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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혁 건축가 Dec 28. 2015

모던한 전원주택의 핵심. 징크(Zinc)가 뭐에요?

모던한 금속 지붕재 '징크' 알아보기.

출발


사무실 안에서 바라보는 외부 경치는 맑고 화창하고 산책하기 좋은 날씨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영하 8도의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씨라는  ㅡ ㅡ;; 점심먹으로 잠깐 나갔다 왔는데 온몸에 한기가 도네요 ㅠㅠ

이번 이야기에서는 젋은 예비건축주들이 사랑하는 외장재인 징크에 대해 설명해 볼까 합니다.

모던하고 개성 있는 건축물에 사용되던 징크가 대중에게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현재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있는데요. 과연 이 징크가 무엇이고 어떠한 장점들이 있는지 지금부터 이야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징크(Zinc)가 무엇인가요?


징크는 영어로 Zinc로 표기되며 아연(Zn)을 뜻합니다.
징크는 얇은 판상재의 형태로 지붕과 외벽 등 건축 외장에 쓰입니다.
지붕재로서의 징크의 역사는 멀리 로마 시대 폼페이 유적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본격적인 사용은 얇고 넓적하게 가공된 Rolled Zinc가 개발된 1811년 이후입니다. 

특히 1852년 프랑스 파리가 도시계획에 따라 재정비될 때, 모든 지붕에 징크를 사용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대대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해 오늘날 파리 건물의 9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1960년 티타늄이 합금된 징크가 개발되고 1976년 최초로 생산공정에서 인공 산화층을 형성해 유통하는 프리웨더링(Pre-Weathering) 제품이 등장하면서 오늘날의 징크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기와집과 초가집으로 대변되는 지붕재를 사용해왔습니다. 그렇다며 이것을 허문 최초의 지붕자재는 무엇일까요? 바로 슬레이트입니다.^^


석면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슬레이트는 우리나라 지붕자재 역사에서 가장 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최초의 수입 지붕재인 아스팔트싱글은 서구식, 특히 미국식 주택에 대한 기대와 맞물리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실상은 디자인보다는 가격이 저렴하여 많이 사용된 측면이 큽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합판 없이 콘크리트 위에 아스팔트싱글을 시공하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동판은 아스팔트싱글의 후레싱과 물받이 재료로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서구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도 식민지시대 일부 상징적인 건물의 지붕에는 동판이 사용되었지만, 그 명맥이 끊어져 있다가 다시금 복귀한 것입니다.

이후 고급건축물의 전체 지붕에 주로 적용되었지만, 색상이 너무 어둡고 무거워 모던한 건축물을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동판은 자재만 공급되었을 뿐 세계적인 건축의 흐름이나 기술과는 동떨어져 있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말 징크가 도입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성숙한 건축시장이라는 바탕 위에 모던한 건축물에 대한 요구와 맞아 떨어지면서, 징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모스디자인의 티타늄징크 사공사례

지붕과 외장재로 사용된 티타늄 징크 : 징크의 산화보호층은 공기와 만나며 더욱 안정화되어, 시간이 지나도 새것과 같고 그 나름의 맛이 있습니다.


60년 이상을 보장하는 유일한 지붕재인 징크


지붕재로서 징크의 장점은 무엇보다 ‘살아 있는 소재’라는 것입니다.
은백색의 징크는 표면이 살짝 부식되어 산화층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금속 내부의 부식을 억제하는 보호막 역할을 합니다. 이 층을 ‘산화보호층’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파티나(Patina)라고 부릅니다.
요즘은 대부분 공장에서 미리 파티나를 형성한 제품이 사용됩니다. 산화보호층은 시공 이후에도 공기와 반응하면서 치환되거나 안정화됩니다. 즉, 숨을 쉬는 것입니다.
공기가 맑은 시골에서는 100년 이상, 도심에서도 50년 이상 그 기능이 보장되며 시간이 지나도 변색되거나 노후화되지 않고 언제나 새것 같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징크의 산화보호층은 광택 없는 회색인데, 현대 건축이 추구하는 모던(Modern)과 내추럴(Natural)한 감각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회색을 베이스로 다양한 컬러음영을 추가한 제품도 선보여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징크의 시공과 유의사항


징크는 동판과 함께 Architectural Sheet Metal Roofing을 구현하는 주요한 두 소재입니다.
징크의 시공은 고급맞춤 양복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외장도 징크로 감쌀 수 있지만 세밀한 디테일은 손기술과 오랜 경험을 요구하며 경력 10년 이상은 돼야 숙련공으로 불릴 수 있습니다.
징크의 시공은 물의 흐름을 봐가며 금속을 서로 맞접어 시공하는 것입니다. 접어서 물 처리가 되지 못하는 곳은 납땜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징크를 시공하기 위해서는 품이 많이 드는 만큼 복잡한 시공방식 때문에 시중에는 여러 가지 편법이 횡행하고 있으니 시공시 주의하셔야 합니다.


징크 하단부에 환기층을 확보해라!


아직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는 징크 밑면에 환기층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징크는 우수한 자재이지만 갇힌 습기에 약합니다. 따라서 징크와 합판 사이에는 공기가 통할 수 있는 환기층을 반드시 형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델타멤브레인이라는 특수 이격재와 델타클립이라는 고정클립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 부속재는 지붕의 합판마감과 징크 사이를 8~10㎜ 띄워 주는 역할을 하는 징크 시공의 핵심적인 재료입니다. 이를 이용해 공기층을 확보하지 않고 징크를 지붕에 사용하였다가는 시공 후 1~2년 만에 아주 심하게 부식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도착


모던함의 상징은 징크에 대해서 이제 조금은 이해하셨나요?^^

주변에서 많이 보던 외장재인 징크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닌 친구랍니다. 전원주택을 지을때에도 한번쯤 포인트 자재로 생각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주의하셔야 할 점은 징크라는 자재는 단가가 매우 비싼 자재라는 겁니다. 집 전체를 징크로 사용하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며, 꼭 필요한 부분만 적절하게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설계시 포인트 비용으로 얼마를 쓰겠다라고 결정하신 후 진행하시는 것이 좋으며, 이쁘다고 많이 사용하게 되면 공사비가 어마어마하게 상승되기 때문에 욕심내시지 마시고 적절한 선에서 적용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지금까지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이야기때 뵈요~^^




글쓴이 : 이동혁 건축매니저

이메일 : sunsut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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