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진심으로 뉘우치면..."

by 홍탁

일곱 살 첫째는 늘 무언가 묻곤 하는데 답해 주기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얼마 전, 미사 끝나고 돌아오는 길.


“아빠, 죄를 많이 지으면 지옥 가는 거 맞지?”

“응?! 그래...”

“지옥에선 천국이 잘 안 보여?”

“어... 아마 잘 안 보일거야.”

“그러믄... 지옥에 있는 사람들 말이야... 진심으로 뉘우치면 천국 갈 수 없을까?”


한동안 아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도 딱히 해 줄 말이 없었다. 몹쓸 짓을 한 사람들이 지옥으로 간다지만 눈물로 용서를 빌고 자신의 죄를 뉘우친다면, 그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질까? 인자한 신이라면 받아들여 주시겠지?


정오의 해가 머리 위에 떴다. 내 손을 꼬옥 잡고 걷고 있는 아들의 그림자는 점점 짧아진다.

'아들아, 그런데 말이야. 어른들은 서로 용서를 빌고 용서해 주는데 인색한 것 같구나. 어떤 경우엔 어쩔 수 없이 형식적으로 잘못했다고 말하기도 해. 진심이 아닌거지. 조직 안에서 인간관계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야. 자존심은 또 얼마나 세다구. 게다가 자기 허물을 시인하고 사람들 앞에서 밝힐 용기를 가진 어른도 참 드물어. 아빠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 . 진심으로 살기 위해 노력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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