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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Mar 17. 2021

부담없는 끄적임

잉크 리필로 친환경에 가볍게 입문하기

끄적이는 걸 좋아해 매일 카페에 들러 글을 적곤 한다.

자꾸 손이 가게끔 비닐로 포장된 푸른색 플라스틱 빨대를 받자마자 반납했다. 아이스 커피 유리잔을 손으로 빙글 돌려 위스키잔을 잡듯 분위기를 내보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입을 댔다.


전부터 클래식한 멋에 취해 살아온 터라 신발은 밑창이 다 터지더라도 발을 감싸줄 수만 있다면 그냥 신고, 라이터보다는 성냥을 가지고 다니는 걸 좋아했다. 

글을 쓸 때도 어떤 펜이 나의 옛 멋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해왔다. 오래 쓸 수 있다면 더 좋고.

만년을 쓸 생각으로 만년필을 써볼까 생각하다 내 생활 패턴을 보아하니 분실의 위험이 컸다. 그렇다고 나무향을 맡으려고 매일 연필을 깎는 일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볼펜 중에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펜 하나 속에도 여러 플라스틱 종류들이 들어있었고 몇몇은 뒤섞인 고무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하단다. 볼펜을 장만하더라도 오래오래 쓸 수 있는 볼펜을 찾고 싶었다. 방법을 알아보던 중 잉크 리필이 가능한 두 개의 볼펜을 찾았다.



동아 P노크 볼펜 


두께 0.4mm & 0.5mm + 흑색/적색/청색 (바디) + 리필심 (색상 동일) 

포장 : 바디 포장재 (비닐) + 리필심 포장재 (비닐) 



펜 뚜껑을 열고 처음으로 그은 글씨체가 뻑뻑해 놀랐다. 뭔가를 급하게 써 내려갈 때 툭툭하고 걸리는 느낌이 들어 뭔가가 아차 하고 딱 떠올랐을 때 필기하기엔 약간의 불편함을 동반한다. 후에 몇 번 써보며 느낀 건 손에 묻어남이 거의 없고 뾰족하고 날이 선 딱딱한 펜촉으로 인해 만년필과 유사한 느낌을 받는다.


고무 재질의 다이아몬드 널리 그립을 적용해 그립감이 좋아 손에서 미끄러져 빠져나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또박또박 정돈된 필체를 원할 때 정말 말이 필요 없다. 아쉬운 점은 포장재가 비닐이라는 점.


P노크 볼펜의 제조사 동아연필은 1946년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의 필기구 회사로 오래된 역사만큼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그중 P 노크 볼펜은 2019년 출시해 오랜 기간이 지나도 색이 변색되지 않는 문서 보존용 잉크를 넣은 제품이라고 한다.


아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플라스틱 바디지만 리필 잉크를 씀으로써 다회용으로 사용해 한두 번 쓰고 쓰레기통인지 어딘가 인지에 굴러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다.


펜은 써야 하는데 환경은 생각하고 싶고 그렇다고 편리함은 잃고 싶지 않다면 추천.



모나미 153 BP 옐로


두께 1.0mm + 유성 잉크 + 바디 (플라스틱) + 색상 (검정빨강파랑) + 리필심 + 국산 노크식 

포장 : 리필심 (비닐) 

볼펜 1자루 300원 / 0.7mm 리필심 12개  2,400원 

(153 볼펜) 바로가기 / (리필심) 바로가기


두 번째 글짓기 짝꿍 모나미 153 볼펜.

사실 모나미는 어릴 적 어린이집에 다닐 적부터 현재까지 부적처럼 달고 다니는 펜이다 늘 결과에는 이유가 있듯 모나미가 국민 펜이 된 이유가 있다. 


너무 튀지도, 그렇다고 쉽게 질리지도 않는 육각의 간결한 디자인과 심이 무뎌지지 않는 연필 같은 느낌으로 필기시 쓱쓱 부드러운 느낌을 주어 연필과 유사한 느낌을 받는다.

모나미 153 옐로



비가 내린다던지 하는 날은 쓰고 싶은 글이 정말 많다. 생각이 요만큼도 새어 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날 뭔가가 생각나 적으려던 찰나, 붙잡아두고 싶었던 기억과 함께 펜이 손가락 사이로 쉭 빠져나가 버렸다. 동아 P 노크 펜을 가져왔더라면... 잠시 그 생각이 스쳤다. 모나미 153은 힘을 주어 써 내려가다 보면 쉽게 미끄러지는 점에 주의해야한다.


모나미 볼펜은 잉크 용량이 늘 부족했다. 쭉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잉크가 바닥나 여기저기 휙휙 던져 버리곤 했는데 리필 잉크를 알게 된 후로 환경적 부담도 조금이나마 덜게 되었다.


굳이 뒤져보지 않아도 우리 집에도 너희 집에도 무더기씩 굴러다니는 게 눈에 뜨일 모나미 153 모델.

그도 그럴 것이 모나미 153 볼펜은 40년간 33억 자루 팔렸다고 한다.


불어로 나의 친구라는 뜻의 ‘mon ami.’ 여담으로 이쯤 되면 친구보다는 가족 정도는 되는 것 같지만 잉크가 너무 부드러워 나에게 좀 더 딱딱하게 대해줘도 될 것 같은 친구다. 


모나미는 모나미 환경사랑 어린이 미술대회, 프탈레이트 무함유 지우개 등 환경인식 개선에도 노력하는 회사다.


이왕 펜 쓰는 거 쉭쉭 편하게 쓰고 쓰레기 남발하는 현상을 리필로 하여금 막아주는 모나미 153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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