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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Jan 29. 2021

식물성 폰케이스

인시피오 오가닉코어 아이폰 12 미니


오트밀이네. 첫인상이 딱. 까슬하고 달짝한 곡물차가 떠오르니 침샘이 요동친다. 쌀쌀할 때 출출할 때 뜨거운 우유에 탄 곡물차 참 어울리는데. 실컷 입맛 다시게 해 놓고 대책 없이 난 핸드폰 케이스 이야기를 하려 한다.


생분해 플라스틱 핸드폰 케이스에 있는 이 독특한 오트밀 무늬. 먼지 부스러기 묻은 것 같은 이런 거 말고 깨끗하고 하얀 폰케이스는 없나? 없다. 밀짚이나 아마, 대나무 등 식물소재로 만든 생분해성 폰케이스는 의례 이런 무늬가 있다.



지난 연말 아이폰 6six와 작별하고 12 미니를 맞이했다. 6six는 죽어가고 있었다. 6six는 내게 카카오 맵을 세 번 이상 튕겨낸 후 열어줬고 QR체크인 대신 수기 작성이라는 아날로그적 습관을 남겨줬고 오전 10시 배터리가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12 미니는 측면 프레임이 각지고 한 손으로 조작 가능한 크기로 첫사랑 4와 닮은 아이다. 앱 청소하고 위젯도 깔아보고 새 폰을 대하는 의례가 폰을 바꿔갈수록 점점 짧아지는데... 임시 케이스 씌우고 나니 이게 새 폰인지 쓰던 건지 얻은 건지. 아이폰 디자인에 대한 감탄은 보호 필름 붙일 때까지만 누리는 사치인 것.



손이 헐렁해서 케이스 없이 폰을 쓸 수 없으니 케이스를 찾아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생분해 소재 케이스가 가장 ‘친화경적’ 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폰 케이스에 주로 쓰이는 소재는 TPU(열가소성 폴리우레탄), PC(폴리카보네이트), 실리콘이다. TPU는 말랑말랑하고 탄성이 있는 젤리폰케이스 종류, PC는 딱딱하고 탈부착 어려운 케이스, 실리콘은 그립감이 좋아 먼지 또한 잘 붙는 소프트 케이스. 그리고 혼합 소재로 된 케이스가 있다.


혼합 소재를 제외하고 각각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지만 현실적으로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분리배출 앱에서는 크기가 작고 소재 구분이 어렵고 혼합 재질이 많기 때문에 일반쓰레기로 종량제봉투에 배출하라고 한다. 어차피 일반쓰레기로 배출할 거라면 생분해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현실적 판단.



‘생분해 플라스틱이 친환경적인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건 사실이다.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자연 상태에서 생분해되지 않는다는 것. 전문 처리시설에서 기준의 온도와 습도 등 조건을 만들어줘야 하지만 우리에게 아직 이런 처리시설이 없다. 두 번째 이유는 현 재활용 시스템 작동에 장애가 된다는 것. 재활용품과 섞여서 배출될 경우 재활용품의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는 그린워싱. 생분해 제품, 특히 일회용품이 친환경적이라 내세우면서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흐리고 새로운 쓰레기 축적을 유발한다는 것.


일회용품을 생분해성 물질로 대체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다. 다회용품 사용 촉진 등 일회용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플라스틱 소재의 효용을 고려할 때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을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다. 인증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자연 상태에서 생분해될 수 있는 소재 개발을 촉진하고 생분해 플라스틱 처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리라고 기대를 하며 장만한 폰 케이스는 INCIPIO Organicore.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폰 12 미니 생분해 케이스로 이게 유일하다. 인시피오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폰케이스 전문 브랜드로 식물 소재로 만든 생분해 폰케이스 오가닉코어 라인을 내놓았다. 내추럴, 유칼립투스, 차콜 세 가지 색이 있고 아이폰 12, SE, 에어팟을 위한 케이스가 있다.


폰이 흰색이라 내추럴, 곧 오트밀 색 케이스를 골랐는데 씌워놓고 나니 제법 새 폰 모양새가 살아난다. 탄성은 없는데 딱딱하진 않아 벗기고 씌우기 편한 편. TPU처럼 손에 딱 달라붙는 맛은 없어서 나처럼 땀 한 방울 안나는 손바닥에서 쉬이 이탈할 수 있겠다. 2.4m 낙하 강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던져 보는 시도는 하지 않으련다.



시멘트 바닥에 떨어지면 흠집은 금방 생길 것 같고… 버튼이 잘 눌리지 않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손톱 날을 세워 눌러야 함. 매끈하지 않은 고슬고슬한 촉감에 하얗고 뽀얀 색이 살아 있어 전반적으로 70점 평타 이상이다.


지금까지 폰 하나 사용 기간 평균 5년이라 별 일이 없다면 5년 동안 이 오트밀과 지내보려 한다. 그동안 분해되어 사라지지 않겠지? 그럴 수 있다면 훌륭한데... 폰과 수명을 같이 하는 폰 케이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는 것이 산업 퇴비화 시설에서 6개월, 일반 퇴비에서 2~3년 분해 시간이 걸린다. 퇴비에 쑤셔 넣지 않으면 분해될 일은 없다는 것. 하지만 쓰다 보면 부스러지거나 금이 갈 수 있으니 지켜봐야지.



생분해 폰케이스을 처음 만든 pela에서 작성한 ‘pela와 incipio 케이스 비교 글’을 공유하며 이번 편을 마무리하련다. 요는 incipio는 compostable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생분해’라고 퉁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biodegradable(생분해성)과 compostable(퇴비화 가능성)을 구분해서 표현한다. 생분해성은 특정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수 있음을 말하고 퇴비화 가능성은 유기물질로 만들어 화학적 도움 없이 자연조건에서 퇴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생분해 플라스틱은 석유 유래 물질로 만들고 분해만 촉진한 플라스틱도 포함하고 있다.


인시피오 케이스가 펠라 케이스보다 분해 속도가 늦더라도 100% 식물 소재로 만들어져 있다면 compostable에 포함될 수 있지 않나 싶은데… 이 것까지 따져보려니 머리가 아프네요. 물릴 수는 없으니 전 인시피오를 일단 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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