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또 한번 가슴이 뜨거워지는 때가 있는데 바로 말문이 트이는 순간입니다. 세 살 효준이는 지금껏 “아빠, 엄마” “무울~” “또 줘” 정도의 먹고 사는데 없어서는 안 될 단어들을 힘껏 구사해왔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윙 윙 돌아가는 선풍기 소음을 뚫고 선명하게 귀에 꽂힌 음성이 하나 있습니다. 땀에 전 아이를 깨끗이 씻기고 재우려던 찰나였지요. “아빠… 어디가… 아파요?”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는 한 술 더 떠 제 손바닥을 헤집고 무릎을 어루만지며 “여기야?” 하는 게 아닙니까. 그러다 문득 최근에 여기 손이 다쳤다, 무릎도 아프다 하면서 아이 앞에 아픈 곳을 들이밀며 “호호 해줘” 장난을 걸었던 게 떠올랐습니다. 아이는 제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요? 저 작디 작은 아이가 아픔을 호소했던 아빠 모습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니요. 아이는 그 말을 던지고는 금세 쌔근쌔근 잠들었지만, 저는 좀체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아이가 맞춰낸 완벽한 문장을 몇 번이고 되뇌었습니다.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으로 아빠를 바라보던 아이의 눈망울이 자꾸만 가슴을 때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직장에서 팀원이 없는 프로젝트에 혼자 발령을 받았다던 친구 목소리가, 건강검진을 받고서 어렵게 시작한 학업을 쉬려고 한다던 동생의 목소리가, 나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쉽게 지나쳐간 주변 사람들의 아픔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