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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Mar 25. 2021

어떤 모자를 원하니?

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는 자를 위한 모자

 

중학교 시절 나는 비보이 선배들이 멋있어 보였다. 선배들은 위험천만한 춤사위를 선보였고, 그들이 쓰는 모자의 챙은 칼 같이 각이 잡혀 있었다. 매일 공중제비를 돌고 싶어 하는 형들을 따라 나도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형들을 따라 나도 모자를 썼다. 모자는, 춤 동작을 하나 할 때마다 벗겨졌고, 그 때마다 모자를 집어 다시 각을 잡아 쓰곤 했다. 그 시절의 기억 때문에 춤을 그만두고 난 후에도 모자에 애착이 있다.


하지만 나의 문제는 모자를 자주 잃어버린다는 것. 그러니 모자를 사야 하는 일이 빈번하고 오늘도 또 모자를 찾고 있다. 이번에는 좀 특별히 요즘 부쩍 관심을 갖게 된 지속가능한 소비에 걸맞은 모자로.


사실 이런 모자를 찾아보기 전까지 '친환경 모자'라는 걸 들어본 적도, 가져본 적도 없다. 모자의 챙과 윗 라인이 각지고 멋 나면 어떤 재질이든 개의치 않았으니까. 하지만 예전보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조금 생겼고, 모자로도 환경 운동에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찾게 된 친환경 모자를 소개한다.



파타고니아  P-6 레이블 트래드 캡

소재 : 유기농 순면, 챙심 (넷플러스 NetPlus™ : 폐어망 리사이클 플라스틱), 헤드밴드 (유기농 순면 캔버스)

색상 : Black, Classic Navy  / 사이즈 : 프리

59,000원 / 바로가기 


@파타고니아 코리아

                                                           

P - 6 캡의 모자의 챙 부분은 부레오 bureo 사의 넷플러스 NetPlus™ 소재로 만들었다. 넷플러스는 플라스틱 폐그물, 폐어망을 재생한 소재다. 다소 생소한 소재지만 파타고니아 P - 6 캡뿐 아니라 스케이트보드와 선글라스 등 이미 여러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폐그물은 전 세계 해양 쓰레기의 10%를 차지하는 쓰레기다. 파타고니아와 부레오는 협업을 통해 작년 한 해만 35만 톤의 폐그물로부터 바다를 보호했다. 파타고니아는 앞으로도 부레오사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넷플러스 소재를 더 많은 제품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폐어망으로 멋을 부리고 동시에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니, 사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다.


@bureo

모자에 사용한 천은 모두 100% 유기농 순면이다. 밴드까지 면으로 제작되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버튼 밴드는 시간이 지나면 끊어지거나 버튼이 닳는 경우가 있는데, P - 6 캡은 그런 걱정이 없다. 모자 사이즈는 프리지만 버클로 크기 조절을 쉽게 할 수 있다.

 

환경만 생각하고 디자인에 신경 쓰지 않았느냐, 그건 절대 아니다. 그랬다면 파타고니아의 매장이 전 세계에 퍼져있지도, 파타고니아에 열광하는 수많은 마니아층이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모자의 깊이가 낮아 외출 시 가볍게 쓰기에 좋고, 파타고니아 오리지널 로고가 중앙에 있어 심플하면서도 멋스럽다.


돌아오는 봄, 파타고니아의 P - 6 캡과 함께 심플하고 내추럴한 멋을 내보자.




나이키  에어로빌 페더라이트 캡

소재 : 재생 폴리에스테르 (100%)

색상 : 화이트 / 사이즈 : 프리

35.000원 / 바로가기

                               

나이키공식홈페이지


다음으로 나이키 에어로빌 페더라이트 볼캡을 소개한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챙 아래 검은 면은 눈부심을 줄여주고 시야 확보를 원활하게 도와준다. 또 나이키 에어로빌 기술을 사용해 땀을 빨리 말려주어 쾌적하게 착용할 수 있다. 이 페더라이트 볼캡은 100% 재생 폴리에스터로 만들었다.


나이키는 매년 매립지, 수로 등에서 회수한 10억 개의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해 재생 폴리에스터를 만든다. 재생 폴리에스터는 버진 폴리에스터에 비해 최대 30% 적게 탄소를 배출한다. 나이키의 이런 활동은 ‘제로 탄소’ 및 ‘제로 폐기물’을 목표로 기후 변화에 맞서는 ‘무브 투 제로 (Move to Zero)’캠페인’에서 비롯된다. 무브 투 제로의 목표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 그렇다면 이 볼캡이 무브 투 제로 운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이키

나는 나이키를 늘 멋있고 실용적인 브랜드라 봐왔었지,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만들고 '무브 투 제로'와 같은 환경운동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환경운동에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나이키가 이런 환경캠페인을 계속 지속해주길 바란다.




OVER LAB 오버 랩  어나더 하이 캠프 캡 

소재 : 폐 패러글라이더의 캐노피 (나일론 100%)

색상 : 블랙, 오렌지, 네온, 네이비 / 사이즈 : 조절 가능

49,900원 / 바로가기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이 지속가능한 제품들을 소개하는 팝업 공간 STUDIO I 를 개장했다고 하여 찾아갔다. 그곳에는 지속가능하면서도 기발하고 다양한 제품이 많이 있었다. 그중 한눈에 들어온 건 당연 모자였다. 모자광인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안 그래도 환경을 생각하는 모자를 알아보던 중, 이렇게 반가울 수가.


모자를 집어들고 요리조리 살펴보니 앞면과 옆면에는 오버 랩(over lab)의 로고와 프린팅이 깔끔하게 들어가 있고, 스트링으로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어 쓰기 편해 보였다. 그런데 이 모자가 왜 지속가능 제품인 거지?


OVER LAB

제품 설명에 '수명을 다한 패러글라이더'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폐기된 패러글라이더를 활용해 업사이클링한 제품이었다. 패러글라이더 소재로 만들었다니 괜히 보기만 해도 하늘을 나는 광경이 떠올라 기분이 상쾌해졌다.


오버랩은 수명이 다한 패러글라이더뿐만 아니라 요트 세일링, 글램핑 텐트 등을 이용하여 모자와 가방, 지갑을 제작한다. 이런 소재는 굉장히 견고해 가볍지만 튼튼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온갖 풍파를 맞아 생긴 얼룩과 오염은 숙련된 기술자들이 깨끗이 씻어낸 후 제작된다. 쓰레기 매립지에 쌓인 레저스포츠 장비들이 이제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늘 푸름과 진정한 자유를 위하여 노력한다'는 오버랩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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