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파리생활정경 제16권
〈고디사르 II(Gaudissart II)〉는 1844년에 〈리슐리외가의 고디사르(Un Gaudissart de la rue Richelieu)〉라는 제목으로 《프레스(La Presse)》 지에 발표된 단편 소설로, 같은 해에 《헤첼(Hetzel)》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1846년, 《퓌른(Furne)》 판에서 『인간희극』의 「파리생활 정경」으로 분류되었다.
발자크는 이 작품을 이탈리아 출신의 벨지오조조 공작부인(la princesse Belgiojoso)에게 헌정했다. 그녀는 밀라노 출신의 여인으로, 카르보나리(Carbonari)에 관여한 이유로 추방되어, 1830년 파리에 정착한 후에 유명한 살롱을 열었다. 발자크는 1833년부터 그녀를 알고 지냈으며, “아름답고 유쾌한 여인(La Bellejoyeuse)”이라고 불렀다.
1840년대 파리 ‘점원들(Commis-marchands)’의 양태를 개관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도입부에서는 근대화된 파리 풍경이 묘사된다. 화자의 시선은 상점과 카페들, 거대한 건축물과 갤러리들이 줄줄이 늘어선 상업구역의 거리들인 리슐리외가, 메나르가(Rue de Ménars), 부르스가(Rue de la Bourse)를 주파하면서 경탄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당시 새롭게 건축되기 시작한 ‘갤러리(Gallerie)’에 대한 언급은 상당히 흥미롭다. 갤러리는 ‘파사쥬(Passage)’와 더불어 19세기 전반기의 대표적인 대형 상가로, ‘아케이드(Arcade)’의 전신이다. 발자크는 “최근에는, 엄청난 깊이와 넓이의 공간인 갤러리에, 상인들이 진기한 상품들을 한 군데로 모아서 독점한다.”라고 묘사한다. 말하자면 발자크는 19세기 전반기의 ‘갤러리’와 ‘파사쥬’를 시장 상품들의 집약 공간으로서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팽창하는 19세기 서구 자본주의의 표상물로서 ‘갤러리’와 ‘파사쥬’, 그리고 ‘아케이드’는 이후 20세기에는 초대형 ‘백화점’으로 변신해나갈 것이다. 발자크는 또 다른 모더니티 풍경의 오브제로서 ‘파노라마(Panorama)’와 ‘가스 조명(Eclairage au gaz)’을 언급한다. 파노라마는 대개는 “아케이드 내부에 설치되어, 관객들에게 줄줄이 지나가는 원형식 전망과 이미지들을 보여주며”, 그럼으로써 “마치 쇼윈도로 장식된 거리를 만보(漫步)하는 것과도 같은 경험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가스등’은 “1817년 ‘파사쥬 파노라마’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어” 모더니티 문명의 중심도시인 파리의 거리를 밝히는 조명 방식이 되었으며, 이후 19세기 후반기에는 더욱 세련된 조명 장치들로 발전되어 나갈 것이다. “빛의 도시 파리는 처음에는 ‘가스등’으로, 다음에는 ‘전기’로, 그 다음에는 ‘네온’ 불빛으로 100년 만에 어둠을 몰아냈다.” 화자는 이런 매혹적인 모더니티 풍경(갤러리, 파사쥬, 파노라마, 가스등 등)에 경탄하면서 ‘빛의 도시’이며 ‘거울의 도시’인 파리의 거리를 응시한다. 근대문명의 상업성과 시장성을 함축적으로 지적하는, 이 단편소설의 첫 문장인 “팔 줄 알라, 팔 능력을 갖추라, 그리고 팔라!”라는 문장의 반향이 큰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전반부에서는 ‘점원들의 생리학’이 서술된다. 화자는 파리에서 점원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현상에 대해, “6만 명의 점원들과 4만 명의 점원 아가씨들이 고객들의 지갑을 맹렬하게 공략한다. 마치 수만 마리의 잉어 떼가 센느 강의 물 위를 떠도는 빵조각들을 추격하듯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근대적 시장경제 시스템이 정착된 파리에서, 이제 1830년대의 영웅적인 외판원 고디사르는 다수의 평범한 점원들로 복수화되었으며, 주인공은 익명화된다. 즉, 상술이 탁월한 고디사르는 사회 도처에 편재해 있는데, 이제 파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제 2, 제 3의 고디사르들이 능력을 발산하는 거대한 소비도시로 변모되어 나가기 때문이다. 화자는 근대적 시스템이 정착된 현실을 이렇게 지적한다. “현재의 고디사르들은 능력, 재치, 입담, 철학에 있어서, 이젠 그 부류들의 전형이 된 유명한 외판원 고디사르와 대등하다.” 그리고 이 능란한 “현재의 고디사르들”은 그들의 상점으로 들어오는 귀족, 부르조아, 서민 등, 온갖 부류의 고객들을 대하면서, 그 특유의 상술, 이른바 “계산서의 생리학(Physiologie de la facture)”으로써 마케팅을 한다. 화자는 교환가치가 지배하는 근대적 시장경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면서, 그것을 ‘속임수(Ruse)’라는 한 단어로 요약한다. 휘황찬란하고 매혹적인 거대한 규모의 모더니티 풍경,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건 문제의 물질적인 측면일 뿐이다. 그렇다, 우리가 보기엔, 수만 명의 남녀 점원들이 구사하는, 몰리에르가 잘 묘사한 바 있는, 정신적인 노력들, 속임수들에 비하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요컨대, 자본과 이윤이 그 속성인 자본주의 시스템의 인간과 사회적 관계, 그것은 〈유명한 고디사르〉에서는 “속고 속이는 자”로, 10여 년 후의 〈고디사르 Ⅱ〉에서는 “속임수”로 요약된다. 모더니티 문명에 대한 발자크의 부정적 전망을 담은, 그 표현은 바로 소외적 ‘물신화와 사물화’의 다른 언어일 뿐이다.
주인공 ‘고디사르 Ⅱ’가 숄 상점인 ‘르 페르상(Le Persan)’을 개업한 곳은 바로 파리의 중심 상업구역의 거리인 리슐리외가, 메나르가, 부르스가, 이 세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페르시아인’을 의미하는 이국적 간판이 붙은 그 상점에서는, 다수의 점원들이 판매하는 상품에도 역시 동방적인 ‘숄-셀림(Châle-Sélim)’이라는 상표가 붙어 있다. 여성용 고급 숄의 그 상표에 붙은 ‘셀림’은 나폴레옹 시절의 프랑스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던 오스만터키 제국의 술탄 이름이다. “가스 조명이 가로등에서 가로등으로 순식간에 점화되는 샹젤리제 대로”처럼, 즐비한 쇼윈도와 간판들로 휘황한 모더니티 풍경을 과시하는 상업구역의 거리들에 위치한, ‘르 페르상’에는 구매력 있는 여성 고객들이 몰려들며, 따라서 그 상점은 소비도시로 변모된 파리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 영국 귀부인 노스웰(Noswell)이 등장한다. 이어 고객들의 심중을 꿰뚫어보는 “노련한 고디사르들”인 점원들의 판매 활동이 이루어진다. 당시의 국력을 보여주듯 최고의 구매력을 지닌 그 영국 여인이 과연 ‘르 페르상’의 전매 상품인 ‘숄-셀림’을 매입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1500프랑의 원가로 생산된 그 상품을 무려 7천 프랑의 고액으로 팔려는 그 투기적 거래의 과정은 당연히 쉽게 성사되지는 않는다. 결국, 수석 점원까지 실패하고, “계산서의 왕”인 상점주인, 즉 ‘고디사르 Ⅱ’가 직접 나서서 거래를 성공시킨다. 상점 안으로 들어서는 고객들의 속내를 한 눈에 간파하는 판매의 전문가인 점원들, 그리고 고객이 망설이는 경우 결정적인 순간에 나서는 사장, 즉 그 ‘익명의 고디사르’의 상술에, 노스웰 부인은 결국 당시의 고급 브랜드이며 폭리를 안겨주는 상품인 ‘숄-셀림’을 구입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보이는 파리는 “사회 전체가 거대한 회사로 변모”된 모습이다. 익명의 고디사르들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일반화된 이 소비도시에서, 거래는 상품의 효용보다는 교환가치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노스웰 부인이 망설이다가 구입하는 숄-셀림의 거래 역시, 그 사용가치보다는 화려한 삼나무 포장 세트와 ‘르 페르상’ 주인의 노련한 상술에 의해서 성사된다. 그리고 ‘유명한 고디사르’가 ‘외판원들의 왕’이라면, ‘고디사르 Ⅱ’는 ‘계산서의 왕’으로서, 고객의 구매 심리 파악과 선전의 전문가이다. 그의 과장된 선전에 따르면, 그 숄은 “술탄 셀림이 나폴레옹에게 선물하여 조세핀이 사용했으며, 터키에서는 만 오천 프랑에 거래되는 특산품”이다. 과연, 주저하던 그 영국 귀부인이 숄-셀림을 살 것인가라는 절정의 순간에, 고디사르 Ⅱ는, “영국 여인들은 진정한 취향이 없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그녀 자신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고, 상황에 따라서 선택한다.”라는 설명으로 그녀를 자극한다. 그런 다음, 그가 노스웰 부인을 고급 삯마차에 태우고 거리로 나가자, 그녀는 대중의 감탄하는 시선을 보면서 망설이던 숄-셀림은 물론이고 주인이 빌린 삯마차까지 통째로 구입해버린다. 고디사르 Ⅱ의 노련한 상술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이제 ‘르 페르상’에서는 다시 삼나무 장식통을 만들어서, 기성의 숄상품들을 조세핀이 사용한 터키산 ‘숄-셀림’으로 포장할 것이다.
그리하여 리슐리외가에 위치한 ‘르 페르상’은 소규모 영업으로 시작해서, “은행 수표들을 퍼부어서” 출판사가 사용하던 상가의 1층을 병합해 버린다. 덕분에 빛을 이용한 진열 효과로 그 숄 상점의 매출은 두 배로 늘어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실제로 숄 상점이 1869년 프랑스 최초의 ‘백화점’으로 발전한다. 따라서 고디사르 Ⅱ의 ‘르 페르상’ 덕분에, 프랑스의 쇼핑 공간이 “가게 - 상점 - 갤러리, 파사쥬 - 아케이드 - 백화점”으로 확장되어 나가는 과정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앙시엥 레짐과 대혁명과 전쟁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던 나폴레옹 제국 이후, 구매력을 갖춘 새로운 계층인 부르주아들의 양적, 질적 팽창”으로 이루어진 시장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이기도 하다. 더불어 근대사회의 주도 계층으로 부상한 부르주아들은 현실을 장악한 자신감으로 그들 자신과 사업에 대한 호칭도 더욱 전문적이고 현대적으로 바꾸어 나간다. 더불어 1830년대의 ‘유명한 고디사르’가 정치적, 이념적으로 소신을 지니고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활달하고 자유롭고 주체적인 근대적 인간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1840년대의 ‘고디사르 Ⅱ’는 이미 사회구조로 정착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움직이는, 거의 순전히 상업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이 ‘익명의 고디사르’가 활동하는 근대사회에서 자본의 유동과 이윤의 추구, 상품의 소비는 더욱 확대될 것이며, 교환가치의 지배에 의한 물신화와 사물화가 더욱 진행되면서 오히려 소외적 주체 상실의 시대로 나아갈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숄-살렘의 투기적 판매에 신이 난, 마담 고디사르 Ⅱ가 말단 점원에게 건네는 문장은 함축적이다. “아돌프, 그 장인(匠人)에게 가서 삼나무 포장통을 주문해줘요.” 이제 평범한 숄은 그 화려한 장식통에 포장된 덕분에 계속해서 ‘르 페르상’에 막대한 이윤을 남겨줄 것이다.
1830년대의 〈유명한 고디사르〉가 지방시장 개척을 통한 자본주의의 확산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1840년대 중반의 〈고디사르 Ⅱ〉에서는 교환가치가 지배하는 소비사회 시스템의 정착과 더불어, 자본과 사업 확장의 양상이 그려진다. 고디사르 Ⅱ가 없었더라면, 인간희극 맨 앞에 위치하는 〈대문에 실타래 장난을 하는 고양이가 그려진 집(La Maison du chat-qui-pelote)〉(1831)에서 보이는 시장 자본주의 초창기 단계의 ‘옷감 가게(부티크)’에서 시작해서, 〈유명한 고디사르〉에서 묘사되는 시장의 확산, 그리고 〈세자르 비로토(César Birotteau)〉(1837)의 ‘화장품 광고와 전단과 대은행의 자본 장악’이라는 확대된 시장경제를 거쳐서, “거대한 기업으로 변모되는 프랑스”에서 자본주의 시스템과 소비사회가 정착되는 양상을 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요컨대 자본과 이윤 추구에 전력투구하는 상업적 인간, 고디사르 Ⅱ는 곧 현대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에너지 넘치는 〈유명한 고디사르〉에서는 이 ‘외판원’을 중심인물로 설정함으로써 일상적 인물이 소설의 주인공이 되는 시대가 왔음을 알려주고, 그리고 10여년 후에 집필된 〈고디사르 Ⅱ〉에서는 그 동명이인을 익명의 주인공으로 처리함으로써 시대의 변화를 암시하는 동시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10여 년의 시차를 두고 쓰여진 〈유명한 고디사르〉와 〈고디사르 Ⅱ〉에서는 서로 다른 모더니티의 양상들이 부각된다. 한 마디로, 전자가 자본과 상품의 유통에 의한 근대적 시장경제의 발생과 ‘외판원’을 통한 초창기 부르주아의 역동적인 면모를 보여준다면, 후자에서는 파리를 배경으로 다수의 ‘점원들’의 시민문화적 모습을 통하여 자본주의 시스템이 정착된 양상을 그려낸다. 이것은 물론 시대와 현실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문학적 풍경의 차이로써, 1830년대의 예외적인 근대인 고디사르가 익명의 복수(複數)적 근대인들로 확산된 리얼리티의 변화를 포착한 결과일 것이다.
이 짤막한 단편소설에서 우선적으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유명한 고디사르〉에서 묘사되는 1830년대의 근대성의 초기 양상과는 다르게, 여기서는 산업화와 시장경제 그리고 교환가치의 지배가 전사회적으로 일반화되어, 모더니티 문명의 본격적인 확산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일상화된 시장경제 환경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상점에는) 창녀, 정숙한 여인, 가정주부, 사교계 여인, 공작부인, 안락한 부르조아 여인, 위험한 철면피 여인, 순진한 처녀, 너무 순진한 이방인 여인 등이 모여든다.” 특히 부르주아지가 주도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귀족들이 소비 고객으로 편입된 양상은 무척 흥미롭다. 흔히 발자크가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이행하던 시기에 귀족계급의 몰락과 시민계급의 부상을 그려낸 작가로 평가된다면, 바로 이 소설을 통해서 그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실제로 “도입부 - 점원들의 생리학 - 숄 상점 ‘르 페르상’과 노스웰 귀부인”이라는 단순한 3개의 마디로 구분되는 이 작품에서, 귀족들은 이제 전면에 나서서 사회를 주도하는 부르주아들의 가게에서 쇼핑 고객으로, 즉 부차적인 계층이자 소설의 단역으로 밀려나 있다. 그래서 현실적인 이익보다는 체면을 중시하는, 그들은 사회를 이끄는 주도적인 역할을 잃고, 부르조아 상인들의 반어와 투기적 거래의 대상이 되어버린 모습이다.
〈유명한 고디사르〉와 〈고디사르 Ⅱ〉를 통해 발자크는 동명이인의 주인공들을 내세워 1830년대와 1840년대 모더니티 문명을 그려낸다. 이들 두 작품의 의미는, 무엇보다 19세기 전반기의 프랑스에서 근대적 자본주의 시장이 발생, 확장, 체계화되는 과정을 그려낸 데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하게 되는 것은, 후자의 경우 익명의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고디사르 Ⅱ〉라는 제목을 붙임으로써, 발자크는 이 두 작품 사이에 연계성을 부여하려 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10여 년의 시차를 두고 전개된 자본주의 현실의 변모 양상을 ‘고디사르’라는 근대적 전형을 통해서 그려내기를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요컨대 1830년대의 외판원인 고디사르가 시장 개척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이라면, 1840년대의 고디사르 Ⅱ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사회구조로 정착된 소비도시 파리의 상점에서, 능란한 상술로 이윤 추구에 몰두하는 부르조아 상인의 전형이다. 또한 현실의 변화에 따른 소설 형식의 변화에도 주목하게 되는 바, 일상적 인간 유명한 고디사르 가 그 작품의 강력한 중심으로 수렴되는 반면, 〈고디사르 Ⅱ〉에서는 주인공이 익명으로 처리됨으로써, 다수의 고디사르들이 사회 도처에 편재하게 되었음을 암시한다.
이 두 작품은 무엇보다 모더니티 풍경과 더불어, 부르조아 시민사회의 주역인 ‘근대적 인간’이 탄생하고 부상(浮上)하는 모습을 고디사르라는 박진감 넘치는 전형을 통해서 형상화했다는 데, 그 중요한 의미가 있는 듯하다. 7월 혁명에 가담한 정치적 경험과 자유파라는 뚜렷한 이념적 지향성, 외판원으로서의 현실적이고 지적인 능력, 유창한 달변과 역동적 성격의 소유자로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하는, 고디사르는 전통사회의 주역인 귀족계급을 대신하여 근대사회의 실력자로 떠오르는 시민계급을 표상하는 인물이다. 이제 토지와 신분보다는 자본이 지배하는 새로운 모더니티 사회에서, 고디사르는 자본과 상품의 유통을 장악하면서 그 주역으로 부상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디사르라는 인물의 창조는 곧 자신과 사회를 주도하고 결정하는 ‘근대적 주체’의 탄생이라고 일컬을 만하다. 문학적 연계성을 지니는 이 두 작품의 독서에서 새삼 확인하게 되는 바는 무엇보다 바로 그 점, 즉 발자크는 전통사회를 대체하는 근대사회의 하부구조를 이해하고 장악하는 부르조아 시민사회의 주역들, 그 근대적 인간들이 탄생하고 확산되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 외판원 〈유명한 고디사르〉와 숄 상점 사장 〈고디사르 Ⅱ〉는 그런 의도를 구현하는 현실적인 인물들로서, 이제 19세기 프랑스는 활력이 넘치는 익명의 고디사르들이 주체로서의 자신감을 확인하고, 사회적 활동 영역을 확대시켜 나가는 역사를 경험할 것이다.
▶ 발췌 논문 : 〈발자크의 ‘근대적 인간’, 〈유명한 고디사르 L'Illustre Gaudissart〉〉, 임헌(서울대),
한국프랑스학회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상기 발췌 논문의 내용을 제 임의대로 압축해 줄거리 형태로 요약하거나, 불어판 사이트의 경우엔 제가 번역해서 발췌 및 인용한 것입니다.
▶ 볼드 처리된 문장은 논문 작성자가 원작을 번역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