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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Jan 26. 2021

쉽게 바르는 친환경

재활용 가능한 혹은 재활용된 용기에 담긴 바디로션

고체 바디로션을 사용하다가 원래 가지고 있던 바디로션 펌프를 짜며 생각했다. 그래, 이거지! 누르기만 하면 적당량이 손바닥에 담긴다. 누르고 펴 바르는 흐름이 자연스럽고 재빠르다.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인간은 편리를 위해 도구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그 발전을 맛보고 나면 뒤로 돌아가기가 영 쉽지 않다. 그 옛날 컴퓨터에서 폰으로 사진 한 장 옮길라치면 파일들이 펄럭거리는 로딩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봐야 했다. 그런데 지금 카톡에서 사진을 전송하는데 로딩 화면이 뜬다고 생각해보라. 당장 실시간 검색어에 카카오톡 오류가 뜰 테다.


그렇다. 어떤 세계인보다 바쁘게 살지만 자신은 나태 지옥에 갈 거라고 울먹거리는 한국인에게 편리함이란 시간이다. 바디로션 빨리빨리 바르고 나가야 되는데 고체 바디로션 언제 녹여 바르고 있냐 이거야. 각자의 한정된 시간에 사는 우리가 모든 행동에 시간과 정성을 쏟을 수 없다. 그러니 늘 쓰던 보통의 바디로션을 찾을 수밖에.


그럼 쓰레기가 될 바디로션 용기는 어떡하냐고요?

쓰레기는 만들어 파는 분들이 줄여야죠. 고르는 시간은 선택지가 줄이고.



L'OCCITANE 록시땅 아몬드 퍼밍 밀크 컨센트레이트

유리병 + 알루미늄 뚜껑 + 종이 단상자

200ml / 78,000원 / 바로가기



록시땅은 2025년까지 전 제품을 재활용 플라스틱 포장재로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유리병 바디로션을 골라왔는가 하면 현재 록시땅에서 유일하게 리필팩이 있는 바디로션이기 때문. 록시땅에서 선보이는 리필팩은 이 아몬드 바디로션(이름이 너무 길다)을 제외하고는 샴푸, 컨디셔너, 바디워시 등 전부 씻어내는 제품이다.


@록시땅


중요한 건 바디로션 유리병과 에코리필백 모두 테라사이클과 함께 공병 수거를 하고 있다는 점. 사실 공병 수거하는 코스메틱 브랜드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려주는 곳은 드물다. 한시적 이벤트인 경우도 허다하다. 그저 친환경 마케팅 사례로 끝난다.


@록시땅


그에 비해 록시땅은 몇 해 째 테라사이클과 함께 하고 있다. 그들의 이벤트는 모은 공병을 재활용해 만든 소재로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고 그 이익을 재활용 수거 공장의 환경개선을 위해 전액 기부하는 것. 거대한 기업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이미지 마케팅일 수도 있다. 그럼 뭐 어때. 이거도 안 하는 곳은 널렸다. 다들 눈치라도 봐라.



매장이 가까워서 택배 쓰레기를 줄이려고 방문해서 구입했다. 쇼핑백도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런데 더스트백 같은 면 주머니에 담아주어서 얼떨결에 받았... 직접 구입하시러 가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이 주머니는 평생 써야겠다. 단상자는 '지속 가능한 삼림'에서 만들어진 종이라고 적혀있다.(파파고로 해석함) 단지형임에도 따로 스파츌러가 없다. 스파츌러 그 쪼끄만 플라스틱 쪼가리는 재활용도 안되니 없는 게 좋다.



toun28 톤 28 몸 바를거리_워터 블랑

종이팩 + 플라스틱 입구 + 알루미늄 뚜껑 + 사탕수수 단상자

180ml(60ml*3개입) / 19,800원 / 바로가기



톤 28은 씻고 바르는 주제에서 빠지질 않는다. 그만큼 전 제품에 신경 쓰고 있다는 얘기겠지. 거기다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브랜드답게 요즘 제품마다 속속 비건 인증을 받고 있다. 이 몸 바를거리 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건 단체, 비건 소사이어티 인증을 받았다.



몸바를거리는 60ml씩 3개로 소분되어있다. 쓰레기를 줄인다면서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걸 왜 세 개로 나누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점 때문에 몸바를거리를 선택했다. 처음 톤 28의 광고는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피부에 맞지 않아서 버려지는 화장품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뜨끔했다. 나 또한 다 쓰지 못하고 버린 화장품이 많았으니까. 특히 바디로션.


겨울에 잘 쓰던 바디로션은 여름이 되면 기름이 따로 없다. 그대로 나갔다간 39도 뙤약볕에 튀겨질 판이다. 그렇게 다음 겨울을 기약하며 서랍에 봉인한다. 6개월쯤 지나 꺼내보면 애매하게 사용기한에 걸쳐있다. 무시할 법도 한데 이게 또 이상하게 찝찝하다. 게다가 바디로션은 대부분 대용량이라 남은 양도 어마어마하다. 용기뿐만 아니라 내용물도 버리면 쓰레기다. 쓸 수 있는 만큼 살 수 있다면 쓰레기를 줄이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60ml면 보통 수분크림보다 쪼금 더 많다. 몸에 바르기엔 적다 싶지만 남김없이 싹싹 긁어 쓸 수 있는 용량이다. 혹여 자신에게 안 맞는다 해도 꾹 참고 다 바를 수 있을만한 용량이기도 하다. (나머지는 선물하고 생색내자. 뜯지도 않은 새 거니까.) 개봉하지 않았다면 30개월까지 거뜬하니 필요한 계절이 오면 꺼내 쓰기 좋다.



톤 28만의 종이팩은 한국 환경공단에서 무려 500번의 테스트를 거쳐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패키지로 인증받았다. 그래, 그건 좋은데. 문제는 바디로션을 보통 샤워 후에 바른다는 것. 걱정이 됐다. 물에 젖은 손으로 만졌다가 바디로션으로 번떡 번떡 코팅된 손으로 만졌다가 반복하면 종이가 사르르 녹아버리는 것은 아닌지. 부러 물 묻은 손으로 잡아보니 젖기는 하지만 3분도 안돼 다 마른다. 그리고 멀쩡해지니 생각보다 튼튼하다. 



aromatica 아로마티카 서렌 바디로션_라벤더&마조람

재생 플라스틱(PCR) 50% + PET + PP 뚜껑

300ml / 22,000원 / 바로가기



용기의 절반이 재생 플라스틱인 아로마티카의 서렌 바디로션. 아로마티카만큼 접근성 좋고 제품군이 다양한 친환경 브랜드도 없다. 제품에도, 홈페이지에도 소재에 대한 설명이 떡하니 나와있어 하나하나 찾아보고 검색해야 하는 수고도 없다. 단상자도 없고 용기에 쓸데없는 비닐 라벨도 없다.



그리고 펌프도 없다. 펌프는 구조상 스프링이 들어가 있는 데다가 각 부분마다 재질이 다르다. 간단하게 말해 재활용이 안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아로마티카 바디로션은 펌프가 추가사항이다. 소비자가 원하면 구매하는 것. 이게 소비자의 권리지. 필요 없는 걸 강매당하지 않는. 


대신 원터치 캡이 달려있다. 이게 중요하다. 돌려서 잠그고 여는 뚜껑이었다면 바디로션 듬뿍 바른 미끄러운 손으로는 벌써 실패다.



심플한 디자인이라 집안 어디다 둬도 내 눈을 헤치지 않는다. 덕분에 자주자주 바르게 된다. 디자인의 순기능. 이런 디자인은 아무래도 재활용을 염두에 둔 듯하다. 투명한 플라스틱일수록 재생원료로써 가치가 높으니까. 


@아로마티카


아로마티카는 신사동의 '하우스 오브 아로마티카'를 오픈하면서 공병 수거 또한 진행 중이다. 공간에는 분리 배출할 수 있는 작업대와 분리수거함이 커다랗게 배치되어있다. 어떤 브랜드가 쇼룸 중앙에 떡하니 인테리어를 해칠 수 있는 분리수거함을 놓을까. 여기서 진심을 느꼈다.


공간이 서울 한 곳에만 있다 보니 택배로도 (물론 선불) 공병을 받는다. 아니면 공병에 아로마티카에서 출시하는 여러 가지 리필팩을 채워 사용하는 것도 좋다. 재활용보다는 재사용이 더 이로우니까. 


아쉽게도 현재까지 바디로션 리필팩을 출시되지 않았다.



Love Beauty & Planet 러브 뷰티 앤 플래닛 바디로션_

아르간 오일 앤 라벤더

재생 플라스틱 100% / 펌프

400ml / 12,900원 / 바로가기 (공식판매처가 없어서 쇼핑검색결과로 대체했어요!)


이번엔 100% 재생 플라스틱이다. 그런데 펌프를 곁들인... 

재생 플라스틱 펌프는 아직 어려운가 보다. 우선 단일소재 펌프를 개발 중이라고 하니 기다려보자. 생소한 브랜드라 해외 공식 홈페이지를 열심히 번역기에 돌려보니 러브 뷰티 앤 플래닛은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그것이 패키지든 재료든 탄소배출이든 가리지 않고 실천하는 브랜드다.


다국적 기업인 유니레버의 계열사이니만큼 각국의 재활용 시스템에 맞춘 소재로 제품을 출시한다. 보통 검은색인 뚜껑은 유럽의 재활용 기준에 맞게 회색으로 나온단다. 기본 뚜껑들은 80% 재생 플라스틱으로 제작된다.



그만큼 플라스틱 재생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가 보다. 투명한 플라스틱만 골라내 만든다 해도 조금씩 빛깔이 다르게 나온다. 조금 푸른 끼가 돌거나 잿빛이 돌거나. 요 녀석은 살짝 탁한 노란빛을 띤다. 용기에 로션이 꽉 차 있을 때는 로션이 베이지 색인 줄 알았다. 긴가민가 했는데 로션은 확실히 하얀색이다. 아로마티카의 용기가 투명한 이유는 재생 플라스틱이 50%만 들어가서 인가보다. 난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보통 깨끗하고 투명해야 거부감이 없을 테니... 이과 파이팅.


구입한 여러 가지 바디로션 중에 손이 제일 많이 간다. 우선 가성비가 좋다. 인터넷에서 400ml 용량 두 개를 만이천 원대에 구입 가능하다. 육식을 줄이려고 의식 중인 만큼 PETA에서 비건 인증을 받은 점도 맘에 든다. 게다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따듯한 라벤더향이다. 바디로션은 전신에 바르다 보니 자칫 향이 진했다간 하루 종일 머리가 핑핑 도는데 이 라벤더향은 듬뿍 발라도 문제 없었다.



무엇보다도 펌프라 편하긴 편하다. 그렇게 쓰레기 없는 물건 찾아 헤매면서... 이렇게 인간이 간사합니다. 하지만 재구입은 없을 것이다. 펌프가 조금 더 편할 뿐 없다고 불편하진 않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바디로션은 손이 불편한 우리 할무니 드려야겠다. 이왕 태어났으니 할 일은 다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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