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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느(Sarrasine)

풍속생활연구 - 파리생활정경 제10권

by 글섬

작품 배경


〈사라진느(Sarrasine)〉는 1830년에 《파리 리뷰(Revue de Paris)》 지에 처음 발표된 후, 1831년에 《샤를 고슬랭(Charles Gosselin)》 출판사의 〈철학적 이야기(Romans et contes philosophiques)〉 시리즈 중 제2권에 포함되어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이후, 1835년에 『인간희극』의 「파리생활 정경(Scènes de la vie parisienne)」으로 분류되었다. 이 소설은 두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액자 소설이다.




엘리제 부르봉(Élysée-Bourbon) 궁의 시계가 자정을 막 치고 난 시각, 랑티(Lanty) 백작의 저택에서는 파리에서 가장 부유하고, 화려하고, 제일 작위가 높은 사람들이 어우러진 파티가 한창이었다. 랑티 백작 부부는 출신과 과거가 드러나지 않아 파리 사교계에서 화젯거리였다. 전율적인 미모를 갖춘 백작 부인은 부드럽고 겸손한데다 유식하고 재치 있으며, 표정마다 지성의 빛이 나오고, 눈은 유난스런 광채를 띠며, 부드럽고 정다운 목소리는 심금을 울렸다. 백작 부인의 미모를 빼닮은 열여섯 살 딸 마리아니나(Marianina)와 그의 동생 필립포(Filippo)는 놀랄 만한 미모와 재치, 기품을 지녔다. 랑티 백작은 키가 작고 못생기고 얽은 얼굴로, 조예 깊은 정치가로 통했다. 랑티 가족이 너무도 부자이고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비밀에 싸인 랑티 집안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갖가지 억측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날 저녁의 파티에 한 낯선 인물이 출현했다. 그 이방인은 한낱 노인일 뿐이었지만 랑티 가족 모두가 그를 특별히 신경 쓰는 기색이 역력했기에 사교계 사람들은 그의 정체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춤을 추다가도 가끔씩 노인을 향해 공포의 시선을 던지는 마리아니나도 그렇고, 노인 곁에 붙어서 정답고도 주의 깊게 노인을 살피는 필립포가 그랬다. 백작부인은 복종과 애정이 동시에 서린 태도와 표정으로 노인을 대접했으며, 랑티 백작은 노인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척했다. 노인은 송장처럼 냉혹하고 빈정거리는 듯한 웃음을 머금은 채 말없이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화자와 동반해 파티에 참석한 세련된 몸매의 우아하고 젊은 미망인 베아트릭스 드 로슈피드(Béatrix de Rochefide) 후작 부인은 그 노인에 대해 공포를 느꼈다. 그녀는 노인을 피해 화자를 끌고 어떤 규방으로 들어갔다. 규방 안에는 화려한 틀에 담긴 초상화 한 점이 있었는데 로슈피드 부인은 초상화 속 인물의 우아한 기품과 포즈, 아름다운 머리칼과 색채에 탄복해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 했다. 바로 이때, 어린 마리아니나가 노인을 부축해 들어오더니 벽걸이 장식 뒤에 가려진 문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거기서 저택의 수호자 같은 사내 하나가 마술처럼 나타났고, 마리아니나는 노인을 그 수호자에게 맡기며 노인에게 존경스럽게 키스를 했다. 마리아니나가 돌아서기 직전에 노인은 자신의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들 중 하나를 빼내어 그녀에게 건넸고, 그녀는 신이 나서 반지를 받아 자신의 손가락에 끼고는 살롱 쪽으로 뛰어갔다. 이 광경에 놀란 로슈피드 부인은 그들의 내막을 더욱 궁금해 했고, 초상화에 얽힌 내막을 익히 알고 있던 화자는 로슈피드 부인과의 밀회를 바라는 마음에 그녀에게 다음 날 저녁에 단둘이 만나주면 그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이 되어 화자는 랑티 집안의 비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에르네스트 장 사라진느(Ernest-Jean Sarrasine)는 프랑슈콩테(Franche-Comté) 지방의 어떤 검사의 외아들이었다. 막대한 연금을 아주 정당하게 벌어 들였던 그의 부친 사라진느 영감은 외아들을 사법관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으로 아들 교육에 각별했다. 어린 나이에 예수회 교단에 맡겨진 어린 사라진느는 “적극적인가 하면 소극적이고, 소질이 없는가 하면 너무도 총명한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그를 꺼려했다. 교회에서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나뭇조각이나 돌, 연필 등으로 사람의 형상을 조각하거나, 자기가 앉은 자리에다 장식 그림의 인물을 베껴 그리거나 조잡한 그림 따위를 그려 놓거나 했는데, 그 그림들의 외설스러움이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성 금요일에 큰 장작으로 그리스도를 꽤나 추잡스러운 형상으로 조각했다는 이유로 그는 결국 학교에서 쫓겨나고야 말았다.


사라진느는 아버지의 노여움을 피해 파리로 피신했다. 그는 에드메 부샤르동(Edmé Bouchardon)의 아틀리에로 들어가 낮에는 작업을 하고, 저녁이면 생계를 구걸하러 다녔다. 부샤르동은 사라진느의 재능과 총명함에 감탄했다. 그는 이내 젊은 제자의 궁핍한 처지를 알아차리고는 자식처럼 애정을 쏟으며 보살폈고, 사라진느가 아버지 노검사의 후의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힘썼다. 명망 높은 예술가인 부샤르동이 아들의 재능을 상찬하자 사라진느 아버지의 노여움은 진정되었고, 조각에서 요구되는 길고도 힘든 공부가 긴 시간 동안 이어지며 사라진느의 혈기 왕성한 성격과 야색적 재능도 길들여졌다. 부샤르동은 사라진느의 영혼 속에서 격렬한 에너지와 재능을 발견하고는 사라진느에게 다양한 방식의 작업을 요구함으로써 그가 방탕하지 않도록 통제했다.


스물두 살이 되던 해에 사라진느는 당시 재능 있는 예술가들을 후원하기 위해 제정한 예술가 상을 수상함으로써 1758년에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예술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그는 조각상과 벽화, 그림들을 보고 감탄하며 미켈란젤로와 부샤르동 못지않은 예술가로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로마로 갔다. 로마에서 두 주일을 보낸 어느 날 저녁, 한 극장의 공연을 관람하러 갔다가 무대 위의 프리마돈나 잠비넬라(Zambinella)를 발견하게 된다. 지금까지 여기저기에서 자연스런 완벽함을 찾아왔었던 사라진느는 그녀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잠비넬라는 조각가라면 가장 뜨겁게 열광하게 되는 여성적 자연의 세련된 균형을 갖춘 매혹적인 모습으로, 여자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걸작이었다. “사라진느는 자신을 위해 받침대에서 내려온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을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 잠비넬라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사라진느는 “박수도 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어떤 광기의 작동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뭔가 끔찍하고 악마 같은 것이 깃든 광적인 욕망으로, 사라진느는 잠비넬라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죽어버릴 것이라고 결심했다. 그는 너무도 강렬한 환희를 느꼈던 나머지, 고통과 함께 무력증 같은 공허를 느껴 기진맥진한 채로 극장을 나와 어느 교회의 계단에 망연자실하게 앉은 채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말하자면 “그는 열정의 벼락을 맞았던 것”이다.


다음 날 그는 하인을 보내 무대에서 가까운 칸막이 좌석 한 자리를 시즌 내내 예약하게 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아침마다 찰흙을 빚어 마침내 잠비넬라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는 잠비넬라의 조각을 응시하며 조용하고 격렬하게 정념을 불태웠다. 그는 매일 저녁마다 극장으로 가서 잠비넬라를 뜨겁게 바라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앉아 있던 칸막이 좌석의 문을 누군가 노크했다. 문을 열자 어떤 노파가 은밀히 들어오더니, 밤 열 시 경에 망토와 커다란 모자로 신분을 감추고 어느 거리로 가보라고 일러주었다. 노파가 말한 장소로 달려가기 위해 그가 극장을 빠져나오는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사람이 그의 팔을 붙잡더니, 치코냐라(Cicognara) 추기경이 잠비넬라의 후원자이기에 이건 목숨이 달린 문제이니 조심하라고 귓속말을 했다.


이윽고 노파가 말했던 약속 장소로 달려가 보니 그 노파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파는 그를 데리고 여기저기 작은 골목을 지나 무척 멋들어진 궁전으로 그를 안내했다. 눈이 부시게 찬란한 불빛이 번쩍거리는 살롱에 술병들이 잔뜩 차려진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방금 전 극장에서 보았던 모든 남녀 가수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직 잠비넬라와의 밀회를 원했던 그는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지만 태연자약하게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는 참석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잠비넬라가 앉아 있는 안락의자를 향해 다가갔다. 그녀는 무대복을 벗어버리고 날씬한 허리가 드러나는 비단 드레스를 입고 있었기에 더욱 매력적인 자태였다. 그는 자신을 향해 상냥한 미소를 짓는 그녀 곁에 다가가 공손하게 앉았다. 그의 가슴은 사랑의 희망과 두려움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사랑에 빠진 그로서는 알아차릴 수 없는 그 어떤 악의가 참석자들의 얼굴에 번져나갔다. 그러나 사라진느는 은밀한 사랑의 기쁨에 넘쳐 주변의 시선이나 대화를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다.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통음난무로 변하자 참석자들은 취기에 어려 어떤 이는 노래를 부르고, 어떤 이는 소파에서 잠들었다. 새벽 세 시 경이 되자 만취로 인해 격정이 끓어오른 사라진느는 잠비넬라를 데리고 어떤 규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잠비넬라는 단검을 품고 있으니 다가오면 찌르겠다고 위협하며 그를 거부하고는 향연장으로 달아났다. 사라진느가 곧바로 그녀를 쫓아가보니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소파 위에 기절해 있었다. 그녀는 뭔가 두려워하고 있었다.


사라진느는 기진맥진한 잠비넬라를 마차에 태워 데려다주며 열렬한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나 잠비넬라는 그의 감정은 순간적일 뿐이라며 자신을 사랑하지 말라고 단언했다. 사라진느는 그녀가 자신의 인생이자 행복 그 자체라고 외치며 그녀에게 정열적인 키스를 했다. 그러자 잠비넬라는 “만일 제가 여자가 아니라면요?”라고 수줍게 물었다. 열흘 동안 그녀를 탐욕스럽게 응시했던 사라진느는 여자만이 가질 수 있는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우아한 곡선을 가진 잠비넬라이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자 잠비넬라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존재는 오직 무대 위에서 뿐이니 이 순간은 영원히 잊어버리고 사랑만은 요구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사라진느가 보기에 잠비넬라는 너무도 연약했기에 그로서는 그녀가 여자가 아닌 다른 그 무엇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저녁, 사라진느는 프랑스 대사의 초대를 받아 대사관저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참석했다. 그 음악회에서는 잠비넬라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사라진느가 대서관저에 도착해 살롱으로 들어가자 잠비넬라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잠비넬라는 남장을 한 모습이었다. 사라진느는 어느 노귀족에게 다가가 잠비넬라가 남장을 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노귀족은 깜짝 놀라며 교황청이 있는 로마에서는 여자들은 결코 무대 위에 오를 수 없기 때문에 잠비넬라가 여장을 했던 거라고 답했다.


끔찍한 진실이 영혼을 파고들어 벼락 맞은 듯 아연실색한 채 꼼짝하지 않고 잠비넬라를 바라보던 사라진느의 타는 듯한 시선과 마주친 잠비넬라는 목소리가 떨리더니 이내 노래를 중단하고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자 치코냐라 추기경은 잠비넬라의 시선이 닿는 곳에 서 있던 사라진느를 발견했다. 추기경은 성직 부관에게 사라진느의 이름을 물은 뒤, 어떤 신부에게 뭐라고 명령을 내렸고, 명령을 받은 신부는 재빨리 사라졌다.


사라진느는 끔찍한 사실을 부정했다. 그는 잠비넬라가 분명 여자임에 틀림없는데, 추기경이 뭔가 비밀스런 음모로 로마 전체를 속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라진느는 살롱에서 나와 친구들을 불러 관저의 뜰에 매복시켰다. 잠비넬라가 무대를 마치고 나오자 사라진느의 친구들은 잠비넬라의 입에 재갈을 물려 사라진느가 타고 있던 마차에 처넣었다.


마차는 사라진느의 아틀리에로 향했다. 잠비넬라는 아틀리에에서 자신의 조각상을 발견하고는 공포에 휩싸였다. 사라진느가 잠비넬라 주위를 신경질적으로 왔다 갔다 하더니, 이윽고 잠비넬라 앞에 멈춰 서서 이렇게 물었다. “진실을 말해. 너 여자지?” 잠비넬라는 그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리고는 그저 친구들과 장난삼아 그를 속였다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 격분한 사라진느는 잠비넬라를 죽여버리겠다며 칼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그의 눈에 잠비넬라의 조각상이 들어왔다. 그는 “너의 나약한 손이 내 행복을 뒤엎어 버렸어. 넌 날 네 수준으로 실추시켜버렸어. 사랑한다는 것, 사랑받는다는 것, 그런 것들이 이제부터 내겐 아무런 의미도 없는 빈말일 뿐이야.”라고 말하고는 조각상을 가리키며, “괴물! 아무것에도 생명을 줄 수 없는 너, 너는 내게서 지상의 모든 여자들을 빼앗아 가버리고 말았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더니 사라진느는 망치를 집어 들어 엄청난 힘으로 조각상을 향해 던졌다. 망치는 조각상을 빗나가고 말았지만, 사라진느는 조각상을 파괴해버렸다고 생각하고는 이번에는 칼을 집어 들고 잠비넬라를 향해 마구 휘둘렀다. 이때 세 명의 남자가 들어와 사라진느를 칼로 내리쳤다. 그들은 칼을 맞고 쓰러진 사라진느에게 치코냐라 추기경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로슈피드 부인은 이 이야기가 그 노인과 무슨 관계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러자 화자는 사라진느가 죽은 뒤 치코냐라 추기경이 잠비넬라 조각상을 대리석으로 제작했고, 그 조각상은 오늘날 알바니(Albani)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랑티 가문이 1791년에 그 조각상을 되찾아 유명한 화가에게 그 조각상을 그려달라고 부탁했고, 그 초상화가 바로 로슈피드 부인이 그토록 감탄해 마지않았던, 랑티 저택의 규방에 걸려 있던 그림이었다. 로슈피드 부인이 그토록 끔찍하게 여겼던 그 노인은 바로 백 살이 된 잠비넬라의 모습으로, 마리아니나의 종조부였다.


잠시 동안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던 로슈피드 부인은 이윽고 “파리는 부끄러운 재산이며, 피로 더럽혀진 재산, 그 모든 것을 받아들여요. 여기에서는 범죄와 치욕이 불가침권을 가지고 있을 뿐, 미덕에게만 그 제단이 없지요.”라고 외치며 역겨움과 혐오감을 드러냈다.




분석


〈사라진느〉는 「풍속 연구」 중 「파리생활 정경」에 속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그의 저서 〈S/Z〉(1970)에서 이야기의 구조 분석 혹은 텍스트의 과학이라고 불릴 수 있는 독서법으로 정교하게 분서하여 소개함으로써 널리 알려지게 된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에서는 1830년대 파리의 한 화려한 살롱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유혹하려 하고 있는 서술자가 거기에 나타난 어떤 백 세 노인의 신비스런 모습을 묘사하고 있고, 후반부에서는 서술자가 18세기 중반 로마에서 일어난 어떤 기이한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은 길이가 짧으면서도, 육십 년이 넘는 간격을 가진 두 이야기를 거의 같은 분량으로 병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또한 이 작품의 인물들은 발자크의 다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는 달리 『인간희극』의 다른 작품에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사라진느〉는 『인간희극』 체계 안에 들어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고립된 작품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발자크는 〈루이 랑베르〉에서처럼 이 작품에서도 그 자신의 개인적, 심리적 체험을 도입하고 있다. 전반부 이야기의 서술자인 ‘나’처럼 발자크는 그 자신이 뛰어난 이야기꾼이고, 귀족적인 아름다움을 선호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 나오는 백 세 노인은 작가가 창작 활동 초기인 1822년에 발표한 〈백 세 노인〉의 인물과 유사점이 많다. 작가의 아버지 베르나르 프랑수아 발자크는 83세까지 장수하였고, 평소에도 장수의 비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사라진느와 발자크의 유사성은 더욱 확연하다. 발자크와 마찬가지로 지방 부르주아 가문 출신인 사라진느는 종교 학교에서 제도 교육을 착실히 받도록 권유받지만, 홀로 공상에 잠기기를 좋아하는가 하면 경건한 시간에 외설스런 조각을 하는 등 말썽을 부리다가 학교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그는 루이 랑베르나 라파엘 드 발랑탱 등 발자크의 또 다른 분신들과 마찬가지로 극장에서 극심한 정열의 요동을 느낀다. 또한 작품 속에서는 잠비넬라를 둘러싼 남성 동성애가 암시되어 있는데, 발자크의 동성애 경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자들이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 참고 문헌 : 〈사라진느〉, 발자크 저, 이철 역, 문학과 지성사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상기 참고 문헌의 내용을 제 임의대로 압축해 줄거리 형태로 요약하거나, 불어판 사이트의 경우엔 제가 번역해서 발췌 및 인용한 것입니다.

▶ 볼드 처리된 문장은 역자가 원작을 번역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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