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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Mar 26. 2021

강남 한복판에서 제로 웨이스트

제로 웨이스트 페스티벌 <다시 빛나는 쓸모>

LG유플러스가 제로 웨이스트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LG유플러스가? 제로 웨이스트 물건 몇 가지 가져다 놓고 페스티벌이라고 하는 거 아니야? 페스티벌이라니, 의심병이 도진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알맹상점 회수센터’가 페스티벌에 참가한다고 한다  페스티벌에서 뭘 하는진 모르겠다만 회수센터에 보내줄 거라고 고이고이 모아둔 플라스틱 병뚜껑을 보내주기 위해 페스티벌이 열린 '일상비일상의틈'에 얼른 다녀왔다. 지금이 아니면 망원까지 가야 할 테니까.



정말 제로 웨이스트가 시대의 화두이긴 한가보다. 페스티벌은 정말 강남 한복판에서 열렸다. 강남역과 신논현역을 잇는 메인 스트리트에 있는 일상비일상의틈 건물 입구에 너무나도 대문짝만하게 '일회용품 같은 사랑은 하지 마라' 문구를 박아놓았다.



게다가 LG유플러스는 페스티벌에 진심이 있었다. 페스티벌 현장에 나타나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트래쉬 버스터즈를 이곳으로 부른 것. 트래쉬 버스터즈는 축제나 행사에서 나오는 일회용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회용 용기를 대여, 수거, 세척해주는 소셜벤처다.


@트래쉬 버스터즈

야외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에 가본 적이 있는가. 보통 뮤직 페스티벌은 오전부터 밤까지 공연 스케줄이 짜여있어 하루를 꼬박 축제 현장에서 보내야 한다. 문제는 주위에 아-무 것도 없는 곳일 때 (특히 자라섬) 차도, 움직일 시간도 없다면 꼼짝없이 푸드트럭에서 끼니를 때워야 한다는 것. 자연스럽게 양손 가득 생긴 일회용 쓰레기는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트래쉬 버스터즈에 의하면 한 사람이 행사에서 사용하는 일회용품은 평균 3.5개 이상, 3000명 규모의 행사라면 약 1만 개란다. 이렇게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트래쉬 버스터즈는 실제 행사에서 다회용기를 시험적으로 적용해보면서 얻은 피드백과 함께 300여 종의 푸드트럭 음식을 분석해 가장 두루두루 쓰일만한 다회용 용기의 크기와 형태를 디자인했다. 이 다회용 용기는 페스티벌 현장 2F 카페 글라스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다.



트래쉬 버스터즈는 이번 행사를 위해 일명 ‘버스팅 칩’도 만들었다. 뭔가 독성 해파리같이 생긴 칩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녹여 만들었다고 한다. '버스팅 칩'은 페스티벌 기간 중 일상비일상의틈 전 층에서 제로 웨이스트 활동을 실천하면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참여하여 모은 버스팅 칩은 그 개수만큼 '버스팅 스코어'로 기록되고 스코어가 만 점이 넘으면 가치를 환산하여 환경단체에 기부한다고-


그렇담 기부를 하게끔 도와줘야겠다. 버스팅 칩을 얻는 첫 번째 방법은,

● 2F 카페 글라스하우스에서 트래쉬 버스터즈의 다회용 용기에 음료, 디저트 받기 버스팅 칩 +1


'다시 빛나는 쓸모' 전시의 내용과 함께 위와 같이 버스틴 칩 얻는 방법을 표기해둘 테니, LG유플러스가 환경단체 돈쭐내게 해주자.


01. 폐마스크 재활용 스툴 '디자이너 김하늘'


이 스툴은 버려지는 마스크를 재활용해 만들어졌다. 전 세계에서 한 달 동안 버려지는 마스크가 1300억 장. 이 사실을 알게 된 대학생 김하늘 마스크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시험 삼아 사용한 마스크를 모아 캔에 넣고 녹여봤다. 그런데 이게 녹아서 단단한 플라스틱이 되는 것.

 

이걸 시작으로 폐마스크와 공장에서 버려지는 마스크 원단 자투리로 스툴을 만드는'디자이너 김하늘'이 되었다. 그는 사용하기 좋은 매끈한 스툴을 만들기보다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집중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앉아보니 생각보다 튼튼하니 하나쯤 갖고 싶다. 특히 나의 사랑 하얀색.


02. 알맹상점 회수센터

● 알맹상점의 상품을 구매 +1

● 플라스틱 병뚜껑, 신발끈을 회수함에 전달 버스팅 칩 +1


알맹상점은 제로 웨이스트 상품 판매와 함께 버려지는 자원을 수거해 새로운 쓸모가 있는 곳에 전달하는 '회수센터'를 운영한다. 크기가 작아 재활용되지 않는 병뚜껑을 알록달록 색깔별로 수거 중이다. 방문 후 이 회수센터를 보고 병뚜껑을 모아 다시 방문하는 사람도 있다고- 이번에는 신발끈도 함께 수거 중이다. 수거한 신발끈은 주머니를 여미는 끈으로 재활용한다. 보통 운동화를 주문하면 여분의 끈을 보내주는 경우가 많다. 당장 이번 행사는 늦었더라도 망원동이 가깝다면 신발 상자 구석의 신발끈들을 챙겨 가보자.


03. 플랜테리어 디자인 그룹 '마초의 사춘기'

● 마초의 사춘기 자체 굿즈 구입 +1

● 마초의 사춘기 본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할 때 종이봉투 가져가기 버스팅 칩 +1


플랜테리어가 유행하면서 '반려식물'이라는 말과 함께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중 김작자도 포함이다. 그리고 여러 식물들을 죽였고, 지금도 죽이고 있다. 그럼 필연적으로 빈 화분이 생긴다. 식물 킬러라면 공감할 테다.

 

마초의 사춘기는 그런 빈 화분들의 다시 빛나는 '쓸모'를 위해 초보 식물 집사들도 키우기 쉬운 식물들을 엄선해 직접 분갈이 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했다. 또한 전시의 플랜테리어를 맡은 마초의 사춘기는 인테리어에 사용된 '백묘국'들의 새 주인을 찾아주는 입양 프로젝트도 같이 진행 중이다.


자체 굿즈로 나무와 나사로만 만든 오프너, 타이벡 에코백, 수건이 있었지만 식물에 관한 프로젝트가 더 의미 있어 보인다.



04. 독립서점 '스토리지 북 앤 필름'

● 종이봉투 없이 서적 구매 시 버스팅 칩 +1


스토리지 북 앤 필름은 '지속 가능'을 주제로 독립출판 서적들을 큐레이션 했다. 제로 웨이스트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 <어쩌면 당신의 가방은 무거워질 수 있겠지만>, 쓰레기 재활용과 분리수거에 대한 정보를 주는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제주 새별오름에서 쓰레기를 줍는 기록을 담은 <새별일기>, 채식이라 받게 되는 질문에 대한 대변을 담은 <채식, 뭐 좀 물어봐도 돼?> 등 다양한 시선으로 지속 가능한 환경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서적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사용하면 버스팅 칩 +1. ● 분리수거 퀴즈를 맞추면 버스팅 칩 +1와 같이 꼭 구매가 아니더라도 버스팅 칩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같이 간 멤버가 계단을 종횡무진하며 열심히 버스팅 칩을 모아 스코어를 올렸다. 모은 개수만큼 버저를 꾹꾹 눌러주면 된다. 스코어가 올라가자 버스터즈분들이 파이팅 넘치게 박수를 보내주신다. 마치 애플샵에서 아이맥을 산 사람이 된 기분이다.



박수갈채 속에서 아이맥 대신 소프넛 주머니를 받았다. 별 거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박수를 보내주시니 기분이 좋아지는 게 사실이다.


아쉬운  내가 방문한 시간은 24 수요일 오후, 이제 나흘 남았는데,  점을 채워야 기부가 되는 스코어가 겨우 절반이다. 다들 시간이 있다면 마스크 꼭꼭 쓰고 1m 간격 유지하며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경험해보자. 그리고 LG유플러스, 보고 있다면 그냥 기부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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