


먼저, 콜린은 테오도르의 범죄를 증언하기로 되어 있는 죄수 라 푸라이유(La Pouraille)를 설득한다. 콜린은 라 푸라이유에게 테오도르의 죄를 대신해 먼저 테오도르를 구해주면, 그 다음에 라 푸라이유의 살인죄를 벗겨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런 다음 콜린은 자신이 탈옥수 자크 콜린이 맞는다고 시인해 당국을 놀라게 한다. 그는 자신이 정녕 스페인 신부 카를로스 에레라라도 되는 것처럼 테오도르는 무죄이며, 라 푸라이유라는 자가 자신이 테오도르가 기소된 살인죄의 진범이라고 자백했다고 선언한다. 그리하여 테오도르에게 선고된 사형이 20년 형으로 감형되었다. 콜린은 그랑빌(Granville) 검사에게 세 통의 서신을 넘긴다.


그리하여 “짭새”와 악당 사이에, 죄수들이 소위 정의라 지칭하는 합의가 이루어진다. 그랑빌 검사는 비리를 만회하기는커녕 오히려 콜린에게 비밀경찰과 합세하자고 제안한다. 콜린은 제안을 받아들여 자신의 적인 코랑탱과 결탁해 비비-루팡(Bibi-Lupin)을 물리친다. 콜린은 고모인 아지와, 콜린이 잘못을 용서해 다시 거둔 유로프와 파카드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뤼시앙의 장례식에도 참석한다. 뤼시앙의 장례 행렬을 따라가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에 라스티냑이 보이자, 콜린은 라스티냑에게 필요하면 언제든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라스티냑은 콜린과 거리를 두려 애를 쓴다. 뤼시앙은 에스테스 옆에 매장된다. 콜린은 자신도 죽으면 이곳에 묻힐 거라고 말한다.


뤼시앙의 관이 흙으로 덮이기 시작할 때 차량 한 대가 멈추더니 경비원 두 명이 콜린을 태운다. 콜린은 그랑빌 사무실로 안내되고, 그랑빌 검사는 콜린에게 테오도르가 곧 석방될 거라고 알려준다. 콜린은 그랑빌 검사에게 자신의 유일한 범죄는 위조이며, 지금까지 총 5년을 복역했으니 그것으로 죄 값은 이미 갚은 셈이라고 말한다. 콜린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새로이 신분을 세탁한다. 코랑탱이 콜린에게 경찰 직위를 제안한다. 그 후 콜린은 15년 동안 경찰관으로 복역하다 1845년에 퇴직한다.




분석


이 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발자크가 〈잃어버린 환상〉(1837-1843)과 관련해서 한스카 부인에게 쓴 1843년의 편지 한 구절을 읽어볼 만하다. “작품 속에 든 중요한 작품.” 즉 이 두 소설은 뤼시앙 드 뤼방프레의 이야기를 다루는 일종의 2부작이다. 주인공 뤼시앙은 문학적 재능은 있지만, 쉽게 타인의 영향을 받고 상처를 받는 나약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진정한 창조 작업보다는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성공을 추구한다. 요컨대 뤼시앙은 라스티냑의 아류로서 나약함과 의지박약 때문에 실패가 예정되어 있는 인물이다. 뤼시앙은 자신의 뮤즈인 바르주통 부인과 함께 앙굴렘에서 파리로 올라온 촌뜨기 시인이다. 앙굴렘에는 어머니와 누이 에브, 매제인 다비드가 남아 있다. 발명가이자 인쇄업자인 다비드는 그 지방 도시에 남아 후에 불행을 겪는 뤼시앙을 도와주며, 바르주통 부인은 파리로 와서 뤼시앙을 팽개쳐버린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청년 시인 뤼시앙은 파리 사회의 유혹과 위험을 발견한다.


뤼시앙이 품은 환상들은 호시탐탐 먹잇감를 노리는 야수 같은 포식자들과 질투자들, 음모가들에게 그를 맛좋은 희생자로 만든다. 이 성장소설은 뤼시앙의 초상과 궤적을 추적하며, 지방 소도시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파리 생활 장면을 연출한다. 수도 파리는 세속적이고 문학적이며, 예술적이고 일회적이며, 사건이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도시이다. 또한 이 소설은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사회소설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가정의 내밀한 사정, 인쇄소의 모습, 소송 절차 등이 그려진다. 거기서 뤼시앙은 당대 풍속의 나침반으로 등장한다. 1820년대 부각되는 새로운 가치들과 마주해, 뤼시앙은 대부분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성공을 추구하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믿지 않는 젊은 세대의 광란적 동요의 포로가 된다. 요컨대 뤼시앙은 맹목적인 젊은이가 되어버린다. 바르주통 부인의 처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는 사회를 해석해내지 못한다. 그리고 사회라는 조직의 톱니바퀴들을 간파할 수 없기에, 그는 사회를 지배할 수 없게 된다. 그의 성장은 소외로 귀착되고 만다.


결국 뤼시앙은 타협에서 타락으로 추락하면서 파괴되고 만다. 그는 애인인 여배우 코랄리의 도움으로 그리고 진지한 청년들의 모임인 세나클에서 자신의 길을 찾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경박한 에티엔 루스토의 유혹에 넘어가 그 구원의 빛줄기에서 멀어져버린다. 한때 빼어난 신문기자로 이름을 떨치던 뤼시앙은 고약한 타산가가 되어 별똥별처럼 수도 파리를 배회하며 영혼을 상실한다. 그는 미친 듯 앙굴렘으로 돌아와 누이 에브와 매제 다비드까지 파산에 이르게 만든다. 이제 그에게 남은 길은 난폭한 포획자 카를로스 에레라 신부, 일명 보트랭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것밖에 없다. 환멸을 맛본 뤼시앙은 파리로 돌아가기 전에 자신의 인생 궤적을 반성하는 긴 편지를 남긴다. 하지만 그의 파리 귀환은 ‘모더니티 사회에서의 추락’을 계속할 뿐이다.


이 작품은 신문소설 기법이 다양하게 구사된 대중소설인 동시에 멜로드라마 장치들로 조율되는 강력한 드라마인데, 그 상징들의 비관주의 때문에 〈레 미제라블〉에서 보이는 빅토르 위고의 낙관주의와는 대조적이다. 또한 이 소설은 창녀가 중요한 역할을 맡는 유일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독특하다. 창녀 에스테르 반 곱세크는 진심으로 의리 있는 사랑으로 소설처럼 파란만장한 과거를 지닌 청년 뤼시앙을 감싼다. 그리고 그녀가 대부르주아 호색한 뉘싱겐을 유혹하는 도발적인 정염의 불꽃이 소설적 갈등의 핵심이 된다. 뤼시앙의 죽음 후에는 범죄적, 사법적, 추리적 플롯으로 전환되며, 결국 예전의 도형수 보트랭과 법의 심판 간의 강력한 투쟁은 그 옛 도형수의 체포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리고 이 대작에서는 『인간희극』에 순환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운명이 연장되어 전개되거나 마감된다. 강제 노역수 출신으로 신부 행세를 하다가 치안 책임자까지 되는 보트랭을 비롯해 뉘싱겐과 〈올빼미당〉에서 밀정이었던 코랑탱 등이 다시 등장한다. 특히 〈잃어버린 환상〉의 주인공 뤼시앙 드 뤼방프레가 이 소설에서는 감옥의 독방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함으로써 그 파란만장했던 짧은 운명을 마감한다.


다양한 주제들과 전형들의 교차로이며, 무려 273명의 허구적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이 소설은 강간, 아동 매춘, 성적 욕구불만, 상류 사회 여성들의 음탕한 편지, 동성애, 매춘 업소, 범죄자들의 기형적 조직 등을 주제로 성욕과 성적 도착, 타락 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당시의 작태를 적나라하게 재현하며 돈과 매춘, 그리고 뤼시앙과 보트랭 간의 관계를 조망한다. 여자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보트랭은 〈고리오 영감〉에서 라스티냑과 실패한 것을 뤼시앙과는 성공시킬 수 있다고 믿으면서 그 젊은이를 지배한다. 보트랭은 뤼시앙을 생제르맹의 부유한 귀족 상속녀인 클로틸드 드 그랑리유와 결혼시키기 위해 필요한 돈을 마련할 궁리를 한다. 그리하여 뤼시앙을 사랑하고 있는 창녀 에스테르와 하룻밤을 보내는 대가로 대부르주아 뉘싱겐에게서 돈을 빼낼 궁리를 한다. 한때는 금발의 창녀인 에스테르와 천국의 행복을 만끽했던, 나약하며 몰개성적인 뤼시앙은 더 이상 〈잃어버린 환상〉의 시인이 아니다. 뤼시앙의 추락은 그가 갈망하던 세계의 추락을 의미한다. 그의 사부랄 수 있는 보트랭의 놀이개가 되어버리는 뤼시앙의 본질적인 소설적 기능은 그 주위로 허구적 요소들과 역학관계를 모이게 한다는 점이다. 사랑으로 구원받는 에스테르는 악마적인 가짜 신부 보트랭에 의해 강요되는 오점 때문에 죽는다. 보트랭은 뤼시앙을 아들처럼 사랑하며, 오직 뤼시앙을 위해서만 행동하기 때문이다. 속는 동시에 속이는 뉘싱겐은 보트랭에 대해서 복수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회는 뉘싱겐도 처벌하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그는 불순한 원천에서 나온 새로운 부를 축적하면서 쓰이지 않는 세상의 법칙들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뉘싱겐의 승리를 통해 사회는 범죄와 경찰, 돈에 의해 통치된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보트랭, 코랑탱, 뉘싱겐은 각각 그것의 상징이다. 특히, 뉘싱겐 남작은 <뉘싱겐 상사>에서 뭔가 의심스러운 경위를 통해 엄청난 재산을 축적해 ‘거대한 자본의 머리’에 위치하게 된 인물로, 돈의 힘을 상징한다.


▶ 참고 사이트 :

1. 〈ABC북 맛보기 사전〉,

2. 영어판 야후 〈발자크의 인간희극〉 요약본,

3. 불어판 〈Etudier.com〉 요약본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상기 참고 사이트의 내용을 제 임의대로 압축해 줄거리 형태로 요약하거나, 영어판 혹은 불어판 사이트의 경우엔 제가 번역해서 발췌 및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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