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14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화재가 아니었다?

사라진 도시, 무너진 건축: 건축을 둘러싼 미스터리

by 이동혁 건축가
1부. 사라진 문명과 잃어버린 건축 (1~15화)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제14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화재가 아니었다?

Screenshot 2025-03-18 at 15.44.39.JPG


1. 잿더미가 된 지식의 보고(寶庫)

Screenshot 2025-03-18 at 15.44.45.JPG

"이곳이… 인류가 가장 많은 지식을 잃어버린 곳이란 말인가?"

2023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태양이 지중해의 푸른 물결 위로 부서졌다. 하늘은 맑았고, 따뜻한 바닷바람이 유적지 위로 부드럽게 불어왔다.

고고학자 다니엘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알렉산드리아 국립 도서관 앞에 서 있었다.

"여기서 2,000년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도서관이 사라졌죠."

젊은 연구원 나디아가 말했다.

"로마군이 불태웠다고 알고 있었는데요?"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죠. 하지만… 정말 화재로만 사라졌을까요?"

나디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다른 이유라도 있다는 건가요?"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우리가 밝혀야 할 진실입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폐허를 바라보았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그저 불에 타 없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지워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번 속삭였다.

"화재는 단지 한 부분일 뿐이에요."


2. 사라진 지식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무엇이었나?

기원전 3세기,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세계 최대의 지식 집합소를 만들기로 했다.


수십만 권의 두루마리 보관 – 세계 각지에서 지식을 수집.

고대의 모든 학문이 연구됨 – 수학, 천문학, 의학, 철학 등.

그리스, 이집트, 인도, 페르시아의 지식이 한곳에 모임.


"이곳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었어요." 박사는 손을 흔들며 설명했다.

"이곳은 세계 최초의 ‘대학’이자, ‘연구소’였죠."

그러나…

이 도서관은 역사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것은 정말 한순간의 화재 때문이었을까?


3. 첫 번째 의혹: 로마의 화재는 전부가 아니었다

Screenshot 2025-03-18 at 15.44.51.JPG

역사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48년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가 이집트를 침공했을 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불탔다고 한다.


가설 1: 카이사르의 실수?

카이사르가 이집트에서 전투 중, 해군을 불태웠다.

불길이 번져 도서관에 옮겨붙었다.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지식이 잿더미로 변했다.


그러나…

"하지만 도서관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나디아는 기록을 살펴보며 말했다.

"후대 기록들을 보면, 도서관은 계속 운영되었다고 나와 있어요!"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겁니다. 도서관은 그때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도서관이 사라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4. 두 번째 의혹: 기독교와 지식의 충돌


기원후 4세기, 로마 제국은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했다.

이 시점에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종교적 갈등의 중심이 되었다.


가설 2: 이교도의 지식이 위험해졌다?

당시 도서관은 그리스 철학과 과학을 연구하는 중심지였다.

그러나 기독교가 확산되면서, 이교도의 학문이 탄압받기 시작했다.

기원후 391년, 테오필루스(Theophilus) 총대주교가 도서관을 파괴했다고 전해진다.


"도서관이 단순히 불타 사라진 게 아니라," 박사는 조용히 말했다.

"종교적 변화 속에서 서서히 지워진 것입니다."

나디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당시 학자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박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대부분 살해당하거나, 추방당했죠."

특히 한 사람의 죽음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마지막 장을 상징했다.


5. 히파티아, 도서관과 함께 사라진 마지막 지성

Screenshot 2025-03-18 at 15.44.57.JPG

"이곳에서, 그녀는 죽임을 당했습니다."

박사는 폐허를 가리키며 말했다.


히파티아(Hypatia)의 비극

기원후 415년, 여성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히파티아(Hypatia)**는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했다.

그녀는 도서관의 마지막 지성을 대표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그녀는 기독교 세력에게 이교도의 상징으로 낙인찍혔다.


그녀는 광신도들에 의해 도서관에서 끌려 나와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그녀가 죽으면서, 이곳에서의 지식도 함께 사라졌어요."

나디아는 참담한 표정으로 속삭였다.

"그럼… 도서관은 그때 완전히 사라진 건가요?"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닙니다. 마지막 한 번 더 도서관은 시련을 겪었죠."


6. 마지막 흔적, 이슬람의 도래

Screenshot 2025-03-18 at 15.45.03.JPG

기원후 7세기, 이슬람 제국이 알렉산드리아를 점령했다.

칼리프 오마르(Omar)의 명령에 의해, 남아 있던 도서관의 문서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전해진다.


가설 3: 마지막 불길

기원후 642년, 이슬람 군대가 알렉산드리아를 점령.

남아 있던 두루마리들이 목욕탕을 데우는 연료로 사용되었다는 전설이 존재.

이후, 도서관은 완전히 사라졌다.


박사는 폐허를 바라보며 말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지식은, 수백 년 동안 점진적으로 사라졌습니다."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정치와 종교, 그리고 시대의 변화 속에서 하나씩 사라진 것이죠."

나디아는 먼 곳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그럼… 그때의 지식은 영원히 사라진 건가요?"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일부 지식은 살아남았습니다."


7. 잿더미 속에서 남은 것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사라졌지만, 그곳에서 연구된 많은 지식들은 후대의 문명으로 이어졌다.

아랍 학자들이 그리스 과학을 번역해 보존.

중세 유럽에서 다시 재발견됨.

르네상스의 씨앗이 됨.


박사는 조용히 말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식은 불에 타지 않아요. 사람이 지식의 불을 다시 밝혀내는 한,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