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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Mar 29. 2021

천연 수세미도 취향껏

천연 수세미 2편

일전에 천연수세미 루파(Luffa)에 대해 소개했다. 거기에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설거지할 때 루파를 쓴다. 처음 한살림에서 루파를 알게 되어 쓰다가 어느 때부터인가 한살림에서 더 이상 루파를 팔지 않아 일반 수세미를 쓰면서 잊고 살았다. 그러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대해 알게 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생활 습관을 바꿔가려고 신경을 쓰게 되면서 다시 루파를 쓰게 되었다.


천연수세미 루파(Luffa)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하지만 내가 별 거부감 없이 루파에 안착한 것과 달리, 루파가 딱딱해서 쓰기 불편하다며 첫 시도에 마음 돌린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로서는 의아하지만, 사람은 습관의 동물인지라 낯선 것을 경계하게 되어 있으니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루파 말고 일반 수세미와 비슷한 천연 소재 수세미가 있는지 찾아봤다. 천연 소재 수세미는 생각보다 꽤 많았고 종류도 다양했다. 이렇게 대안이 많은 데 플라스틱 수세미를 계속 쓴다면... 굳이 왜?라고 물을 만하다. 동네 슈퍼에서 구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어스바이어스 코코넛 스펀지

소재 : 코코넛 껍질 섬유 + 식물성 셀룰로스 스펀지 / 포장 : 코팅종이 띠

1,500원 바로가기


어스바이어스 코코넛 스펀지는 코코넛 열매껍질의 섬유질과 식물성 셀룰로스로 된 스펀지, 두 면으로 되어 있다. 이 수세미에 코코넛 스펀지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다면 일반 수세미인 줄 알았을 뻔. 양면 수세미를 유독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그래!'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수세미다. 모습도 그렇거니와 사용감도 일반 양면 수세미와 다를 바 없다.


코코넛 껍질이 플라스틱 수세미를 대체한다니. 알고 보니 코코넛은 버릴 게 없는 식물이다. 나뭇잎은 지붕을 덮거나 모자나 바구니를 짤 수 있고, 뿌리는 맥주, 의약품, 염료의 원료가 되고, 열매는 주스로, 과육 그대로 또는 말려서 먹고, 오일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껍질까지 쓸모가 있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75750344


양면 수세미는 보통 코코넛 스펀지처럼 셀룰로스로 된 것과 플라스틱 스펀지로 된 것이 있는데, 나는 셀룰로스를 선호한다. 셀룰로스가 물기 흡수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스펀지는 사실 물기를 닦는 용도라기보다 거품 내는 용도다. 셀룰로스 스펀지는 천연 펄프를 원료로 하여 그곳에서 추출한 셀룰로스로 만든다. 플라스틱이 아니라 나무가 주원료라는 것. 1949년 스웨덴에서 개발되었는데 이후 유럽에서 에코 스펀지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코코넛 양면 스펀지는 어스바이어스 외에도 친환경 세제로 유명한 넬리, 제로웨이스트 브랜드, 컨티뉴어스, 비베러 등에서 만들고 있다. 어스바이어스 수세미가 코팅종이 띠지로 포장된 것이 아쉬웠는데 다른 선택도 있다는 것!


KRRAMEL 사이잘 수세미

소재 : 사이잘  / 포장 : 비닐

4,200원(6p) 바로가기


이 수세미도 많이 보던 수세미 모양. 다른 게 있다면 색깔이다. 지금은 다양한 설거지용 수세미가 있지만 수세미는 원래 청수세미였다. 눌어붙은 냄비 바닥 닦는 데 이만한 게 없지. 설거지 외에도 여기저기 박박 닦고 긁어 광내는 데 필수품. 청수세미의 이런 놀라운 능력은 연마제가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스텐 냄비나 싱크볼에 수세미 긁힌 자국을 보고 흠칫 놀랐던 경험. 다 이 연마제 때문이다.


사이잘 수세미는 연마제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청수세미와 첫인상은 비슷하지만 써보면 청수세미처럼 거칠지 않다. 청수세미를 대신할 천연수세미라고 감탄하다 실망하였는가? 솔직히 청수세미처럼 박박 긁는 맛은 덜하다. 하지만 그릇에 긁힌 자국을 전혀 남기지 않아 안심하고 설거지를 할 수 있다. 천연수세미 루파가 흐물흐물해서 답답하다면 사이잘 수세미 써보길 추천한다.


아! 그런데 사이잘이 무엇임? 사이잘은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용설란과의 식물이다. 선인장처럼 생긴 잎에서 섬유를 뽑아 밧줄도 만들고 카펫이나 모자를 짠다. 아즈텍인과 마야인들은 그 시대에 이미 사이잘로 직물과 종이를 만들었다. 신비롭다. 이런 사이잘로 현대인은 수세미를 만들고 사이잘 노끈으로 고양이 캣타워를 만든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36519


크라멜 사이잘 수세미는 가격이 착하고 묶음 판매라 부담 없이 쓸 수 있어 좋은데 비닐포장은 아쉽다. 그리고 좀 더 두꺼웠으면 좋았겠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전하며, 사이잘 수세미에 셀룰로스 스펀지가 붙어있는 양면 수세미도 있다는 것을 동시에 알린다.


예고은 천연 삼베수세미

소재 : 삼베 + 대나무실 / 포장 : 크래프트 종이박스(무포장 선택 가능)

8.500원~11,500원(3개 세트) 바로가기


'나는 양면 수세미파도 아니고 청수세미파도 아니야!' 한다면 당신은 그물 수세미파인가? 나는 그물 수세미를 잘 쓰지 않지만 한 때 그물 수세미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그리고 아직도 수세미라고 하면 이 그물 수세미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물 수세미는 소량의 세제로도 거품이 잘 나고 스크래치 없이 그릇을 닦을 수 있다. 무엇보다 물 빠짐이 좋아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좋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물 수세미는 보통 폴리프로필렌, 폴리에스터와 같은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고 최근에는 옥수수 전분 추출 생분해 플라스틱 수세미도 나오긴 한다만 그물 수세미가 플라스틱 수세미만 있는 건 아니다. 삼베로 만든 그물 수세미도 있다는 것! 삼베는 삼이라고 하는 대마의 줄기로 베를 짠 것인데, 대마는 재배 시 살충제와 독성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체 항균성이 있다. 고로 수세미로 쓰기 좋은 소재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1916


이 삼베 수세미는 삼베 제품을 전문으로 만드는 예고은에서 만든 수세미라 믿을 만하다. 세 가지 종류가 나오는데, 작은 크기 2호는 16 x 24cm, 그 보다 큰 1, 3호는 23 x 24cm 크기다. 1호와 3호의 차이는 부드러운 정도의 차이. 나는 세 개들이 묶음을 구입했는데, 낱개 구매도 가능하다.


처음 쓸 때는 삼베 특유의 냄새가 나는데, 서너 번 사용하고 나면 냄새가 사라진다. 하지만 영 냄새가 참기 힘들다면 한 번 삶아서 사용하거나 최고급형(3호)을 구입하면 된다. 삼베 수세미는 수세미에 직접 세제를 묻혀 사용하기보다 세제 푼 물에 설거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세제가 직접 삼베에 닿으면 수세미가 빨리 닳는다고.


내가 그물 수세미를 안 쓰는 이유는 설거지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수세미가 길게 늘어져 물을 튀기는 경우가 있어서다. 이 삼베 수세미는 결국 헹굼용 수세미로 자리 잡았다. 나는 보통 설거지를 할 때 본 설거지용 수세미와 헹굼용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삼베 수세미가 헹굼용으로 제격인 게, 수세미에 직접 세제를 묻힐 일도 없고 삼베가 기름을 흡수하기 때문에 잔류 기름을 깨끗하게 닦아내기 좋다.


뜨개질을 좋아한다면 삼베실로 직접 뜨개 수세미를 만들 수 있다. 예고은에서 삼베실을 별도로 판매한다. 아크릴이 아닌 천연 소재 실로 뜨개 수세미 만들기! 제로웨이스트 실천하는 사람들 사이 요즘 유행인 모양이니 동참해봐도 좋을 것.



여기까지 두 편에 걸쳐 총 네 가지 천연 수세미를 소개했다.


천연 수세미가 일반 플라스틱 수세미와 다른 점 또는 천연 수세미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 천연 수세미는 건조 상태와 물기를 머금은 상태의 질감 차이가 크다. 건조 상태에서 딱딱하고 거친 질감이라도 물에 젖으면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쓰면서 길이 들고 점점 더 부드러워진다.

- 천연 수세미는 플라스틱 수세미보다 빨리 닳는다. 교체 주기를 알려주는 것 같아 나는 좋은데, 이걸 단점으로 꼽을 수도 있으니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 천연 수세미는 다소간 자체 항균력이 있다고 한다.

- 천연 수세미는 천연 소재 특유의 섬유질 구조가 수분과 기름을 흡수해 소량의 기름기는 세제 없이 씻어낼 수 있다.


소개한 네 가지 천연 수세미를 나름의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다.

위 비교는 천연 수세미 간 상대적인 차이를 보여준 것일 뿐 절대적인 질적 차이를 나타내는 건 아니다.


네 가지 수세미 모두 설거지에 사용할 수 있지만, 특징에 맞게 용도를 제안하자면 루파는 일반적인 설거지용, 코코넛 스펀지와 사이잘 수세미는 세게 닦는 설거지용 또는 청소용, 삼베 수세미는 헹굼용이다. 천연 수세미가 다양한 만큼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 건지. 새로운 물건 써보는 재미로 우선 이것저것 사용해보고 내 생활 습관과 취향에 맞는 나만의 천연 수세미를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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