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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사라진 이스터 섬의 모아이, 누가 만들었나?

사라진 도시, 무너진 건축: 건축을 둘러싼 미스터리

by 이동혁 건축가
2부. 신전과 궁전, 권력과 음모의 공간 (16~30화)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29화: 사라진 이스터 섬의 모아이, 누가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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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평양의 미스터리


아침 햇살이 태평양의 푸른 물결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바다 위로 솟아오른 작은 섬이 보였다. 울퉁불퉁한 절벽과 푸른 초목이 드리워진 곳.
그러나 이 작은 땅덩어리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스터 섬(Rapa Nui).
사람들은 이곳을 단순히 외딴 섬이라고 부르지만, 그 이름 뒤에는 신비롭고도 거대한 조각상들, 모아이(Moai) 가 자리하고 있었다.

“누가, 왜, 어떻게 이런 걸 만든 거죠?”
고고학자 에단 밀러(Ethan Miller) 는 눈을 가늘게 뜨며 거대한 석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옆에 선 사진작가 클레어 호프만(Claire Hoffman) 도 카메라를 들고 멍하니 그 장엄한 풍경을 담아내고 있었다.


2. 모아이, 신의 얼굴인가 인간의 기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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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은 정말 신기하네요. 바다 한가운데 이런 거대한 조각상들이 남아 있다니.”
클레어가 카메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모아이는 이스터 섬의 원주민인 라파누이 사람들이 만든 거야. 주로 13세기에서 16세기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지.”
에단은 노트를 꺼내며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데 왜 만든 거죠? 예술 작품인가요?”
“단순한 예술품이라기보다는, 그들 문화의 핵심적인 상징이지. 조상 숭배와 관련이 있다고 해.”

에단은 손으로 석상의 얼굴을 가리켰다.
“이 석상들 대부분은 바다를 등지고 내륙을 향하고 있지? 그건 섬을 보호하고 조상들의 영혼이 마을을 지켜보도록 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해.”


3. 잃어버린 문명, 모아이의 붕괴


클레어는 카메라로 석상의 세밀한 부분을 찍으며 물었다.
“그런데 왜 이스터 섬의 문명은 무너진 거죠?”

에단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게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야. 여러 가지 이론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건 환경 파괴와 내전이지.”

“환경 파괴라면…?”

“라파누이 사람들은 모아이를 이동시키기 위해 섬의 나무를 대량으로 베어냈어. 나무줄기를 굴리는 방식으로 석상을 이동시켰다는 거지. 그러나 숲이 점점 사라지면서 농작물도 제대로 재배되지 못했고, 결국 사회 구조가 무너졌다는 거야.”

클레어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면 석상들을 만들던 기술도 함께 사라진 건가요?”

“그렇지. 더 이상 거대한 석상을 만들 능력도, 이유도 없어졌지.”


4. 다른 설, 전쟁과 종교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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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다시 걸음을 옮겨 다른 모아이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바다를 향해 쓰러져 있는 모아이였다.

“이건 또 왜 쓰러져 있는 거죠?” 클레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내전 때문이라고 해. 섬이 황폐해지면서 부족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지. 이 섬의 원주민들은 크게 두 세력으로 나뉘어 싸웠고, 서로의 모아이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려 했다고 해.”

“모아이는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라 그들 문화의 중심이었던 거군요.”

에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모아이는 단순한 예술품이 아니라, 권력과 신앙의 상징이었지.”


5. 모아이의 제작 방법


그들은 섬의 북쪽으로 이동했다.
거기에는 거대한 채석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바위가 깎여진 자국이 여기저기 보였다.

“여기가 바로 라노 라라쿠(Rano Raraku)라는 채석장이야. 대부분의 모아이는 이곳에서 만들어졌다고 하지.” 에단이 설명했다.

“그럼 어떻게 이 무거운 것들을 섬 전체로 옮겼죠?”

에단은 사진을 찍고 있는 클레어를 향해 미소 지었다.
“바로 그게 중요한 의문이야. 일부 학자들은 나무줄기를 이용해 굴리는 방식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어. 하지만 또 다른 연구자들은 모아이를 세운 상태로 '걸어가게' 만들었다고 주장하지.”

“걸어가게 만든다고요?” 클레어는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그래. 줄을 이용해 좌우로 흔들며 마치 조각상이 스스로 걸어가듯 이동시켰다는 거야. 그리고 최근에는 이 방법이 성공적으로 재현되기도 했어.”


6. 끝나지 않은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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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서 모아이는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에단과 클레어는 섬의 절벽 위에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에단, 정말 모든 모아이가 사람들이 만든 걸까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클레어는 끝내지 못한 말을 삼키며 석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아는 건 극히 일부일 뿐이야. 더 많은 단서를 찾아야겠지. 모아이를 만든 이유와 그 비밀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으니까.”

그들의 뒤로 길게 늘어진 모아이들이 석양 속에서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침묵은 영원했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가 계속해서 이야기하려는 듯한 기묘한 울림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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