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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Mar 12. 2021

포스트 포스트-잇

접착제 없는 재생종이 메모지

할 일이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을 때, 주위 아무 펜이나 낚아채 메모지에 할 일들을 휘갈기고는 죽 뜯어 눈앞에 턱 하니 붙인다. 이것은 에버노트부터 노션까지 웬만한 기록 어플들은 다 들어있는 스마트폰을 찾아 마스크까지 내려 나임을 확인시켜주는 일보다 훨씬 빠르고 직관적이다. 


그리고 그 메모지가 포스트잇이라면 접착력 덕분에 어디 날아가지 않고 모니터 앞에 차곡차곡 잘 쌓인다. 기록들을 여기저기 흩뿌려놓는 재주가 남다른 나에게는 탁월한 장점이다. 문제는 이 요긴한 포스트잇은 종이로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것. 


포스트잇은 접착제 때문에 종이 재활용과정에서 재생지의 품질을 떨어트리거나 크기가 작아 분류과정에서 폐기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게 나을 수 있다고- 그래서 사무실 포스트잇 비품도 다 떨어진 참에 포스트일 대신 메모지를 샀다. 이미 재생된 종이에 접착제가 없는 것으로.


(*포스트잇은 브랜드명이고 접착 메모지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지만 포스트잇이 편하다. 이미 고유명사.)


jigoonamoo 지구나무 체크 메모패드

고지 펄프 함유 재생지 + 콩기름 잉크 / 종이봉투

type 1. 체크리스트 / type 2. 6칸 / 80*120 / 100매 / 바로가기


하얀 봉투에 백장의 두터운 메모패드가 두 가지 들었다. 마치 소중한 붕어빵을 사 온 기분이다. 까만 티끌이 콕콕 박힌 따듯한 회색 재생지에 라이트 그린, 라이트 퍼플 두 가지 색상을 덧입혀 인쇄된 듯하다. 

type 1. 은 기본적인 체크리스트. 한 장에 열 가지 일을 적을 수 있다. 아무것도 체크되지 않는 체크리스트는 끝없는 고통을 주는 법. 할 일을 세세하게 열 가지로 나눠 적어보자. 완료된 일의 개수를 보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뒷면은 고지 펄프 특유의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접착제가 없는 메모지로 정착하기로 하고 메모홀더를 모니터에 달았다. 떼었다, 붙였다를 반복해 접착제가 다 닳아버리는 불상사가 없어 더 만족스럽다. 윗줄에는 날짜나 표제를 적기 좋다. 



type 2. 는 6칸 메모지. 일주일에서 하루가 모자라지만 일간 스케줄로 적어도 좋고 칸별로 다른 정보를 적어 놓기 좋다. 노트에 줄이 없으면 글씨가 줄줄 아래로 내려가는 편인데 하얀 점선으로 된 구분선이 있어 눈에는 안 띄고 줄 정렬에 도움이 된다.


종이는 약간의 거친 질감이 있으니 사각사각 긁는 필기감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샤프심도 H심이나 2H를 사용할 만큼 종이 결을 가르는 느낌을 사랑하는데 아주 만족스럽다. 

종이가 얇은 편이지만 플러스펜이나 형광펜을 써도 번지거나 비치지 않는다. 대신 또박또박 적은 글씨에는 뒷면에 눌린 자국이 남는다. 다음 장에 큰 영향을 주진 않으니 걱정하지 말자.


메모홀더가 따로 없고 대신 벽에 걸 무언가가 있다면 구멍을 뚫어 사용해도 좋다. 상단에 십자 모양이 있어 펀칭할 때 조준하기가 쉽고 일정한 위치에 구멍이 날 테니 메모지를 엮기도 좋다.


gongjang 공장 문라잇 메모

재생지 + 콩기름 잉크 / 개별 비닐포장 + 종이봉투

L 사이즈 100*120 / 60매 / gray /3,000원

S 사이즈 62*84 / 60매 / mint&lilac 1,800원

바로가기

재생지에 콩기름 인쇄한 메모지를 종이봉투에 담아준다. 여기까지는 지구나무와 같다. 하지만 공장의 메모지는 opp봉투로 개별 포장되어있다. 아무래도 디자인 문구점 등에 입점하는 브랜드다 보니 유통단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조금 아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대한 종이원장에서 버려지는 자투리가 없도록 계획된 크기에, 뒷장엔 하드보드지를 덧대어 다 쓰고 얼마 남지 않은 메모지도 구김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문라잇 메모지는 달을 모티브로 했다. 걔 중 L사이즈 그레이가 꼭 밤하늘의 달 같은 색상. 작은 노트라고 봐도 무방할 크기라 슥슥 쓰고 떼어내는 리갈 패드처럼 사용하려고 구매했다. 종이가 도톰해 제일 윗 장 모서리들이 쉽게 구겨지거나 날리지 않는다.

글도 잘 못쓰면서 글씨도 엉망이 되는 것 같아 요즘 필사를 시작했는데 필사용으로 딱이다. 동그란 원안에 인스타그램 '필사의 하루'에 올라오는 글들이 딱 들어간다. 원 밖에 필사 글의 출처를 적으면 완성-

문라잇 메모지의 나머지 사이즈들은 다양한 색상의 원으로 메모지의 레이아웃을 구성하는데, 마치 교집합 같은 S 사이즈의 민트&라일락. 두 개의 원, 세 개의 칸 혹은 원이 없는 듯, 한 장의 메모지로 다양한 메모의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사실 사용 중인 휴대용 리갈 패드 리필로 사용할까 했는데 너무 작다. 글씨를 적을 때도 받치는 손이 다 올라가지 않는다. 종이를 먼저 분리한 후 적는 게 편하다.

(참고로 이 색상은 품절이다. 이상하게 선택지에서 내가 소개하려고 하면 품절이라 머쓱할 때가 많다.)


종이가 100g짜리라 역시 도톰하다. 뒷면에 비침이 전혀 없다. 유성매직 정도는 되어야 비친다. 종이는 매끈매끈해 잉크펜일 경우 마르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지만 부드러운 필기감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뒷장 하드보드지 덕에 생각 외로 튼튼하게 혼자 서 있을 수 있다. 보통 이렇게 뒷장이 있어도 힘을 잃고 쓰러지기 마련인데 메모지 또한 도톰한 종이라 가능한 듯. 메모지를 다 써가면 어떨지는 모르나 지금 편한 건 확실함.

 


위에서 말했듯 작은 종이들은 재활용 수거과정에서 떨어져 나가 그냥 폐기될 확률이 높다. 이런 메모지들은 종이봉투나 상자에 차곡차곡 담아 배출하면 적어도 탈락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다. 다 쓴 메모지들은 종이봉투에 꼬박꼬박 모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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