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월요일

by 홍탁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A 과장은 회사를 가는 이유 중에 변을 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점심시간 회사 근처 식당에서 가츠동을 거의 다 먹어갈 무렵에 별안간 꺼낸 이야기였다. 후릅 소리를 내며 함께 주문해서 나눠 먹은 판모밀의 국물까지 다 들이켜면서 말이다.


"난 회사에 오면 주말에 밀린 변을 본다네!"

"에잇, 밥 먹으면서..."


미간을 확 찌푸리게 하는 말이었다. 허나 조금 생각해보니, 먹는 것, 자는 것만큼 중요한 싸는 것이 맘대로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A 과장은 변이 잘 나오게 하려고 유산균도 바꿔가며 먹고 가끔은 청경채나 미역을 요리해서 먹어본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뿐이고, 어떨 때에는 휴가를 가서 3일 동안 변 보는 것을 잊고 지낸 적도 있단다.


"들어간 것이 몸 속에서 증발된 건지 아니면 찌꺼기없이 백 퍼센트 흡수가 된 건지." 모르겠다는 그는 설거지할 것도 없이 만들어버린 그릇들을 싹싹 핥아가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회사 가는 월요일, 출근하는 차 안에서는 꼭 배 속에서 신호가 온다고.


"월요병 어쩌고 하잖아, 사람들은.

난 그날 아침이면 살짝 설레기도 해."


누군들 회사 가기 편한 사람이 있을까. 꼰대가 제일 싫다 외치면서 온갖 꼰대짓은 다 하는 팀장의 위선은 떠올리기만 해도 짜증이 난다. 실적이나 평가는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고 변화를 주자는 회사의 시스템은 맨날 다람쥐 쳇바퀴 돌기고, 그럴 때마다 무기력해진다. 그때마다 고작 하는 일이라곤 '퇴사하길 잘했어' 같은 류의 에세이집을 뒤적거려보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월요일 아침 달리는 지하철에서 문득, 변을 보러 회사에 온다는 A 과장의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오늘 밀린 업무 생각에 확 피곤이 밀려왔지만 '근데 뭐 별거 아닌데~' 하는 여유가 조용히 밀려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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