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사람이다

by 홍탁


얼마 전 동생이 이사를 했는데, 주일 오후 우연히 그 집에 들르게 됐다.

동생 부부가 사는 집은 빌라 꼭대기층인데다 지대도 높아 거실 창문으로 북한산 인왕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식사를 하고 가라 해서 마침 시장한 김에 매제와 함께 한 술 뜨기로 했다. 동생이 이것저것 음식을 상에 올린다.

윤기가 도는 매콤달콤 오징어 젓갈은 밥을 부르고 새우젓과 푹 삶은 돼지편육은 살살 녹는다. 무엇보다 맑은 황태국을 맛보는데 그만 눈물이 핑 돌고 말았다. 직장에서 막 돌아온 가장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손길이 느껴져 황태국물이 자꾸 목에
걸렸다. 오랫동안 우려낸 육수와 고랭지 산바람에 말린 황태살이 얼마나 구수하고 부드러웠는지. 밥을 푹푹 말아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아무래도 어머니의 음식이다. 동생은 황태국이 조금 남아 있다며 싸주었다.

다음날 아침식사 메뉴는 당연히 황태국이었다. 조그만 뚝배기 안에 투명한 무와 통통한 황태가 어우러진 뽀얀 국물을 다시금 맛보았다.

‘출근길에 운전 조심해라.’ ‘끼니 거르지 말고 잘 챙겨 먹어라.’ ‘늘 감사하고 욕심 부리지 말아라.’…

아, 어머니께 들었던 그 정겨운 잔소리가 계속 들려오는데, 눈앞에 놓인 황태국이 자꾸만 아득해진다.

그러고는 나도 모르게 탄성처럼 중얼거린 한마디,

‘음식이 곧 사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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