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자전거 여행

by 홍탁


제법 자전거 페달 밟는 모양새가 나온다. 처음 자전거를 타고 중랑천을 나왔을 때엔 삼십 분도 못가 흐느적대던 놈이… 초등학교에 올라가더니 다리 힘도 붙고 키도 훌쩍 커지더니 이젠 아빠를 앞서려고 기회를 엿본다. 그런데 아들과 자전거를 타러 현관을 나설라치면 먹은 게 얹힌 듯 답답해지는 장면이 연출된다. 둘째 꼬맹이가 자기도 데리고 가라고 징징거리는 거다. 세 살 배기가 세차게 내달릴 수 있는 자전거는 세상에 없으니. 번번이 아들의 쉰 울음을 뒤로하고 집을 나설 수밖에. 그러던 어느 날 둘째에게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오래 전 아버지가 어린 나를 태웠던 유아시트를 기억해낸 것이다. 핸들과 아버지 사이에 장착한 조수석 유아의자말이다. 사실 그 의자 덕분에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앉히고 사방팔방 안 다닌데가 없단다. 그때보다 훨씬 견고하고 편리한 유아시트가 시중에 나와 있다고 해서 얼른 자전거포로 달려갔다. 마침내 따스한 어느 가을날, 삼부자는 자전거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풀벌레가 스쳐가듯 울고 잠자리가 쉴 새 없이 따라붙었다. 뒷자리에 매미같이 달라붙어 있는 아이에게 “효준아, 좋아?” 하고 물었다. 그때마다 “좋아요~” 하는 순수한 목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왔다. 나무그늘에 앉아 나눠 먹는 물맛은 어찌나 좋던지, 한 줄기 바람에 땀이 식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조금 멀리 왔다는 생각은 미처 못하고 주섬주섬 다시 그 길을 돌아왔다. 문득 둘째가 너무 조용하다. 살짝 고개를 돌려 땅에 비친 그림자를 보았다. 아이의 조그만 머리가 흔들흔들 춤을 추고 있는 게 아닌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빠 허리춤을 꼬옥 부여잡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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