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상은 밉다는 거지?"
20개월 아가는 온통 끄집어낸다.
양말이며 스타킹이며... 담겨진 물건들은 어떻게든 꺼내야 하며 그것은 정형화된 틀을 깨부수는 혁명과도 같은 일이다. 그 혁명에 아빠와 엄마는 녹초가 된다. 오늘도 '집안 뒤집기'에 여념이 없는 아가에게 엄마는 "너, 참 밉상이다." 하고 툭 던진다. 잠자코 있던 첫째(일곱 살)가 "쟤, 밉상이지?" 하고 엄마 말을 받는다.
"난 쟤가 밉상인 게 좋아."
"왜?"
"밉상은 음.. 밉다는 뜻이잖아."
"그런데?"
"그러니까 엄마, 아빠가 동생이 밉다는 거잖아."
"음....--;"
아내는 살짝 와서 귀엣말을 해 준다.
"요즘 동생 귀여워하는 엄마, 아빠가 눈에 보이나봐. 자기한테 관심 좀 가져달라는 거야."
밉상은 미운짓을 하거나 미워 보인다는 뜻이지만 우리 부부는 귀엽고 깨물어 주고 싶다는 반어의 표현이 더 강했다. 첫째는 엄마, 아빠가 여전히 동생을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는지, 저녁 식탁에 오른 돈까스를 신나게 집어 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