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얼 하고 싶어요? 누군가 내게 물었다. 잠깐이지만 달콤한 상상에 빠져 보았다. 전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속 작은 통나무집, 곧게 피어나는 등불, 낡았지만 잘 닦인 포마이카 책상. 거기에 앉아 밤새 편지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맙다는 말을 끝내 건네지 못했던 회사 선배, 말없이 어깨를 토닥여 주었던 신부님, 결혼식에서 깜짝 공연을 해주었던 성당 후배들. 그리고 한 친구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동창인 그는, 힘들었던 시절 나를 찾아와 주었다. 당시 친구는 의무경찰로 군 생활 중이었는데 무작정 내가 보고 싶어 내 이름 석 자를 컴퓨터에 넣고 신원조회를 해 보았단다. 다행히 흔하지 않은 이름 덕분에 친구는 우리 집 대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날 기억해 주고 내가 보고 싶어 한걸음에 달려와 주는 이가 있다는 게 얼마나 벅찬 감동인지. 그렇게 소중한, 하지만 묻고 지냈던 얼굴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감사의 편지를 적고 싶다. 곁에서 늘 지지하고 기다려 준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는 가장 마지막 자리에 놓아 둘 거다. 자식이 한 쪽으로 치우쳐 걷는가 싶으면 어르고 달래 얼른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어머니, 사랑한다며 꽉 안아주지 못해 가슴 한켠에 멍울로 남은 하늘나라로 떠난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까지 쓰고 나면 아마 먼동이 터 오리라. 그러면 기지개를 펴고 창문을 열어 이제 막 뿜어져 나오는 숲의 내음을 맡아 본다. 그런 다음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과분한 오수를 즐겨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