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파리생활정경 제15권
〈라보엠의 왕자(Un prince de la bohème)〉는 1840년 8월 25일, 발자크가 직접 발간한 문학잡지인 《파리 평론(La Revue Parisienne)》에 〈클로딘의 환각들(Les Fantaisies de Claudine)〉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단편 소설이다. 1831년 이후 파리로 망명해 있던 독일 시인 하이네(Henri Heine, 1797~1856)에게 바치는 헌사가 포함된 이 작품은 《퓌른》의 최종 교정본에 이르기까지 가필과 교정 작업이 계속되었다. 1844년 《포터(Potter)》에서 교정된 이후 1846년에 『인간희극』의 「파리생활 정경」으로 분류되었다.
이 작품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다. ‘테두리 이야기’(1차 이야기, Récit-cadre)와 ‘핵심 이야기’(메타 이야기, Méta-récit)에 화자로서 동시에 관여하는 시인 라울 나탕(Raoul Nathan)과 『인간희극』에 재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짤막한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연계되면서 방대하게 확산되어 나간다. 40대 발자크의 원숙한 필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그의 독서와 지식과 인생 경험에서 발원하는 문화코드들이 방대하게 통합된다는 점에서, 독특한 서술 방식과 더불어 단편소설 수준을 넘어서는 다양하고 풍요로운 의미들을 담고 있다.
본래 ‘보헤미안’은 체코 서부의 보헤미아 출신의 방랑 집시들을 지칭하는 말로, 이 작품에서 ‘라보엠’은 ‘19세기 전반기의 방랑 예술가군, 혹은 방랑하는 생활 방식’을 뜻한다. 발자크는 이 주제와 관련해서, 라 팔페린(la Palferine)이라는 강력한 주인공의 성격과 더불어, 무엇보다 이를 프랑스의 사회적 변동과 관련된 한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하여 작품 내적으로는, 한편으로 남녀 주인공인 ‘라 팔페린과 클로딘(Claudine)’의 관계가, 다른 한편으로는 그 보헤미안을 통한 당대 현실에 대한 묘사가 이 작품의 얼개가 되고 있다. 몰락 귀족 출신인 라 팔페린 백작은 1830년 7월 혁명 이후 급격하게 근대화되는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유한다. 반면, 서민 출신인 클로딘은 부르주아로서 안락한 삶을 이루면서도, 몰락 귀족인 라 팔페린을 흠모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친다. 요컨대, ‘라 팔페린과 클로딘의 관계’는 전통 귀족사회에서 모더니티와 시민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소설의 스토리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첫째는 주인공 라 팔페린의 강렬하고 보헤미안적 성격과 그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들이며, 다른 하나는 그와 클로딘의 사랑 이야기다. 발자크가 직접 발간한 문학잡지인 《파리 평론(La Revue Parisienne)》에 〈클로딘의 환각들(Les Fantaisies de Claudine)〉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원본에 따르면 총 2부로 구성된다. 제1부에는 〈멀리서 본 가정생활〉,제2부에는 〈가까이서 본 가정생활〉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제1부의 전반부는 라 팔페린의 보헤미안 행각들이, 그 후반부는 클로딘과의 만남과 사랑의 시작이 서술된다. 그리고 제2부의 전반부는 클로딘과 그녀의 남편인 뒤 브뤼엘의 ‘가정생활’이 주로 왕정복고 시절을 배경으로 이야기되고, 그 후반부는 라 팔페린에 대한 클로딘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그려진다. 이 모든 이야기가 보드라에 부인이 쓴 ‘작품 속의 작품’인 ‘메타 이야기’에서 나탕의 입을 통해서 로슈피드 부인에게 서술된다.
〈시골의 뮤즈(La Muse du département)〉의 여주인공이기도 했던, ‘1차 이야기’의 화자 보드라에(Baudraye) 부인은 유명 작가가 될 환상을 품고 정체된 지방 도시에서 탈출해 남편을 팽개치고 에티엔 루스토(Etienne Lousteau)와 함께 파리로 상경한다. 파리에 와서 3류 기자인 루스토와 함께 동거하면서 파경 직전의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녀는 어느 깊어가는 밤, 살롱의 원탁에 둘러앉아 작가 라울 나탕으로부터 그의 친구인 라 팔페린 백작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당장 집세를 지불해야 할 곤경에 처해 있던 그녀는 나탕이 들려준 팔페린의 이야기를 소설로 각색한다. 보드라에 부인이 나탕에게 팔페린 이야기를 자신의 소설에 이용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자, 나탕은 “그건 정당한 뇌획물이오. 우리 시대에는 모험의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모험을 이야기하는 것을 더욱 즐기게 되었으니까 말이오.”라고 답한다. 다만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바꿔달라고 부탁하고, 그녀는 동의한다. “그럴게요, 나탕. 나는 당신을 등장시킬 때면 항상 가명을 사용해 왔으니까요.”
이어지는 ‘메타 이야기’에서는 보드라에 부인이 집필한 라 팔페린 이야기를 나탕이 로슈피드 부인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메타 이야기’의 화자는 라울 나탕이고, 그의 청취자는 로슈피드(Rochefide) 부인이다. 로슈피드 부인은 다름 아닌 바로 〈베아트릭스(Béatrix)〉로서, 칼리스트와 콘티를 사이에 두고 카미유 모팽과 연정의 갈등을 벌이면서 타인의 감정을 빼앗고 괴롭히는 인물이다. 따라서 나탕에게서 라 팔페린의 스토리를 들은 그녀가 그 보헤미안 귀족을 연모하게 되는 마지막 장면은 설득력이 있는 설정이다. 결국, ‘메타 이야기’는 나탕이 전해준 라 팔페린의 라보엠 이야기를 보드라에 부인이 소설로 각색한 것으로, 그야말로 ‘소설 속의 소설’인 격이다. 따라서 나탕이야말로 이 작품의 본래의 생산자인 셈이다. 요컨대, 애당초 라 팔페린의 라보엠 스토리가 있었고, 그 친구인 작가 나탕이 어느 날 살롱의 원탁에 둘러앉아 ‘시골의 뮤즈’인 보드라에 부인에게 이야기한 것이다.
나탕이 들려주는 라 팔페린의 라보엠 스토리는 이렇다. 라 팔페린의 루스티콜리 가문은 16세기에 메디치 가문의 딸인 카트린 드 메디시스(Catherine de Médicis, 1519~1589)가 앙리(Henri) 2세와 결혼할 때 피렌체에서 파리로 함께 이주한 이탈리아 출신이다. 이후 발루아(Valois) 왕조 시절, 프랑스 궁정에서 빛나는 활약을 했으며, 16세기 종교전쟁 시절에는 카톨릭을 대표하는 기즈 가문과 동맹하여, 1572년 바르텔미 사건에서 신교도 학살에 동참했다. 리슐리외(Richelieu, 1585~1642) 시절까지 번창하던 루스티콜리 가문은 루이(Louis) 14세 시절부터 쇠퇴하기 시작해서, 루이 15세 시절에 몰락한다. 그 이유는 “라 팔페린의 조부가 그 빛나는 가문의 유산을 오페라 가수인 라게르(Laguerre)를 유명하게 키우는 데 털어 넣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혁명 당시 무일푼의 장교였던 그의 아버지는 나폴레옹 제국 시대에 장군과 백작이 되어 바그람(Wagram) 전투(1809)에 참가했다가 사망한다.” 요컨대 “1100년에는 교황도 배출한 이탈리아의 화려한 가문이던 라 팔페린의 선조들은 카트린과 함께 프랑스에 이주한 후로 발루아 왕조에서 찬란했으며, 마자랭(Mazarin, 1602~1661) 시절까지 번창”한다. 그 이후 몰락하기 시작해, 대혁명 이후 다시 부활하지만, 나폴레옹 전쟁에서 그의 부친의 사망으로 완전히 잊혀진 가문이 된다. “만약 살았더라면, 그의 부친은 왕정복고 치하에서 원수가 되었을 것이지만, 그러나 지금은 그의 가문을 아는 사람은 100명 중 3명도 채 안 된다.” 말하자면 라 팔페린은 전형적인 몰락 귀족이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와 17세기를 거치면서 번창해서, 18세기에 쇠퇴하기 시작하며, 대혁명 이후에는 완전히 몰락하는 가문 출신이다. 그래서 나탕은 그 보헤미안 친구의 처지를 이렇게 요약한다. “라 팔페린은 모호한 입장이 되어버렸어요! 그런 이유들로 얼마나 짜릿하고 예리하게 1830년의 부르주아들을 경멸하는지! 만약 라보엠이 왕을 뽑는다면, 그 친구는 그 왕이 되려 할 겁니다.”
제1부의 전반부를 통해서 이야기되는 라 팔페린의 라보엠 에피소드는 대략 열 가지로 요약된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익살스럽고, 강인하며, 대담한 그의 면모를 보여준다. 요컨대 그런 일화들을 통해서 나탕은 그의 이야기를 듣는 로슈피드 부인에게 그 보헤미안 친구의 면모를 설득력 있게 전하는 것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은 부르주아 행인 고댕(Godin)을 “중요한 인물이라면 길거리에서 싸우지 않는 법이오.”라고 일축하면서 눌러버린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행인의 코에 담배를 던져버리고는, 천연덕스럽게 “당신은 적수의 발포를 맞은 것이오.”라고 뭉개버린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아침 일찍 외상값을 받으러 왔다가, 비참한 다락방에 놀라 계단을 내려가는 양복점의 점원에게, 침대 속에서 “계단을 주의하라구!”라고 태연하게 소리친다.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한 부르주아 처녀를 임신시키고는, 놀라서 달려온 그녀의 모친에게 익살스럽게, “난 의사도, 산파도 아니오. 만일 아기가 나를 닮았다면 신사로서 명예를 걸고 맹세컨대, 난 그 애에게 막대 사탕 한 개는 주리다.”라고 대꾸한다.
그 외에도 빚쟁이를 물리친 일화, 오페라 극장에서 시비가 붙은 적수를 두들겨 패서 입원시킨 이야기, 적선을 담당하는 인색한 관리를 골탕 먹인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마지막이 바로 이 소설의 여주인공인 클로딘과의 만남과 사랑의 에피소드이다. 그 ‘라보엠의 왕자’의 기행들과 거침없는 성격에 대해서 나탕은 이렇게 요약한다. “우연히 그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라 팔페린은 결코 위기감을 느끼는 법이 없다. 그는 절대로 넋을 잃고 허둥대지 않으며, 천박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든 그는 항상 리바롤의 천재성과 프랑스 대귀족의 섬세함을 가지고 처신한다.”
제2부의 중심축인 라 팔페린과 클로딘의 사랑 이야기는 제1부 후반부에서 라 팔페린이 벌이는 열 번째 에피소드로서, 그 보헤미안이 길을 지나가다가 무조건 클로딘을 쫓아가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1817년부터 1827년까지, 즉 왕정복고 시대에 오페라 극장에서 튈리아(Tullia)라는 예명으로 빛나게 활동한 전직 여가수”이며, 1829년에 은퇴한 이후 7월 왕정 시대에는 드라마 작가인 부르주아 뒤 브뤼엘(du Bruel)의 아내가 된 상태이다. 그녀는 보헤미안 귀족인 라 팔페린에게 매혹되면서 무조건적인 사랑에 빠져드는데, 이는 희극적인 동시에 감동적이다. “라 팔페린은 미친 듯이 사랑을 받았다. 그 여인은 이상적인 동시에 육체적인, 완전한 사랑을 느꼈다. 라 팔페린은 그녀의 진정한 정열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그녀는 그저 달콤한 애인일 뿐이었다.”
이후 제2부에서는 그가 원하는 모든 요구들을 실현시키려는 그녀의 절절한 사랑이 그 주요 스토리를 이룬다. “그는 부르주아 여자, 즉 가문 이름이 없는 여자에 대해서 깊은 혐오감을 느꼈다. 그로서는 작위를 지닌 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후 그녀는 생 제르맹 귀족 구역의 여인들처럼 옷을 입었고, 그 여인들의 우아함을 지니려고 애썼다.” 그가 부를 때면 남편을 속이고 언제든 그 보헤미안의 다락방으로 달려가는 아이러니컬한 장면은 그야말로 희비극적이다.
팔페린의 요구대로 3년이 지난 후에 클로딘은 정말로 그의 남편인 뒤 브뤼엘을 프랑스 대신으로 만들고, 그녀 자신도 백작부인이 되어 그 앞에 나타난다. 하지만 그녀의 무조건적인 정열은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른다. 자신의 연인으로 남으려면 ‘남십자성’(Croix du Sud)을 가져오라는 그의 황당한 요구에 그녀는 “그게 뭐죠? 남십자성이라는 별이라고요? 좋아요, 라 팔페린, 그럼 우리 함께 그 별로 갈래요?”라고 답한다. 그런 맹목적인 사랑의 정열에 “냉정하고 혹독한” 그 라보엠의 왕자마저도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만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좋아, 나의 아이여, 내 그대를 위해 한 가지를 해주지. 나의... 상속서에 그대의 이름을 넣어주겠어.” 이것이 기괴한 보헤미안 친구인 라 팔페린을 이야기하는 나탕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 이후 라 팔페린과 클로딘의 사랑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언급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830년에서 1837년으로 설정되고 있다. 즉 7월 혁명 이후, 루이 필립(Louis Philippe)의 입헌왕정 시대에 대해서, 발자크는 흔히 ‘1830년의 전환’이라고 지칭되는 전통 귀족사회와의 단절을 의식하고 있다. 보헤미안 귀족인 라 팔페린을 등장시키면서, 발자크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첫째는, 귀족사회에서 근대사회로의 이행 과정이다. ‘메타 이야기’에서 간간히 끼어드는 로슈피드 부인을 앞에 두고 나탕의 입을 통해서 발화되는 그 문제는 시대를 표상하는 전형인 라 팔페린 가문의 몰락 과정을 통해서 표현된다. 발자크의 모습을 많이 닮은 작가이며 기자, 지식인인 나탕은 그런 시대의 전환을 포착하고 분석하기에 적합한 인물이다.
둘째는, 7월 왕정 시대의 ‘노인정치’(Gérontocratie) 비판이다. ‘라피트(Laffitte), 몰레(Mollet), 기조(Guizot), 티에르(Thiers)’ 내각으로 이어지는 그 부르주아 입헌왕정에 대하여, 발자크의 비판은 특히 젊은 계층의 에너지에 물꼬를 터주지 못하는 노화된 시스템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라보엠... 거기에는 말라서 시들어가는 프랑스 젊은 계층의 버려진 꽃들이 모여 있다. 나폴레옹과 루이 14세는 그 싱싱한 꽃들을 잘 골라내서 활용할 줄 알았건만, 30년 전부터 노인정치가 그들을 내버리고 있다. 그 노인정치 체제 하에서는, 아름다운 젊은이들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시들어버린다.” 발자크의 견해를 대변하는 나탕은 당시 콜레쥬 드 프랑스(Collège de France)의 저명한 라틴문학 교수이던 티소(Tissot, 1765-1840)를 인용하면서, 노쇠한 7월 왕정 시대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나폴레옹 제국시대의 사회적 활력을 비교한다. “그 젊은이들은 나폴레옹을 위해서 헌신했으며, 황제는 그들을 도처에 중용했다. 그들을 그의 참모부에, 보좌관에, 행정부 전반에, 어려움과 위험이 가득한 외교와 협상에, 정복한 나라들의 정부에 임명했으며, 그들은 도처에서 그의 기대에 부응했다.”
요컨대 발자크의 관점으로는, 젊은 에너지를 활용하지 못하고 정체되는 사회적 노화 현상과 더불어, 전통 귀족을 대체하는 범용한 근대 부르주아들의 부상(浮上)을 비판하는 것이다. 따라서 라 팔페린을 비롯하여, 발자크 문학세계에 등장하는 일군의 부유하는 젊은이들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말하자면 어느 시대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젊은 계층의 사회 통합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들 중에는 결국 통합이 되거나, 반대로 배제되는 청년들도 있으며, 발자크 문학에는 그 두 가지 경우 모두가 그려지고 있다.
문제는, 대개는 “세월과 결혼”과 함께 사회에 통합되던 귀족 출신의 이런 젊은이들이 “1830년의 7월 왕정 이후에는 점차 보헤미안이나 파렴치한 출세주의자들에게 자리를 내준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그런 청년들은 『인간희극』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전형적 리옹들인 드 마르세, 라스티냑, 롱크롤, 몽리보, 방드네스, 막심 드 트라이유, 그리고 패배한 리옹들인 뤼시엥 드 뤼방프레, 빅튀르니앵 데그리뇽, 오귀스트 드 몰랭쿠르.. 등.”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라 팔페린은 전통 귀족사회에서 근대 시민사회로 이행해가는 와중에서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방랑하는 보헤미안 몰락 귀족의 한 전형으로 간주할 수 있다.
발자크의 관점으로는, 라보엠은 근대성으로의 이행 과정에서 파생되는 1830년대의 한 문화 풍경이다. 그에게서 ‘라보엠’은 방랑 예술가인 보헤미안의 생활 방식을 지칭하는 개념을 넘어서, 모더니티 문명에 적응, 통합되지 못하는 젊은 세대 전반을 지칭하는 사회, 문화적인 개념으로 파악된다. “라보엠은 20살 이상의, 그러나 아직 30살은 안된 젊은이들로 구성된다. 그들은 모두가 각 분야에서 천재들이지만, 아직은 알려지지 않은 청년들로서, 그러나 곧 유명하고 탁월한 인물들이 될 것이다. 거기서는 작가들, 행정가들, 군인들, 언론인들, 예술가들을 만나게 된다! 요컨대 거기서는 온갖 종류의 능력과 재치가 표현된다. 그것은 소우주다.” 이러한 일종의 라보엠의 사회학에 이어, 라보엠의 실체가 요약된다. “라보엠이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라보엠은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으며, 현재 가진 것으로 살아간다. ‘희망’은 그 종교이며, 자신에 대한 ‘믿음’은 그 법전이고, ‘적선’은 그 생계원으로 통한다. 그 모든 젊은이들은 현재의 불행보다 더 위대하며, 행운의 여신보다는 아래에 있지만, 그러나 운명보다는 위에 위치한다.” 그리고 나탕은 “라보엠은 근대적 힘과는 매우 갈등적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전통과 근대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 문화적 풍경을 한 마디로 함축한다.
▶ 발췌 논문 : 〈발자크, 모더니티와 시민문화 [I] - 라보엠의 왕자 읽기〉, 임헌(서울대),
한국프랑스어문교육학회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상기 발췌 논문의 내용을 제 임의대로 압축해 줄거리 형태로 요약한 것입니다.
▶ 볼드 처리된 문장은 논문 작성자가 원작을 번역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