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도시, 무너진 건축: 건축을 둘러싼 미스터리
1부. 사라진 문명과 잃어버린 건축 (1~15화)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우리는 하늘에 닿는 탑을 쌓아 신의 영역에 도달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신화일까, 아니면 한때 실존했던 역사적 사실일까? 성경의 창세기에 기록된 바벨탑(Babel Tower)은 인류가 교만함으로 신에게 도전한 결과, 언어가 갈라지고 세상이 혼란에 빠졌다는 이야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단순한 종교적 우화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은 미스터리한 고대 건축물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바벨탑이 존재했다면, 그것은 과연 얼마나 거대했을까? 그리고 정말로 신의 분노로 인해 무너졌을까, 아니면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사라진 바벨탑의 흔적을 찾아, 과거로의 문을 열어보자.
바벨탑에 대한 가장 유명한 기록은 구약 성경 창세기 11장에 등장한다.
"온 땅의 언어가 하나였고 말이 하나였더라. 동방으로 이동하던 사람들이 시날 평지에 이르러 거기에 정착하고, ‘자, 벽돌을 만들어 단단히 구워 성을 쌓고,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자’고 하였다. 그때 여호와께서 내려오사 인간들이 한 언어로 연합하여 교만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시고,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서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드셨다. 이에 사람들이 온 세상으로 흩어졌더라.”
즉, 바벨탑은 신에게 도전하려는 인간의 오만을 상징하는 건축물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단순한 교훈적 이야기일까? 아니면 역사적으로 근거가 있는 사건일까?
오늘날 역사학자들과 고고학자들은 바벨탑이 신화가 아니라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Ziggurat)**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현재의 이라크 지역에 위치한 바빌론의 에테메낭키(Etemenanki) 지구라트가 바벨탑의 원형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빌론의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기원전 6세기)**는 에테메낭키를 거대한 계단식 신전으로 재건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신전은 높이 91m에 달했으며, 7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학자들은 에테메낭키가 당대 가장 높은 건축물 중 하나였고, 성경에 기록된 바벨탑과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거대한 신전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는 것이다.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이 바빌론을 점령한 후, 바벨탑을 복원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고, 그 후로 탑은 완전히 붕괴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말 그것이 단순한 붕괴였을까? 아니면 성경의 이야기처럼 ‘신의 분노’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성경은 바벨탑이 무너진 후, 인간들의 언어가 서로 다르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인류의 언어가 기원전 3000년 무렵부터 급격히 다양화되었다는 점이다.
최초의 문명들이 형성된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수메르어, 아카드어, 엘람어 등 다양한 언어가 등장했다.
같은 지역에서 유사한 문화와 기술을 공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가 급격히 분화되었다.
학자들은 언어의 다양화가 단순한 자연적 과정이 아니라, 어떤 사건으로 인해 촉진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혹시 바벨탑의 붕괴가 단순한 건축의 실패가 아니라, 어떤 문화적·정치적 사건이 인류의 언어 체계를 변화시킨 계기였던 것은 아닐까?
바벨탑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면, 그것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신의 분노라는 설명을 제외하고도 몇 가지 흥미로운 가설들이 있다.
기술적 한계: 바벨탑이 너무 거대하게 지어져 당시의 건축 기술로는 유지가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벽돌과 역청(아스팔트)를 이용한 구조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
지진과 자연재해: 바빌론 지역은 지진이 빈번한 지역 중 하나였다. 거대한 건축물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졌을 가능성도 있다.
침략과 파괴: 바벨탑이 위치한 바빌론은 수많은 외부 세력의 침략을 받았다. 특히 아시리아, 페르시아, 그리스 등의 침략자들이 신전과 건축물을 파괴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바벨탑은 실제로 존재했으며, 단순한 붕괴가 아니라 전쟁과 자연재해로 인해 서서히 사라진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바벨탑과 유사한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초고층 건축물의 경쟁, 인공지능과 우주 탐사 등, 인간은 여전히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바벨탑의 이야기는 단순한 교훈적 전설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는 이야기이며, 동시에 문명이 어떻게 발전하고 붕괴하는지를 경고하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말 과거에서 교훈을 얻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여전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바벨탑은 실제로 존재했던 것일까?
그것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신의 분노란 단순한 상징이었을까, 아니면 인간 문명의 붕괴를 암시하는 경고였을까?
어쩌면 언젠가 고고학자들이 바벨탑의 마지막 흔적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