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엔 왠지 모르게 두려워졌습니다.
p.95
무섭긴 했지만 몇몇 동물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양들이 평소처럼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를 외치기 시작했고, 그게 몇 분이나 이어지는 바람에 토론은 시작되지도 못하고 그대로 끝나버렸다.
우리는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우리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수의 선동자가 온 세상을 자신의 생각으로 덮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멍청한 다수가 자신의 생각을 잃어갈 것이다. 타인의 일반화가 어느새 나의 일반화가 되어 자신의 기준이 아닌, 다른 이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자유를 잃어가는 과정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이미 자유를 잃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유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자유는 항상 우리의 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유는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논쟁이 되었든, 전쟁이 되었든 말이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과 똑같은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언젠가 우린 동물 농장의 동물들과 똑같은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장원 농장'
인간 '존스'의 아래에 모든 것이 통솔되는 농장.
자유는 없었다.
우리의 노동은 인간을 위한 것이었고
우리의 것은 인간에게 착취당했다.
우리는 자유를 원했다.
'동물 주의'
똑똑한 돼지 '스노우볼'과 '나폴레옹'은 우리의 사상체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밤마다 <영국의 동물들>을 불렀다.
노래를 부를 때면 우리는 자유로워진 것만 같았다.
6월에 어느 저녁,
술을 진탕 마셔 소파에서 잠든 존스는
우리를 굶겼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반란을 일으켰고
존스와 그의 일꾼들을 내쫓았다.
'동물 농장'
동물만을 위한 새로운 농장.
우리는 동물에 의한, 동물을 위한 농장을 만들어갔다.
모두가 열심히 일을 했고,
모두가 열렬히 토론을 했고,
모두가 더 나은 미래를 꿈꾸었다.
그리고 돼지는 동물을 위한 일곱 계명을 벽에 적었다.
- 두 다리로 걷는 것은 무엇이든 적이다.
- 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무엇이든 친구이다.
-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잠을 자서는 안 된다.
-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렇게 우리는 자유로워졌다는 것에 기뻤다.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
양들이 외쳐 됐다.
좋은 뜻임이 분명했다.
우리를 위한 것임이 분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농장을 되찾기 위해
존스가 돌아왔다.
총을 들고 말이다.
하지만 우린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희생과 부상이 있었지만
우리는 승리했다.
그 중심에는 자신의 몸을 날린 돼지, 스노우볼과
강하고 탄탄한 말, 복서가 있었다.
'새로운 지도자'
풍차를 만들고자 하는 돼지, 스노우볼.
식량 생산량을 늘리자는 돼지, 나폴레옹.
투표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사나운 개 무리가 스노우볼을 향해 달려들었고,
스노우볼은 살기 위해 도망쳤다.
어느새 우리는 나폴레옹의 의견을 따르게 되었다.
그리고 나폴레옹은 우리의 지도자가 되었다.
돼지들은 더 이상의 토론은 없을 것이라 했으며,
다른 동물들의 결정은 오히려 농장에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했다.
농장에 필요한 것은 오직 충성심과 복종이라면서 말이다.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양들은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를 외쳐 됐다.
'풍차'
나폴레옹은 풍차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사실 풍차를 생각해 낸 건
스노우볼이 아닌 나폴레옹이라고 돼지는 말했다.
우리는 고된 노동을 하기 시작했다.
돌을 옮겼고, 벽을 쌓았다.
우리는 풍차가 더 나은 삶을 살게 해 줄 거라고 믿었다.
돼지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농장을 위해 더 힘든 일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가을이 왔고, 풍차가 절반 정도 건설이 되었다.
우리는 풍차를 보면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꿈꾸었다.
'스노우볼의 계략'
바람이 엄청나게 불던 11월의 어느 밤이었다.
다음 날 아침, 풍차가 완전히 무너졌다.
모든 동물이 절망했다.
모두가 망연자실했다.
나폴레옹은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이 모든 것은 스노우볼의 짓이라고 했다.
우리는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분노가 퍼졌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는 풍차를 다시 건설하기 시작했다.
'피로 물든 밤'
스노우볼이 밤마다 농장에 찾아와
농장의 물건을 파괴하고, 도둑질을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믿기지 않았다. 그는 분명 우리를 위해 용감하게 싸웠다.
그러나 돼지들은 모든 것이 '인간과 손을 잡은 스노우볼의 계략'이라고 했다.
우리는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
나폴레옹은 농장에 스노우볼의 첩자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고음을 내지르더니
개 무리가 첩자들을 자비 없이 학살했다.
모두가 공포에 빠졌고,
시체 더미에서 피냄새가 진동했다.
우리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안이 벙벙했다.
우리가 꿈꾸었던 농장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모든 동물이 배고픔과 채찍으로부터 해방되고,
모두가 평등하고,
능력에 맞게 일을 하며,
강한 자들이 약자들을 보호해 주는 사회였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쉽게 내뱉을 수 없었다.
감히 내 생각을 말했다가는 개 무리에게 갈기갈기 찢길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양들은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를 외쳐 됐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사실 스노우볼은 우리를 위해 전투에서 몸을 내던진 적이 없었다.
그것은 다 그가 만들어낸 소문이었다.
애초에 그는 비겁했고, 항상 비판을 받았었다.
처음에 이 사실을 알았을 땐 의아했지만,
돼지는 원래 기억이라는 것은 왜곡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풍차 전투'
다시 풍차는 거의 완성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또다시 기쁨에 춤을 추었고,
지금껏 풍차를 위해 배고픔을 견디고 고된 노동을 해온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풍차가 완성되면 어떻게 삶이 변할지 상상했다.
어느 날 아침, 인간들이 다시 한번 농장에 쳐들어왔다.
그들은 풍차에 화약을 채워 넣었고 폭발시켜 버렸다.
또다시 풍차를 잃었다.
우리의 공포는 분노로 변했다.
그리고 인간을 향해 돌격했다.
우리는 승리했다.
하지만 많은 피를 흘렸다.
희생당한 이들과 크게 다쳐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모두가 풍차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슬픈 침묵에 빠졌다.
그러나 돼지들은 기뻐했다.
승리를 자축했다.
우리는 왜 그들이 기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돼지는 풍차는 또다시 만들면 되는 거라고 웃으며 말했다.
'복서의 죽음'
우리의 강하고 탄탄했던 말, 복서가
오랫동안의 고된 노동과 풍차 전투에서의 부상으로 인해 쓰러지고 말았다.
돼지는 복서를 인간 수의사에게 치료받게 할 것이라 했다.
인간에게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 불안했지만,
그것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복서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마당으로 모였다.
하지만 분명히 보았다.
복서를 싣고 가는 화물 마차에는 '도축'이라는 단어가 쓰여있었다.
돼지는 이에 설명했다.
저 화물 마차는 원래 도축장 소유의 마차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수의사가 사용하는 마차라고 말이다.
우리는 그제야 안심했다.
그리고 3일 후 돼지는 복서가 죽었다고 전해줬다.
마지막까지 '나폴레옹은 늘 옳다'를 외치면서 죽었다고 말이다.
그날 밤 어디선가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몇 년이 흘렀다'
더 이상 반란 이전의 시절을 기억하는 동물은 아무도 없었다.
스노우볼은 잊혀졌고, 복서를 아는 이도 많지 않았다.
농장은 많은 발전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동물들은 고된 노동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느 저녁, 돼지들이 뒷다리로 마당을 걷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가 보란 듯이 공공연히 행진을 진행했다.
우리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랜 세월, 돼지들의 생각에 불평 없이
그들을 따랐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항의의 말을 해야 했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그렇게 목소리가 목구멍을 통해 뿜어져 나오려는 순간,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더 좋다!"
양들이 외쳐 됐다.
아무도 그 외침에 끼어들 수 없었다.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빼앗겼다.
양들의 외침에 우리의 목소리를 빼앗겼다.
양들의 외침이 곧 우리의 목소리였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일곱 계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단 하나의 계명만 적혀있을 뿐이었다.
무엇이 적혀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이 농장은 더 이상 동물을 위한 농장이 아닌 것 같았다.
'장원 농장'
돼지는 인간들을 농장에 초대했다.
그리고 술을 진탕 마시며 말했다.
앞으로 '동물농장'이라는 이름은 폐지가 될 것이고,
본래 이름인 '장원농장'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당황스럽게도, 누가 돼지이고 누가 사람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돼지, 사람, 돼지, 사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가 어떤 꿈을 꿨는지,
우리가 왜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우리가 어떻게 이 혁명을 시작했는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워왔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돼지들은 항상 농장이 더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정말 그것이 사실일까?
정말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거면 됐다.
그래 그거면 됐다.
우리에게 언젠가 행복한 날이 올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