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어디?

by 홍탁

양쪽 눈이 바라보는 지점이 다를 때 ‘사시斜視’라고 한다. 효준이가 간헐적사시 증상이 있음을 아내는 오래전부터 알았다. 사시 소견을 받던 날 의사 선생님이 말하기를 대개는 엄마가 아빠보다 먼저 아이의 증상을 알아채는 편이라고 했다. 아이의 시선이 어긋나는 각도가 크면 눈이 금세 피로해지고 최종 시력도 떨어지게 된다. 고민 끝에 우리 부부는 수술을 결정했다. 아이를 키우며 이런저런 고비에 맞닥뜨릴 때 부모가 내리는 결단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수술 당일 아침 효준이는 집을 나서며 형에게 한마디 했다.

“형은 좋겠다, 천국으로 가는구나.”


“응? 수술 잘 받고~”

재원이는 멋적은 표정으로 동생에게 인사를 건넸다.


‘천국과 지옥’이라니. 비유가 좀 과장되어 보이지만, 듣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효준이가 엄마와 2박 3일 병원에 있는 동안 재원이는 할머니 댁에 머무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형은 맛난 것도 먹고 집에서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반면 효준이는 좁은 병실에서 꼼짝 못하고 병원 식사만 해야 하니 부러울 만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재원이에게 차려준 할머니의 밥상은 불고기 반찬에 게장까지 상다리가 휘어질 기세였다. 같은 시각 효준이는 전신마취를 앞두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기도 삽관을 한 채 숨을 쉬어야 하고 눈 근육을 절제해야 하니 왜 걱정이 안 되겠나. 수술 전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속삭였다. “꼭 성호 긋고 예수님께 기도드리고~.” 얼마 뒤 메신저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수술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찍었는데 아이 눈에 살짝 두려움이 깃든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졌다.


두 시간 정도 흘렀을까. 아내의 다급한 문자가 도착했다. 아이가 울고불고 난리라고, 병실에 돌아와 마취에서 깨어났는데,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눈이 너무 아프다고 한단다. 내 속도 까맣게 타들어갔다. 십 분 정도 울다가 진통제를 맞고 잠이 들었다는 아이. 퇴근 무렵엔 소변도 보고 컨디션을 찾았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피식 웃음이 나게 하는 아내의 메시지도 떴다. ‘죽이 모자라.’ 엄마 밥까지 반 이상 먹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그즈음 재원이도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고모부와 함께 소파에 기댄 채 올림픽 야구 중계를 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함께한 우리 가족의 저녁 식사.

“너 정말 편해 보이더라?” 재원이는 잠시 말이 없다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빠, 나 묵주기도 트레이닝 받았어.” 아! 무릎이 탁 쳐졌다. 할머니와 고모의 특훈이 있었던 거다. 할머니는 자기 전에 온화한 표정으로 손자를 부르셨단다. 아이 손에 묵주를 쥐어주고는 동생 수술 잘 되길 바라는 지향까지 더해 10단을 바치자 하셨다. 아마도 재원이는 소리 내어 천천히 묵주기도를 바치고는 쓰러지듯 잠이 들었을 것이다.


그 다음날, 살짝 기대했던 늦잠은 없었다. 아침을 먹고 10시 미사에 참례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모도 성당 가는 길에 동행했다. 몹시 더운 날 유난히 긴 돌계단을 올라 미사를 드리고 차분히 자리에 앉아 할머니와 고모랑 묵주기도를 바쳤다. 고모는 기도 전에 조카에게 꼭 한 가지를 당부했단다. 마음을 담아 한 단 한 단 바칠 것을!


모두 곤히 잠든 밤 혼자 생각했다. 주변에서 참 많은 이들이 효준이를 위해 기도해주었구나. 그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누군가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아픔에 함께 동참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천국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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