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생활연구 - 파리생활정경 제17권
〈관리들(부제: 우월한 여인)(Les Employés ou la Femme supérieure)〉은 1838년에 발표된 소설로, 초판은 《베르데(Werdet)》 출판사에서 〈우월한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두 권의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이후 1843년에 발자크는 자신의 흉상과 초상 메달을 조각한 조각가 다비드 당제(David d'Angers)에게 이 작품을 헌정했으며, 1844년에는 《퓌른》에서 〈관리들(부제: 우월한 여인)〉로 제목을 변경해 『인간희극』의 「파리생활 정경」으로 분류해 출판했다. 이후 1845년에 개판 시, 〈관리들(Les Employés)〉로 제목을 변경했다.
샤를 10세(Charles X) 통치 기간인 1820년대 프랑스의 정부 관료 체제에서 장관은 관료체제의 수뇌부 격이다. 장관 밑에 정무관이 있고, 그 밑에 두 명의 수석 서기관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자비에 라부르뎅(Xavier Rabourdin)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이시도르 보두와이에(Isidore Baudoyer)였다. 정무관의 임종이 임박해오면서 이들 두 서기관 중 하나가 정무관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된다.
자비에 라부르뎅은 대단히 유능한 인물로, 정부 조직을 간소화하는 실용적인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승진을 꿈꾸고 있다. 그는 셀레스틴(Célestine)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아름답고 총명한 셀레스틴은 정치적 처세에도 능해, 경매인인 그녀의 아버지가 자비에의 능력이 장래가 촉망된다고 확신을 거친 후에야 자비에와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후 지금까지 남편의 수입이나 직위에 이렇다 할 변화가 없자 셀레스틴은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결심한다.
셀레스틴은 남편 승진에 도움이 되어줄 만한 요직의 인사들을 정기적으로 접대한다. 자비에는 아내를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자신의 일에 너무 파묻혀 사느라 아내가 자신을 대신해 정치적인 음모에 연루되어 있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다. 셀레스틴은 자비에를 사랑하긴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는 그를 무능하다고 여겨 남편에 대한 존경심은 덜하다. 그러나 자비에는 나름의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지난 6년 동안 정부 조직을 능률적으로 간소화하기 위해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직원의 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정부 세제를 개선하는, 획기적인 기획안을 준비해왔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장관에게 기획안을 제출할 준비가 완료되었다.
한편, 무능한 이시도르 보두와이에는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 여인인 엘리자베스(Élisabeth)와 결혼했다. 엘리자베스는 정부의 출납국장인 사이야르(Saillard)의 딸로, 상당한 힘이 있었다. 출납국 직원들은 정부 요직이 바뀌어도 정부 자금의 출처와 자금 자체를 흔히 혼동하는 정권 덕분에 어떻게든 자신들의 직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아버지가 장관이 참석한 연회에서 알아온 정보를 기반으로 남편에게 라부르뎅보다 남편이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지만, 남편인 보두와이에는 아내에게 나서지 말라고 일축한다. 보두와이에는 황태자비와 친분이 있는 지인 고드롱(Gaudron) 신부를 통해 정무관 자리를 확보할 요량이었다.
한편, 셀레스틴은 매주 수요일마다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집으로 초대해 연회를 베푼다. 그들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하나가 장관의 비서실장인 뤼포(Lupeaulx) 백작이다. 셀레스틴은 뤼포 백작과 각별한 친분을 쌓기 위해 백작에게 갖은 아양을 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수위가 점차 높아지며, 백작이 남편을 정무관으로 승진시켜준다면 그에게 성적인 호의를 베풀겠다는 암시를 내비친다. 셀레스틴에게 반한 백작은 라부르뎅을 위해 힘써주는 척한다. 그는 장관에게 라부르뎅을 천거하겠다고 큰소리치지만, 실은 장관의 사촌인 비야르디에르(Billardière)가 이미 내정되어 있었다. 뤼포는 그저 셀레스틴을 얻고 싶을 따름이다.
당시 정부 조직은 이러했다. 장관 밑에는 두 명 이상의 정무관이 있고, 그 밑으로는 한 명 이상의 차관이 있다. 차관 밑으로는 다시 왕실 보좌관, 그 밑으로는 참사원장이 있다. 현재 참사원장은 뤼포 백작으로, 장관의 비서실장직과 겸직이었다. 요컨대, 죽어가는 정무관 자리에 내정된 장관의 사촌 이외에도 정무관이 한 명 더 있는 셈이다. 이들 정무관 아래로는 수석 서기관들이 있고, 그들이 바로 라부르뎅과 보두와이에이며, 그 아래로 여러 명의 보좌관들이 있다. 이 부서의 출납국장이 바로 엘리자베스의 아버지 사이야르이다. 이외에도 여러 명의 사무원들과 서기, 송달리 등이 있다. 따라서 모든 직원들은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충성도를 지니기 마련이어서, 때로는 적대적 관계였다가도 때로는 상호보완적, 상대적 관계가 되곤 했다. 요컨대, 본질적으로 서로의 정보를 얻어내기 쉬운 구조였다.
조직을 간소화하기 위한 라부르뎅의 기획안에는 전 직원의 개개인의 성향과 관련한 세부사항도 포함되어 있었다. 라부르뎅은 이제 장관에게 이 기획안을 제출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보좌관 세바스티엥(Sébastien)을 시켜 사본을 만들어두게 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세바스티엥이 사본을 만든 뒤, 이를 사무실에 그대로 두고 퇴근했다. 보두와이에의 충직한 보좌관인 뒤톡(Dutocq)은 세바스티엥이 퇴근하자 그의 사무실을 뒤져 기획안을 찾아낸다. 뒤톡은 다음 날 아침에 세바스티엥이 출근하기 전까지 기획안을 복사한 뒤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라부르뎅은 세바스티엥이 어제 저녁에 사본을 사무실에 두고 퇴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라부르뎅이 사본을 유심히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복사된 흔적이 발견된다. 엊저녁에 제일 늦게까지 남아 있었던 직원이 누구인지 직원들을 탐문해본 끝에 뒤톡이라는 걸 추론해낸다. 뒤톡이 라부르뎅의 미래를 손상시킨 것이다. 그러나 자비롭고 친절한 성품의 라부르뎅은 세바스티엥을 나무라지 않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대단히 난처하고 불리한 상황이었기에 즉시 장관에게 기획안을 제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출구였다.
그런데, 뒤톡은 이상하게도 이 서류를 보두와이에에게 보고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또 다른 보좌관인 빅시우(Bixiou)에게 가서, 서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엉뚱한 제안을 한다. 뒤톡은 이 기획안이 없으면 라부르뎅이 승진에서 탈락하고 보두와이에가 승진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렇게 되면 보두와이에는 멍청하기 때문에 틀림없이 몇 개월 버티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전근 발령될 것이고, 그러면 결국 빅시우가 수석 서기장이 될 것이다. 뒤톡은 빅시우에게 수석 서기관이 되면 자신을 보좌관으로 써달라고 제안한다. 뒤톡은 자신이 수석 서기장이 될 만한 인물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빅시우는 영문을 몰라 혼란스러웠지만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그는 뤼포 백작과 친분이 있는 터여서 직장을 잃을 위험은 없는 입장이었다.
그런 다음, 뒤톡은 서류를 들고 뤼포 백작에게 간다. 그러나 그는 정치판 하위직으로 닳고 닳은 뤼포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뤼포는 마치 라부르뎅의 기획안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행세해, 부지불식간에 뒤톡에게서 서류를 넘겨받는다. 기획안을 훑어 본 뤼포는 자신에 대한 라부르뎅의 적확한 설명에 내심 놀라고 감탄하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뤼포는 이 사본을 이용해 라부르뎅 측에 붙을지, 보두와이에 측에 붙을지를 저울질한다. 그는 뒤톡이 분명 추가 사본을 만들어두었을 테고, 라부르뎅은 지체 없이 장관에게 기획안을 보고하려 할 거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조직을 삼분의 일로 축소시키자는 라부르뎅의 기획안에는 피해자가 내포되어 있는 셈이기에 뤼포로서는 이 사본으로 조직의 누구든, 사실상 모든 직원들을 선동할 수 있다.
이런 유리한 위치에서 뤼포는 라부르뎅과 보두와이에 양측을 계속 저울질하며, 장관에게 바짝 붙어 갖은 방법을 동원해 라부르뎅이 장관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저지한다. 장관은 기획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지만, 뤼포는 라부르뎅에게 마치 장관이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장하며 자신은 장관의 지지 덕분에 안전하다는 식의 인상을 풍긴다. 라부르뎅은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고 직감했지만 기획안에 딱히 뤼포에게 불리한 언급은 없었기 때문에 뤼포의 속내를 간파하지 못한다. 라부르뎅은 장관에게 기획안을 보고할 시간을 얻어내려 계속 시도하지만 뤼포의 방해로 끝내 얻어내지 못한다.
한편, 보두와이에 측은, 엘리자베스가 황태자비와 친분이 있는 고드롱 신부를 위해 남편 명의로 교회에 5천 프랑을 기부하기로 결정한다. 거액의 기부금을 마련하려면 보두와이에가 승진하는 수밖엔 없다. 때마침 정무관이 사망한다. 영리한 엘리자베스는 남편의 승진을 위해 고드롱 신부에게 기부금을 약속하는 것보다 더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우선, 아버지 사이야르를 통해 장관의 아내에게 뇌물을 바치면서 황태자비가 보두와이에를 추천했다는 정보를 흘리기로 한다. 그런 다음, 고드롱 신부를 통해 황태자비에게 보두와이에 추천을 언급하게 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엘리자베스는 남편에게 유리한 평가에 대해 언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한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의 삼촌 비도(Bidault)를 통해 자유당 언론에 보두와이에를 지지하고 장관에게 올바른 선택을 촉구하는 기사를 게재한다. 자유당으로서는 실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비도는 자금을 끌어 모아 뤼포의 사유지 주변 지역을 매입한다. 뤼포는 자신이 보두와이에를 지지해주면 비도가 자신의 부채 3만 프랑을 탕감해주겠다는 뜻임을 이해한다. 그러나 셀레스틴과의 농밀한 관계를 원하고 있던 뤼포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며 셀레스틴이 3만 프랑에 달하는 가치가 있는지 가늠해보기 위해 그녀에게 라부르뎅의 기획안을 보여준다. 처음에 셀레스틴은 남편의 기획안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현실적인 기획안이라고 여겨 못마땅해 한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의 바람을 저버리고 뤼포의 요구대로 뤼포에 대한 세부사항을 직접 기입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나 나중에야 남편에게서 직접 기획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에 셀레스틴은 남편의 기획안이 무척이나 뛰어난 기획이라는 걸 깨닫는다. 남편은 바보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는 내심 남편이 좀 더 일찍 자신에게 기획안에 대한 얘기를 털어놨더라면 남편에게 힘을 보탤 수 있었을 거라고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셀레스틴은 그녀가 장관을 감동시킬 수만 있다면 남편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뤼포는 셀레스틴을 시험해보기 위해 그녀를 장관 댁으로 초대한다. 뤼포는 그녀에게 장관이야말로 그녀의 야망을 충족시켜줄 상대라고 귀띔 한다. 셀레스틴은 장관을 유혹하려 갖은 애를 쓴다. 이를 보고 뤼포는 셀레스틴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확인한다. 그러던 중에 뤼포는 비도로부터 뤼포의 부채를 청산해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유지를 제공하겠노라는 제안을 받는다. 비도는 뤼포에게 차관직을 확보해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땅을 매입했던 것이다. 뤼포는 차관직이 공석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바야흐로 힘들이지 않고도 그의 야망이 성취되려는 순간인 셈이다. 뤼포는 비도의 제안을 수락하고 보두와이에 진영에 합류한다.
그리하여 보두와이에 진영의 마지막 회심의 일격이 시작된다. 뒤톡은 풍자 만화가이기도 한 빅시우에게 라부르뎅의 기획안에 대해 설명한 뒤, 라부르뎅의 캐리커처를 그려 라부르뎅의 기획안에 대한 촌철살인의 논평을 담은 카드를 제작해달라고 요청한다. 뤼포는 자신의 승진 문제를 두고 장관과 담판을 짓는다. 차관 자리는 해당 지역의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자리였고, 비도가 매입한 땅으로 이미 충분히 표가 확보된 상태였기에 장관은 뤼포의 차관 승진을 반대하지 못한다. 뤼포는 이제 차관으로서 장관에게 보두와이에를 정무관으로 임명하라고 종용한다. 이와 동시에 사이야르는 장관의 아내에게 황태자비가 보두와이에 임명을 지지한다고 말한다.
뤼포는 라부르뎅에게 가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척하며, 교회의 영향력으로 보두와이에가 임명된 거라고, 이는 부당한 처사라고 짐짓 맹렬히 비난한다. 라부르뎅은 장관에게 기획안을 제출할 기회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청하지만, 역시 거부당한다. 다음 날 라부르뎅은 사직한다. 셀레스텐은 그동안 남편을 내조하느라 부채가 늘었지만 남편은 반드시 재기할 거라며 남편을 독려한다. 그녀는 이제야 비로소 남편의 진가를 알아보고, 농장을 팔아 부채를 청산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라부르뎅은 앞으로 십 년 동안 열심히 일하면 제법 재산을 모을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장관은 라부르뎅의 기획안에 대한 얘기를 어렴풋이 듣고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하지만, 뤼포는 라부르뎅이 모든 서류를 파기해서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한다. 사본이 버젓이 남아 있었는데도 말이다. 장관은 뤼포와 거래한다. 뤼포가 그의 지역구를 포기하면 그의 부채를 청산해준다는 조건이다. 그리하여 뤼포는 백작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장관이 다음 선거에서도 재임된다면 그와 동지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보두와이에 진영이 모두 모여 보두와이에의 임명을 축하한다.
이 작품은 프랑스 관료주의의 위대한 미래를 요구하는 새로운 문학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발자크는 대담하고 위험한 라부르뎅의 기획을 통해 세금 감면, 직원 개혁 및 재조정, 인원 감축을 통한 임금 인상과 연금 폐지 등, 행정 체계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관리들의 이해관계는 여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 그녀들만의 방식과 음모로 변모한다. 권력은 그 실체를 감추고, 관료주의의 태만함이 중심 주제로 대두된다. 그러나 정부 조직의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결합되어 조직 개혁은 끝내 실패하고야 만다. 발자크는 관료주의를 개혁하려던 고독한 선각자 라부르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피력한다. “자유주의자들은 이 상황을 ‘진보’라고 불렀다. 그러나 라부르뎅은 거기서 권력의 핵심에 도사리고 있는 ‘무정부주의’를 보았다.”
당시의 모든 사회상을 문학으로 생생하게 재현해내고자 했던 발자크는 이 작품에서는 다소 소규모적이고 단조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사무실 생활과 그 비열함, 그리고 조금이라도 우월한 지위를 얻기 위한 인물들의 음모는 『인간희극』에 등장하는 조연들 대부분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시골총각의 살림살이〉에도 등장했던 풍자 만화가 장 자크 빅시우와, 〈사촌누이 베트〉와 〈뉘싱겐 상사〉, 〈창녀들의 영광과 비참〉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뤼포 백작, 그리고 역시 〈사촌누이 베트〉에 등장했던 셀레스틴 라부르뎅 등의 주요 인물들이 사뭇 저열한 이미지로 재등장하고 있다.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불어판 사이트의 내용을 제가 번역해서 발췌 및 인용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