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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Jan 13. 2021

둥지클럽 in 성내

[STORY] '플라스틱 방앗간' 둥지클럽 참여기


지난 11월 한 달간 성내동에서 ‘페트병 뚜껑’을 모았다. 자그마치 435개를! 많은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여기에 내가 직접 기여한 건 단 두 개니까. 알음알음으로 모아진 것 그리고 설치해 놓은 홍보물을 보고 자발적으로 참여해 준 뭇 성내앙들의 작은 관심이 모아진 결과물이다. 



페트병 뚜껑이 뭐라고 11월 성내동이 움찔움찔했을까?


서울환경연합에서 ‘플라스틱 방앗간'이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곡식 빻는 방앗간, 아니라 플라스틱 빻는 방앗간이다. 손바닥 크기보다 작은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안되니 직접 모아 재활용을 해보자는 것.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때 분쇄하고 열로 녹이고 프레스로 형태를 찍어내는 과정이 가래떡 만드는 과정과 흡사하니 ‘플라스틱 방앗간’이라 할 만하다. 


'플라스틱 방앗간'에 쌀을 물어다 주는, 아니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보내는 이들은 ‘참새'다. 작은 플라스틱이 그냥 버려지지 않게 쓸모를 찾아주고 싶다면 ‘참새'가 되면 된다. 3월 중 ‘참새 클럽' 시즌3 신청을 받는다고. 시즌2에 약 1,500명의 참새가 병뚜껑 약 180,000개를 모았다. 

참새 클럽 시즌 3 참여 신청



우리는 '플라스틱 방앗간'의 ‘둥지클럽’ 베타테스터 단체로 참여했다. 동네 플라스틱 수집 거점이 되는 것. 참새들을 위한 둥지를 틀어주는 것이지.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보내 준 수거함을 우리의 공간 앞에 설치하고, 추가로 다섯 개 장소를 섭외하여 전면 수작업 자체 제작 수거함을 설치했다. 동네 디저트 카페, 제로 웨이스트 샵 그리고 공공시설 세 군데. 



이게 또 자랑인가 싶지만 다른 동네에 없는 하지만 우리 동네에 있는 ‘미디어보드'에 광고도 했다. 그리고 동네 주민들이 모여 있는 주민협의체, 주민자치회 카톡방에 홍보를 하고. 쓰레기 문제에 관심 많아 이런저런 모임과 활동을 하고 있는 태0부동산 사장님에게 들러 “우리 이런 거 하고 있다.” 귀띔도 했다. 



뭐에 쓴다고 병뚜껑을 모았냐고? 


플라스틱으로 다양한 물건을 만들 수 있다. 모아진 작은 플라스틱을 분쇄하고 녹여서 압출기로 뽑아내거나 녹인 플라스틱을 몰드에 넣어 찍어내는 과정을 거쳐, 플라스틱은 물건이 된다. 버려질 뻔한 그래서 알바트로스 새끼의 먹이가 될 뻔한 애물단지가 꽤 근사한 일을 하게 되는 것. 


@ ppseoul


플라스틱을 모으고 물건을 만드는 일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이 있다. 바로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 이 곳은 플라스틱을 수집하고 제품을 만드는 개인과 단체를 위한 글로벌 커뮤니티다. 플라스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제공부터 수집에 대한 노하우, 플라스틱 제품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툴까지 지원한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사출 기계 제작 방식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 precious plastic


‘플라스틱 방앗간’은 ‘프레셔스 플라스틱’ 멤버로 국내 플라스틱 작업 공간이 확산되도록 돕고 있다. ‘플라스틱 방앗간'이 플라스틱을 수집하고 사출 기계를 제작하여 직접 만든 첫 번째 물건은 치약 짜개. 기계를 만들고 치약 짜개 몰드를 만드는 데 프래그가 함께 했다. 이 치약 짜개가 탐난다면 참새가 되면 된다. 


@ppseoul 플라스틱 방앗간


그리고 두 번째 물건! 비누 받침이다.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소개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모레상점과 콜라보했다. 비누와 닿는 면은 줄이기 위해 물결무늬를 넣은 그냥 네모 심플한 형태. 샴푸바, 린스바, 세안비누 등등 비누 쓸 일 많아 조각조각 맞춰서 여러 개 같이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처음에 크기가 작아 보였는데 괜찮다. 비누가 굴러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모은 병뚜껑 여기 조금은 들어가 있지 않을까? 


참새들이 모으고 모레상점에서 디자인하고 프래그에서 형틀을 짜고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만들어낸 비누 받침이다. 새삼스럽게 우리가 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묘한 느낌. 같이 참새가 돼보자. 그냥 살기 좀 심심하니까. 둥지클럽을 좀 더 열심히 할 걸, 좀 더 많이 모을 수 있었을 텐데. 잠깐 아쉬움이 스쳐가지만 그때 좀 바빴다 치려고. 또 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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