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피의 방관자들 편을 보고

by 홍탁

넷플렉스 드라마 디피가 뜨겁다. 사나이 가슴에 불을 지핀다. 새록새록과 스물스물. 두 의태어의 모양새로 군 시절이 떠오른다. 그만큼 디피의 디테일이 강하다는 반증이다!



새록새록은 추억이 내게 다시 오는 장면인데 특히 나빴던 기억이라도 내 안에서 희석되어 이젠 떠올려도 그땐 그랬지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반면 스물스물은 떠올리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기억의 조각들. 지하실 습기처럼 축축한 것들 찐득허니 붙어 안 떨어진다. 에선 여러 형상들로 나타나 가위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디피 방관자들 편은 내게 압도적이었다. 나는 방관자였고 또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99군번. 특수전경대. 훈련소를 마칠 때 난 국방부가 아니라 행자부 소속이 되었다. 그때 대대장이 말하기로는 "너희들 얼마나 좋으냐. 육군처럼 산속에서 사회와 떨어져 지내면 나중에 재대하고 헤매는데 전경부대는 도시에 있으니.. 요즘은 구타도 없고 좋아졌다고 하니 힘내고!" 그땐 순진했던지 그말을 믿었다. 철석같이!


조석봉 일병(뱀)처럼 나도 입대가 늦었다. 뭐 그처럼 유도를 하다 포기하고 만화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치다 늦게 간 건 아니지만, 나름 열심히 살았다. 대학 들어가기도 어려운 형편에 닥치는대로 아르바이트하며 살다 군에 끌려왔다. 그런데 좀 곱상하게 생기거나 순하거나 눈치가 부족하거나 동작이 민첩하지 못하면 고참들의 안테나가 그에게로 모아진다. 조석봉이 악마 고참 황장수를 비롯하여 고참들에게 시달리는 것도 그런 이유였지 싶다.


황장수가 제대하 조 일병이 찾아가 복수하며 물었다.

"그때 저한테 왜 그러셨습니까?"

"...그냥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나도 이 질문을 던지고 싶은 놈들이 꽤 있었다. 누가 뒤처지면 일으켜주면 좋을 텐데. 더 뭉갠다. 여기서 방관자,가해자, 피해자 관계가 성립된다. 디피는 구타와 가혹행위를 보고도 눈감아버린 방관자들에게도 양심의 칼날을 들이댄다. 왜 그땐 가만히 있었냐고!


군대문화가 바뀌길 원했다. 그런 나조차 방관자였으니. 어쩌면 이만큼이라도 바뀐 건 이름없는 항거와 진실의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내가 겪었던 특수전경대 얘기를 하려는 건 내 아주 작은 양심의 발로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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