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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Apr 12. 2021

쥐어 짜서 뽑아낸 청바지

한국에서 지속가능한 청바지 찾기

지속가능한 의생활 지침은 단연 적게 사고 오래 입는 것.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라면 단연 ‘청’이 최고지 않을까. 김작자의 옷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옷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청자켓이다. 거기다 모두 빈티지샵에서 샀다. 청은 세탁소에 맡길 필요도 없고 세탁기에 넣고 돌려도 말짱해 관리가 쉽다. 재질은 튼튼하고, 지갑은 든든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청바지는 빈티지샵에서 맞는 사이즈를 구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바지의 각 부분 상세 사이즈를 전부 확인하고 나서야 바지를 구매해야 하는 까다로운 하체를 가진 김작자는 빈티지샵에서 맞는 바지를 찾는 건 남포동 구제시장을 헤집고 다니던 중학생 시절부터 포기한 바다. 그렇담 이미 오래된 바지는 접어두고 오래 입을 바지를 찾아야겠다 마음먹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바지를 사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patagonia

그리고 역시 세상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지속가능' 시장의 블루오션이다. 오늘의 선택지는 이 현실을 보여주는 선택지다. 완벽한 '지속가능' 청바지는 우리나라에는 없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나은 청바지를 찾아 쥐톨만한 선택지를 끌어모았다. 이 중 한 벌 살까 말까지만 더 내놓아라, 대기업 놈들아.


청바지 선택 기준

리바이스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은 수명주기 동안 3781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실제 물 사용량이 아닌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수치화했다고 보면 된다.) 그중 68%는 섬유, 6% 제작, 23%는 데님 관리 단계에서 사용된다. 각 단계에서 어떤 문제가 있을까?


- 섬유

청바지는 거의 면으로 만든다. 문제는 면을 만드는 목화는 물먹는 하마가 따로 없다. 이 하마에게 물을 댄 결과 아랄해가 줄어들고 주위는 사막화가 진행됐다. 더 무시무시한 건 목화의 농지는 전 세계 농지 2.5%에 불과한데, 이 적금 이율만 한 농지에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살충제의 16%, 제초제의 6.8%가 들어간다. 면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 제작

청바지의 염색과 가공의 결과물은 느낌 있는 워싱뿐만이 아닌 폐수와 독성물질을 포함한다. 청색의 원료인 '인디고'도 합성물질로 대체되었고 화학물질에 담갔다 뺐다를 반복해 데님을 부드럽고 멋지게 워싱한다.


- 데님 관리

의류는 재활용이 어렵다. 100% 면 티셔츠라도 박음질한 실이 합성섬유인 경우도 많다. 그걸 하나하나 라벨에 기재하지도 않는다. WAP에 따르면 옷을 9개월 이상 입으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22% 줄일 수 있다. 오래 입는 것이 최고다. 얼마나 오래 입을 수 있는지는 생산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 세 가지 기준에 답하고 있는 브랜드 두 곳을 겨우 꼽았다. 세 가지 모두에 답하고 있는 브랜드를 이 이상 찾지 못했다. 더 있다면 제보 바람!


Nudie Jeans 누디진 Clean Eileen Gentle Blues

유기농 코튼 100%

199 USD / 바로가기

@ nudie jeans

누디진이 사용하는 원료의 93.8%는 면이다. 그리고 그 면들은 모두 유기농, 공정무역, 재활용 면으로 구성된다. 이 청바지는 100% 유기농 면으로 만들어졌다. 예전 김작자는 '유기농은 농약 안치고 유전자 변형 안한 안전하고 깨끗한 것' 정도의 인식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유기농면은 기존 면에 비해 물과 1차 에너지 사용량 그리고 지구 온난화 가능성을 반절은 줄인다는 사실을. 생각보다 강력한 영향력이다.  


참고로 면으로만 된 청바지는 신축성이 없어 한 사이즈 크게 사야 편하게 입을 수 있다. 신축성이 없는 대신 변형이 적어 더 오래 입을 수 있고, 한 사이즈 크게 샀으니 살이 붙어도 입을 수 있다. 이득이다.  


Nudie Jeans 누디진 Breezy Britt Rinsed Original

유기농 코튼 100%

185 USD / 바로가기

@ nudie jeans

우리나라에서 처음 누디진의 생지가 유행했을 때를 기억한다. '누디진은 세탁하는 거 아니다~' 마치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을 넣어야 맛이 나네, 마네 하는 모습 마냥 꼭 훈수를 두는 청바지였다. 실제로 누디진에서는 청바지를 6개월간 세탁하지 않기를 권장한다. 구겨지고 접히고 닳으면서 드러나는 워싱이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는 온리원이 될 것이라고.

@ nudie jeans

하지만 생지와 6개월간 무 세탁의 멋짐은 다른데 있다. 가공이 덜 됐다는 것. 오염과 에너지의 소모를 모두 줄일 수 있다. 또 누디진은 화학물질 취급과 폐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진 공급업체와만 협력한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청바지마다 각 제작 공정의 업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누디진 본사에서 직접 방문했는지 여부와 환경성 평가 인증에 대한 자료도 볼 수 있다.


Repair Kit

바로가기

@ nudie jeans



누디진은 자신들의 청바지를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리페어 샵을 운영한다. 누디진의 제품을 언제 어디서 샀건 상관없이 평생 무료로 청바지를 수선할 수 있다. 떨어진 청바지를 누가 수선해서 입냐고 묻는다면 누디진은 2019년 한 해 동안 63,281벌의 청바지를 수리했다. 수리가 아닌 새 청바지를 사는 걸 선택했다면 117개의 올림픽 수영장을 채우는 물을 증발시켜버렸을 것.


그리고 우리나라는 리페어 샵이 없다. 뭐... 매장도 몇 개 없는데 뭘 바라겠냐만. 대신 찢어진 청바지 사진과 함께 신청서를 작성하면 리페어 키트를 받을 수 있다. 리페어 키트에는 패치면, 바늘, 실 그리고 사용설명서가 포함되어 있다.


아쉬운 점은 국내에 매장이 몇 개 없다. 직접 수리도, 수거도 안된다. 대신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국까지 무료로 직배송을 지원하기 때문에 구매는 가능해 선택했고, 바로가기는 국내 판매처가 아닌 공식 홈페이지로 링크를 걸었다.



Levi's 리바이스 레드 루즈 스트레이트 진

면 77% + 헴프(마) 23%

129,000원 / 바로가기


@Levi;

리바이스는 원료의 91%가 면이다. 리바이스는 물과 살충제 양을 줄인 지속가능한 면화를 공급받고 있고 그 양은 현재 총 사용하는 면화의 75%를 차지한다. 동시에 면 대신 여러가지 지속가능한 소재를 개발 중이다. 요즘 힘쓰고 있는 소재는 '면 같은 마 Cottonized Hemp'.

마는 목화에 비해 1/4 수준의 물이 필요하다. 게다가 자연적으로 해충이 적고 토양에서 섭취하는 영양분의 6-70%를 다시 반환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끈적끈적해서 가공이 어려운 데다가 데님 원단으로 만들기엔 거칠다는 것. 리바이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부드럽게 마소재를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재활용 면화, 비스코스, 리오셀 등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면서 그 비중을 늘리고 있다. 미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아예 필터를 적용해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는 그런 기능 없다.


Levi's 리바이스 LMC 배럴 진 0015

100%면

169,000원 / 바로가기

@Levi's

리바이스는 청바지의 딱딱한 원단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유연제가 아닌 병뚜껑과 골프공을 넣어 마치 방망이로 두들긴 효과를 내는 등의 스무 가지 리바이스 워터레스(Levi's Waterless)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리바이스는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 사용량과 오염을 줄여 총 30억 리터 이상의 물을 절약하고 50억 리터를 재활용했다. 그럼 이때까지는 30억 리터를 사용해서 만들었다는 건가... 더 절약해라.


이 청바지 디자인의 이 색상은 워터레스 기술이 적용됐다. 그렇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색상에 따라 원단도, 적용 기술도 다르다. LMC 배럴진 라인은 전부 100% 면 원단이기는 하나 기술의 적용 여부는 다 다르다. 색상을 선택하면 원단 정보도 같이 바뀌니 확인해야 한다. 리바이스가 2021년, 그러니까 올해까지 청바지와 재킷의 80%에 워터레스 기술을 적용한다고 하니 하나하나 다 눌러보는 수고를 아직은 들여야 한다.


Care label

리바이스도 청바지의 오랜 수명을 위해 수많은 리바이스 전문 빈티지샵 사이에서 직접 공식 중고 온라인샵을 론칭하기도 하고, 테일러샵을 운영하면서 수선은 물론이고 헌 청바지를 수거해 건물 단열재로 재활용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역시 해외에서만. 한국에서 한 건 청바지 안쪽에 지구를 위한 케어라벨을 붙인 것뿐.


Care for our planet: wash less, wash cold, line dry, donate or recycle.
덜 씻고, 찬물로 씻고, 자연 건조하고, 기부하거나 재활용하세요.


앞서 말했듯 청바지는 수명주기 중 물 사용량 23%는 청바지를 구매 후 발생한다. 입은 청바지를 빨아야 하니까. 개인적으로 청바지 염색이 빠지는 게 싫어 자주 세탁하지 않는다. 더럽게 청바지를 왜 안 빠냐고 주위에서 왈가왈부 말이 많지만, 여기에 확신을 심어준 연구결과가 있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의 인간생태학 교수 레이철 맥퀸(Rachel Mcqueen)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세탁  2 지난 청바지보다 15개월 동안  번도 세탁하지 않은 청바지세균수가 적다. 얼마큼 세탁하든 세균수는 거기서 거기란 말씀. 그리고 따듯한 물로 빨면 염색이 훨씬 더 빨리 빠진다.


스타일과 지구를 위해 정말 청바지를 빨아야 한다면 찬물을 추천한다. 건조기로 달라진 삶의 질보다 환경의 질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건조기 대신 햇빛에 말리자. 뽀송뽀송한 빨래 냄새는 사실 햇빛이 만들어낸 화학반응이다. 건조기용 시트 유연제도 필요 없다.


이외에도 유기농 면이나 재활용 면, 폴리에스터를 사용한 청바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 함유량이 심히 적고, 그거 조금 사용했다고 지속가능성을 어마어마하게 자랑하길래 알아서 잘 광고할 것 같아서 제외했다는 점 참고 바란다. 5%는 심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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