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파리생활정경 제12권
〈사촌누이 베트(La Cousine Bette)〉는 1846년 10월부터 12월초까지 〈콩스티튜시오넬((Le Constitutionnel)〉에 연재되었고, 이듬해에 〈사촌 퐁스(Le Cousin Pons)〉와 함께 〈가엾은 친척들(Les Parents pauvres)〉 연작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발자크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한 명이 아니고 여러 명이다. 그들 모두가 희대의 편집광들이다. 발자크는 일찍이 “인생이란 정열”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소설은 과연 정열의 포로가 된 인간들의 파노라마 같은 느낌을 준다. 정열의 방향은 다기다양하다. 윌로(Hulot) 남작과 같은 여색의 정열, 또 리스베트와 같은 증오의 정열, 크르벨(Crevel)과 같은 돈에 대한 정열, 또 발레리(Valérie)의 돈을 목적으로 한 창부 기질의 정열 등이 그것이다.
로렌(Lorraine) 지방의 피셰르(Fischer)라는 농부 집안의 3형제 중 장남의 딸인 아들린느와 차남의 딸인 리스베트(Lisbeth)는 모든 면에서 상반된다. 아들린느는 시골의 가난한 농부의 딸로서 지체 높은 윌로 남작의 아내가 된다. 아들린느는 살결이 희고 미인이며, 마음씨도 고운 처녀였지만, 사촌동생인 리스베트는 정반대로, 피부색이 검고 못생겼으며 성격 또한 음험하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아들린느를 소중히 여기고, 리스베트는 하녀 같은 취급을 받는다. 이로 인한 영원한 증오와 복수심이 리스베트 마음속 깊이 뿌리박는다.
아들린느는 1806년의 전쟁 시,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지방의 군단 지불 명령관으로 왔던 윌로 데르비(Hulot d'Ervy) 남작의 눈에 띄어 일약 귀족부인이 되고, 슬하에 빅토랭(Victorin)과 오르탕스(Hortense) 남매를 두게 된다. 결혼 초기의 약 10여 년간, 아들린느는 꿈과 같은 시절을 보낸다. 남편의 사랑을 한 몸에 지닌 그녀는 영광의 길을 걷고 있는 남편의 명성과 위세 때문만이 아니고, 그 여자 자신이 타고 난 귀족적 미모로 해서 사교계의 꽃으로 군림하고, 당시의 어떠한 여성보다도 정숙한 아내로서 행복의 절정에 달해 있었다. 그래서 마음씨 고운 아들린느는, 자기의 아름다움 때문에 희생된 사촌동생 리스베트를 파리로 불러들여 도회지에 자리를 잡아주고자 한다. 결혼을 시키려고 애써도 이 추녀에게는 출가의 운이 없었다. 간혹 혼처가 나서기도 했지만, 베트의 경계심과 자학은 그 여자로 하여금 일생을 처녀로 늙게 만들었다.
남작 부처는 그 여자를 위해서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리스베트는 형식상 독립된 생활을 하게 되고, 자기의 노후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여 저축도 한다.
1818년 이후, 수년 간 무보직으로 있던 윌로 남작은 여색에 빠지게 된다. 아들린느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흠모하는 남편이 하는 일이니 되도록 모르는 체하려 했고, 오히려 오늘의 자기를 창조해 준, 그리고 그토록 행복한 생활을 갖게 해준 남편이 자기를 쫓아내지 않는 것만 고마워했다. 절대순종, 인내, 한결같은 사랑, 이것이 아들린느의 신조였던 것이다.
윌로 남작의 방탕으로 인해 야기된 아들린느의 불행을 제일 기뻐한 사람은 리르베트였다. 자기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사촌언니에 대한 증오심을 풀 방도가 없었던 터에 그런 광경을 보니 통쾌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겉으로는 어디까지나 윌로 집안에 대한 공손하고 헌신적인 협조자처럼 처신하기를 잊지 않았다.
변호사가 된 윌로의 아들 빅토랭은 아버지의 친구이자 갑부가 된 옛 향료상인 크르벨의 사위가 된다. 윌로의 딸 오르탕스는 혼기가 되었건만, 지참금이 없어서 시집을 못 간다. 윌로 남작은 여전히 여색에 빠져, 딸의 지참금 마련은 고사하고, 방탕한 생활을 위한 비용이 궁해져 여기저기 빚을 지게 된다. 이러한 약점을 기화로, 사돈 크르벨은 아들린느를 유혹한다. 크르벨로서는 자기의 정부를 윌로 남작에게 빼앗긴 앙갚음을 할 속셈인 것이다. 그러나 정숙한 아들린느는 이에 넘어가지 않는다. 체면만 깎인 크르벨은 사돈의 집안인 윌로의 집안을 괴롭힐 결심을 한다. 여기서 어리석은 호인 크르벨과 음험한 추녀 리스베트 사이에 묵계가 이루어진다. 결혼상대도 나타나지 않고 가세도 그러니, 지참금 없이 결혼해 볼 생각을 하던 젊고 재치 있는 처녀 오르탕스는 자기 이모, 즉 리스베트가 정열을 다해서 보호하고 있는 폴란드의 망명귀족 쉬타인보크(Steinbock) 백작을 빼앗아 결혼에 성공한다. 이 예술가는 파리에 망명 후 생활이 궁지에 몰려 자살하려던 것을 리스베트가 구해주고, 조각가로서의 생활 수단까지 마련해주었던 것이다. 노처녀의 플라토닉 러브의 대상이며 생활의 유일한 낙이 조카딸 오르탕스에 의해 무참히도 짓밟히자 리스베트는 사촌언니 아들린느와 조카딸 오르탕스를, 아니 윌로 집안을 파멸의 구렁으로 몰아넣으리라고 결심한다.
한편 무희나 가희 같은, 오직 부유층의 남성들이 돈이라는 수단으로만 얻을 수 있고, 돈이 거덜 나면 다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상류사회의 매춘부들 사이를 전전하던 윌로 남작이 이제는 매력적이고 착실한 여염집 아낙네를 정부로 삼아 보려던 차에 때마침 남작이 담당하고 있는 육군성 경리국의 관리인 마르네프(Marneffe)의 부인 발레리 마르네프(Valérie Marneffe)가 나타난다. 이 두 사람의 중매 역할을 자처했던 이가 바로 리스베트이다.
발레리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창부 기질이 골수에까지 밴 여자이다. 또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자기의 야심을 만족시키려는 정열도 있다. 그녀의 남편 마르네프는 자기의 아내를 딴 남자의 품에 안겨줌으로써, 그 남자들에게 자랑도 삼을 겸, 자기의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켜보려는 자학적인 정열을 지닌 사내이다. 당시의 파리 사교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꼬뀌(cocu :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고도 모르고 있는 어리석은 남편) 중에서도 간악한 꼬뀌의 전형인 셈이다.
이 마르네프라는 자는 머리털이 성기고, 윗수염을 기르고, 얼굴은 주름살이 있다기보다는 차라리 얼굴 가죽이 늘어져버린, 혈색이 나쁘고, 눈시울이 뻘겋게 짓무른 말라빠진 작은 사나이인데, 우스꽝스럽게 안경을 걸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내의 정조를 제물로 바치고 그 약점을 무기로 자기의 승진을 꾀하는 부도덕한의 전형적 인물이기도 하다. 자기의 상관인 윌로 국장이 공공연하게 자기 집에 출입하는 것을 묵인하고, 또 윌로 외에 크르벨까지도 밥으로 삼아, 아내의 음탕한 계략을 위해 공모자의 역할을 한다. 발자크가 창조해낸 인물 중에서 가장 흥미 있는 유형 중 하나이다.
발레리 마르네프에게는 또 한 사람의 애인이 있었다. 억만장자인 브라질인으로서, 발레리가 남편 이외의 남자와의 불륜의 정열에 빠졌던 최초의 남성이다. 태양이 작열하는 열대를 상징하는 검은 피부와, 그의 모친이 그를 잉태했을 때 표범의 눈을 보고 놀았을 것 같은 날쌔고 반짝이는 가색 눈을 가진, 질투심이 강하고, 자기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사람의 목을 비틀어 죽이는 것쯤은 예사로 아는 반면, 순진하기도 한, 포르투갈 귀족의 후예였다.
그는 재산을 정리하러 브라질로 갔다가 3년 만에 파리로 돌아온다. 그동안에 발레리는 윌로, 크르벨, 그리고 윌로의 사위인 벤세슬라스 쉬타인보크(Wenceslas Steinbock)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 거기에 브라질인 몬테스 데 몬테자노스 남작이 등장, 발레리의 본 남편 마르네프까지 포함해서 오각관계를 이루게 된다. 포주와 같은 입장에 있는 마르네프를 제외하더라도, 치정의 사각관계를 요부 발레리가 다루는 솜씨는 감탄할 만하다.
발자크는 이 여자를 묘사함에 있어서 다른 인물들의 윤곽이 잠시나마 희미해질 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위대한 프랑스의 애국자이며, 명예로운 육군 원수의 사생아로, 어두운 생활만 해오면서도 사치스런 생활에 젖어 있던 여자, 그러다가 하급관리의 아내가 되어 빈곤한 생활에 싫증이 난 여자, 그러면서도 선천적으로 음탕한 소질이 있는 여자, 이러한 여자의 갈 길은 빤하다. 간악한데다가 돈에 시달린 나머지 탐욕스럽고 음탕한 혈통을 이어받아 남자라면 가리지 않고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그야말로 사회에 오직 해독만을 끼치는 백해무익한 존재이다. 역사상 그러한 여자로 인해서 인류가 입은 피해와 선량한 가정이 겪은 파국은 부지기수이다.
막대한 고리채에 몰리고, 발레리에게서도 버림을 받은 윌로 남작이 종적을 감추자, 윌로의 옛 애인들이었던 상류사회의 창부들도 천사와 같은 아들린느에게 감동한 나머지, 남작의 행방을 찾는 데에 적극 협력하기로 한다. 그만큼 윌로 부인은 후광에 싸인 성녀와도 같은 여인이었다.
아들 빅토랭 윌로는 장인 크르벨이 발레리와 정식 결혼을 하자, 아내와 함께 장인과 의절한다. 그는 부친이 저질러 놓은 재정상의 과실로 막심한 타격을 받지만, 성실하고 현명한 처리로 결국엔 파국을 면한다. 윌로의 소재를 알아내기 위해 아들린느가 어느 자선단체에 가담해서 빈민굴을 면밀히 답사해가며 구호 대상을 가려내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빅토랭은 내무성의 한 관리의 소개로 암흑가의 마녀 같은 노파를 알게 되고, 그 노파로 하여금 자기의 부친과 가정을 파멸 직전까지 몰아넣고, 드디어는 장인까지 농락해서 오욕의 구덩이로 떨어뜨린 악녀 발레리의 부정과 죄악에 대한 처벌을 가하기로 결심한다.
노파는 또 다른 여자와 공모해서 브라질인으로 하여금 발레리가 크르벨의 눈을 속이고 쉬타인보크 백작과 밀회하는 현장을 목도하도록 계략을 꾸민다. 계략은 주효해서, 현장을 발각당한 발레리는 순간적으로 절망했지만, 곧 다시 간계를 꾸며, 브라질인을 오히려 힐난하면서, 다시 자기에게 굴종하도록 온갖 교태를 부린다. 외관상, 사랑에 빠져 이성을 잃은 남자인 체하는 브라질인은 잔인하고도 치명적인 복수를 결행할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그리고 그것은 마침내 감행된다.
발레리와 혈육의 자매 이상 가는 애정으로, 더구나 증오와 허영이라는 불치의 강열한 감정으로 결합된 리스베트는 그때까지의 발레리의 모든 행동을 뒤에서 꾸준히 뒷받침해주었고, 그럼으로써 자기의 복수도 거의 성취될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속으로 흐뭇해한다. 이 추악하고 음험한 여자의 집념은 여기에서 머물지 않는다. 곤궁에 빠진 윌로가에, 자기가 모아둔 적지 않은 액수의 돈을 자진해서 털어놓아, 온 가족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가 되고, 한편으로는 윌로가의 장래를 위해서라는 구실 아래, 윌로 남작의 형인 윌로 원수의 부인이 되고자 열망한다. 그럼으로써 아들린느보다 위에 서고, 동시에 노원수의 유산을 차지하자는 속셈이었다. 아들린느, 빅토랭, 오르탕스 등의 간곡한 권유로 윌로 원수도 베트와의 결혼에 거의 동의하려 할 즈음, 아들린느의 숙부가 옥중자살을 한다. 그는 윌로 남작이 저지른 경리 부정의 도구가 되어 알제리에 파견되었었던 것이다. 노원수는 아들린느 숙부의 옥중자살로 인해 받은 극도의 충격으로, 그 자신도 자살해 버린다. 베트의 야망은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고된 여공생활과 빈민가에서의 곤궁한 생활 속에서도 돈을 모으기에 열중하면서, 증오와 복수심과, 야망에의 끈질긴 집념으로 살아온 리스베트는 결국 폐결핵에 걸리고 만다. 가뜩이나 실의에 빠져 있는데다 설상가상으로 병까지 얻어, 이제는 크르벨의 부인이 된 발레리와 함께 살 수도 없게 된 베트는, 윌로가로 들어와 온 가족의 사랑을 받으면서 치료를 받는다.
죄의식이 결여된 인간처럼 무서운 존재는 없다. 무지에 뿌리박은 집념은 모든 도덕규범에는 무관심하며, 이는 진실로 무서운 일이다. 그러한 인간은 스스로의 정열로 불타버리기가 일쑤이다. 대개의 경우, 범죄를 저지르면 타율적인 제재를 받게 마련이지만, 야만인에게도 구비되어 있는 원시적인 지혜의 힘으로 표면에 드러나지는 않는, 마치 유독성 가스처럼 사회의 저변에 표류하면서 해독을 끼치는 부류도 있다. 리스베트야말로 그러한 존재이다. 그러나 그 유독성 가스는 공기에 섞여, 자연히 소멸하게 마련이다. 리스베트가 폐결핵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이야말로 적절한 상징이 아닐 수 없다.
아들린느의 정성어린 수색의 결과, 윌로 남작이 드디어 빈민가에서 발견되어 단란한 가정으로 돌아온다. 이에 앞서 브라질인 몬테자노스 백작의 복수가 성공해서, 발레리와 크르벨은 무서운 혈액 부패병에 걸려, 마치 썩은 시체와도 같은 꼴이 되어 죽고 만다. 발레리는 죽기 전에 회개하고, 카톨릭 교회의 자비에 몸을 내맡긴다. 악의 권화와 같은 리스베트는 그녀의 임종의 자리로 달려가서, 악을 관철시키지 못하는 발레리를 책망하나, 끝내 발레리를 설복시키지는 못한다.
“천당에 가서...... 하느님이나 녹여야지.” 이것이 절세의 탕녀 발레리의 최후의 말이었다. 발레리다운 말이다. 악의 동조자를 잃고 무한히 고독해져, 처음으로 패배감을 절감한 베트의 병세는 더욱 악화된다.
발레리의 죽음이 크르벨에게 막대한 재산을 남겨주었고, 연이은 크르벨의 죽음은 빅토랭 부처에게 더욱 막대한 재산을 물려준다. 그뿐 아니고, 전죄를 회개한 발레리는 자기가 희생시킨 윌로 남작에게도 재산의 일부를 유증한다. 생전에 천인공노할 악행으로 모아진 재산도 신이나 자연의 섭리 앞에는 허무하다.
방탕한 남편의 귀가로 인해 천사 같은 아들린느는 행복을 되찾아가는 듯했다. 오르탕스도 사랑하는 예술가 쉬타인보크 백작의 개심으로 행복을 되찾고, 위기를 모면한 윌로 집안의 지주인 빅토랭 부부가 횡재를 맞는 등, 모든 것이 다 잘되어가는 듯했다. 윌로는 아내와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정답게 대했고, 자식의 명예를 위해서 자기의 분수를 지키려고 애썼고, 그래서 이제는 조용히 노후를 보내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느 날 밤, 아들린느가 잠에서 깨어보니, 남편이 침대에서 사라졌다. 혹시 화장실에 갔다가 졸도라도 하지 않았을까 싶은 불길한 생각에 사로잡혀 황급히 나가보니, 노르망디 시골의 술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다가 파리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은, 못 생긴 뚱뚱보 식모 아가트(Agathe)의 방에서 남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집사람도 얼마 못 살 것이니 네가 원하기만 하면 남작부인이 될 수 있다.”
그 자리에서 기절한 아들린느는 그로부터 며칠 만에 임종의 자리에 눕게 된다. 정숙한 아내는 끝내 회한과 불행을 뼛속 깊이 맛보며 숨을 거둔다. 아들린느가 사망하자 윌로 남작은 아가트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진다. 천성적인 방탕의 기질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얼마 후, 아들 빅토랭 윌로 변호사는 부친이 시골에서 아가트와 결혼식을 올렸다는 소문을 듣는다. 빅토랭은 “부모는 자식들의 결혼에 반대할 수 있지만, 자식들은 어린애 같은 부모들의 추태를 막을 길이 없단 말이지.”라고 씁쓸하게 술회한다.
이 작품은 발자크 말년에 이룩한 마지막 걸작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에서는 발자크의 초기 작품에 주로 나타나는 ‘발자크적 소설’ 특유의 도입부를 찾아볼 수 없다. 요컨대, 거리, 가옥, 복장, 용모 등에 대한 면밀하고 지나칠 만큼 사실적인 묘사가 배제되고, 첫머리에서부터 크르벨(Crevel)과 윌로(Hulot) 부인의 대결이 펼쳐진다. 이후 쉴 틈 없이 여러 가지 사건들이 끝없이 전개되며, 몇 개의 운명이 동시에 뒤얽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다중적인 구조를 가진다.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는 발자크의 인물 재등장 기법은 이러한 다중적인 구조에 커다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발자크는 한스카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마르셀린느 데보르드-발모르(Marceline Desbordes-Valmore)의 시들에서 영감을 얻어 베트라는 인물을 창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모친의 볼테르적 기질을 베트라는 작중인물에 가미시킨 것이다. 또한, 윌로 남작이 연루되는 장면도 발자크의 친구인 빅토르 위고(Victor Hugo)가 겪었던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소재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어느 작품보다도 생명감이 넘쳐흐른다. 발레리라는 한 창부를 중심으로 다섯 명의 남자가 뒤섞여 각축을 벌이는 음모와 타락의 세계를 밑그림으로 하여, 악덕과 미덕이라는 주제와 함께 당시 프랑스 사회에 미친 돈의 영향을 탐구하면서 통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베트와 발레리(Valérie)의 관계는 동성애라는 주제에 대한 중요한 탐구로도 간주된다.
그러나 사실주의 작가인 발자크는 당시 프랑스 사회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설교적이거나 도식적으로 주입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객관적 현실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당시 프랑스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를 진정한 리얼리스트라고 부르는 것이다.
▶ 참고 문헌 : 〈사촌누이 베트〉, 발자크 저, 이진구 역, 삼성출판사
▶ 참고 사이트 : 〈ABC북 맛보기 사전〉, 청해출판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상기 참고 문헌이나 사이트의 내용을 제 임의대로 압축해 줄거리 형태로 요약 및 인용한 것입니다.
▶ 볼드 처리된 문장은 역자가 원작을 번역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