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먼저라고 지금껏 생각했다. 그런데 몸이 아프면 다 헛것이다. 몸이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면 좀 더 자신만만해진다. 상대방에게 너그러워지고 어떤 문제를 두고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살아오면서 크든 작든 몸이 무너지는 순간을 겪지 않았나. 그때는 오직 건강만 해결된다면 난 내 몸을 아끼며 평생을 살리라 다짐한다. 그런데 그때뿐이었다. 화장실 가기 전이랑 갔다 오고 나서가 다른 것처럼.
사십 중반이라는 나이. 참 어이없게도 건강에 자신이 있다고 스스로를 세뇌해왔다. 국가 건강검진이라는 틀에 기대어 몸의 변화와 식습관, 운동에 무심했다. 몸이 힘들면 운동하는 시늉도 했고 잠시 술과 식사 조절도 하곤 했다. 역시 꾸준히 못하고 컨디션이 회복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절제의 끈을 놓아버렸다.
얼마 전부터 눈두덩이부터 시작해 머리 앞쪽이 죄어오듯 아프다. 밤에 자다 깨서 타이레놀을 먹은 적도 있다. 회사에서 두통이 오면 역시 약을 먹었다. 팀장이 되고 팀원들 간의 관계 중재와 달마다 책을 내는 터라 머리를 짜내면서 닥치는 압박감 등이 날마다 머리를 짓눌렀다.
친구는 뇌 CT라도 한번 찍어보라 했지만 무턱대고 상급병원을 갈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동네 내과에 갔다. 연차를 내고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진료를 받았다. 의사 쌤은 진료 시작 전에 마른기침이 나던지 나보고 잠시 나가 계시면 물 한 잔 먹고 부르겠다고 했다. 검진센터도 겸하는 내과인데 의사는 한 명. 그이도 나만큼 지쳐보였다.
쌤은 진통제 없이 한두 시간 두통이 계속되냐고 물었다. 습관처럼 타이레놀을 먹다 요즘 두세 번은 안 먹고 버틴 적이 있었다. 그중에 한 번인가는 좀 오래 간 것 같다. 참기 어려운 편두통이나 구토나 멀미, 열을 동반한 두통은 아니어서 나는 앞에 말한 긴장이나 스트레스 등에 의한 지속성 두통일 가능성이 높다고. 사실 긴장성 두통은 한두 시간이면 가라앉는 게 정상이다.
몹시 지쳐보이는 의사 쌤이 적어준 진료의뢰서의 증상은 headache! 집에서 가까운 3차병원 신경과에 예약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천변을 걸었다. 오랜만에 회사 일도 잊고 그저 걸었다.
내 몸을 둘러싼 일들을 적어보기로 했다. 날 아껴주고 싶었다. 참 오랜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