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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Mar 22. 2021

재활용이 어려운 물건, 장난감

청소년너른터토닥토닥 : 장난감 분해 활동기

4년 전 뚝섬에서 후배가 청소년들과 함께 장난감 분해 활동을 하는 것을 보았다. “장난감을 왜 분해해야 하지? 플라스틱으로 만든 거니까 그냥 재활용 배출함에 넣으면 되지 않나?”


나의 단순한 생각은 분해된 장난감을 보고 후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바뀌었다. 장난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은 플라스틱의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내부는 고무, 쇠, 기판, 유리, 전선 등 생각보다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져 있다. 이렇게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장난감은 플라스틱 재활용품으로 배출하더라도 재활용되지 않고 그냥 소각된다. 조금이라도 재활용 처리에 도움이 되려면 장난감을 분해해서 소재별로 분리 배출하고, 분리 배출이 안되는 것은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장난감 분해 과정을 경험하면 재활용에 대한 이해도 생기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재활용 배출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운영하는 청소년 커뮤니티 공간, '청소년 너른터 토닥토닥'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장난감 분해 활동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장난감 분해 활동을 먼저 진행했던 분들과 단체의 도움을 받아 청소년들을 모으고 교육을 진행했다. 



참여한 청소년들은 장난감을 ‘왜 분해해야 하는지’, ‘어떻게 분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우선 배웠다. 다음으로 드라이버, 니퍼 등 도구 사용 방법을 배우고, 도구를 사용하며 다치지 않도록 안전교육을 받았다. 


이제 분해 활동 시작. 먼저 안전을 위해 장갑을 낀다.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어 본체를 분리 한다. 안에 있는 전선, 기판 등을 완전히 떼어낸다. 고무나 쇠로 된 부품은 분리하여 따로 담아둔다.


장난감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했다. 


장난감의 플라스틱과 쇠가 붙어서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만들 때 기계로 조여 놓은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힘으로 분해가 어렵다. 분해 도중 깨지거나 아예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러면 재활용은 불가능하다. 오래된 장난감은 녹이 슬어 분리가 더 어렵다. 그래서 쓰지 않는 장난감은 주변에 나눠주거나 그럴 수 없다면 쌓아둘 것이 아니라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 



어렵게 분해를 하더라도 재활용이 안 되는 것이 많다. 우선 복합재질의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이라 하더라도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또 전자제품의 기판, 전선 피복(전선 안 구리는 재활용할 수 있다)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분해한 장난감 부품을 재료별로 모았다. 플라스틱, 쇠는 재활용으로 분리 배출하고, 건전지는 폐건전지 수거함에 넣고, 고무, 전선, 기판, 분리가 되지 않은 플라스틱은 일반쓰레기로 배출했다. 


장난감 분해 활동을 마무리하며 드는 생각은... 

첫 번째, 장난감을 만들 때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고 재료별로 분리하기 쉽게 디자인을 해야 한다. 

-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섞인 복합 재질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 부품을 고정하는 나사 구멍을 만들지 않고, 플라스틱을 녹여 그 사이에 나사를 고정하면 니퍼로 잘라내기가 어려워 분해를 포기하게 된다. 

나는 장난감 분해 활동에 참여한 발명동아리 고등학생과 나중에 이 경험을 반영하여 만들 때부터 분해를 생각한 물건을 만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번째, 장난감을 재활용하기 위해서 장난감을 분해해야 하는데, 장난감을 보관하고 작업할 공간비, 인건비, 쓰레기 처리 등 비용은 많이 들고 분리된 재료를 팔아서는 손익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재활용 업체는 이 일을 하지 않고, 국가는 당장 비용이 절감되는 방식인 소각을 선택한다. 지금으로서는 각 가정에서 장난감을 분해해서 버리는 것이 최선이다. 정부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의 세대를 위해 정책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노력했으면 한다. 


세 번째, 우리는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고 망가지지 않았는데도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면 사고 싶어 한다. 이렇게 결국 우리는 쓰레기 홍수 속에서 살게 되었다. 물건을 살 때 꼭 필요한 것이지 따져보고 사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동네 아이들에게 습식수채화를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과 습식수채화를 할 때 같이 부르는 시가 있다. 

독일의 발도르프 학교에서 노래하는 시를 번역한 것인데, 내용은 아래와 같다. 


그림 그리는 날을 위한 노래


우리는 이리저리 색을 따라갑니다. 

무지개다리 너머로 우리는 갑니다.

부드럽게 천천히 

우리는 이리저리 색을 따라갑니다.



부드럽게 천천히 물감을 사용해 붓으로 그림을 그리자면 생각이 없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천천히 색을 섞다 보면 두 가지 혹은 세 가지의 색이 어울려 새로운 색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색이 변하는 과정을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나의 마음을 느껴볼 수도 있다. 물론 처음부터 쉽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그 과정을 더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고 같은 결과를 다양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이 과정을 놀이처럼 온몸으로 느끼고 표현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인지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다. 우리의 ‘빨리빨리’는 많은 것을 이루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고민해 봐야 할 것들을 놓치기도 했다. 과정 속에서 무엇을 느꼈나, 과정에 어떤 가치를 담으려고 했었던 것인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결과물로 모든 과정을 판단해버린다.


아이들에게 어떤 삶의 모습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주는 게 좋을까? 빨리빨리, 완성된 결과물, 소비보다는 삶의 순간순간을 직접 체험하며 온 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 천천히 주변를 돌아보고 돌보며 느리더라도 하나하나 환경을 지켜가는 실천을 해나갈 책임이 우리에게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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