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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런던 타워의 유령들, 저주는 아직 끝나지..

사라진 도시, 무너진 건축: 건축을 둘러싼 미스터리

by 이동혁 건축가
2부. 신전과 궁전, 권력과 음모의 공간 (16~30화)

글, 그림 : 이동혁 건축가


제28화: 런던 타워의 유령들, 저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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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런던 타워의 검은 그림자


2025년, 런던.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흐린 날씨 속에 에밀리 워즈워스(Emily Wadsworth) 는 런던 타워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사학자이자 유명한 건축 연구가인 그녀는 오늘도 이 웅장한 요새를 연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 탑이 사람들을 집어삼킨 역사의 무덤이라면, 그 영혼들이 아직도 이곳을 떠돌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르겠군.”

에밀리는 혼잣말을 하며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런던 타워(The Tower of London).

그 이름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중세 시대의 건축물이었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공포와 저주가 서린 장소였다.

특히, 피의 탑이라고도 불리는 블러디 타워(Bloody Tower) 는 수많은 비극과 죽음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었다.


2. 죽음의 요새, 런던 타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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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타워는 원래 윌리엄 1세가 1078년에 지은 노르만식 요새야. 그때부터 왕의 거처이자 군사 요새, 감옥으로 사용되었지.”

에밀리는 조수인 리처드 스미스(Richard Smith) 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왜 이곳이 그렇게 무시무시한 장소로 여겨지게 된 거죠?” 리처드는 흥미롭게 물었다.

“그건 바로 이곳에서 너무나도 많은 죽음과 배신, 그리고 억울함이 쌓였기 때문이야. 왕의 권력 다툼에서부터 정치적 처형, 그리고 어린 왕자들의 실종 사건까지… 여기는 단순한 요새가 아니라, 역사의 저주가 새겨진 곳이지.”


3. 어린 왕자들의 비극


에밀리는 런던 타워의 좁은 복도를 걸으며 말을 이었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리처드 3세의 조카들인 에드워드 5세와 리처드 요크 공작이 이곳에 감금된 사건이야.”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된 거죠?” 리처드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1483년, 에드워드 5세가 왕위 계승자로 지목되었지만, 그의 삼촌 리처드가 섭정으로 권력을 잡게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어. 두 형제는 이곳 런던 타워에 감금되었고, 이후 아무도 그들을 본 적이 없지.”

“그리고 그들이 살해되었다는 소문이 돌게 된 건가요?”

“그래. 리처드 3세가 왕좌를 차지한 후,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소문은 사람들의 의심을 키웠지. 일부는 그들이 타워 안에서 살해되었다고 믿고 있어.”

에밀리는 벽에 손을 얹었다.

“특히 블러디 타워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어. 우는 소리, 혹은 살려달라는 비명. 누군가는 그것이 그들의 영혼이 아직도 구원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


4. 앤 불린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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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타워의 악명은 왕자들의 실종 사건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에밀리는 조심스럽게 오래된 계단을 내려가며 말했다.

“여기는 앤 불린이 처형된 곳이기도 해. 헨리 8세의 두 번째 아내였던 그녀는 왕을 배신했다는 혐의로 1536년 이곳에서 참수되었지.”

“그녀도 유령으로 목격된다는 소문이 있나요?” 리처드는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이지. 목이 없는 모습으로 타워의 회랑을 돌아다닌다고 해. 검은 옷을 입고 고개를 들어 무언가를 찾는 듯한 모습으로 말이야.”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벽 너머에서 찬바람이 스쳤다.


5. 블러디 타워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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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블러디 타워로 들어섰을 때, 어둡고도 차가운 공기가 그들을 감쌌다.

에밀리는 손전등을 비추며 말했다.

“여기는 특히 많은 목격담이 있는 곳이야. 어린 왕자들이 갇혀 있던 방은 이 안쪽에 있어.”

그들이 발걸음을 멈춘 순간, 희미하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리처드는 놀라서 물었다.

“뭐죠? 방금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에밀리는 얼굴이 굳어졌다.

“여기선 가끔 그런 소리가 들리곤 해. 뭔가를 구하려는 외침처럼…”


6. 영혼을 구하기 위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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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와 리처드는 타워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고대 문서들과 자료를 조사하며 어린 왕자들의 실종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찾으려 했다.

“만약 아이들이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면, 그들의 유해가 남아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리처드는 의문을 던졌다.

“1660년에 두 어린아이의 유골이 발견된 적 있어. 하지만 그것이 왕자들의 유골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 에밀리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 유령들은 대체 왜 이곳을 떠도는 거죠?”

에밀리는 잠시 침묵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거야.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말이야.”


7. 끝나지 않은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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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와 리처드는 조사를 마치고 타워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그들이 떠난 후에도 런던 타워는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비가 멈추고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다시금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를 구해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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