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요

by 홍탁

아까부터 효준이가 무릎을 꿇고서 뭔가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수족관 벽을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노란 구피를 따라 아이 눈이 움직인다. 어제부터였다. 불뚝 배가 일어선 구피가 분주해졌다. 난태생 송사리과에 속하는 구피는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다. 다른 열대어보다 번식률이 높은 이유다. 이리저리 갈피를 잡지 못하는 행동은 출산이 임박했다는 징후이다.
“아빠! 아빠~” 아이가 숨넘어갈 듯 외친다. 새끼가 어미 몸 밖으로 나오는 장면은 포착하기 꽤 어려운데, 효준이가 해낸 것이다. 좁쌀 만 한 생명체가 바닥에 몸을 붙인 채 여린 숨을 쉬고 있었다. 얼른 스포이드로 빨아 당겨 치어통에 넣어주었다. 효준이가 딱 붙어 감독하고 있어서 실수 없이 새끼를 옮기느라 온 신경을 기울여야 했다.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휴~ 모두 무사했다.


“왜 이렇게 행복하냐~” 어린 구피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보며 효준이가 중얼거렸다. “아빠, 오늘 아침엔 행복한 일만 있는 거 같아.” 아이 눈에도 갓 태어난 생명은 경이롭나보다. 활짝 피어난 아이 얼굴을 보니 기운이 솟는다.


수족관에 열대어를 키우기 시작한 건 재원이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이었다. 두 형제는 늘 물고기와 함께 살아서 이젠 식구처럼 익숙하다. 한 마리라도 병에 걸리면 초비상이다. 구피 몸에 하얀 반점이 생겨 시들시들해지는 백점병은 언젠가 찾아오기 마련. 새 통에 옮겨 집중 치료를 해주면 대부분 살아나지만 아쉽게도 작별을 고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수족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핵심은 수질관리! 물이 줄어들면 그만큼 물을 보충해주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수족관을 깨끗이 청소해주는 것이다. 이것만 해줘도 구피들은 행복하다. 마치 코로나 이후 찾아온 깨끗한 공기가 우리 몸과 마음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듯 말이다.


“아빠, 성모님 물고기는 어때?” 효준이가 불쑥 묻는다. 당황하지 않고~ 무슨 말일까 찬찬히 헤아려본다. 성모님? 아~ 아빠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수녀님들(^^)이 키우는 물고기가 잘 있냐는 뜻이었다. “그럼 잘 지내고 있지~ 새끼들도 엄청 많아졌어~” 아이 눈에 기쁨이 차오른다. 그렇게 좋을까. 아이는 물고기가 우리와 함께 잘 살아가길 바란다. 인간 세계로 데려온 열대어들, 그들을 돌봐줘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인간 중심이고, 그래서 열대어며 고양이며 하는 반려동물들은 이 세계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미사가 재개되고 맞이한 주일 오후, 효준이가 신이 나서 또 아빠를 부른다. 베란다 화분에 연초록 싹이 난 것이다. 의기양양해진 아이는 며칠 전 산에서 주워 온 잣 씨앗을 몰래 심었다고, 잘 자라도록 널찍하게 일자로 심었다고 했다. 가만 보니 잡초 씨앗이 섞여 들어와 싹을 틔운 듯 했지만, 나는 너무 신기하다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지금 우리가 되찾아야 할 마음밭을 아이에게 배우는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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